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172화 (17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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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그래서 저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오? 병력의 증가? 이젠 일반 백성을 징집해야 할 지경에 처한 저들이 고작 그것을 위해 전선을 물리겠소? 저 천험의 요새를 포기하고?”

“혹시 우리가 저 요새를 차지하면 날려 버릴 생각인 건가?”

“그, 그럴 수도 있겠구려!”

“거참. 그래서 얼마나 날리겠소? 우리도 바보가 아닌데 들어가겠소?”

“뭣이? 바보? 지금 말 다 한 건가! 패배자 파하란!”

“패, 패배자! 지금 싸우자는 것인가! 너희도 1차 원정군을 모두 잃지 않았느냐! 유페니언!”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어나자 라리우스 공작은 이 상황에 동떨어진 것처럼 느긋이 차를 마시고 있는 몽블랑을 힐끗 보았다가 이내 탁자를 내리쳤다.

“조용! 조용들 하시오!”

지휘관들은 입을 다물며 라리우스 공작을 바라봤다.

“일단 방금 전까지 알타이른군이 주둔하고 있었던 시얀 요새로 정찰을 보내어 함정을 확인토록 하겠소.”

“그러지 말고 그냥 칩시다, 총사령관!”

한 귀족의 말에 다른 귀족이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다 시얀 요새에서 숨겨진 병력이라도 쏟아져 나오면 어쩌려는 것이오!”

“그러니까 저놈들에게 그런 병력이 있을 것 같소?”

“혹시 모르는 거 아니오! 여태껏 백만에 가까운 병력을 숨겼던 알타이른이오! 이백만이 더 있을지, 삼백만이 더 있을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 더욱이 그 목숨을 무시당한 것들이 우리의 뒤를 덮쳐와 자살공격을 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그놈들이 더 있었으면 저것들이 저리 도망칠 것 같소?”

“그러니까 함정이라는 거 아니오!”

라리우스 공작은 다시 시끄러워지는 지휘부 막사에 갑자기 총사령관이란 직위를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쾅쾅!

“조용히들 하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이오-!”

마스터의 살기가 뿜어지자 지휘관 귀족들의 입은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라리우스 공작은 혀를 차며 몽블랑을 바라봤다.

“자네의 이종족 레인저 부대, 아니 그림자 부대가 필요할 것 같네.”

몽블랑이 파견한 그림자 부대는 이종족임을 무시하는 지휘관들의 상상을 뒤집는 완벽한 성공을 보여 주었다.

다른 레인저 부대들도 분명 마화포 생산 공방을 지상에서 없애는 성과를 보여 주었지만, 그림자 부대만큼 깔끔하고 완벽하지는 못했다.

이번 작전 때문에 죽어 간 레인저의 숫자는 무려 삼만이 넘었다.

십이만의 레인저들 가운데 25%가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반면, 몽블랑의 일만 그림자 부대는 두 개의 마화포 생산기지를 소멸시켰는데도 사상자는 겨우 이천 명 내외였다.

그중 한 곳은 도시 내에 있었는데도 사상자를 제외한 모두가 무사 귀환하였던 것이다.

눈썹을 꿈틀거린 몽블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라리우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이천여 명이나 죽은 그림자 부대가 귀환한 지 이제 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몽블랑으로 하여금 짜증을 일으킨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막사를 나온 몽블랑은 종잇장처럼 얼굴을 구기며 엘메이라의 막사로 향했다.

“추, 충!”

쉬고 있던 모양인지 상의를 벗고 있던 엘메이라는 급히 일어나 군례를 올렸다.

그녀의 뽀얀 가슴이 눈에 들어 왔지만, 몽블랑은 애써 무시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작전을 성공시킨 영웅에게 욕정을 일으킬 순 없었다.

“엘메이라 상등병, 아니 엘메이라 오백인장. 지금 바로 이천여 명의 그림자들을 소집하십시오. 무사 귀환한 지 하루도 안 된 귀관들을 다시 전장에 침투시켜야 한다는 것이 정말 죽도록 싫지만, 상부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몽블랑은 이천의 소중한 동료를 잃어버린 그들을 온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받아들였다.

특히나 엘메이라나 엘프를 말이다.

“……충!”

이를 악문 몽블랑은 몸을 돌려 막사를 빠져나가다 잠시 멈추었다.

“이번에도 부탁하겠습니다. 제발 살아 돌아오십시오. 죽지 마란 말입니다.”

“추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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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메이라를 위시한 그림자 부대 이천여 명이 천험의 요새 시얀을 향해 은밀히 나아갔다.

그들의 눈에는 피로가 보이지 않았다.

목에 걸린 군인패 때문이었다.

다른 인간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을 이제야 가지게 되었지만, 그들은 이제 진짜 카우트예 학원 도시의 일원이 되었다며 피로를 무시해 버린 것이다.

그 시각 해적왕국 씨 스왈로우에서 가장 커다란 저택 안, 알로호모라는 선봉 및 방패로 쓰려 했던 해적들 가운데 한 명이 전한 뜻밖의 말에 상당히 흥미로워 했다.

“에스키야 놈들이 그 정도로 많다고?”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놈들은 한 마을에 많아 봐야 이천 명도 채 안 되지만, 애새끼들까지 다 모아 놓고 보면 팔십만이 넘습니다!”

알로호모라도 아쿠스바타의 에스키야를 겨우 여행객이 쓰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물개의 거시기로 만든 특별한 정력제를 파는 원시인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의 영지를 이룰 만큼 숫자가 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80만이라…….”

