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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명도혁-90화 (90/252)

광고 천재 명도혁 90화

“또라이 없는 회사, 만들려고.”

또라이 없는 회사라는 말에 각각 결이 다른 또라이들의 시선이 도혁에게 동시에 꽂혔다.

한수철이 어이없다는 듯이 도혁의 말에 대꾸했다.

“대표님. 첫날부터 대표님 말씀에 반기를 들고 싶지 않지만, 또라이만 모아놓고 또라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맞아. 왜 그런 말도 있잖아. 회사에 또라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또라이라서 그런 거라고.”

직원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탁기준과 강태오가 서로를 가리키며 더 또라이 같다고 투덕거리기까지 했다.

도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말을 수습했다.

“내가 말하는 또라이는 조덕현 같은 놈을 말하는 거야.”

“으…… 아, 뭔지 알겠다. 대표님. 조덕현은 또라이가 아니라 그냥, 쪽팔리는 악마 같은 인간이에요.”

“맞아. 그런 사람 없는 회사 만들겠다고.”

최민아가 조덕현에 대해 모르는 강태오와 이진우에게 대충 설명해 주었다.

끄덕인 강태오가 도혁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 명 대표 생각은 팀워크를 해치는 쪽팔리는 인간을 들이지 않겠다, 그렇게 보면 되는 거지?”

“맞습니다. 직원을 뽑더라도 최대한 우리랑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채울 거예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직책을 나눌 건데요, 아직은 직원이 많지 않으니 전 직원이 각각의 포지션에서 책임을 맡게 될 거예요.”

“이게 그 유명한 전 직원의 간부화입니까?”

“맞습니다. 먼저 탁기준 선배는 기획 총괄을 맡아주세요. 한수철 책임과 한 팀입니다.”

“나 책임이냐?”

최민아가 미리 디자인해 둔 명함을 나누어주었다.

한수철이 웃으며 명함을 받아 들었다.

“제작 쪽은 강태오 선배가 총괄합니다. 디자인은 최민아 책임이, PD는 이진우 책임이 맡고 당분간 카피는 제가 쓸 생각입니다.”

“아니, 대표님이 카피 쓰면 누가 컨펌합니까?”

“가감 없이 누구든지 지적하시면 됩니다.”

“에이!”

예상대로 원성이 쏟아졌다.

도와준다고 해도 이러니 할 수 없지.

도혁은 어깨를 추어올리며 차현우를 가리켰다.

“선배 적응할 때까지 당분간 보직을 미루려고 했는데 안 되겠는데요? 카피랑 매체 쪽 맡아주실 수 있어요?”

“당연히. 어차피 대표는 총괄해야 하고 할 일이 많잖아. 언제 헤드 뽑고 바디 쓰고 있냐.”

“나 경리 보라고?”

“그렇지. 대표님은 돈 벌어오고 관리도 하셔야 하니까 바쁘잖아?”

쩝 입맛을 다시며 커피를 쭉 빨아들였다.

이거 뭔가 서운한데.

그런 그를 보고 탁기준이 어이없어했다.

“어차피 명 대표가 광고에 처음부터 끝까지 손 다 댈 거 아니야?”

“그건 그렇죠. 그러려고 독립한 거니까요.”

“내가 명 대표랑 계속 일해봐서 아는데 모든 광고에 시어머니처럼 간섭하면서 엄청 꼼꼼하게 컨펌할 거야. 나 각오하고 입사했다고.”

“나도.”

“나도. 안 봐도 명 테일, 우리 들들 볶겠지.”

직원들이 합심해 도혁을 갈구는 척했다.

도혁이 테이블을 쾅 치며 대꾸했다.

“잘 아네. 다들 각오하고 덤벼드는 게 좋을 거야. 돈벼락 맞을 각오도 하시고.”

“올~ 우리 사장님.”

“내가 백억씩 벌어다 주면 될 거 아니야.”

“백억이라. 우리 간이침대 놓고 밤새워 아이데이션만 하고 사는 거 아니냐?”

“아, 말 나온 김에 강조해야겠다. 우리 회사는 야근 없어. 제일 중요한 건데 이 말 하는 걸 잊었네.”

“뭐?”

도혁의 말에 모두 눈이 방울만큼 커졌다.

광고회사에 야근이 없다고?

강태오는 서운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도혁을 바라보았다.

