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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라!”
알로호모라는 기함하며 율리나의 헌트 교황을 바라봤다.
알로호모라는 장난이길 바랐지만, 헌트 교황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개 같은!”
알로호모라는 다급해졌다.
미개한 것들이라 무시했던 에스키야들에게 전력의 80%를 잃어버렸다.
대신 에스키야들은 90% 가까이를 몰살시키고, 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이 정예 중 정예라곤 하지만 그래도 영혼이 갈라지는 손실이었다.
그 때문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랐다.
차라리 루타니아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어느 곳에 정박하여 에스키야들을 치러 갔다면 거의 손실이 없이 대업의 완성에 가까워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바다는 알로호모라의 자만과 오만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래서 알로호모라는 결코 바다에서 싸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3국의 해상함대가 자신들을 잡으러 오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마화포로 무장한 해상함대가 말이다.
“피, 피해야 한다!”
“어디로 말입니까?”
“지, 지금 여기가 어디쯤이냐?”
알로호모라는 키를 잡은 해적을 바라봤다.
“이제 막 메조른 남서부 해역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뭣이? 그럼 큰일이 아니더냐! 어서 먼 바다로 키를 돌려라!”
“예, 알겠…….”
“안 됩니다, 알로호모라 님! 메조른으로 키를 돌려야 합니다!”
“반트!”
반트는 지도를 들고 달려왔다.
키 앞의 난간 위에 지도를 펼친 반트는 키를 잡은 선원을 바라봤다.
“우리가 지금 이쯤이냐?”
“아니, 그보다 조금 밑일 겁니다.”
“알았다!”
반트 몰록은 알로모호모라를 바라봤다.
“이 지형을 보십시오! 여기는 메조른의 해군이 주둔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반트 몰록이 가리킨 곳은 자신들이 있는 해역에서 쭉 북상하면 나오는 절벽가였다.
지도에는 그런 절벽가가 수백 킬로미터 형성된 것으로 나와 있었다.
“아, 거기!”
키를 잡은 선원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가 모이는 시선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알고 있느냐?”
“예, 예. 거, 거기는 저희 해적들이 잠시 숨는 곳이기도 합니다요. 깊은 동굴이 많기 때문에 한번 숨으면 잘 찾을 수 없습니다요. 그리고 오래토록 이용한 곳이라 절벽 위로 올라가기 위한 장치도 되어 있습니다요.”
“보십시오! 우린 여기로 가야 합니다! 괜히 먼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면 검은 태양님의 소중한 종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누구의 오판 때문에 여기서 더 잃을 수 없습니다!”
“뭐, 뭐라? 누구의 오판? 그건 나를 보고 하는 말이냐! 네 이놈, 반트!”
“죄, 죄송합니다. 마, 말이 헛 나왔습니다! 죽여 주십시오-!”
“이놈! 내가 그러면 못 죽일…….”
알로호모라는 모이는 시선에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이를 악물었다.
헛소리 하나에 오른팔을 죽였다가는 저들이 충성하지 않을 터였다.
‘빌어먹을! 검은 태양이 강림하고 보자! 내 네놈을 제물로 바칠 것이야!’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썩 꺼져라!”
“가, 감사합니다, 알로호모라 님!”
돌아선 반트 몰록의 얼굴은 서늘히 가라앉아 있었다.
‘역시 언제까지 당신이 이렇게 큰소리칠 수 있을지 보자!’
반트 몰록의 마음은 이제 완전히 돌아서 버렸다.
돌아섰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 흉악한 속내를 전혀 잠작하지 못한 알로호모라는 반트 몰록에게서 시선을 떼며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으로 간다! 우린 여기서 사라진다!”
“예!”
“개 같은 몽블랑 예거! 내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이야!”
알로호모라는 이 고생이 모두 몽블랑 때문인 것 같아 미쳐 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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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을 비롯해 카우트예 학원 도시의 정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베네딕트 전 추기경도 있었다.
알타이른 측에서 보낸 선물들을 빙 둘러싼 그들은 서늘한 눈빛들을 짓고 있었다.
선물들의 몰골은 추레하기가 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처참했다.
피딱지가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그들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오늘 아침 고쳐 놓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날아온 베네딕트 전 추기경과 아실리 전 주교는 필라리아 세크메르 교황과 나머지 아홉의 추기경, 그리고 세크메르 전 교황과 그의 오른팔이었던 레드안 폴로를 보며 한탄을 내뱉었다.
“겨우 이런 꼴을 당하기 위해 그렇게 권력을 탐했었던가, 이 바보 같은 친구들아…….”
베네딕트 전 추기경은 차마 볼 수 없어 손으로 눈을 가려 버렸다.
“베, 베네딕트, 살려 주게! 내 다시는 총단에, 아니 어느 산골 마을에 틀어박혀, 세상에 나오지 않겠네! 제발 살려 주게!”
“나, 나도 마찬가지네, 베네딕트!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겠네! 아니, 어디 무인도에 들어가 일생을 참회하며 살겠네! 제발-!”
