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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명도혁-134화 (134/252)

광고 천재 명도혁 134화

“하아, 먼저 들어갈래? 난 마음을 좀 추슬러야 직원들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 대표님!!”

당황한 둘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고 표정이 더 구겨졌다.

황도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도혁을 격려했다.

“일단 들어가시죠, 대표님. 들어가셔서 말씀하세요.”

“맞습니다. 어떻게 매번 PT를 따겠어요. 지금까지 백전백승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불가능한 수치인 거죠.”

“대표님 괜찮습니다.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둘이 도혁을 모시다시피 의전하며 사무실로 데려갔다.

“우리 생각해서 힘내세요! 대한민국에 회사가 AT케이블 하나뿐입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멀리서 탁기준이 걸어오며 눈썹을 치켰다.

“설마. AT케이블 말하는 거야?”

참담한 표정을 한 황도준이 대답 대신 끄덕였다.

탁기준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AT케이블 PT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 홍보실장이랑 통화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홍보팀에서 최종 콘티 확인도 했었잖아!”

“그게…….”

흥분한 탁기준이 랩을 하듯 분통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그 대표, ALL광고 운운하면서 도시 감각 스타일만 찾았나 보네. 하아, 그렇게 안 봤는데 마케팅적으로 감이 없구만. 그래서 회사 키우겠나.”

“저기 탁 팀장님.”

탁기준이 한숨을 내쉬며 도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서 애들이 오만 울상을 짓고 있었구만. 괜찮아, 명 대표. 아니, 백 프로 광고를 따 온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돼. 사람인데 승률이 어떻게 백 프로가 되겠나.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오긴 했지만 다시 일어서면 되고?”

“다시 하면 되기는 하죠.”

“그런 말도 있잖아. 성공할 땐 아이처럼 기뻐하되 실패엔 우아하라고. 실패 앞에서 우아한 사람이 진짜 프로야.”

우아한 실패라. 멋진 말이긴 한데 내가 실패할 줄을 몰라서 말이지. 무엇보다 이거 언제까지 연기해야 하나.

탁기준은 계속 한숨을 뱉고 황도준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더는 안 되겠다.

“야, 황도준! 내가 언제 AT케이블 프레젠테이션 망쳤다고 했냐?”

“네? 아까 대표님께서…….”

“그냥 직원들 볼 면목이 없다고 했을 뿐이지. 잘 생각해 봐.”

“그러니까 면목이 왜 없으신지…….”

“프라이드만 사 왔어. 양념치킨을 잊어버렸다고.”

“네???”

도혁이 가방 속에서 계약서를 꺼내 흔들었다.

“설마 계약도 못 따고 치킨만 사 왔겠냐?”

“아니, 대표님,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

황도준과 도무진이 원망스러운 눈빛을 잠깐 보내더니 이내 얼싸안고 기뻐했다.

탁기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라라. 솔직히 이상하긴 했어. 이 정도 진행된 광고를 명 대표가 못 따 올 리가 없는데. 야, 인마! 황도준! 보고 똑바로 안 해?”

“AT케이블 대표님께서 아주 좋아하셨어요. 매체도 많이 쏠 예정이라고 하시고 현장에서 진행할 프로모션까지 일임해서 다들 계속 바쁠 것 같습니다. 각오들 하시죠!”

“크으. 달달하구만. 고생했어, 명 대표. 모두 복도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갑시다.”

도혁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치킨을 건네며 전 직원에게 AT케이블 광고의 수주를 알렸다.

“우리 AT케이블 광고 확정되었습니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와, 치킨이다.”

“반응이 왜 이래?”

직원들의 시크한 반응에 최민아가 미소를 지었다.

“복도에서부터 그렇게 도장 찍었다고 광고를 하고 들어오시는데 어떻게 몰라요. 그리고 AT는 다들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도 벌써 시안 잡고 있었고요.”

“하여간 설레발은.”

“설레발 아니고 자신감이죠.”

자신감에 넘치는 직원들에게 도혁이 추가로 공지했다.

“사무실 확장을 알아봤는데 요 앞 변호사 사무실이 빈다고 합니다. 팀을 나눠서 옆 사무실로 이전해도 되고 아예 규모가 더 큰 곳으로 이사를 가도 돼요. 직원들 의견은 어때요?”

