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회: 7-3 일단은 3개월만 미루자고 해야겠군 -->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위해 우린 기꺼이 죽어가겠나이다!”
콰과광!
“크아아악!”
마화포탄이 반경 10미터를 불바다로 만든다고 해도, 틈이 없이 연속적으로 터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3국 연합이 이름을 붙인 목숨을 무시당한 병사들이 남쪽 고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유페니언의 사이로 파고든 그들은 자폭을 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혀 갔다.
단 한 명만 파고들어 자폭하여도 유페니언의 사기는 뚝뚝 떨어졌다.
눈앞에서 인간이 자폭하며 아군을 휩쓸어 버린다.
그 어떤 강심장을 지닌 병사라도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유페니언은 공포에 미쳐 갔다.
“이 광신도 새끼들! 죽어 버려!”
신에 미쳐야 광신도지만, 눈에 초점 없이 달려드는 그들도 광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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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과광! 콰과과광!
사방에서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드라이칸 후작은 이를 악물고서, 전황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알로호모라를 노려봤다.
“어서 카만의 신성기사들을 출정을 시키시오! 알로호모라!”
“카만이라니…… 검은 태양님의 은혜에 개종한 종들이오. 검은 태양의 신성기사라 부르시오.”
“……뭐가 되었건 어서 출정시키란 말이오! 저러다 내 부하들이 다 죽어 간단 말이오!”
십만의 사제들은 전장에 투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칠만의 제국군을 상대하는 것은 오만의 유페니언 왕국군이었다.
“알로호모라!”
“쫑알쫑알 시끄럽군.”
알로호모라는 불쾌해하며 드라이칸 후작을 바라봤다.
“네 이노옴! 네놈이 아무리 전하의 총애를 받는다고 하여도…….”
푸우욱!
“크륵?”
드라이칸 후작은 불신에 찬 눈으로 목을 뚫고 나온 검을 바라봤다.
알로호모라는 드라이칸의 뒷목에 검을 박아 넣은 헌트 바슘 율리니안을 바라봤다.
헌트 바슘 율리니안은 짜증이 가득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많이 성급해졌구나.”
“검은 태양님의 은총 덕에 생각의 구속이 사라지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자중하여라.”
“예, 교황 성하!”
알로호모라는 말에서 떨어진 드라이칸 후작을 바라보다 주위를 둘러봤다.
파랗게 질린 유페니언의 지휘관 귀족들이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었다.
“아, 알로호모라, 그, 그대가 어, 어찌…….”
알로호모라는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 순간 입술을 달싹이며 스펠을 외던 반트 몰록이 크게 외쳤다.
“검은 태양의 숨결!”
화아아아아악!
반트 몰록의 몸에서 뿜어져 나간 검은 기류가 지휘관 귀족들을 휘감았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피하지 못한 채 검은 기류에 먹혀 버린 지휘관 귀족들은 녹아 가는 손과 팔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크아아아아악!”
“아아악! 살려 줘!”
히이이이잉!
말에서 떨어져 발광하며 몸을 비트는 그들의 비명은 어느덧 검은 기류에 삼켜졌다.
검은 기류가 사라진 후, 지휘관 귀족들이 있던 자리엔 하얗게 변한 뼈들만 남아 있었다.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알로호모라는 반트 몰록을 노려보았다.
“너희 두 놈의 그 성급한 행동에 괜한 귀찮음이 생겨났다. 목적을 완수할 때까지 자중해야 하거늘!”
드라이칸 후작을 죽인 것은 어떻게든 무마시킬 수 있었다.
의견 충돌에 의한 지휘관 찬탈은 왕왕 일어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트 몰록이 쓴 검은 태양의 숨결은 달랐다.
누가 보아도 악이라 치부되는 공격이었던 것이다.
알로호모라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입술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스펠을 왼 알로호모라는 크게 외쳤다.
“검은 태양이 이 땅에 뜨리니! 다크 선 필드!”
푸화아아악!
알로호모라의 몸에서 뿜어져 나간 검은 기류가 하늘에 뜬 태양이 가리더니 온 세상에 어둠을 드리웠다.
어두우나 밝은 기괴한 세상 안에는 오직 알로호모라와 반트 몰록, 헌트 바슘 율리니안과 극단 안단테의 단원들이 있었다.
