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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명도혁-148화 (148/252)

광고 천재 명도혁 148화

“이렇게 둘이 작업하니까 명 대표 태강애드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 생각난다.”

회의를 위해 마주 앉은 탁기준이 감회가 새롭다며 예전을 추억했다.

“웬 인턴 하나가 굴러들어 왔는데 미쳤나 싶게 일을 쳐내서 이건 하늘이 내린 인간이구나 했지.”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인간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으이구, 겸손할 리가 없지. 우리 명 대표님께서.”

피식 웃는 탁 기준을 바라보며 도혁이 대꾸했다.

“그땐 제가 이렇게 독립하고 잘될 줄 몰랐죠?”

“아니, 알았어.”

탁기준이 딱 잘라 말했다.

“정말로 잘될 줄 알았어. 몇 수 앞을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천재적인 감각은 타고나는 거지만,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감각에 노련한 경험이 더해진 느낌이었어. 이십 대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건데, 그런 인간이 눈앞에 있어서 좀 무서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섬뜩한 느낌은 지금도 변함없다.”

“모두 선배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직원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구요.”

“아무튼 우리는 더 크게 잘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DW애드 코리아의 광고를 만들어볼까요?”

“너무 진지하게 하지는 말자고. 주최 측이라 출품할 것도 아닌데.”

그 누구보다 진지한 눈빛을 불태우며 탁기준이 보드 마커를 잡았다.

“명 대표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의 최고 강점은 뭐야?”

“사람이죠. 우리 직원들.”

“오케이. 정확히 내 생각과 일치해.”

그렇게 주최 측의 아이데이션 역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 직원이 꼬박 밤을 새우다시피 한 열정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워크숍이라고 해서 제주도에서 놀다가 갈 줄 알았더니 날밤 새웠구만.”

“그럴수록 상금은 가져가야 하지 않겠어?”

“올~ 그 팀은 뭐 좀 나왔나 보네?”

눈을 비비며 회의실로 모인 직원들끼리 견제의 목소리가 높았다.

역시나 초췌한 얼굴을 한 탁기준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모두 준비 많이 하셨습니까? DW애드의 앞날을 밝힐 아이디어 많이 나왔나?”

“네!”

“올~ 기운찬데요? 자, 그럼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 저와 함께 심사를 진행할 우리 DW애드의 수장이자 대한민국 광고계를 이끌고 있는 천재 CEO 명도혁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와!!!!!”

도혁이 광대를 실룩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뭡니까. 이 민망하고도 거룩한 소개는. 워크숍인데 너무 빡빡하게 일 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 발표 끝나면 우리 도무진 씨의 안내에 따라 제주도 한 바퀴 돌고 내일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넵! 이왕 이렇게 된 것 꼭 우승하고 싶습니다!”

“그러죠. 성과금 개념으로 푸는 상금, 누가 가져갈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제1회 DW애드 코리아 사내 공모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각 팀 대표는 앞으로 나와주세요. 발표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한수철, 최민아 팀

이진우 팀

황도준 팀

도무진 팀

강태오, 차현우 팀

탁기준이 각 팀의 팀장 격인 직원들의 이름을 보고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의외로 팀장급은 같이 하고, 막내들은 뿔뿔이 팀을 모았네? 자신감 뿜뿜인가?”

“넵. 뭉치려다가 각자 팀 꾸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팀장 한번 해보려구요.”

“좋아. 그럼 순서도 정해졌으니 발표 진행하겠습니다. 첫 번째 한수철 팀 앞으로 나오세요.”

탁기준의 말에 걸어 나온 프레젠터를 보고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히 한수철이 발표하거나 팀 내의 다른 AE가 나올 줄 알았는데 최민아가 나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1팀의 팀장이자 발표를 맡은 최민아입니다.”

자못 진지한 표정의 최민아가 긴장한 듯 리모컨을 들었다.

“디자이너인 제가 처음으로 PT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굉장히 떨리는데요, AE 여러분이 매번 이런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이 우러나옵니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민아의 목소리는 정말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강심장으로만 보였던 최민아의 긴장한 모습에 한수철이 용기를 주었다.

“최민아 프레젠터님 파이팅! 코리아 넘버원 디자이너!”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수철의 농담에 조금 컨디션을 찾은 최민아가 마이크를 다잡았다.

“그럼 정말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희의 메인 컨셉은 ‘광고를 광고하다’입니다.”

[광고를 광고하다.]

[대한민국 광고계의 중심 DW애드 코리아.]

최민아가 화면에 카피를 크게 띄우고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DW애드는 순식간에, 정말 엄청난 속도로 대한민국 광고계를 장악했습니다. 아래, 저희가 지금까지 해왔던 광고를 한번 쭉 보시겠습니다.”

화면의 정중앙에서는 지금까지 DW애드에서 해왔던 TV와 라디오, 그리고 인쇄 광고 등 포트폴리오가 흐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들려왔다.

“화면으로 쭉 펼쳐 보니까 감회가 남다르네.”

“그러게. 이렇게 모아서 볼 일이 없는데 가슴이 웅장해진다.”

보통 기업의 워크숍에서 회사의 실적을 쭉 나열한 교육 자료를 보여주는 것보다 백만 배는 효과적이었다.

도혁은 포트폴리오를 보며 감회에 젖었다.

지금도 전국의 매체에 실리고 있는 저 광고들, 모두 우리 직원들의 피땀 눈물이구나.

대한민국에 다시 없을 판타지처럼 좋은 기업을 만들자던 처음의 각오가 다시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최민아가 포트폴리오 화면을 닫고 다시 카피를 띄웠다.