“아, 나는 싫은데. 애드포인트 때부터 밤새워 쥐어짜는 스타일인 거 알잖아. 집에 가면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

“그럼 회사에서 자도 돼. 자발적으로 일하는 건 상관없고 야근 수당도 당연히 지급할 거야. 다만 눈치로 남아 있는 야근은 금지할 거라는 뜻이야. 특히 기획에서 제작 쪽에 눈치 주지 마.”

탁기준과 한수철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갑갑해했다.

“디자이너 뒤에 딱 앉아서 쪼는 맛이 그만인데 말이지.”

“그거 하지 말라고요, 선배.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성과로 말하는 팀 운영이 목표입니다.”

“대표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따라야지요. 오케이!”

쿨하게 오케이를 외치며 탁기준이 도혁의 말에 동의했다.

“회의 역시 효율적으로 진행합니다. 회의실 앞에 회의명과 주제를 쓰면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오세요. 일하다 보면 본인이 제일 잘 알잖아요. 필요한지 아닌지.”

“매우 동의합니다. 정말 오만 퍼센트 동의. 도무지 기획 회의 할 때마다 왜 그렇게 디자이너들을 불러대는지.”

“그럼 수평적으로 재밌게. 효율적으로 잘해봅시다. 이상 잔소리를 마치겠습니다.”

“화이팅 한번 할까요?”

“우리 구호는 기존대로 통일합시다. 이멤버 포에버.”

“으…… 너무 오글거리는데?”

구호를 처음 듣는 탁기준과 차현우가 몸서리를 쳤다.

강태오가 둘의 손을 당겨와 함께 모았다.

“자, 대표님이 이멤버 외치면 포에버 하시면 됩니다. 처음이니까 민망해도 참으시고.”

“그래요. 첫날이니까 파이팅 한번 합시다. 이멤버!”

“포에버!”

그렇게 DW애드 코리아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 * *

퇴근을 몇 시간 앞두고 도혁이 이진우를 데리고 나섰다.

“나가는 길에 잠깐 들를 곳이 있어. 영상이랑 프로모션은 혼자 하긴 어려워서 당분간 외주 처리할 거야.”

“아, 외주 처리요?”

“넌 학기도 제법 남았잖아. 학교도 중간중간 가야 하고 하니까 총괄만 해. 감각 익히고.”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자. 우리 첫 번째 협력 업체야.”

둘이 도착한 곳은 TJ프로덕션이었다.

조덕현이 빨대를 꽂아 삥을 뜯기던 곳.

사장이 무던하고 일도 잘하는 좋은 외주처였다.

“어! 명도혁 씨 맞죠? 사성전자 확정된 겁니까?”

“대표님 일단 명함부터 받으시죠. 이쪽은 우리 직원 이진우 PD입니다.”

“반갑습니다. 어! 회사가 바뀌셨네요?”

김 사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끄덕인 도혁이 그간의 일을 말해주었다.

“제가 독립해 나왔습니다. 조덕현 본부장이랑 더 일하기 껄끄럽기도 하고 해서요. 물론 태강애드와는 협력 관계를 유지 중입니다.”

“아, 조 본부장. 저도 할 말이 많기는 합니다만.”

할 말이 많지만 차마 하지 못하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도혁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이어갔다.

“그래서 말인데 사성전자 광고는 우리 DW에서 가져올 거예요. 광고주 접촉 중이고 진행하게 되면 저희가 김 사장님과 함께했으면 해서요.”

“그 사성전자 건은 확정된 겁니까?”

약간은 미심쩍은 표정의 김 사장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태강과 일하던 거래처였으니 무슨일인가 싶은 모양이었다.

“사성전자도 따 올 거지만 그 외에도 진행되는 광고가 많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희야 좋죠. 거래처야 많을수록 일거리가 늘어나니까요. 아무튼 젊은 분이 대단하시네요.”

“별말씀을요. 저희는 계속 협력 관계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이제 시작해서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김 사장을 만나고 돌아나오는 데 이진우가 감탄을 늘어놓았다.

“대표님은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이런 프로덕션은 또 언제 뚫으셨습니까?”

“모르는 거 빼곤 다 알아. 신기하냐?”

“네. 정말 신기합니다. 형님 만나고, 아니지, 대표님 만나고 항상 매일 신기했습니다.”

