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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명도혁-118화 (118/252)

광고 천재 명도혁 118화

[도도 클럽.]

다음 날 사무실에 도착한 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표실 문에 떡하니 도도 클럽이라는 소형 간판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벌써 출근한 황도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그를 맞았다.

“대표님 제가 우리 팀명을 만들어봤는데 마음에 드십니까? 명도혁의 도, 황도준의 도를 따와서 도도클럽 어떻습니까?”

“그, 그래. 좋다. 디자인도 이쁘게 잘 빠졌네.”

쓸데없이 고퀄이었다.

금박에 블랙을 얹은 데다 문체도 세련됐다.

좀 쪽팔린 게 문제였지만.

아니나 다를까 직원들이 도도클럽이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폭소했다.

“도도래. 밴드 이름도 아니고 아, 너무 웃겨요, 대표님.”

“도도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요? 우리 도도한 남자들입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왜 클럽이야? 이러면 노는 남자들 같잖아.”

놀려대는 최민아, 이진우와 달리 팀장들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우리도 팀명을 짓자. 뭔가 있어 보이잖아? 대표님 팀이 지으면 우리도 지어야지.”

“어떤 거 하고 싶으신데요.”

그렇게 세 팀의 이름까지 결정되었다.

탁기준 팀은 ‘창작 발전소’이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차현우 팀은 ‘BTB(Be The Best)’란다.

정치광고 후 효율을 보고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팀원은 수시로 섞어서 위화감 없도록 배치하면 되고.

도혁은 황도준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팀원들이 뭉치는 걸 바라보았다.

역시나 쓸데없이 고퀄인 소형 간판이 두 개 더 걸리고 새 팀제의 본격적인 첫날이 시작되었다.

도혁의 눈에 장난기가 서렸다.

“내가 과열된 분위기에 기름 좀 부어볼까?”

“올~ 대표님 저 눈빛 뭔가 계획이 있다는 건데, 말씀하시죠.”

“이번 정치광고 실적에 따라서 성과급 차등 지급 하겠습니다.”

“네??”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혁이 부연했다.

“차현우 팀장님 팀은 가점이 있어요. 부동산 광고 동시에 진행 중이니까 다들 이의 없을 겁니다.”

“앗싸!”

“아! 이런!”

팀들의 희비가 갈리고 환호성과 한숨이 동시에 번져갔다.

“참, 인천시 최대현 시장의 샘플 광고는 일단 도도팀에서 진행합니다. 제가 시작한 거니까 마무리 지어야죠.”

“그럼 최대현 시장 건 완성되면 함께 사용하면서 광고주 접촉하는 거죠?”

“맞아요. 그럼 일단 한번 달려봅시다!”

파이팅을 외치며 각자, 팀의 자리로 돌아갔다.

도혁은 귀염둥이 황도준을 데리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여기 대표실은 도도클럽 사무실이야. 편하게 쓰도록 해.”

“감사합니다. 제가 대표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뼈를…….”

“이제 제발 뼈 좀 그만 갈고. 우리 정신 차려야 돼. 강태오 선배가 어제 어디로 갔는지 아냐?”

“글쎄요?”

“서울시에 밑밥 깔러 갔어. 내가 먼저 들어갔어야 했는데.”

도혁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서울시는 도혁팀과 함께 ‘ㅅㅇ아, 사랑해’ 티저로 대박을 친 바 있다.

그 당시엔 애드포인트로 슬로건 대회에 참가했기에 강태오 역시 서울시장과 친분이 있었다.

“잠시만요. 우리 인천시 샘플 광고 완성되고 난 뒤에 광고주 접촉하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근데 뭐 밑밥은 깔아두면 좋긴 해. 인사차 지나는 길에 들렀다 이러면서 느물느물 친한 척하지 않았겠어?”

“강태오 팀장님 그런 거 잘하시죠. 와.”

“탁기준 선배 팀이야 말할 것도 없지. 저기는 원래 줄도 많아. 기존 광고주만 해도 몇 명이냐. 이 바닥 있어보면 알겠지만 세 다리 건너면 다 광고주라고.”

“이런, 우리도 분발해야겠는데요?”

