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178화 (17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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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히 반경 200미터는 될 법한 공터, 땅바닥이 새까맣게 타 버린 그곳에는 몽블랑과 트리샤, 샤크티가 있었다.

몽블랑은 몇 개의 통신 수정구로 다른 일행과 통신을 하고 있었다.

“단장, 파하란으로 넘어간 이들은 어떻게 됐죠?”

-지금 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 개 무리, 총 일천여 명을 지웠습니다만 알로호모라나 반트 몰록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카모이안과 바라모스는요?”

-제가 추적하고 있는 놈들 중에선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사제님.

“게스 형님, 그들이 파하란으로 넘어간 건 맞아요?”

-맞다. 파하란 남동부 끝자락의 하급 규모의 마을인 데런에서 그들을 봤다던 사람이 나타났다. 아마도 보급과 편한 잠자리를 위해 들렀던 것 같다. 지금 진리안의 기사들이 추적하고 있으니, 곧 찾을 수 있을 거다.

기존 진리안의 기사 삼천 오백 명과 새로이 받아들인 진리안의 기사 오천여 명이 투입되었다.

새로이 받아들인 진리안의 기사들은 카우트예의 신도들 가운데 은퇴하였던 기사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림자 부대원 전원이 투입되고, 진리안과 귀네슈 상단의 정보망이 최고로 가동되었다.

또한 고맙게도 거미둥지의 어쌔신들과 서드아이 등의 메조른 정보 단체와 몽블랑에게 우호적인 귀족들의 전속 상단들도 움직여 주고 있었다.

제아무리 타국이라 하지만 반 토막 난 파하란 전역에 감시망이 깔렸다고 봐야 했다.

“알로호모라와 반트 몰록은 아직 찾지 못했나요?”

-루카스 경이 움직여 주고 있긴 한데, 지진부진한가 보다. 이 정도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빌어먹을!

“럴러바이의 추적술로도 찾을 수 없다는 건가요?”

-럴러바이라고 무적은 아닙니다, 사제님. 지금이라도 제가 돌아가서 추적을 할까요?

“아뇨. 단장은 카모이안과 카만의 추기경들을 추살하는 데 움직여 주세요. 알로호모라가 귀신이 아닌 이상 메조른 내에 있다면 무조건 잡히게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카모이안을 잡으러 가겠습니다.

“예, 그래 주세요. 마치 전설 속 흑마법사 같은 그들의 신성 마법을 조심하시고요.”

-예!

콰앙! 쾅!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몽블랑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몽블랑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며 통신을 껐고, 몽블랑은 통신 수정구를 마법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트리샤는 불의 최상급 정령, 셀라이론을 불러내었다.

“블랑, 왜 파하란에 헌트 바슘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파하란은 율리나의 땅이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헌트 바슘이나 율리나의 추기경들이 움직이기가 편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율리나는 이 메조른에 남아 그런 참상을 벌이고 다녔던 것이었다.

트리샤는 그게 자못 의뭉스러웠다.

“율리나는 파하란의 국교나 다름없는 곳이에요. 분명 헌트 바슘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그 알아보는 사람은 무조건 상점에 들르게 되어 있어요.”

“아, 그렇게 되면 흔적이 더 크게 드러나는 거군요!”

“그런 거죠. 문제는 알로호모라인데…….”

몽블랑은 사라진 알로호모라가 너무도 마음에 걸렸다.

알로호모라가 이끄는 해적선이 메조른의 땅에 정박한 것을 열흘 전에만 알았더라도 알로호모라를 찾는 것은 너무도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알로호모라는 증발한 듯 사라져 버렸다.

몽블랑은 그들이 어디로 갈지 대충 예상은 되었다.

그곳은 바로 자신의 도시인 카우트예 학원 도시였다.

자신이 알로호모라의 입장이라도 복수를 위해 카우트예 학원 도시로 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치는 않았기에 전력인 자신이 그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카쉬모프 안에만 들어오면 무조건 걸린다. 그때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가도 늦지 않아.’

