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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을 알아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급히 입을 막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거나 활짝 웃으면서 길을 비켜 주었다.
몽블랑은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몽블랑은 이번 여행에서 일어난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였고, 루시아도 그간 카우트예 학원도시 내에서 일어났던 일을 조곤조곤 말했다.
도착하면 맘 편히 푹 자고 말리라 다짐했던 마음은 어느덧 사라진 몽블랑은 매정히 흘러가는 이 시간을 원망하며 루시아에게 집중했다.
이른 아침 도착하여 짧은 해가 저물 때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는 몸에 몽블랑은 놀랍다 생각했다.
“정말 매번 생각하는데, 우리 신도들은 참 인심이 좋아.”
둘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먹지 않았다.
그런데도 배가 빵빵해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법 주머니에는 카우트예 학원도시에서 생산 되는 모든 물품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거리에서 파는 양꼬치마저 말이다.
“쿡, 오빠니까 그런 거예요.”
“그런가?”
피식 웃은 몽블랑은 하늘을 빼곡하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봤다.
“한잔할까?”
“집에 가서 마셔요. 음식을 해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매일 먹을 건데?”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거라고 오빠가 말했죠?”
몽블랑은 입맛을 다셨다.
그도 아는 것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래, 가자.”
둘은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은 아무도 없는 듯이 조용했고, 불도 꺼져 있었다.
이벤트인가 생각했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다.
“쪼매난 것들이 말이야.”
몽블랑은 울상을 지으며 오빠 누나의 손에 끌리다시피 어딘가로 향했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동생들이 어떤 의도로 집을 비웠는지 유추한 것인지 루시아는 볼을 발그레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걸 힐끔 본 몽블랑은 모르는 척 기지개를 켰다.
“아, 집에 오니까 좋네. 역시 이래서 집인가 보다. 그나저나 물은 받아 놨으려나?”
“씨, 씻고 싶으세요?”
“응, 일단 씻고 싶네.”
“물은 받아져 있을 거예요. 새벽녘에 청소하는 거 말고는 물을 빼지 않잖아요. 내려가 계세요. 옷 가지고 내려갈게요.”
“아, 그래. 부탁해.”
몽블랑은 기지개를 펴며 지하로 향했다.
또옥! 똑!
천장에 고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빼고는, 세상에 오직 나 혼자만 있는 듯이 조용했다.
몽블랑은 눈을 감고서 지금까지의 여정,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생각했다.
‘알타이른이 파하란으로 진군했다. 아마도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갈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뜻이겠지.’
파하란 왕국이 함락되는 순간 알타이른 제국엔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갈 바닷길이 열리게 된다.
분명 그것은 기를 쓰고 막아야 할 일이나, 문제는 파하란 왕국이 원군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다.
‘유페니언 왕국이 변수가 되어 주면 좋으련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서부와 동부의 전쟁이 되느냐, 아니면 알타이른과 대륙 모든 왕국의 전쟁이 되느냐가 판가름되게 될 테지만, 유페니언 왕국은 친알타이른 파벌이 정권을 잡은 나라였다.
더욱이 유페니언 왕국에 있는 카만 교단은 몽블랑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부스럭!
잠시 상념에서 깨어난 몽블랑은 밖을 보았다.
불투명한 유리창에 비치는 실루엣이 몸을 숙이고 있는 것을 보니 루시아가 옷을 가져다 주러 온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
드르륵!
“알았어. 곧 나갈…… 루시?”
천 같은 것을 손에 든 루시아가 쭈뼛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
“드, 등을 미, 밀어 들일게요.”
“그럴까?”
연인이 용기를 내는데 외면하는 것은 남자가 할 짓이 아니었다.
몽블랑은 몸을 일으켜 욕탕 난간에 앉았고, 잘 단련된 근육으로 가득한 등판에 얼굴을 붉힌 루시아는 주춤거리며 다가와 천에다 물을 적셨다.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는 천을 쥔 양손으로 몽블랑의 등을 눌렀다가 깜짝 놀랐다.
‘뜨겁고 딱딱해.’
방금까지 뜨거운 물속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부끄러워서인지 손가락에 화인이 남는 듯이 타오를 듯한 열기와 단단한 근육은 루시아의 심장을 세차게 뛰게 했다.
그녀는 혹여 바깥으로 들리랴 입을 꼭 다물고서 팔을 움직였다.
그렇게 끝에서 끝까지 팔을 움직이던 루시아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넓다.’
몇 번 팔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뻐근해질 정도로 몽블랑의 등은 넓었다.
루시아는 몽블랑과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거지나 난민처럼, 자신의 패거리보다 더 말랐던 몽블랑의 몸이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커져 있었다.
이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 알기에 그녀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 울어?”
“아, 아니에요. 습기 있는 곳에 있으니까 콧물이 나오나 봐요.”