“퇴근 시간 지나면 편하게 불러. 저기 일 잘해. 꼼꼼하고. 진우가 감각 있으니까 손발 맞춰서 진행하면 퀄리티 좋을 거다.”

“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우리 차가 빨리 와야 할 텐데.”

“어! 차 사셨습니까?”

“예약 걸어두었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 일단 기준 선배가 차 있어서 세 대만 주문했어.”

“아무튼 오늘은 택시 타고 들어가. 돈 줄 테니까.”

“아닙니다. 참. 도혁이 형.”

갑자기 형이라고 부르는 이진우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도혁이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자 이진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우리 집에 같이 가셔서 저녁 드실래요?”

“아, 부모님 계시지 않아?”

“네. 사실 전부터 아버지가 형을 한번 꼭 만나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오늘 우리 회사 오픈이라고 하니까 꼭 뵙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이우영 대표가?

도혁은 잠깐 망설였지만 이진우를 따라나섰다.

친한 동생의 집에 초대받아 가는 것이기도 했고 더불어 이우영 대표와 안면을 틀 수 있을 테니까.

광고 회사 대표로서 대형 광고주로 발돋움할 그를 직접 만나게 된 건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갑자기 가는 거라 부모님께서 놀라시는 거 아닌가?”

“아니에요. 오늘 모시고 올 수 있으면 꼭 모셔오라고 신신당부하셨는데 바빠 보여서 차마 말을 못 했던 겁니다.”

“그럼 뭐라도 사 가지고 가자. 아버지 어떤 거 좋아하셔?”

우롱차를 즐긴다는 말을 듣고 차와 다기를 준비했다.

어떻게 보면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자리였지만 미래를 아는 도혁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진우의 집 앞에 섰을 때는 조금 더 놀라고 말았다. 원래 부자였구나.

“굉장히 으리으리하네. TV에서나 보던 집이구만.”

“막상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근사하진 않아요. 오래된 할아버지 집 물려받은 거라서요.”

이진우의 말과 달리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정원과 수영장, 심지어 절에서나 볼 법한 탑까지 세워져 있었다.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이진우의 어머니가 반갑게 둘을 맞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세상에 이렇게 만나는구나. 진우한테 정말 말 많이 들었어요. 얼른 들어와요.”

“네. 반갑습니다. 이거, 약소하지만 차를 좋아한다고 하셔서요.”

이진우의 아버지 역시 도혁에게 손을 내밀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도혁은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명도혁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고사 잘 지냈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식 맡기고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앉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진우와 비슷한 문어체 말투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얼굴도 거푸집 찍어놓은 것마냥 붕어빵처럼 닮았다.

식당으로 안내를 받곤 또다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청와대 만찬처럼 떡 벌어진 한 상이 도혁을 반겼다.

“진우가 평소에 이렇게 먹고 다니나 봅니다. 부럽군요.”

“전화 받고 급히 준비하느라 차린 것도 없는데요. 진작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군대 있을 때부터 많이 도와준 것, 은혜 잊지 않을게요.”

“은혜라니 당치않아요. 어머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너무 융숭한 대접에 민망해하며 도혁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이진우의 어머니는 눈물까지 보였다.

“진우 할아버지가 정계에 있으셔서 군대를 억지로 빨리 보낸 것도 있어요. 흠잡힐까 봐. 애가 내성적이라 하루하루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몰라요.”

“왜 밥상 앞에서 눈물 바람을 보이고 그럽니까? 집사람이 마음을 많이 썼습니다. 명도혁 대표님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자자, 식사들 하시지요.”

군대 얘기가 나오자 이진우가 울컥했는지 도혁을 보며 옅게 웃었다.

이 인연을 이어준 운명에 감사하며 숟가락을 함께 들었다.

풍성한 식사를 마치고 차를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우영 대표가 도혁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오늘 이렇게 모신 건 그동안 진우 일에 감사를 드리고자 한 것도 있었지만 사업을 의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업이라면, 혹시 게임을 신규 론칭하시는지요.”

“네. 그 게임 광고의 건도 그렇고 몇 가지 의논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입사한다고 해서 제가 DW의 회사 소개서와 사업제안서를 찬찬히 뜯어봤는데 말입니다.”

온화하던 이우영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걷혔다. 아버지에서 사업가로 눈빛이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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