도혁은 향상심과 경쟁심이 타올랐지만 일단 인천시 샘플 광고 제작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들어서 도도팀만 쓰진 못하고 모든 팀에 뿌려야겠지만 아무튼 명도혁은 대표 아닌가.

도혁은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인천시에서 준 브리핑 자료와 최 시장과의 대화를 곱씹어 보았다.

“우리 황도준 디자이너님, 어제 처음으로 광고주 미팅에 참석했는데 어때, 컨셉 좀 잡을 수 있겠어?”

“아, 대표님 저의 의견을 물어봐 주시는군요. 지금까지 새끼 디자이너로서 AE가 컨셉 잡아주면 그대로 만들어왔는데, 저와 컨셉을 의논하시다니 감동입니다.”

“맞아. 너 좀 크게 키우고 싶다. 아주 디룩디룩 살찌워서 잡아먹어 버릴 거야.”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래서, 컨셉은?”

도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대표의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황도준이 조금 망설이더니 의견을 내었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우리 둘뿐이지만 엄연히 브레인스토밍이야. 어떤 말을 하든 절대 비난하지 않을 거니까 가감 없이 말해봐.”

“알겠습니다. 저는 인천시장이 젊은 감각 강조하는 것에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 계속해 봐.”

“그 사람 꼰대예요.”

푸핫,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뿜을 뻔한 냉수를 삼키며 도혁이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젖혔다.

“봐요. 지금 공감하시잖아요. 그쵸?”

“광고주 욕을 할 수는 없고 공감은 너무 돼서 아, 진짜 웃기다. 하하.”

“제가 꼰대는 한눈에 알아보는 편인데 최대현 시장은 꼰대가 확실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도혁이 웃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황도준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한테 자꾸 아침형 인간 강조하고 책 주면서 강요하고, 그러면서 무슨 젊은 감각입니까? 그냥 나이가 많아서 아침잠이 안 오는 거잖아요.”

황도준이 어깨를 추어올렸다.

“뭔 자기 계발을 하네, 새벽부터 일어나서는 뻘짓하기 싫으네 잔소리를 하는데, 자기 계발 하기 싫다고요. 우리는 밤에 놀 일이 많단 말입니다. 친구도 많고. 어르신들은 밤에 같이 놀 친구도 없잖아요.”

“와우. 멘트 쎈데?”

문득 도혁은 자신도 꼰대처럼 보이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영혼은 40대였고, 한 회사의 대표가 아닌가.

“도준아, 나도 아침형 인간이야. 정확히는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났지. 나도 어르신이냐?”

“에이, 대표님은 남한테 강요 안 하잖아요. 잔소리도 안 하고. 그럼 꼰대 아니죠.”

역시 조심해야겠다.

막 아침형 인간의 장점에 대해서 설파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에 대해서 말하기 직전이었단 말이지.

도혁은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정리하면, 인천시장은 본인이 젊어지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본질은 꼰대다, 그런 말인가?”

“네. 그래서 막상 너무 튀는 아이디어 가져가면 반려당할 게 뻔합니다. 오히려 ‘ㅅㅇ아 사랑해’를 통과시킨 서울시장이 보수파지만 젊은 감각일 수 있구요.”

“예리한데?”

도혁이 조금 놀라 황도준을 다시 보았다.

으쓱해진 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시안은 두 가지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나는 시장님 말대로 젊은 느낌 쏟아부어서 감각적으로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하나는 단정하게 만들어서 가져가는 게 어떨까요? 아마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저 만 원도 걸 수 있어요.”

“좀 더 걸지 왜 하필 만 원이냐?”

“혹시 모르잖아요. 사람 오래 본 건 아니니까. 그냥 어제 미팅하고 느낌이 그랬다는 겁니다.”

샤프하구만.

건들건들 대충 직감적으로 말하는 줄 알았더니 제법 신중하다.

도혁은 황도준을 다시 보며 입매를 끌어올렸다.

그러곤 다시 처음처럼 질문했다.

“자, 그래서 컨셉은?”

“아……. 컨셉.”

“디자인은 두 가지 느낌으로 만들어가더라도 컨셉은 있어야겠지?”

“흠. 그게 좀. 하아. 너무 어려워요, 대표님.”

침음성을 삼키며 황도준이 눈썹을 찡그렸다.