수정구를 빼내 들었던 샤크와 울브린, 쿠잔과 타일러는 먹통인 통신 수정구에 이를 악물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알로호모라는 그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틈을 드러냈다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다니…… 크크크. 검은 태양의 은총이 내리는 대지에 온 걸 환영한다. 쥐새끼들!”
“죽여! 어둠은 우리 편이다! 이 정도면 충분해!”
쿠잔의 낭랑한 외침이 터지며 순간 시야에서 사라지는 넷에 알로호모라는 양팔을 활짝 벌렸다.
“오오! 검은 태양이시여, 당신의 종에게 힘을 주소서!”
알로호모라의 몸에서 검은 기류가 폭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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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면서 밝았던 대지가 사라지자 뼈다귀 네 구가 추가되었다.
옷자락 한 조각 남기지 못한 뼈다귀들을 바라보던 알로호모라는 땀을 뻘뻘 흘리는 이마를 닦아 내며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역시 힘이 달리는군. 하지만 이것도 곧 끝이다.”
알로호모라는 입술을 달싹이며 스펠을 외웠다.
“다크 선 홀리 파이어.”
화르르르르!
알로호모라의 손에서 뻗어 나간 검붉은 불길이 주위 모든 뼈들을 감쌌다.
잠시 후, 검은 태양의 성력을 끊은 알로호모라는 사제들을 시켜 뼈를 빻아 뿌리도록 하였다.
알로호모라는 기가 죽어 다가오는 반트 몰록과 헌트 바슘 율리니안을 노려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고, 둘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한숨을 내뱉었던 알로호모라는 산 밑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끝난 것 같구나.”
“그렇군요. 폭발음이 많이 잦아졌습니다.”
알로호모라는 순간 이를 사납게 드러냈다.
“반은 결계를 치고! 반은 저놈들을 척살하라! 저놈들의 피를 대지에 뿌려 그분의 강림을 앞당겨라!”
“예, 교황 성하!”
뿌웅-! 뿌우우웅!
와아아아아아!
알로호모라는 양팔을 벌려 짙은 피 냄새를 음미했다.
“그분께서 곧 이 땅에 강림하실지니! 이놈, 몽블랑 예거야! 그때가 네놈이 진정으로 죽는 날이 될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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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호모라의 승전 소식이 알려졌다.
오만을 바쳐 칠만을 죽이고, 쌍둥이 산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완전히 점령했다는 소식은 3국 연합군의 군영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몽블랑의 막사는 온통 살기만이 뿜어지고 있었다.
율리나의 교황 헌트 바슘 율리니안이 드라이칸 후작을 죽이고, 반트 몰록이 유페니언의 지휘관들을 죽였다는 보고 이후로 통신이 말없이 끊겨 버렸다.
떠나보냈던 네 명 모두 통신을 받지 않았고, 이는 그들이 죽었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대륙의 공포 럴러바이였다.
누구 한 명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해야 했던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 이 분노에 미쳐 버릴 것 같은 몽블랑은 살기를 뿜어 대는 아흘라니를 바라봤다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흘라니, 마르꼬네 등 남은 여덟 명의 단원들의 얼굴에 감정이 없었다.
순간 살기를 갈무리한 아흘라니는 무심한 눈으로 몽블랑을 바라봤다.
“잠시 나갔다 와도 괜찮겠습니까?”
“단장, 나도 가족입니다. 날 떼어 놓지 마십시오.”
“죄송합니다. 그럼 여기서 하겠습니다.”
“……예?”
아흘라니의 입가가 처연히 비틀어졌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저희만의 의식이 있습니다. 마르꼬네, 루카스.”
“그래, 단장. 잠시만 기다려.”
달려 나갔던 마르꼬네는 마법 주머니 네 개와 여덟 개의 단검을 들고 왔고, 루카스는 술과 음식을 가져왔다.
몽블랑은 그들이 뭘 할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꽉 막힌 곳이 아니라 밖에서 하죠. 하늘 높이 갈수 있도록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사제님.”
사람들은 밖으로 몰려 나가 근처 모닥불 주위에 몰려 있는 한 무리의 병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멀어지게 하였다.
아흘라니와 다른 이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시작해라, 마르꼬네.”
