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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157화 (15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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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분통을 터트리는 게스를 외면하며 창밖을 바라봤다.

‘눈이 많이 오려면 좋으련만 모든 피와 죄악이 덮일 수 있도록…….’

* 하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사람들은 오늘 참 눈이 많이 내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추워 할 순 없었다.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인 몽블랑이 저 성벽 밖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낫이나 호미, 식칼 같은 것을 쥐며 성벽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 루시아는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양손을 가슴께에서 모으며 간절히 기원했다.

‘바라옵고 또 바라옵니다. 블랑 오빠가, 소중한 아버지들이, 아들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루시아는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몽블랑의 모습에 애써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부디…….’

루시아는 기도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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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색, 회색이 이리저리 섞인 괴상한 옷을 입은 십이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어깨와 머리에 눈이 쌓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봤다.

쪽팔리는 것보단 낫다며 말에 오르지 않고 맨 땅에 서 있는 몽블랑은 뜨거워지는 등에 잠시 뒤를 바라봤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은 어서 시작을 알리라 종용하고 있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부담감에 이를 악문 몽블랑은 정면의 눈밭 위에 서 있는 개미 떼와 같이 작은 삼천이백 명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누가 보아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였다.

거리가 멀기에 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몽블랑은 무시하지 못했다.

삼천이백 명 전원이 기사이고, 마법사고, 정령사이며, 신성 기사고, 사제였다.

몽블랑은 왼쪽에 선 세베루스를 바라봤다.

세베루스는 몽블랑을 보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정말 혼자 갈 거냐?”

“죽으러 온 사람들이니 그만한 예우는 갖춰 줘야지. 마스터면 못해도 백작급 이상일 텐데, 도시의 주인인 내가 가는 게 맞잖아.”

“만약 죽으면 지옥 끝까지 쫓아갈 거다.”

“걱정 마라. 내가 모시는 분이 신이잖냐. 지옥 갈 일은 없을걸.”

킬킬 웃은 몽블랑은 오른쪽에 선 바라스를 바라봤다.

“제가 돌아오면 노병들부터 진군시키세요.”

“마화포를 쓰지 않는 겁니까?”

“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밀집 대형으로는 안 올걸요. 일단 다녀와서 몇 발 쏠지를 결정하죠.”

“……제가 피에 미치도록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씨익 웃은 몽블랑은 휘적휘적 적진을 향해 걸어갔다.

몽블랑은 새하얀 설원에 첫 번째 발자국이란 흔적을 남기며 나아갔다.

“하아~.”

흩어지는 하얀 입김을 보며 몽블랑은 씁쓸히 웃었다.

‘여기도 곧 피와 군홧발에 튄 흙으로 더러워지겠지. 그 진창은 가까운 미래에 있을 대륙의 모습일 테고…….’

온통 눈만 보이는 하얗고 어둔 세상을 둘러보며 몽블랑은 안타까워했다.

감상적으로 변하는 마음을 바로잡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놔두며 걸은 몽블랑은 가슴께가 자신의 머리에 있는 말에 탄 이안노프 백작과 마주 할 수 있었다.

“당신이 대표군요.”

몽블랑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온몸이 따끔거릴 정도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몰라볼 수 없었다.

‘왠지 제일 강해 보여.’

“놀랍군. 몽크도 아닌데 이 정도의 살기를 견딘다는 건가?”

“지킬 게 있는 사람은 정말 대담해지는 법입니다.”

“그런가. 얕잡아 봐서 미안하군. 이안노프 드 칼 후작이다. 제국 11군단의 사령관이나, 폐하의 특명에 이렇게 팔백 명의 정예와 함께 오게 되었다. 미리 사과를 하겠다.”

“저 역시 미리 사과를 하죠. 당신들은 몰살당하게 될 테니까요.”

몽블랑은 이안노프 백작의 100미터 뒤에서 서로의 간격을 10미터 이상 떨어트려 놓은 희한한 군진을 보며 작게 웃었다.

심장을 비수처럼 찌르는 살의에 이안노프 백작은 흡족히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그러다 얼굴이 붉어진 바루아 기사단의 단장을 발견하곤 못마땅해하며 입을 열었다.

“이쪽은…….”

몽블랑은 손을 들어 막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똥이나 처먹는 똥개 새끼들일 뿐이니까요.”