“사일런스 필드!”
멀린의 낭창한 음성이 퍼지자 필라리아와 아홉 추기경이 무릎 꿇려진 공간에만 소리가 사라졌다.
세크메르 전 교황과 레드안 폴로는 그제야 조금 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미 살아날 가망성을 버린 것 같았다.
몽블랑은 베네딕트 전 추기경을 바라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 욕심을 말해 봐야 달라지는 것이 있겠나?”
적을 용서치 않는 심성은 몽블랑이 걸어온 행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몽블랑의 두 눈은 더욱 차가워졌다.
“달라질 수도 있죠.”
“희망으로 고문하지 마시게, 성자. 이 늙은 것은 그것을 버틸 만한 기력이 없어.”
몽블랑은 여태껏 자신이 맺어 온 인연들을 둘러보았다.
왕인 가르티안과 도시를 제어키 위해 남은 아커만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자신과 감정을 함께 교류해 온 사람들은 모두 모였다고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영토를 둘러보기 위해 카쉬모프 자작과 본프레레 전 백작, 그리고 옛 연인 엘리샤를 데려간 브라이텐 남작까지 와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눈은 몽블랑의 마음처럼 서늘한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거기다 멀린의 제자이자 카우트예 건설 사무소의 소장 쟝의 처조카인 게르만 헤세는 지독한 분노를 뿜고 있었다.
몽블랑은 그의 격렬한 감정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었다.
‘지그문트를 등에 업은 어느 권력가의 아들 때문에 파괴되어 버렸던 서클…… 그 권력가와 아들은 처벌했지만, 증오라는 게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마법사에게 서클이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게르만은 집 안의 가세가 기우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들을 더 잘살겠다는 일념하에 마법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천재, 시간이 아주 오래 흘러야 겨우 풀릴 수 있을 만큼 상실감과 분노는 컸었다.
몽블랑은 다시 시선을 돌려 거지보다 더 초라해진 지그문트의 교황들과 추기경들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까?’
세크메르 전 교황과 필라리아 교황, 그리고 아홉 명의 추기경과 레드안 폴로는 밧줄로만 묶여 있는데도 반항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는 신성력의 상실에 있었다.
“고르곤의 물약이라고 했나요?”
“……그러네. 본 지그문트에는 교단의 죄인에게 내리는 형벌이 몇 가지 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고르곤의 물약으로 신성력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네. 권력은 놓아도 부는 놓지 못한 고위 사제들이 만들어 낸 것이지. 아니, //발견해 냈다고 할까?”
발견이던 발명이건 상관은 없었다.
“효과는 얼마나 가나요?”
“평생이네! 교단 역사상 고르곤의 물약에 중독된 후, 신성력을 다시 찾은 사제는 단 한 명도 없었네! 마법적 제약도 가해지는 것이라서 다른 사제가 풀어 줄 수도 없지! 이젠 전설인 8클래스의 마도사가 아니라면 말이야! 해약은 당연히 없네!”
“그런가요?”
몽블랑은 두 교황과 추기경들의 몸을 살폈다.
“좋네요.”
“음?”
“게스 형님.”
“말해라.”
“채석장으로 데려가세요, 지옥으로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 몽블랑을 바라봤다.
필라리아 교황과 추기경 들은 온몸을 비틀며 격렬히 반항했고, 세크메르 전 교황과 레드안 폴로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겨우 그것으로 되겠냐?”
“족쇄를 남들보다 세 배는 더 채우고, 2숙소로 보내세요.”
2숙소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아주 조금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치는 달랐다.
그는 2숙소에서도 가장 험하고 인간 망종만 모아 두는 생활관에서 살았던 이였다.
“차라리 죽이는 게 낫지 않겠냐?”
“안 죽입니다. 아프면 치료를 해 줄 거고, 배고프면 밥을 양껏 줄 거예요. 간식도 제대로 줄 거고, 공연도 맨 앞에서 보게 만들 겁니다! 죽으면 다시 살려 내기까지 할 거예요! 그래서 오래토록, 10년 50년 고통받도록 할 겁니다!”
해치는 안쓰러운 눈으로 두 교황과 추기경 들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도 해치와 똑같은 눈빛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젠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죄인들, 베네딕트 전 추기경은 두 눈을 감으며 슬픔이 가득한 한탄을 내뱉었다.
‘이 바보 같은 친구들아…….’
비록 이제부턴 인간답게 살지 못할 테지만, 그들이 살아난 것에 베네딕트는 몽블랑에게 깊이 감사해 했다.
게스는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두 교황과 추기경들, 그리고 레드안 폴로를 끌어냈다.
그들은 이 길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오늘이 가기 전에 채석장의 제2숙소에 들어가게 될 터였다.
그 전에 일생토록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던 지독한 구타를 당할 테지만 말이다.
그들이 나가자 사람들은 그제야 해우를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레벌 형님! 놀랜드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