“현상 유지하면서 건너편 사무실도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바로 앞이니까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왜, 태강애드도 이런 식으로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잖아요.”

역시 귀찮게 이사를 가는 것보다는 앞 사무실을 함께 쓰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럼 팀을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 AE와 디자이너를 묶어서 팀을 짜두었는데 말입니다.”

“사무실이 분리되면 기획, 제작, 매체, 온라인팀으로 나누는 게 편하긴 해.”

“안 싸운다는 전제하에는 그렇죠.”

도혁이 잠깐 찌푸렸다. 그걸 본 차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빌런들이 포진한 회사나 그렇지. 여긴 합이 잘 맞아서 그런 걱정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생각에도 기능적으로 나누는 게 일하기 편할 것 같아. 그리고 나나 명 대표는 기획 제작 나누기도 모호한 포지션이잖아.”

“하긴. 차 팀장님 역할이 중요해져요. 중간에서 중심 잘 잡아주셔야 합니다.”

“걱정 마. 지금까지 DW에서 큰소리 난 적 한 번도 없지 않나?”

“오늘 큰소리 났었죠. 아니, 곡소리인가.”

황도준이 억울해하며 부연했다.

“아까는 진짜 계약 못 하고 오신 줄 알았다구요.”

“그러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인마.”

씩씩대는 황도준의 입에 닭 다리를 넣어주었다.

“그럼 우리 도도팀도 깨지는구만. 너 이제 건너편 사무실로 가야겠다.”

“어! 왜요. 제작팀이 저쪽으로 가는 겁니까?”

“그게 좋지 않겠어? 저 사무실 여기랑 비교도 안 되게 넓어. 제작이랑 온라인팀은 딸린 짐이 많잖아. 휴게실도 크게 지어줄게.”

휴게실을 크게 지어준다는 말에 막내 라인이 동시에 고개를 주억였다.

곧 사무실 임대를 완료하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강태오가 인테리어를 맡아 진행했다.

몇 주안에 깔끔하게 사무실 정리와 제작팀의 이동이 마무리되었다.

확장된 제작팀과 온라인팀 사무실을 본 막내 라인이 보자마자 주접을 떨었다.

“우와! 대박! 무슨 일입니까? 여기 정말 광고 회사 사무실 맞습니까? 미술관 아니구요?”

“이게 뭐람. 가운데 테이블이랑 조명 카페 같아요. 악!! 완전 내 스타일!”

최민아가 강태오의 한쪽 팔에 매달리며 방방 뛰고 황도준과 도무진이 각자 자신의 책장에 앉았다.

“거기 의자 전부 일레라 가구에서 협찬해 주신 거 알아? 디자이너들 허리 소중하다고 특별 협찬 해주셨어.”

“엇! 태강애드에서 질투하겠는데요?”

“안 그래도 광고 주신다고 넌지시 말씀하시더라고. 일단 두고 보자고 했어. 태강에서 독립했는데 뺏어오는 건 그림이 나쁘잖아?”

도혁의 말에 탁기준이 미간을 좁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업계에서 드문 일은 아니야. 상도의에 어긋나지도 않고. 김철준 대표도 대일에서 광고주 많이 데려간 거 알아?”

“그건 알고 있지만 찜찜해서요.”

“김영석 대표가 명 대표한테 서운해할 수도 있어.”

“현재로서는 여력이 없다고 잘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그렇잖아요.”

“하긴. 여기서 일 더 받으면 우리 전부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AT케이블 신규 프로모션 때문에 차 팀장 또 밤새운 것 같더라.”

탁기준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다시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우와!!!!!”

“꺅!!!!!”

짜식들, 그곳을 열어본 모양이구만.

도혁이 대형 휴게실로 걸어갔다. 도무진과 이진우가 그를 보자마자 징그럽게 달라붙었다.

“대표님, 사랑합니다.”

“둘 다 떨어져라.”

“아, 진심입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들이 본건 휴게실 한편에 마련된 이른바 ‘덕후존’이었다. 마침 DW애드와 약자도 같아 간판까지 걸어 붙였다.

