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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169화 (16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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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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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성자님!”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자님!”

커다란 치료 막사를 나온 몽블랑은 흐린 하늘을 보며 한숨을 푹 내뱉었다.

“흐미, 뒈져 버리겠네.”

이젠 온몸이 신성력 덩어리라 말할 정도로 커져 버린 거대한 신성력이 바닥을 치는 기분은 엄청난 무력감을 선사했다.

“수고했다.”

“수고는 개뿔.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래도 네가 있으니 병사들이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거다.”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몽블랑의 진정한 진가가 드러났다.

전장에서 즉사해 버리면 몰라도, 치료 막사까지 살아서만 오면 그 어떤 중상자도 말끔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되었다.

떨어져 나간 팔이나 다리를 들고 오면 말끔히 붙여 주기까지 하니, 장애인이 되는 병사가 엄청나게 줄어들게 되었고, 그 결과 3국 연합, 아니 파하란과 메조른인 2국 연합의 병사 숫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게 되었다.

몽블랑은 최대한 살려 돌아오겠다는 그 말을 이렇게 확실히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세베루스?”

“각하께서 부르신다.”

“그래? 무슨 일이지?”

일시적인 휴전 협정이 휴지 조각으로 돌아간 후부터 몽블랑은 이렇게 군영에 남아 치료에만 집중하여 많은 병사들을 살려 냈다.

그에 라리우스 공작이나 지휘관들은 몽블랑을 격돌 현장으로 보내지 않았고, 가끔씩 치료 막사를 찾아와 공치사들을 하다가 돌아갈 뿐, 다른 이유로 부르거나 찾아오지 않았었다.

그게 벌써 한 달이었다.

지휘부 막사에 도착한 몽블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지휘관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러다 책상에 놓여 있는 속이 뚫린 철 기둥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지독한 놈들. 정말 만들어 냈구나.”

“맞네. 방금 전 레인저 부대가 알타이른의 후방 보급 부대를 급습하여 노획해 온 거네. 당시 이걸 가져온 지휘관의 말에 따르면 기를 쓰고 막으려 했다더군.”

라리우스 공작은 그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몇 문이나 있었습니까? 쏴 보셨습니까?”

“숫자는 고작 오십여 대. 최대 300여 미터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10퍼센트가 불량이었네.”

“프로토 타입이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일세.”

라리우스 공작은 팔뚝만 한 두께의 긴 원통을 내밀었다.

속이 뚫린 그것의 한쪽 끝에는 원뿔형의 나무판이 대어져 있었다.

몽블랑은 왠지 낯설면서도 낯이 익은 그 생김새에 설마 하는 감정을 가졌다.

“이것도 같이 노획해 오긴 했는데…… 발동시켜 보니, 겨우 50여 미터밖에 안 나가더구먼. 거치시킬 것도 없어서 명중률이 형편없었지만, 나무판자 한 개 반을 관통시키…….”

“이 미친 새끼들! 결국 발명해 냈구나!”

“……뭔지 아는 건가?”

몽블랑은 그것을 들어 나무판을 오른쪽 가슴 부분에 붙이며 자세를 잡았다.

“아니, 방아쇠가 없으니까 이렇게인가?”

몽블랑은 나무판을 가슴 중앙으로 가져오고 철 기둥을 감아쥐며 정면으로 향하게 했다.

꽤나 능숙해 보이는 그 자세에 라리우스 공작과 몰려 있던 지휘관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떻게 그 자세를 아는 건가? 우리도 이걸 노획해 온 지휘관 덕분에 알았던 것이거늘!”

몽블랑은 그들의 경악스러운 말이 들리지 않았다.

‘이거 자칫하다가는 전장의 판도가 다시 바뀔 수 있다. 이 전쟁이 10년만 길어져도 방아쇠가 발명될 수 있을 거야. 그리되면 학살이다! 빌어먹을, 효율이 더럽게 나빠서 발명하지 않았던 것인데!’