“개자식!”

“왜, 맞는 말이잖아? 종교인 주제에 신도들 삥 뜯어서 계집질하고, 약하고 없는 사람들 착취하고 핍박하며 무시하는 개새끼들, 아니, 차라리 똥개 새끼는 제 똥이라도 먹어서 깨끗하지. 너흰 뭐냐? 나 같으면 그런 평가가 부끄러워서라도 혀 깨물고 뒈졌다.”

“이노옴-!”

몽블랑은 뽑혀지는 새하얀 검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봤다.

“곧 있으면 박 터지게 붙을 건데 힘 빼지 말지?”

“네, 네놈을!”

“그만하라.”

바루아의 단장은 입가에 미소가 걸린 이안노프 백작의 만류에, 분노에 몸을 떨면서도 검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몽블랑은 그 모습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니 니들이 개새끼라는 거야. 주인이 멈추라고 하니까, 바로 멈추잖아?”

“죽여 버린다!”

몽블랑은 말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단장을 향해 성자의 지팡이를 내밀었다.

“신성한 심판.”

단장은 빠르게 날아오는 반투명한 해머를 향해 세인트 오러를 잔뜩 두른 검을 내려쳤다.

“치워!”

“아, 그러면…….”

뻐어어엉!

“크아악!”

“안 되는데……. 쩝, 늦었나?”

몽블랑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일어나 달려오는 바루아의 단장을 향해 다시 성자의 지팡이를 내밀었다.

“신성한 족쇄. 절대의…….”

몽블랑은 머리털을 쭈뼛 세우는 섬뜩한 느낌에 급히 옆으로 물러섰다.

그 순간 한 줄기의 날카로운 광풍이 몽블랑이 있던 자리를 헤집었다.

새하얀 족쇄에 더 큰 내상을 입었지만, 시간이 지나 풀고 나오는 바루아의 단장의 앞에도 날카로운 광풍이 긁으며 지나갔다.

몽블랑과 바루아의 단장은 이안노프 백작을 바라봤다.

“쩝, 아쉽네요, 이 기회에 보내 버리려고 했는데.”

“그럴 것 같아서였다. 이제 대화는 끝내기로 하지. 잠시 후에 다시 보지.”

“그럴 수 있으면요. 아, 그런데 병자는 없는 겁니까?”

“없다. 위장이었다. 역시 성자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아뇨. 그냥 물어본 겁니다. 성자잖습니까. 그럼 장례는 잘 치러 드리겠습니다.”

몽블랑은 바루아의 단장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등을 돌리고서 휘적휘적 걸어갔고, 이안노프 백작은 그 대담한 모습에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역시 저자는 본국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음?’

순간 서늘히 눈빛을 가라앉힌 이안노프 백작은 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무슨 짓이오, 후작!”

“그대도 기사라면 이 명예로운 자리에서 그딴 비겁한 짓을 하지 마라. 난전 때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몽블랑의 등을 급습하려던 바루아의 단장은 이를 뿌득뿌득 갈다 말에 올라타 돌아섰다.

이안노프 백작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걷는 몽블랑을 보며 잠시 눈이 내리는 흐린 하늘을 바라봤다.

“죽기엔 참 운치 있는 날씨로군. 그렇지 않나, 성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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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진으로 돌아온 몽블랑은 설전을 벌이는 세베루스와 바라스에 의아해했다.

“그놈은 제 것입니다, 바라스 경.”

“제 것입니다, 대공자.”

“제 친구에게 이빨을 들이민 개새낀, 친구인 제가 없애야 합니다!”

“전 이 도시의 총사령관입니다!”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다가 이러단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입을 열었다.

“저들은 10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마화포에 대한 비밀이 새어 나간 것 같습니다.”

“……기동성을 장점으로 세워 난전을 노리고 있나 보군.”

“아무래도 그렇겠지.”

세베루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몽블랑은 아군의 군진 중앙에 있을 마화포를 떠올리며 적진을 바라봤다.

뿌우-. 뿌우우-.

“시작됐네.”

“성자시여, 명령을!”

몽블랑은 두 눈을 차갑게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노병들을 출정시키고, 갈겨 버리세요.”

“충!”

바라스는 급히 손을 위로 들어 올려 휘저었다.