몽블랑은 손에 껴진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와요!”

몽블랑은 얼른 정신을 다잡았다.

파사사사사!

수풀이 흔들리며 공터를 향해 엘메이라를 비롯한 그림자 부대 이백여 명이 거지꼴이 되어 쏟아져 들어왔다.

몽블랑은 이 짧은 사이에 일백여 명의 목숨이 사라진 것에 진한 슬픔을 느껴야 했다.

“빌어먹을.”

몽블랑은 눈에 슬픔이 가득한데도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짓는 엘메이라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수고했습니다. 지금부턴 내가 맡겠습니다. 엄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충!”

엘메이라를 비롯한 그림자 부대는 몽블랑의 등 뒤에 있는 숲으로 달려가 나무를 기어올라 화살을 재었다.

그 순간 공터 안으로 헌트 바슘과 리네 마하트마를 비롯한 사제 백오십여 명이 난입했다.

헌트 바슘과 리네 마하트마는 몽블랑을 보곤 멈칫했다가 곧 이를 사납게 드러냈다.

“크흐흐, 내가 가장 큰 공을 세우겠군.”

“우리예요, 헌트.”

몽블랑은 피식 웃으며 성자의 지팡이를 찍었다.

“카우트예의 힘의 대지, 카우트예의 바람의 대지, 카우트예의 정신의 대지, 카우트예의 지혜의 대지.”

파아아앗! 꾸드드득!

성자의 지팡이가 으스러져라 울었다.

“일단은 제압부터…… 샤크티, 칼리를 온전히 깨워.”

“네, 주인님! 하아아압!”

퍼어어엉!

샤크티의 몸에서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릴 검은 기류가 솟아올랐다.

그녀의 모든 피부가 검게 물들어 가고, 붉게 물드는 눈동자를 제외하면 두 눈의 백태마저 검게 물들어 버렸다.

그 끔찍하고 괴악한 변화와 기운에 헌트 바슘과 사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트리샤는 마음껏 태워 버려요.”

“네, 블랑! 셀라이론!”

끼아아아악!

화르르르륵!

하늘로 날아올라 흩어진 불의 새가 거대한 불의 흐름이 되어 트리샤를 감싸자 몽블랑은 서늘히 웃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어디 한번 제대로 붙어 보자고! 차압!”

파악!

땅거죽이 살짝 파이며 몽블랑의 신형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들을 향해 쇄도해 갔다.

“이익! 죽여 버려!”

로브를 벗어 던진 신성기사들이 검에 검은 기운의 날을 만들어 달려들고, 입술을 달싹거리던 사제들이 검게 물든 신성 마법을 날렸다.

몽블랑은 자신을 향해 신성 마법들이 쇄도해 오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하나의 신성 마법이 그에게 명중하려 할 때, 몽블랑의 좌측에서 달려와 앞을 막은 샤크티가 검은 기류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마법을 쳐 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몽블랑의 전진을 막지 않았다.

몽블랑보다 먼저 달리며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쾅! 쾅쾅!

앞서 달려온 신성기사들과의 거리가 10미터까지 줄어들었다.

“샤크티!”

“네!”

샤크티는 기운을 더 끌어 올리며 몸을 감쌌고, 몽블랑은 성자의 지팡이를 뻗었다.

“봉인의 대지!”

촤라라라락!

“헛! 뭐냐! 크악! 커허억!”

반경 20미터의 모든 생명체가 하얗고 두꺼운 사슬에 묶여 버렸고, 신성기사들은 피를 토해 냈다.

몽블랑은 머리 위를 향해 성자의 지팡이를 뻗었다.

“카우트예의 심판-!”

고오오오오!

족히 20여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해머가 땅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카우트예의 보호!”

몽블랑은 성큼 샤크티를 향해 한 발 다가서며 외쳤고, 땅에서 솟아오른 하얗고 투명한 막이 몽블랑과 샤크티를 감쌌다.