“제가 조사를 좀 해봤는데 인천시장님이 특색이 너무 없으세요. 아무 개성이 없다구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한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정치인으로서 임팩트가 없다는 말인가?”

“네. 임팩트! 역시 대표님이십니다. 그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빙빙 돌려 말했네요. 맞아요!”

도혁 역시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그걸 황도준이 정확히 짚어낸 거고.

도혁은 황도준이 내민 자료를 내려다보며 한숨지었다.

인천시장 최대현은 이미지도 좋은 편이고 정적도 없었지만 특장점 또한 발견하기 어려웠다.

시정을 운영하는 스타일 역시 온건한 편이라 무난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정치인 특유의 어그로가 없다고 할까?

정작 본인은 튀고 싶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도혁은 황도준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래서 무언가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사했을 때도 실제로 뵈었던 인상에서도 특징적인 걸 포착할 수가 없었거든요.”

“거기서 귀에 팍팍 꽂히는 무언가를 잡아내는 게 우리의 할 일이야.”

“무에서 유를 만들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게 진정한 크리에이티브지. 우리 도준이 천지창조하면 엄청 기쁘겠지?”

도혁의 말에 황도준이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일단 벤치마킹부터 좀 해보자. 도준이는 디자인 쪽부터 자료 더 모아보고. 레이아웃이나 전체적 색감 짤 수 있게 정치광고 많이 찾아봐. 그렇게 벤치마킹하다 보면 또 길이 열릴 거다.”

“네. 알겠습니다. 특색이 없는 사람을 특색 있게 해라. 우리 도도클럽에 떨어진 첫 번째 미션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대표님.”

“뼈를 간다면서. 여기 갈아 넣어봐.”

황도준의 어깨를 툭 치며 밖으로 나왔다.

대표실을 나와 사무실을 휘이 둘러보고 있는데 견제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어! 대표님 왜 나오셔서 염탐 중이십니까?”

“염탐이라니 내 회사에서 어, 우리 직원이 뭐 하는지 보는 게 염탐이냐?”

“다 되면 컨펌받으러 갈 테니까 아직 시안 보지 마세요. 어! 거기 황도준은 또 왜 나왔어! 훠이훠이!”

“이런.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거 아니야?”

“과열되면 대표님은 더 좋지 않아요? 직원들이 앞을 다투며 일하고 있는 거니까요.”

손짓으로 황도준을 멀찌감치 쫓으며 최민아가 미소 지었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요. 한수철 AE님 준비되셨지요?”

“그럼. 장전 완료입니다.”

“어! 잠시만, 저거 포트폴리오 새 버전이야?”

DW애드 코리아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묶은 포트폴리오가 한수철의 손에 들려 있었다.

무려 금박이 붙은 뉴 버전이다.

도혁이 헛웃음을 지었다.

“저걸 하루 만에 만들었다고? 후우. 최민아 이 괴물 같은 인간아.”

“어! 우리 회사 포트폴리오라서 당연히 세 팀 모두와 공유하려고 했는데 몬스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할 수는…….”

“최민아. 민아 씨. 존경합니다.”

하루 만에 럭셔리 버전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고 포트폴리오를 받아냈다.

한수철이 재킷을 들었다.

“난 일단 여기저기 뚫으러 가볼게.”

“어! 잠시만 한수철 인맥영업 하러 가는 거지? 친척들이 다 공무원이잖아.”

“에이, 인맥은 무슨요. 그냥 부딪혀 보는 거죠.”

맨땅에 헤딩할 거라고 말하는 한수철의 얼굴에 여유가 넘쳤다.

그렇겠지. 줄 있겠다, 디자이너 빵빵하겠다. 이 팀 아주 신이 났구만.

더구나 강태오 탁기준은 서울시장이랑 술 약속으로 출장지에서 곧바로 퇴근한단다.

인천시장의 캠페인 시안이 더 중요해졌다.

중도파의 무미건조한 정치인에게 어떻게 임팩트를 줄 것인가. 도혁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던 중이었다.

섭외 역시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도혁은 넥타이를 내려 풀며 다시 한번 자료를 검토하고 있던 차였다.

-똑똑.

“계십니까?”

“네. 들어오세요. 어!”

“어! 어떻게 여기까지, 이쪽으로 오시죠.”

사무실에 임팩트 그 자체인 인물이 나타났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대통령 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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