[DW Zone]

반짝이는 은빛 간판을 가리키던 이진우가 벽장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대, 대표님 설마!! 이, 이건.”

“그래. 이게 바로 너네가 좋아하는 RX78 PG 버전이 맞냐?”

널찍한 휴게실의 한쪽에 유리 찬장과 테이블을 만들어주었다. 마음껏 덕질하라고 말이다.

“여기서 조립도 하고 저쪽에 전시도 하고 뭐, 알아서들 놀아. 저거, 내가 건담 카페에서 힘들게 알아본 거야. 사무실 이전 선물이다.”

“대표님, 이거 진짜 비쌀 텐데…….”

“어, 비싸더라. 깜짝 놀랐다. 너네 성과급 줬더니 이런 거 사는 데 다 쓰고 돌아다니는 거냐?”

“아!! 대표님!!!!”

“감동!”

막내 라인이 도혁을 덮쳐오는 통에 숨이 막혀왔다.

“이거 놓고들 말해. 업무 효율을 올리려고 준비한 거니까 실컷 놀고 실컷 일하도록.”

“당연합니다! 대표님 정말 사랑합니다!!!”

“그만 사랑해라. 징그럽게.”

다시 사랑을 고백하는 막내 라인을 겨우 뿌리치고 기획팀으로 건너왔다.

건너편 기획팀은 대표실과 기획팀이 사용할 공간, 그리고 회의실만 남겨두었다. 기존 사무실보다 훨씬 넓고 안락한 공간이 되었다.

도혁은 사무실을 둘러보곤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마침 커피를 한 잔 들고 들어온 강태오에게 공치사를 했다.

“역시 강 팀장님. 제작팀 애들 사무실 예쁘다고 난리가 났어요.”

“그놈의 프라모델인지 뭔지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고?”

“그것도 좋아하더라구요. 아무튼 사무실 준비하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임대인이 깨끗하게 써서 딱히 손볼 곳도 없었어. 여기 구조도 단단하고 배선도 깔끔하더라고. 아주 잘 지은 건물이더라.”

“부동산 아주머니 말로는 이 건물 자리가 명당이라던데요? 빨리 돈 벌어서 아예 통째로 사버리려구요.”

“올~ 멋진데?”

농담 아닌데?

도혁이 손끝으로 곧 지하철이 들어올 자리를 가리켰다.

“혹시 모르죠. 저쪽에 지하철이라도 들어오면 한 수십억 오를지.”

“내가 다른 복은 몰라도 돈복은 있는데 말이지.”

세상에 둘도 없이 꾀죄죄한 복장을 한 강태오가 돈복이 있다며 자랑을 했다.

“이 자리 명당 맞아. 돈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하철이 들어오기에 충분히 좋은 입지이기도 하고.”

“그런가요?”

“여기 사 가지고 아예 1층에는 카페를 하고 2층엔 술집, 그 위로는 쭉 사무실로 써버리자고.”

“카페까지는 괜찮은데 술집은 왜요.”

“그냥 바 차려놓고 편하게 먹고 싶어서.”

“바 차려줄 테니까 도망가지 말고 평생 나랑 일해야 합니다.”

“어! 진짜 차려줄 거냐?”

다짐을 받아놔야겠다.

전생보다 몇 배로 성장한 크리에이터 강태오를 절대 놓치기 싫었으니까.

“걱정 마, 명 대표. 내가 의리 빼면 시체 아니냐. 죽어서도 같이 가자.”

“정말 약속했습니다!”

“그럼.”

강태오의 다짐을 받으며 도혁이 커피 잔에 입술에 대었다.

후루륵 한 번에 입에 머금은 커피는 아주, 밍밍했다.

“하아, 이거 1층 카페에서 사 오신 거죠?”

“맞아. 표정 보니까 나랑 똑같은 심정이구만. 여기 맛이 좀 많이 변했어.”

“그러게요. 엄청 밍밍하네요.”

“크리에이터에게 카페인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래서 창작하겠나, 어? 명 대표 빨리 건물 사서 일 층 카페 인수해 버려.”

“카페, 인수요?”

커피 잔을 바라보는 도혁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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