“우리 DW애드의 강점은 바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광고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특장점은 바로 포인트를 찌르는 핵심 메시지 전달과.”

말을 끊은 최민아가 한숨을 돌리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런 말씀, 디자이너인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우리 제작팀을 주축으로 한 날카로운 크리에이티브일 것입니다. 저희는 그 점에 착안하여 ‘광고를 광고한다’는 컨셉을 잡아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어봤습니다.”

화면에는 커다랗게 확대된 아기가 이유식을 먹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의 숟가락이 삐뚤어져 아기의 입 옆쪽을 향해 있었다.

입 주변에 이유식을 묻힌 채 찡그린 아기의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펼쳐졌다.

[정확한 조준으로 확실한 효과를.

분명한 메시지와 날카로운 전달력. DW애드 코리아의 특별한 마케팅을 경험하세요.

광고를 광고하다. DW애드 코리아.]

“아이의 입으로 향해야 할 조준이 빗나갔네요. 정확한 조준의 중요성을 강조한 광고입니다. 다음 시안 보시겠습니다.”

“아니, 시안을 두 개나 만들었어?”

최민아는 손 빠른 걸 자랑이나 하듯 하룻밤 사이에 두 개의 인쇄 광고를 만들어 가져왔다.

그걸 본 직원들이 술렁거렸다.

두 번째 시안.

아기의 팔뚝에 누가 봐도 간지러워 보이는 모기 물린 자국이 보였다.

하지만 팔이 짧은 아기는 붉은 발진을 제대로 긁지 못하고 바로 옆만 긁고 있었다.

“으, 내가 가서 긁어주고 싶다. 어떻게 이런 이미지를 또 찾아냈지?”

“지금 팔 간지러운 거 나뿐이냐?”

직원들이 저도 모르게 자기 팔을 긁고 있는 가운데 카피가 펼쳐졌다.

[정확한 조준으로 확실한 효과를.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드립니다.

광고를 광고하다. DW애드 코리아.]

두 번째 시안의 카피를 큰 소리로 읽은 최민아가 마무리 인사를 했다.

“저희는 기획안을 나열하기보단 시안으로 보여 드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직관적인 인쇄 광고인 만큼 우리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쪼록 상금은 우리 팀이 타 가기를 바라면서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와!! 최민아! 최민아!”

한수철의 우렁찬 응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 발표를 시작할 때보단 한결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탁기준이 웃으며 단상으로 걸어나갔다.

“엄청나네요. 이런 퀄리티의 인쇄 광고를 두 개나 만들어 오고. 역시 명불허전이구만.”

“최민아! 최민아!”

“자, 그만들 하고. 이러면 다음 팀이 너무 주눅 들 텐데.”

“그럴 리가요.”

이진우가 앞으로 성큼 나서자 이진우 팀 후배들이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매직으로 써 급조한 티가 나는 종이 현수막이었지만 응원 열기를 달구기엔 충분했다.

“안녕하십니까. 제작팀 이진우 PD입니다. 저희 팀은 주눅 들 리도 없고 무조건 이길 것입니다. 비장의 무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 기대됩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도혁은 성큼 앞으로 나서 발표까지 하고 있는 이진우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군대에서 주눅 들어 빌빌대던 이진우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게 당당한 모습이었다.

‘사업이고 뭐고 저 자식 살린 게 이번 생에 제일 잘한 거다. 정말로.’

아버지와 같은 도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진우가 도혁에게 감사를 표했다.

“먼저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표님은 저를 다시 살게 해주신 분입니다. 저를 광고계로 이끌어주시고 열정으로 가르쳐 주신 명도혁 대표님. 평소에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안 돼! 이거 반칙입니다. 왜 갑자기 대표님 찬양 모드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진우 PD 그렇게 안 봤는데 아부가 장난 아닌데요!”

다른 팀 직원들이 야유하자 이진우가 미소로 화답했다.

“저희 CF 보시면 그런 말씀 안 나오실 겁니다. 아부보단 실력으로 승부합니다.”

“CF? 내가 잘못 들었나. 지금 CF라고 했어?”

“맞습니다. 우리 DW애드 코리아의 페르소나, 전서윤 씨가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런! 아이데이션만 같이 하는 거 아니었어? 언제 나가서 CF까지 찍은 거야!”

소리치는 직원들이 조금 잠잠해지자 이진우가 CF 영상을 틀었다.

천천히 클로즈업 된 전서윤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 전서윤. 어느 광고대행사 모델인지 모르겠지만 비주얼 정말 예술이다.’

속으로 감탄하며 도혁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바람이 부는 제주의 바닷가.

전서윤이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과 흐드러지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하지만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그녀는 은근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슬픈 듯 감동한 듯 아련한 여자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시선을 빨아들이는 15초의 짧은 연기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짤막한 카피가 필기체로 펼쳐졌다.

[광고. 15초의 아이러니.]

[당신을 웃고 울리는 품격 있는 크리에이티브. DW애드 코리아.]

“크으. 영상미 미쳐 버렸구만.”

“전서윤 씨가 다 했네. 여전히 반칙이구만 뭐.”

영상+모델로 컨셉을 완벽하게 표현한 좋은 광고였다.

단편 영화급의 영상에 다른 팀 직원들이 망연자실해 한숨지었다.

탁기준이 앞으로 나가 다음 팀을 소개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 팀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계속해서 세 번째 팀 황도준 팀장 나오세요.”

“넵!”

큰 소리로 대답한 황도준이 앞으로 걸어나갔다.

언제나처럼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은 그가 활짝 웃으며 선언했다.

“우리, 잠깐 쉬었다가 할까요? 십 분 뒤에 뵙겠습니다.”

“야! 황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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