“날 춥다. 조심해.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네!”
루시아는 힘차게 등을 밀어 주었다.
“이제 된 것 같다. 너도 밀어 줄까?”
“으, 음식 만들러 갈게요! 먼저 방으로 올라가세요!”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몽블랑의 몸이 살짝 돌려지며 거뭇한 털 사이의 남성을 본 루시아는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져 다급히 뛰어나갔고, 몽블랑은 귀엽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몽블랑은 가볍게 몸을 씻어 내곤 밖으로 나갔다.
방 안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
침대에 벌렁 누운 몽블랑은 이제야 집에 왔다는 듯이 노곤히 풀리는 긴장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문이 스르르 열렸다.
“주무세요?”
“아니, 들어와.”
벌떡 일어난 몽블랑은 루시아의 만류에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루시아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두 개의 쟁반을 내려놓았다.
“음~ 냄새 좋네.”
“오빠가 좋아하는 소시지볶음이에요. 술은 파이어 브레스고요.”
“탁월한 선택이야.”
몽블랑은 바로 포크를 집어 소시지를 찍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곱창과 다진 돼지고기의 풍미는 정신마저 늘어지게 할 정도였다.
루시아는 그 모습을 흐뭇하니 바라보았다.
몽블랑은 술병을 집어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건배?”
“건배~.”
챙 소리가 가시기 전에 단번에 들이마신 둘은 서로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너도 먹어.”
“그럴까요?”
한 잔 두잔, 한 점 두 점, 둘은 대화에 파묻혀 서서히 취해 갔다.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이야깃거리는 아직도 남아 있다는 듯이 둘의 입은 쉬질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끝을 드러냈다.
“하암~.”
“졸리세요?”
“응, 갑자기 엄청 졸리네. 술도 다 마셨고…… 자야 하려나?”
몽블랑은 아쉬운 듯이 술병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크게 나오지…….’
술을 가지러 갔다 오면 지금의 분위기가 나질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몽블랑은 쟁반을 들고 일어섰다.
“가서 자. 내일 아침에 보자.”
“아뇨, 제가 치울게요.”
빼앗듯 쟁반을 가져간 루시아는 그것을 가지고 나가는 게 아니라 방 안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선 굳은 듯 섰다.
“……같이 잘래?”
미세하게 머리를 끄덕인 루시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몽블랑에게 다가와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몽블랑은 숙인 그녀의 턱을 잡아 살짝 올렸다.
“힘들면 말해. 억지로 할 생각 없으니까.”
내뱉어지지 않는 대답은 결국 승낙이었다.
몽블랑은 감겨진 눈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 갔다.
깜짝 놀라 파르르 떨리는 몸에 몽블랑은 이불을 움켜쥔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몇 년 전 고백을 하며 입술을 부딪쳤던 그때의 당돌한 루시아는 어디로 간 건지, 고양의 앞의 쥐처럼 잔뜩 겁을 먹은 그녀의 몸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몽블랑은 결코 급하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두드리고, 이를 두드렸다.
그 정성이 통한 건지 설육은 곧 복숭아빛 설육을 만나며 어울려 갔다.
몽블랑은 그제야 손을 옮겨 그녀의 옷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흠칫 놀라 굳는 루시아의 혀는 곧 다시 몽블랑의 애원에 어울리며 꼬여 갔고, 사내의 거친 손은 부드럽고 탐스러운 가슴을 감아쥐었다.
몽블랑은 바로 잡히는 부드러운 맨살에 살짝 놀랐다가 이내 곧 루시아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젠 거리낌이 없었다.
손을 뺀 몽블랑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툭툭 풀어 갔다.
어느덧 눈을 깎아 놓은 듯한 새 하얀 상체가 드러났으나 몽블랑은 보지 않고서 등을 받친 채 천천히 그녀를 눕혔다.
그제야 혀를 거두며 입술을 땐 몽블랑은 공포에 미약하게 질린 눈으로 제 시선을 피하는 루시아의 목덜미를 물어 갔다.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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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이 돼서야 일어난 몽블랑은 루시아가 없는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다 일어섰다.
밤새 그녀를 괴롭힌 흔적, 그리고 루시아가 드디어 여자가 됐다는 붉은 흔적을 뒤로한 몽블랑은 방을 나섰다.
씻은 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루시아가 차려 준 아침밥을 먹은 몽블랑은 바로 게스를 찾았다.
단장실 안에는 게스뿐만이 아니라 카우트예 학원도시의 중진들이 가득했다.
몽블랑은 머리칼이 변한 세베루스를 보며 살짝 놀랐다가 히죽 웃어 주었다.
“어이, 도둑놈.”
“게스 형님, 저 감시했어요?”
“루시가 걷는 것 보고 알았다!”
몽블랑은 적개 어린 시선들에 클클 웃으며 앉았다.