“응.”
마르꼬네는 마법 주머니를 모닥불 위에서 뒤집어 탈탈 털었다.
와르르르!
옷가지, 화장품, 책 등등 생전 쿠잔과 샤크, 울브린과 타일러가 쓰던 물건들이 쏟아졌다.
화르르륵!
모닥불은 순간 잠잠해졌다가 갑자기 몸집을 키워 가며 검은 연기를 뿜기 시작했고, 마르꼬네는 8자루의 단검을 모닥불 앞의 땅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루카스가 다가와 그 단검들 위에 음식들을 올려놓았다.
아흘라니는 루카스가 물러나자 음식 앞에 서며 허리에 메어 놓은 단검을 뽑아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주르르륵!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몰려들었던 병사들은 눈을 부릅뜨며 아흘라니를 바라봤다.
아흘라니는 주르륵 떨어져 내리는 피를 음식 위에 뿌렸다.
“잘 가라. 복수는 우리가 하마.”
아흘라니는 불타고 있는 옷가지를 들어 불똥을 털어 내곤 손에 감았다.
그 뒤로 루카스가 섰다.
루카스 역시 아흘라니와 똑같은 행동을 하였고, 마르꼬네도, 기네스도, 루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인사를 한 그들은 루카스가 가져온 술병을 집어 갔다.
그때 몽블랑이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는 아흘라니의 손을 잡았다.
“저 아직 안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몽블랑은 히죽 웃어 주곤 손을 내밀었다.
아흘라니는 머뭇거리다 다른 단검을 꺼내어 몽블랑에게 내밀었다.
몽블랑은 음식 앞에 서서 손바닥을 깊이 그었다.
촤악!
음식들을 피로 흠뻑 적신 몽블랑은 불타는 옷가지로 손을 감싸고는 한발 물러서 엎드렸다.
사람들은 눈을 부릅뜨며 몽블랑을 바라봤다.
특히 아흘라니와 단원들은 경악과 감동에 눈을 파르르 떨었다.
두 번, 그리고 반배의 절을 마친 몽블랑은 조용히 읊조렸다.
“그 새끼들을 찢어 발겨 버리겠습니다. 그러니 편히 가십시오.”
몽블랑은 물러서며 이제 끝이라는 듯 웃어 줬는데, 세베루스가 나섰다.
세베루스는 아연히 놀라는 그들을 보며 자신의 단검으로 손바닥을 그었다.
세베루스는 모닥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얼굴 몇 번 보지 못한 사이나 그 정이 적다고는 할 수 없네. 그대들의 복수에 나도 참여하겠네.”
세베루스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모닥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은 위대한 기사들을 향하여. 충!”
세베루스가 물러나자 샤크티가 섰다.
샤크티는 양 손바닥을 그었다.
“주인님 도와 죽일게요. 편히 가세요, 스승님들.”
샤크티는 엎드렸다가 일어섰다.
그렇게 샤크티마저 배웅을 마치자 몽블랑은 아흘라니를 바라봤다.
아흘라니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내 이를 악물며 술병을 내밀었다.
“네 모금…… 한 사람당 한 명씩 네 모금입니다.”
“이거 술이 남아날지 모르겠군요. 한 병 더 준비해야겠어요.”
히죽 웃어 준 몽블랑은 술병의 주둥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하늘을 향해 들려 감겨지는 두 눈에선 차가운 광망이 뿜어졌다.
‘절망 속에서 죽어 가게 해 주마, 알로호모라! 이제부터 널 죽이는 데 내 인생을 걸겠다!’
* 일단은 3개월만 미루자고 해야겠군
알타이른 제국의 황태자 트로이는 눈앞에 있는 속 뚫린 더러운 철 기둥과 철구를 쓸어내리며 환하게 웃었다.
“이게 저들의 신무기란 말이지?”
“예, 태자 전하! 샤이어 백작이 칠만의 선봉군과 함께 산화를 하면서 보내온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숭고했소. 결코 개죽음이 아니오. 폐하께 이것들을 전하시고, 샤이어 백작에 대한 국장을 진행토록 하시오.”
“예, 예, 태자 전하!”
메건 백작은 급히 손을 저어 마법사들을 모아 수십의 마화포와 수백 발의 마화포탄을 수습토록 하였다.