폭발형 마법은 2클래스의 파이어 볼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파이어 볼트로 탄을 쏘아 봤자, 날아가는 건 결국 10여 미터 안팎이었다.

폭발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래서 클래스를 높여 실험해 보았지만, 통짜 쇠로 만든 총신은 4클래스의 파이어 밤까지만 견뎌 냈다.

여러 합금으로 만든 총신으로 실험해 보았지만, 최대가 5클래스의 플레임이었다.

그것도 세 발 쏘면 총신이 녹아내려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플레임으로 쏘았을 때, 최대 사정거리는 겨우 200여 미터. 그것도 많은 마법적 처리를 하였지만, 반동을 이기지 못해 명중률은 극악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제안하고, 멀린이 발명했던 총기 프로젝트를 깔끔히 폐기시켰다.

거기엔 총기가 발명되면 마하포보다 더한 대량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몽블랑의 걱정이 큰 몫을 했었다.

‘이걸 가지고 물량으로 밀고 들어오면…….’

몽블랑은 알타이른 모든 병사가 이 총기로 무장한다고 생각하니 몽블랑은 오싹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멀린과 게르만이 단가를 최대한 줄였어도 한정을 만들어 내는 데 15만 페니가 들었다.

모두 마법 처리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부가 넘치는 제국이라고 해도 무한정 찍어 낼 수는 없었다.

‘이 동네에는 화약이 없어서 힘들어! 아니, 있긴 있겠지만 주목받진 못했어! 화약보다는 마법이 더 강하게 보이니까!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만들어 내고 말 거야! 화약 무기를!’

“이거 몇 정이나 노획했습니까?”

“몇 정? 그게 단위인가? 그거 하나였네. 아니, 그게 어떤 용도인지 좀 시원하게 말해 주게!”

라리우스 공작은 몽블랑의 반응을 보고 마화포를 만든 카우트예라면 이런 것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10만 정만 있어도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경이적인 무기입니다. 십만의 적군이 이걸 들고 아군을 향해 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도 화살과 달리 피할 수 없는 코앞에서!”

라리우스 공작과 지휘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 30여 미터 앞에서는 나무판자 두 개는 뚫었을 겁니다. 그 말은 즉 10미터 안이라면 플레이트 메일도 뚫을 수 있을 거란 소립니다. 제가 실험해 봐서 아는 겁니다!”

벌떡!

“그, 그런!”

“이걸 만드는 공방을 폭파시켜야 합니다. 아니, 마화포를 만드는 공방까지 폭파시켜야 합니다! 설계도면과 이걸 만든 발명자까지 모두!”

전쟁은 무기의 발전을 급격화시킨다.

몽블랑은 다시 한 번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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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께 시방 내가 필요하단 말이여?

“네, 형님. 지금 형님이 알타이른에 만든 정보망이 필요할 때예요. 시간상으로 보면 분명 그들의 공방은 남쪽에 만들어져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 주세요.”

영상 속 레벌은 환하게 웃었다.

-사람 참 오래 살고 봐야 한당께. 모든 게 완벽한 우리 성자 동생이 나 같은 뒷골목 놈을 필요로 하는 날도 오고 말이여. 알았어야, 정보망을 최대한 가동해 볼랑께, 기다리고 있어.

“분명 위험할 테지만 부탁드릴게요, 형님. 형님의 손에 이번 전쟁이 길어지냐, 짧아지냐가 달려 있어요.”

-크하핫! 뭐여, 부담이 팍팍 되는구마잉. 그라믄 뭐시냐, 그걸 해내믄 훈장도 준다냐?

“훈장뿐이겠어요? 작위도 줄걸요.”

-그딴 것은 필요 없으야. 자식들에게 물려줄 훈장과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돈만 있으면 되제. 알았당께. 안 그래도 쥐새끼 같은 정보국 새끼들 때문에 짜증나던 참이었는디, 잘되브렀네. 이참에 치워 버리면 되겄어. 그려, 남부 안에 있다면 늦어도 보름 안에 발견할 수 있을 거다잉. 중부라믄 한 달쯤 걸릴 거고. 병참선에서부터 따라 올라가다 보믄 금방 발견할 거여. 그럼 수고혀. 밥 잘 챙겨 묵고.