“어? 그런데 레벌 형님과 놀랜드 형이 안 보이시네요?”
모두의 시선이 굳어지자 몽블랑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게스를 바라봤다.
“레벌과 놀랜드는 알타이른으로 갔다. 간 지 꽤 됐지.”
“……연결해 주세요.”
“그럴 줄 알았다.”
밑에서 통신 수정구를 뺀 게스는 바로 작동시켰다.
-아따, 들켜 브렀냐잉?
몽블랑은 마치 공사장 인부처럼 새까맣게 타고, 수척해진 레벌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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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대에 앉은 마리아는 붉은 긴 머리를 틀어 올리고 화장을 지우고 있었다.
화장이 지워졌는데도 남자를 홀리는 여우같은 눈매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거인 같은 사내가 아니고선 한 손에 다 쥐지 못할 크고 탄력적인 가슴은 여실히 드러나 있었고, 잘록한 허리와 티 없이 하얀 살결은 환한 빛 아래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로 배불뚝이 중년인이 다가와 끌어안았다.
중년인의 손은 거침없이 마리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 같은 술 냄새에도 마리아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몸을 비틀었다.
“아이 참, 땀 냄새 난다니까요. 먼저 씻어야죠.”
“흐흐흐. 참지 못하겠으니까 그러지.”
중년인의 혀는 상당히 꼬여 있었다.
대체 얼마나 취한 건지 마리아에게 기대 있는데도 비틀거렸다.
“씻기 전에는 절대 안 돼요. 얼른 벗기나 해요.”
“벗겨 주면 안 될까?”
“치, 암튼 애라니까. 침대에 가서 앉아 있어요. 화장 지우고 벗겨 드릴게요.”
“예썰, 마담.”
쪽!
몸이 다시 자유로워지자 느긋이 화장을 지운 마리아는 어느새 꾸벅꾸벅 조는 중년인에게 다가가 옷을 벗겼다.
중년인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벌떡 일어서서 팔을 올리고, 다리를 벌렸다.
중년의 축 늘어진 거대한 양물이 눈앞에 드러나자 숨결을 불어 주며 중년인의 정신을 깨운 마리아는 그를 부축하여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녀는 정말 구석구석까지 세심히 닦아 주었다.
“으윽! 자, 잠깐.”
중년인이 첫 번째 반응을 보이자 양물을 입에서 뺀 마리아는 거품이 일어난 천으로 세심하게 닦아 주었다.
그녀의 황홀한 손놀림에 중년인은 몸을 배배 꼬았다.
그럴수록 중년인의 술기운은 조금씩 깨어 갔다.
마리아는 중년인을 침대로 이끌었고, 그때부턴 중년인의 리드에 몸을 맡기거나 리드해 주며 최고의 밤을 만들어 갔다.
“으으윽!”
몸을 부르르 떤 중년인은 마리아의 몸 위로 쓰러졌고, 마리아는 가만히 그를 끌어안은 채 여운을 즐겼다.
“좋았어?”
“최, 최고였어요. 정말 쉰 살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요. 또 나 몰래 정력에 좋다는 약 같은 거 먹는 건 아니죠?”
“아, 아니야. 안 먹어.”
“그래요, 먹지 마요. 그런 거 잘못 먹으면 심장에 무리 와서 죽는단 말이에요.”
“그래, 그래. 나 걱정해 주는 사람은 우리 마리아밖에 없다.”
중년인 머스탱은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마리아를 바라봤다.
분명 마리아는 술집 작부였다.
하지만 그 어떤 애인도 채워 주지 못하는 공허한 마음을 충족시켜 주었다.
지금도 그랬다.
분명 안에다 토했는데도 그녀는 닦아 내기는커녕 더욱 조여 주며 한 방울까지 쥐어짜 주었다.
안에다 싸면 기분 나빠 하며 보이는 데서 긁기까지 하며 닦아 내는 다른 술집 작부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런데 요새 왜 이렇게 뜸해요? 나 잊은 줄 알았어요.”
“헛소리! 내가 어떻게 마리아를 잊어? 요새 일이 바빠져서 그랬던 거야.”
“또 거짓말한다. 식자재 관리 담당이 갑자기 바빠질 일이 어디 있어요? 콘지그몬트도 끝났잖아요. 나 말고 다른 년 만나는 거죠?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얼른 말해 봐요.”
중년인 머스탱은 지그문트 교단의 식자재 관리 담당을 맡고 있는 중급 사제였다.
샐쭉해지는 마리아의 눈매에 움찔한 머스탱은 잠시 갈등하다가 입을 열었다.
‘기밀이고 자시고, 마리아의 의심부터 푸는 게 먼저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
“뭐, 뭔데요?”
“카우트예라고 알아?”
“아~ 요사이 빈민가와 유흥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그 교단요? 난봉꾼 성자라던가? 그딴 인간이 있는 교단이잖아요.”
