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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171화 (17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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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주먹만 한 금속 덩어리가 뇌의 절반을 헤집었다고 하옵니다. 금속을 제거하고 최상급 포션을 뿌려 재생시키긴 했으나 발견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죽여 주시옵소서! 폐하-!”

“뇌, 뇌를 헤집어…… 서, 설마 백치가 된 것이냐!”

뇌가 헤집어진 이상 율시스 후작이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그 지식이 온전히 남아 있을 거라 볼 수 없었다.

그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급히 마탑에 남아 있던 부탑주를 보내어 후작의 뇌에서 기억을 빼 보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카이사르는 순간 뒷목이 뻣뻣해지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어억!”

“폐하? 폐하-! 여, 여봐라! 누구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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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쓰러지자마자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정보국이었다.

그중에서도 제1정보국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레트 루팅, 그의 본 정체는 황위 계승 서열 3위이자 3황자인 세비앙 드 알타이른이었다.

제1정보국장 레트 루팅이란 가면을 벗은 세비앙은 황제의 혼절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며 황궁을 장악해 갔다.

그는 그러는 와중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제2정보국과 제3정보국의 국장인 블랙 맘바와 콜드 비터를 찍어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려 했던 것이었다.

정보국은 누가 황제가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황제에게 충성만 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현 황제 카이사르가 비록 쓰러졌다고는 하여도 엄연히 살아 있는데 자신들에게 이를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묵과해선 안 될 일이었다.

황궁을 장악하고 정보국에 이를 드러낸 세비앙의 행동은 반역에 준하는 행위였고, 정보국은 건국 시절부터 비밀스럽게 내려온 비상 상황의 매뉴얼에 따라 황제의 명령권을 임의적으로 이양받아, 세비앙의 황자 직위를 박탈하곤 감금해 버렸다.

그러고선 1황자 트로이와 5황자 트리스탄에게 황제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비밀리에 전하였다.

“트리샤 황녀는 어떻게 하지, 콜드 비터? 실버 드레이크 패가 회수되었다지만, 그녀는 아직 계승권을 박탈당하지 않았어. 폐하께서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면서 박탈하지 않았잖아.”

블랙 맘바의 말에 콜드 비터의 언제나 차가운 얼굴에 주름이 졌다.

그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그리고 트리샤는 적군의 소속으로 알타이른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는 명실공히 반역으로서 자동으로 계승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계승권은 박탈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연락은 안 하는 것으로 하지. 혹여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황족들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동의하나?”

“……동의해. 그럼 콜드 비터는 트로이 황태자와 트리스탄 5황자에게만 연락해. 나는 1정보국 모든 요원을 감금하고, 황궁의 정보를 차단하겠어.”

“수고해라.”

둘은 그렇게 일어섰고, 콜드비터가 1정보국을 빠져나가는 순간 2정보국의 요원들이 들이닥쳐 1정보국 안에 있던 모든 요원들을 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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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트로이는 비밀스럽게 전해진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왜…….”

카이사르는 트로이가 부러워할 만큼 정정했었다.

하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마화포 비밀 생산 공방이 모두 박살 나고, 마법사와 기술자 들도 거의 죽은 마당에 모든 기술을 알고 있는 율시스까지 백치가 되어 버렸으니 자신이라도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경악에 혼란스러워하던 그는 곧 두 눈에 탐욕을 드러냈다.

‘기회다!’

연전연패를 하면서 괴물들을 모두 써 버린 것은 물론이고, 국경 안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이제 자신의 손에 남은 병력은 겨우 십오만이었다.

이도 반전하여 침격해 오는 유페니언을 막아섰던 국경수비군 십만을 빼내 더하였던 숫자였다.

“트리스탄에게도 연락이 닿은 건가?”

트로이는 3정보국에 파견한 요원을 바라봤다.

요원은 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써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는 마스크를 벗으라고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국을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태자 전하.”

“빌어먹을!”

트로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빛냈다.

“지금 바로 3정보국의 국장과 연락이 가능하나?”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요원은 마법 주머니에서 통신 수정구를 꺼내 작동시켰다.

곧 코 위를 가면으로 가린 콜드 비터의 얼굴이 드러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콜드 비터입니다.

“급하니 바로 용건만 말하겠네. 본 제국법에 따라 계승 서열 1위인 내가 임시적으로 황위를 이양받겠네. 동의하나?”

-동의합니다.

황제의 부재 시 계승 서열 1위가 황제 대리가 되는 것이 법에도 명시되어 있었기에 콜드비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황제 대리로서 명령을 내리겠네. 지금 바로 중부의 모든 귀족들에 각기 오만의 병력을 이곳으로 보내라는 명령장을 작성하게. 국새의 사용을 허락하네.”

콜드 비터는 잠시 망설였다.

이미 황제가 전쟁을 선포하며 귀족들의 사병을 끌어모았고, 이후 아후라의 육백만 대군 때문에 한 번 더 징집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귀족들에게는 정말 영지의 치안을 가까스로 지킬 정도의 병사밖에 남지 않았다.

그 말인즉 명령을 들은 귀족들이 내놓을 수 있는 병력은 일반 백성이라는 소리밖에 안 되었다.