몽블랑은 꺼진 통신 수정구에서 시선을 돌려 라리우스 공작을 바라봤다.

“레인저 부대를 전원 동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하.”

“레벌 경을 도우려는 것인가?”

“그것도 있지만, 저기 저편에 있는 알타이른 놈들을 최대한 위급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알타이른의 국경에 잠입도 해야 합니다.”

“아! 그렇군.”

몽블랑은 보급선을 완전히 잘라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되면 제국측은 끊어진 보급선을 연결하기 위해서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내려오게 될 터였다.

몽블랑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만반의 준비였다.

‘사람은 급해질수록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 그러다 보면 분명 공급 루트가 드러나게 될 거야!’

“……아마 몰살당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국 연합의 레인저 부대는 총 십이만이었다.

그중 대부분이 메조른의 병사였다.

“그들의 죽음은…… 까드득! 숭고한 희생이 될 것이네!”

몽블랑은 라리우스 공작처럼 그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다.

하지만 알타이른에서 만들어 낼 마화포를 없애 버려야 전쟁이 빨리 끝난다고 할 수 있었다.

‘저놈들을 얼른 없애 버리고 전선을 국경 너머까지 올려야 해. 아후라처럼 알타이른의 본토를 타격해야 이 전쟁이 빨리 끝나게 될 거야. 그래야…….’

몽블랑은 지금쯤 이 전장 어디선가 몸을 숨긴 채 지켜보고 있을 알로호모라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날 이후로 그 병사를 본 사람이 없었어. 아무리 유페니언의 병사라지만, 누구도 본 사람이 없었단 말이야.’

몽블랑은 알로호모라를 위시한 십만의 카만의 사제들이 증발해 버린 이후, 정보를 계속 수집했었다.

그 결과 알로호모라가 이를 드러냈던 그날 이후, 알로호모라가 치료했던 병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병사는 취사병 중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삼등병의 신병이었는데, 그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마다 보급품 창고에서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보이질 않았다고 하였다.

더 깊이 파 본 결과 그 병사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보급품 창고 담당 병사에게 들을 수 있었다.

군대에서 실종은 곧 탈영이란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신병이라지만, 전투와는 거의 무관한 취사병이 탈영한다? 분명 뭔가 있어. 빌어먹을, 파하란에도 진리안이 있어야 했는데! 대체 어디로 간 거냐. 알로호모라!’

몽블랑은 그 병사가 사라진 이유를 밝혀내야 알로호모라의 음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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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바다 남해 카리브디스에 있는 씨 스왈로우는 해적왕국이라 불러야 마땅할 정도로 해적들의 소굴이었다.

해적은 언제나 먼저 공격하여 약탈하고 마을을 불태웠다.

그런 그들이 오늘은 먼저 공격당하고 불타오르고 있었다.

“크아악!”

“아아악!”

“사, 살려!”

“도망쳐!”

“악마다!”

살기 위해 다리를 벌려야 했던 창녀가 목이 잘려 죽고, 또 살기 위해 거친 해적들의 심부름을 해야 했던 소년이 내장을 쏟아 냈다.

잿빛 로브를 입은 수만의 척살자들이 웬만한 후작령보다 큰 섬을 유린하고 있었고, 그들의 손에서 터져 나오는 검은 기류들이 상처 입은 자들을 녹이고, 썩게 만들었다.

씨 스왈로우의 중앙에 우뚝 솟은 휴화산의 정상에 선 알로호모라는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고통의 비명과 피 냄새에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죽이고 또 죽여라! 그분의 노예가 될 해적 놈들을 빼고 모두 죽여라! 너희의 손으로 그분의 강림을 앞당겨라! 크하하하하하!”

우르르릉! 쾅쾅쾅!

정작 죽어야 할 자들이 죽지 않고, 죽지 말아야 할 자들이 죽는, 이 참담하고 절망스러운 광경에 하늘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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