“더욱이 주변 영주들이 신경 쓰는 것은 입구 마을뿐이니, 그 안쪽 놈들을 모조리 몰살시킨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계산이 바로 섰다.

“반트, 얼마나 남았느냐!”

“일백오십만 정도가 남았습니다!”

“루한티한을 합친 숫자이냐?”

“그렇습니다, 알로호모라 님.”

“아깝구나, 아까워. 아후라 쪽의 전선에도 설치했어야 했거늘…….”

“그 황제 놈이 쉬이 전쟁을 끝내겠습니까?”

“하긴 그렇겠지. 샌들러!”

“네, 주인님!”

“위대한 검은 태양의 성군들을 준비시켜라! 동토의 대지로 향할 것이다!”

“옛, 주인님!”

샌들러라 불린 배불뚝이 사내가 뛰쳐나가자 알로호모라는 반트 몰록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이제 곧이겠구나.”

“그렇습니다, 알로호모라 님! 올해가 가기 전에 그분께서 이 땅에 강림하실 것입니다! 그리되면…….”

“내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지! 크하하하하!”

“제게 황제 자리를 주시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지! 크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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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타니아의 북부 아쿠스바타 깊숙한 곳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왜 그런 중요한 일을 이제야 보고한 것이냐!”

모든 에스키야들의 대표자인 2미터 거구의 노인 바탈루는 분개하며 보고하러 온 에스키야를 쳐죽일 듯 노려보았다.

아쿠스바타 입구 마을에서 달려온 통역가이자 길잡이인 라르얀은 자라목을 한 채 바탈루의 눈치를 보았다.

“변명으로 들리시겠지만, 전 관광객들을 데리고 아쿠스바타 안쪽 부락 투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투어를 모두 돌고 입구 마을로 돌아가 쉬려고 하면 또 장기 투어가 잡히고, 또 장기 투어가 잡혔다.

그 여행객들을 통해 바깥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안에 몽블랑도 끼어 있었다는 것을 알았었지만, 몽블랑이 다칠 것이라곤 생각지 않아 무시하고 있었었다.

몽블랑의 도시가 위협당한 것도 아니고, 침략하는 전쟁에 자신들이 필요할 것 같진 않아서였다.

그리고 전쟁은 무섭다는 속내가 조금 있긴 했다.

그러다 거의 1년 만에 입구 마을에 들렀다가 몽블랑의 도시가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리 달려온 것이다.

라르얀은 자신이 침묵했다는 것을 숨기며 모든 죄를 입구 마을에 덧씌우기로 했다.

“바탈루도 알다시피, 입구 마을은 이미 루타니아화가 되어 있습니다. 숭고한 에스키야의 긍지를 잊어버렸다는 말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은인은 돈을 많이 주는 여행객일 뿐입니다!”

“이이!”

바탈루는 들어 올린 주먹을 바르르 떨다가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내렸다.

입구 마을에 살면서도 에스키야의 긍지를 잊지 않은 라르얀을 죽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라르얀을 지나친 바탈루는 이글루의 입구로 걸어가 걸어 놓았던 종을 맹렬히 흔들었다.

잠시 후, 마을의 장로와 전사 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입니까, 바탈루?”

“습격입니까?”

“우리 에스키야의 은인인 몽블랑 예거 사제님이 알타이른 제국의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순간 멍해졌던 에스키야들은 두 눈에 뜨거운 분노를 머금기 시작했다.

“이런 쳐죽일!”

“감히!”

“무얼 하십니까, 바탈루? 모든 에스키야들을 모아야 합니다! 제국 놈들을 쳐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에스키야들이 분분히 일어서자 흥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바탈루는 발을 굴렀다.

쿵!

“좋다! 모든 에스키야 전사들을 소집해라! 스튁스를 넘어 제국 북부를 유린할 것이다! 우리 에스키야를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할 것이다!”

“오오오오오! 우우우우우!”

“바탈루! 바-탈-루!”

저 멀리서 한 에스키야가 후드가 젖혀지는 것도 모른 채 달려오고 있었다.

그 에스키야의 옷 곳곳은 찢어져 있고, 피가 묻어 있었다.

10대 중반의 젊은 에스키야 사내는 바탈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난 아쿠무 부락의 전사 바훔타라고 합니다! 부디 우리 아쿠무를 도와주십시오! 바탈루!”

“……무슨 일이냐!”

“남쪽 따뜻한 바다의 약탈자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하러 오고 있습니다, 바탈루! 숫자가 엄청납니다! 고래만 한 배가 100척이 넘었습니다!”

“무엇이! 해적놈들이 아쿠스바타를 향해 오고 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바탈루! 나와 아버지는 부락 전사들과 함께 고래사냥을 위해 남쪽으로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때려죽일 해적 놈들!”

바탈루는 분노하는 한편 당혹스러워했다.

몽블랑을 건드린 제국을 징치하러 가야 하는데, 해적이 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적들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바탈루는 묘수가 떠오르자 눈을 번뜩였다.

“전사들이여, 이렇게 하자! 해적 놈들을 없애고 남쪽 바다를 돌아 제국으로 가는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 에스키야, 아니! 바이칸의 무서움을 대륙에 알리는 것이다!”

“오오오오오! 난 찬성이다!”

“우워어어어어!”

“전사들이여, 모든 에스키야를 소집하라! 바이칸의 출정이다!”

우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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