일반 백성이 전장에 나가 봐야 다시 3국 연합이 된 연합군의 발길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며칠만 막아 줘도 잘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명령이 떨어진 이후니, 거부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명령권자는 카이사르 드 혼 엠페러 알타이른으로 하게!”

귀족과 백성들의 원망을 황제에게로 돌리겠단 수작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콜드 비터는 거부할 수 없었다.

대리 황제도 황제였다.

-……예!

통신 수정구를 끈 트로이는 3정보국의 요원이 눈치 빠르게 막사를 나가자마자 귀족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황제의 부재 소식과 지금의 군을 모두 빼내 황도 알타이른으로 가겠다는 트로이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트리스탄 그놈이 황도에 닿기 전에 먼저 가서 황궁을 장악해야 한다! 정신 차려라, 경들!”

황제 대리가 된 트로이는 그간 쓰던 반존대의 말투를 버렸다.

“하지만 전하, 아, 아니, 폐하, 지금 군을 빼면 3국 연합이 남부를 유린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부는…….”

여기 모인 귀족들 가운데 반 이상이 남부의 귀족들이었다.

“중부와 북부를 주겠다.”

“예? 주, 중부와 북부를 말입니까?”

중부와 북부는 현 황제 카이사르만을 따르는 귀족들이 대부분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트로이가 중부를 준다는 것은 결국 황제를 죽이고, 황좌에 앉겠다는 소리밖에 안 되었다.

황권이 바뀐 순간 피의 숙청은 당연한 것이었다.

트로이는 아연실색 쳐다보는 귀족들을 보며 비릿이 웃었다.

“본인이 황궁을 장악하면 바로 7국 연합에 정전 협정을 제안할 것이다.”

“정전 협정!”

“남부와 동부 정도는 줘야겠지.”

“전하, 아, 아니 폐하, 그리되면 본국의 힘이!”

“반절 정돈 줄어든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본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연합을 했다. 본인이, 아니 짐이 생각하기로 아마 신의 아바타, 성자, 기적의 사제 등이라 불리는 몽블랑 예거의 힘이 크다고 본다. 천명에 죽어 가는 자도 살리는 그 사제의 부탁이니 어떤 권력자가 그 뜻을 따르지 않을까.”

귀족들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최대한 오래토록 지금의 부와 권력을, 그리고 그보다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짐은 천년만년 살고 싶다, 경들! 지금 전쟁을 끝내면, 몽블랑 예거 사제는 본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터!”

귀족들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그때, 트로이의 오른팔이라 알려진 메건 백작이 손을 들었다.

“지금의 약속, 공증해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짐의 피로 쓰라고 하여도 쓰겠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를 움직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귀족들은 눈을 경악하며 메건 백작을 바라봤다.

그의 아버지는 알타이른 제국의 4공작 중 한 명인 유르기안 드 메건이었기 때문이다.

유르기안 드 메건 공작은 여태까지 중립을 자청하며 그 어떤 황족의 부름에도 응답하지 않았었다.

그게 벌써 20년이었다.

“저, 정말 유르기안 공작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폐하. 현 상황이라면 여태껏 침묵하던 아버지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지 아실 테니까요.”

메건 백작은 자신의 겁쟁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비릿이 웃었다.

‘아버지는 가문을 성세를 깎지 않기 위한 이유로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누구의 편을 들었다가 잘못되면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을 겁내던 패배자의 생각! 아버지, 당신은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현 상황을 보십시오. 당신은 처음부터 태자 전하를 모셔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메건 공작가는 더욱 커졌을 겁니다. 뭐, 이젠 알타이른에 메건 백작가가 우뚝 설 것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하하!’

“아, 그런데 전하, 그 지그문트의 버러지들은 어쩔 생각이십니까?”

필라리아 교황을 위시한 열 명의 추기경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몽블랑에게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마화포에 겁을 먹어 전장에 나서지 않았다.

그건 복수심보다 제 생명을 더 아낀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몽블랑이 치료 막사에 틀어박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들 역시도 치료를 시작했다.

그들이 고치는 존재는 자작급 이상의 귀족이었지만 말이다.

메건 백작은 너무도 몽블랑과 비교되는 그들의 모습에 경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망할 수밖에 없지! 쯧쯧쯧.’

“일단 데려간다. 그리고 황궁에서 처형한다. 몽블랑 예거 사제에게 화친을 청할 선물 정돈 있어야지! 메건 백작은 그들의 힘을 빼앗을 방도를 찾아보게! 뭐, 없어도 되지만 말이야.”

“하핫! 알겠습니다, 전하, 아니 폐하!”

“후핫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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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가 이끄는, 국경을 빼앗긴 알타이른군이 빠르게 전선을 물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변화는 단번에 메조른, 유페니언, 파하란 3국 연합의 귀에 들어갔다.

“대체 왜…….”

라리우스 공작은 트로이의 생각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설마 함정인 것인가?”

지휘부 막사에 모인 지휘관들이 눈을 번뜩였다.

“확실히 함정이라면 이해가 갈 듯도 하구려.”

“대체 어떤 함정을 만들었기에 저리 티 나게 도망치는 건지…… 신입 작전관도 하지 않을 행동이 아닌가.”

“어쩌면 그걸 노린 것일 수도 있소. 우리의 발을 더 묶어 놓으려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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