그러자 창을 부서져라 쥔 노병들이 살기등등하게 웃으며 진군을 시작했고, 곧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뻐버버버버버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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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적진을 향해 투레질을 하고 돌격을 알리는 뿔피리가 울렸다.

수천여 개의 말발굽이 새하얀 대지를 잔인하게 뒤집으며 나아갔다.

선두에 선 이안노프 백작은 급히 입을 열었다.

“디파노, 죽어서도 영상을 담아라! 알겠나!”

“충!”

“가자! 하앗!”

뻐버버버벙!

말을 재촉하는 순간 굉음이 터졌다.

깜짝 놀란 이안노프 백작은 시력을 돋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1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거리에서 쏘아진 무기라면 분명 하늘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안노프 백작은 곧 수백 개의 점이 찍힌 하늘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전장을 통해 갈고닦인 본능이 피하라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되었건 땅에 떨어진 순간 지옥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은 그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하게 만들었다.

“정령사, 마법사, 요격해!”

오러를 담은 외침이 울려 퍼지자 색색의 빛 덩어리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검이 된 바람의 정령이 하늘을 꿰뚫어 포탄에 박히는 순간 세상이 빛으로 물들었다.

꽈과과광!

굉음에 놀라 멈추려는 말을 강제로 제어하며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던 이안노프 백작은 온몸을 화끈하게 만드는 열기에 기겁하며 오러를 몸에 둘렀다.

후아아악!

오러를 둘렀는데도 느껴지는 열기에 이를 악물었던 이안노프 백작은 저 옆으로 떨어지는 검은 물체에 두 눈을 부릅떴다.

쉬우우우우!

꽈과과과과광!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사지가 찢겨 날아갔다.

두 동간 난 말이 하늘로 솟구쳤다.

반경 10여 미터가 쑥대밭이 되어 버리며 땅과 눈이 솟구치고, 그 뒤를 따른 화끈한 열기가 반경 20미터 안에 있는 아군을 휩쓸었다.

지옥이 따로 없는 모습에 이안노프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뱉어 냈다.

“미, 미친! 이것이었나! 메조른이 숨긴 비밀 무기가 이것이었느냔 말이다-!”

“달려야 합니다, 후작님!”

“알고 있다! 넌 영상을 촬영!”

뻐버버버벙!

“개 같은! 모두 흩어져! 더 흩어져!”

귀를 때리는 외침에 정예들은 말 머리를 급히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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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문 몽블랑은 주먹에 땀이 차는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전방만 주시했다.

“흩어지고 있다! 파이어 볼 포탄이 아니라 플레어 포탄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야! 숨겨야 해! 데뷔라고는 하지만, 다 드러낼 필요는 없어! 세베루스, 저들이 300미터 지점을 통과하면 출격해!”

“알았다!”

몽블랑은 바라스를 노려봤다.

“포신이 터져도 좋으니까 계속 발사하라고 해요! 저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 없이 싸울 수 있어요! 노병들 움직이고, 좌우측을 갈겨요!”

“충!”

뻐버버버벙! 뻐버버버벙!

노병들이 이룬 군진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꿰뚫으며 날아간 수백 개의 포탄이 넓게 펴진 적군의 좌 우 끝을 강타했다.

도중에 요격된 것도 꽤 있었지만, 포탄은 무사히 제 몫을 해 주기 위해 땅에 처박혀 폭발해 주었다.

꽈과과과과광!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에 적군은 말 머리를 틀고, 몽블랑은 뒤를 돌아봤다.

황금사자 기사단, 베네딕트 전추기경의 몽크 부대, 아흘라니를 비롯한 극단 안단테와 천여 명의 진리안의 기사들이 뜨거운 눈으로 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트리샤, 메이슨, 소냐, 샤크티도 함께하고 있었다.

몽블랑은 그 너머 성벽을 바라봤다.

루시아가 초조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그 모습에 몽블랑은 달려가 안심시켜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이를 갈며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 몽블랑은 옆에 서는 트리샤와 샤크티를 무시하며 가상으로 그어 놓은 300미터 지점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온다, 온다, 온다…… 넘었다!’

“출겨억-!”

외침과 함께 몽블랑은 성자의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신성한 힘의 대지! 신성한 바람의 대지-!”

퍼져 나간 빛의 파동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는 아군을 휩쓸고, 몽블랑은 땅을 박찼다.

“이제 끝을 보자! 지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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