이제 마화포와 마화포탄은 황도 알타이른으로 옮겨져 연구 될 터였다.
“이 정도의 샘플이라면 반년 안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겠지?”
“충분히 그럴 것이옵니다!”
“하핫! 이제 다음 대 황제는 이 몸이다!”
“경하드리옵니다, 태자 전하!”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다 하여도 다음 대의 황제가 되지 못할 가능성은 있었다.
황태자란 직위는 계승 서열 1위에게 내려지는 허울일 뿐, 차기 황제는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황실에 큰 이바지를 한 가장 잘난 황족이 되는 것이었다.
그 차기 황제의 자리엔 황자와 황녀의 구분은 없었다.
트로이는 자신과 다른 황자들이 합세하여 죄다 결혼시켜 버린 황녀들을 떠올리며 비실 웃었다.
나머지 황자들도 모두 죽이거나 세력을 아예 없애 버렸고, 이제는 트리스탄과 자신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3황자는 행적이 묘연해서 거슬리긴 했지만, 그가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죽은 것일지도 몰랐다.
‘트리샤라는 비천한 년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실버 드레이크 패가 돌아온 이상 이제 내 적수는 오직 트리스탄밖에 없다. 하나, 숨겨놓았던 패를 일찍 드러내 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그놈이 마화포와 마화포탄을 얻은 이 몸을 이길 순 없지!’
“하하하하하핫!”
하늘을 보며 한참동안 웃던 트로이는 방금까지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메건 백작을 바라봤다.
“루한티한 협곡으로 물러나 전선을 굳힐 것이오! 저 마화포와 마화포탄이 개발될 때까지만 버티면 될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황제 폐하. 아, 아니 태자 전하!”
“그 아부가 참 듣기 좋소이다!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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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호모라는 이를 악물며 책상을 내려쳤다.
“이런 개 같은! 분노해 달려와도 시원찮을 판에 왜 물러난단 말이냐!”
“그, 그건 저, 저도…….”
알로호모라는 카이사르 황제가 제국의 마스터인 이안노프 백작을 버리면서까지 마화포와 마화포탄을 확보하려고 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알았다면 어떻게든 마화포와 마화포탄이 제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알로호모라는 마화포가 박살 나거나 사라졌어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마화포와 마화포탄은 그에게 있어 전쟁을 쉽게 해 주고 피를 더 많이 흘리게 해 주는 무기일 뿐, 그 이상의 값어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마화포와 마화포탄들이 사라졌어도 다시 받으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알로호모라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회군을 하거나 3국 연합이 이 쌍둥이 산으로 오게 되면…….’
검은 태양을 강림시키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수가 있었다.
몽블랑의 주위엔 마스터만 여섯이 넘었다.
그중 셋이 어쌔신 로드였다.
‘그놈들이 독한 마음을 먹고 나를 암살하려 한다면…….’
아직은 힘이 약한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알로호모라는 그들이 대륙의 공포 럴러바이인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겨우 베어 떨어트린 팔을 다시 붙여 버리는 그놈의 신성 마법을 생각하면…… 난 죽는다! 그럴 순 없어!’
그의 원래 계획은 분노해 달려온 알타이른의 이십삼만 군세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하는 척하며 몸을 숨기는 것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쳐 놓았거늘! 그놈들은 죽어 가며 피만 뿌리면 되는 것이거늘! 이 개 같은!’
“아, 알로호모라 님, 3국 연합에서 통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시해!”
“하, 하지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조용히 하란 말이다!”
“예, 예!”
하얗게 질린 리네 마하트마가 통신 수정구를 들고 나가자 알로호모라는 눈을 감고서 손톱을 씹기 시작했다.
막사를 왔다 갔다 하며 머리를 굴리던 알로호모라는 순간 눈을 뜨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여기서 죽는 척하나, 제국군 놈들에게 달려들어 죽은 척하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지! 반트-!”
반트 몰록이 휘장을 걷으며 급히 들어왔다.
“그것들을 모두 수거하고 진군 준비를 하라! 여기가 아니라 제국군이 전선을 고착시킨 그 협곡에서 사라질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것들을 협곡에도 설치합니까?”
“당연한 말을! 어서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