“그래, 그 이단 놈이 있는 교단이지. 이번에 상부에서 그놈 교단의 총단을 치기로 해서 식재료를 끌어모으고 있는 거야. 도착할 때까지 절대 마을에 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마리아는 미간을 좁혔다.
“왜, 왜 그래?”
“아니, 총단을 친다는 건 피를 본다는 거잖아요. 난 피가 싫단 말이에요. 그래서 고기도 잘 안 먹는데…….”
“아, 미안.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서요? 대체 몇백 명의 식재료를 모으기에 바쁜 거예요?”
“몇백 명? 풋, 몇천 명이야. 정확히 삼천이백 명이지. 이건 정말 비밀인데, 그중 팔백 명은 황실에서 보내 준 기사들이야. 마스터도 한 명 끼어 있어.”
마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메, 메조른 왕국도 침공하는 건가요?”
“아니야, 카우트예의 총단만 없애는 거야. 그렇게 들었어.”
“……당신도 가는 건 아니죠?”
“걱정 마. 난 여기에 남으니까.”
“휴우, 다행이에요. 당신이 갔으면 난…….”
“으이구, 또 운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당신 없으면 못 사니까 그러죠.”
“우리 마리아가 또 무얼 바라고서 이런 예쁜 말을 할까? 옷이 없어?”
“어떤 년이에요? 내가 언제 당신한테 그런 거 바란 적 있어요? 진짜 어떤 년인 거예욧!”
“그, 그런 게 아니라니까! 하도~ 마리아가 선물을 바라지 않으니까 이렇게 질투심을 유발해서라도 쥐여 주고 싶은 거잖아. 내 맘 알지, 응?”
“암튼 말은 잘해. 됐어요. 난 그런 거보다는 당신이 몸에 좋은 약이라도 먹는 게 좋아요.”
“왜 이렇게 예쁜 말만 할까? 응?”
머스탱은 흐뭇하게 웃으며 마리아의 가슴을 쥐어 갔다.
하지만 마리아는 몸을 비틀며 그의 손을 떼어 냈다.
“나 힘들어요. 당신이 너무 괴롭혔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내일 출근하려면 얼른 주무셔야죠. 또 내일 일하다 졸아서 혼나지 마시고요.”
“쩝. 알았어. 그럼 잘 자.”
“또! 안 씻고 자려고 그런다! 땀 흘렸으면 씻어야죠!”
“알았어, 알았다고.”
이번에도 최상의 목욕 서비스를 받은 머스탱은 미약한 술기운에 바로 잠에 들었고, 마리아도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아침 일찍, 머스탱을 배웅한 마리아는 마부가 모는 마차를 타고 자신의 가게로 복귀하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다시 나왔다.
“어디 가냐?”
“우리 자기 보약 재료 들어왔는지 보러 가요.”
“암튼, 지극 정성이라니까. 그딴 배불뚝이가 뭐 그렇게 좋다고…… 얼른 빚이나 갚아, 이년아.”
“안 그래도 그 빚 갚으려고 상단도 가거든요.”
“한마디도 안 지지?”
고개를 젓는 입구 문지기를 뒤로 한 마리아가 향한 곳은 이번에 메조른의 최고 상단 중 한 곳인 귀네슈 상단과 파트너십을 맺은 레블잭 상단에서 운영하는 약초 가게였다.
“왜 아직도 안 구해진 거예요! 요새 우리 자기 바빠져서 보약 먹여야 하는데! 선금까지 걸어 놨는데 정말 이러기예요?”
“그, 금방 구할게. 조, 조금만 기다려 줘. 응?”
가게 주인 햄블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지만, 마리아는 그게 더 열이 받아 계속 소리쳤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가게 밖에서도 들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가게 밖에서 그런 둘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걸 모르는 마리아는 다다다 쏟아 내다가 돌아섰다.
“몰라요! 나흘, 아니 이틀이에요! 이틀 후 이 시간에 다시 올 테니까 1분이라도 늦으면 안 돼요! 알았어요?”
마리아는 이번엔 레블잭 상단의 지부로 향했고, 그녀를 감시하는 눈은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쾅 하고 닫힌 문에 식은땀을 닦아 낸 햄블은 카운터 밑에서 약초 꾸러미를 꺼내 다듬었다.
고개를 숙인 햄블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선금이면…… 먼저 출발. 나흘은 제국 기사와 마법사의 통합군. 이틀이면 신성 기사와 사제 통합군. 1분이면 마스터…… 나머지 정보는 다른 곳에서 얻어지겠군.’
딸랑!
“예, 어서…… 이놈의 새끼야! 너 약초 언제 가져올래! 내가 방금 얼마나 욕먹었는지 알아?”
약초꾼 라루는 갑작스러운 욕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