쩌어어어어엉!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크하아아악!”

먼지구름이 솟아오르고, 신성기사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트리샤-!”

“모두 태워 버려, 셀라이론-!”

화르르르륵!

카우트예의 심판의 사정거리 밖에 있던 트리샤에게서 거대한 불의 흐름이 몽블랑을 지나쳐 뻗어 나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불의 격류는 바닥에 널브러져 정신을 잃어버리거나 검은 피를 토하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신성 기사들을 휘감았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쏟아져 나가며 사제들까지 휘감았다.

“크아아악! 뜨거워! 으아아아악!”

“이노옴-! 검은 태양이시여, 나의 적에게 파멸을 주십시오! 다크 선 퍼니시먼트--!”

불길을 뚫고 솟아오른 헌트 바슘의 손에서 검은 빛의 기둥이 쏘아졌다.

순식간에 도달한 검은 빛의 기둥은 몽블랑과 샤크티를 감싼 보호막에 격돌했다.

퍼어어어엉!

카우트예의 보호가 터져 나가는 충격에 순간 반경 10여 미터의 빈 공간이 드러났다.

무방비 상태가 된 몽블랑을 향해 왼손을 뻗어 나가던 헌트 바슘은 순간 눈앞에서 솟은 검은 그림자에 기겁하며 반사적으로 팔을 들었다.

되지도 않는 공격에 코웃음을 치며 몸을 비틀어 피한 샤크티는 양손을 들어 매정하게 내리 그었다.

차르릉! 스아악!

“크아아아악!”

마치 솟아오른 새가 날개를 펼치듯 양팔이 떨어져 나가며 피를 뿌린 헌트 바슘은 땅을 향해 추락했다.

“죽어.”

몸을 비틀어 허공을 찬 샤크티는 헌트 바슘을 따라붙으며 그의 심장에 두 개의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우욱!

“컥!”

샤크티는 불신에 찬 두 눈을 비웃어 주며 헌트 바슘을 향해 더 달라붙었다.

퍼어어억!

생고기가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도착한 몽블랑은 자신을 제외한 주위를 모두 덮은 불의 거대한 흐름이, 성물을 얻기 위한 수십, 수백 번의 전투 속에 맞춰진 합에 따라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검고 투명한 보호막 속에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을 향해 웃어 주며 땅을 향해 성자의 지팡이를 강하게 찍었다.

“봉인의 대지-!”

촤르르르륵!

몽블랑은 검고 투명한 막 속의 땅에서 솟아올라 적들을 휘감는 하얗고 투명한 사슬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커허어억! 크아아악!”

‘풀릴 때까지 10초! 그 안에 실험한다!’

“통하길 빌겠어! 카우트예의 축복의 대지-!”

다시 찍어지는 성자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하얀 물결의 파동이 원을 그리며 사방을 향해 격류처럼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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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아아악!”

리네 마하트마는 머리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어떤 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에 널브러져 경련을 일으켰고, 또 어떤 이는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괴로워했다.

그런 그들의 공통점은 전신에서 검은 기류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들의 몸에서 빠져나가려는 듯한 검은 기류에 몽블랑은 환하게 웃었다.

“역시! 카우트예의 축복의 대지!”

탁! 파아아아앗!

“크아아아악! 끼아아악! 키에에에엑!”

푸화아아악!

그들의 전신에서 검은 기류가 허공을 향해 폭사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선 몽블랑은 사방으로 폭사된 기운이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하늘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검은 태양.”

하늘 높이 만들어진 그것은 정녕 검은 불로 넘실거리는 태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직경 5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크기의 태양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의해 먼지처럼 흩어져 곧 자취를 감추었다.

몽블랑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이쪽을 보는 리네 마하트마를 발견하곤 본능적으로 그녀가 제정신이 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미안해요. 예거 사제, 아니 예거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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