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135화 (135/185)

<-- 136 회: 5-12 [너 자신을 알라] -->

“접촉했다는 것인가?”

셈하자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메조른에서 넘어온 칙사를 릭샤가 보호하고 있다고 했느냐?”

“예. 릭샤 님께서 붙인 전사들이 모든 행적을 지우며 이곳 황도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모레면 대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잘했다.”

메조른의 국왕 가르티안과의 연락을 통해 칙사, 아니 기술자가 오는 이유를 알고 있는 셈하자는 이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시아르눅과 릭샤에게 쿠할란의 국경으로 군사를 움직이라 전해라. 또한 하맛드와 라힐마후에게는 알타이른의 국경의 병력을 강화시키라고도 하여라.”

“그들이 도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핫산!”

“언젠가 깃발을 찍어야 할 땅이다. 본디 그 땅의 절반은 우리 라하자 황가의 것이었어!”

등불만을 찾아 헤매던 수드라들이 곧 움직이게 될 것이다.

‘아 힐 라우니 칼 르아.’

‘아 힐 라우니 칼 르아.’는 공용어로 해석하면 사함을 받은 죄인이다.

고대의 아후라 왕국은 죽어도 신경 쓰지 않을 수드라들만 모아 죽음도 불사하는 군대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아 힐 라우니 칼 르아였고, 셈하자가 생각하는 것도 아 힐 라우니 칼 르아였다.

수드라는 언제든 자신의 죄가 사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등불을 찾는 이유도 결국 자신의 죄가 사해지기 때문이었다.

‘영원불멸까진 생각지 않는다. 배신자들의 심장에 아후라의 깃발이 흔들릴 때까지만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

신하의 우려 어린 시선 속에 셈하자의 눈은 서늘히 빛나기 시작했다.

* 너 자신을 알라

알타이른 제국의 황실직속정보단체인 제3정보국의 맥카넴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따뜻한 커피로 아침을 열다가 갑자기 불이 들어오는 통신 수정구에 심드렁히 스위치를 올렸다.

“풉!”

돌려지는 통신 수정구에서 드러난 광경에 경악한 멕카넴은 옷과 얼굴을 적신 커피를 닦아 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목적지 아후라의 남동부 국경! 목적 불분명! 침투 요원들 사망 추정! 숫자 대략 오만! 궁기병 일만! 보병 삼만! 마법사 일천! 병참부대 제외! 지급 전달 요망!

“빌어먹을!”

정신을 차린 멕카넴은 다급히 일어서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제3정보국장실을 박차고 들어간 그는 차가운 인상의 최고 상관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아후라 군사 이동 확인! 목적지 자국 남동부 국경! 숫자 오만!”

뻐엉!

“아후라 군사 이동 확인! 목적지 자국 남서부 국경! 숫자 육만!”

그 외에도 여러 정보 요원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후라 왕국의 이상 행동을 보고 했다.

그런데 제3정보국의 국장 콜드비터는 그런 것이 놀랍지도 않은 건지 변치 않는 차가운 인상으로 입을 열었다.

“부대 정지 후, 다시 보고하도록 하며, 요원들을 침투 시키도록 하라. 목적을 알기 전까지 추측은 삼가도록 하고, 이제부터 모든 통신은 암호로만 돌린다.”

“충!”

그들이 왔던 것보다 빠르게 나가자 콜드비터는 옷걸이로 걸어가 자신의 코트를 들곤 제3정보국을 빠져나갔다.

수십 번의 마차를 갈아타며 그가 간 곳은 제1정보국이었다.

제1정보국장실에는 제2정보국장 역시도 있었다.

제1정보국장 레트루팅, 제2정보국장 블랙맘바, 제3정보국장 콜드비터, 이 셋에게 이름 따윈 없고, 오직 그들의 성격과 행동거지를 나타내는 이명만 있을 뿐이었다.

콜드비터는 블랙맘바를 가만히 바라봤다.

“의외로군.”

“아아, 보석 부자 새끼들한테 침투했던 내 새끼들과 연락이 끊겨서 말이야.”

정보 요원에게 연락이 끊긴다는 것은 죽음,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으로 상부에도 보고하지 못할 비밀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소리였다.

“죽은 거로군. 방금 연락이 왔다. 아후라 왕국 거의 모든 병력이 이동 중에 있다.”

“목적지는?”

“모른다. 일단은 서부와 남동부.”

“본국의 국경이구나! 이, 이럴 때가 아니다!”

콜드비터와 블랙맘바는 추측을 사실로 단정해 버린 레트루팅을 보며 미간이 일그러졌다.

“정보요원은 어떤 사실이 드러나도 열 번은 의심해 봐야 한다. 정보 요원다운 모습을 보여라, 제1국장. 하긴, 태생이 정보원이 아닌 놈을 국장이라고 앉혀 놨으니…….”

블랙맘바의 조롱적인 어투에 레트루팅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감히 날 모욕하는 것이냐, 개 같은 년! 내 폐하께 말씀드려…….”

“그 아가리 찢어 버리기 전에 닥쳐. 폐하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네놈 따윌 찾아오지도 않았어.”

“네, 네년!”

“역모로 꾸며 줄까?”

블랙맘바는 사납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고, 레트루팅은 새파랗게 질려 입을 다물었다.

만족스레 웃은 블랙맘바는 시거를 꺼내 물며 콜드비터를 바라봤다.

“추측이라도 꺼내 봐.”

“……특급감시대상 몽블랑 예거가 개입되었다고 본다.”

콜드비터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지 않았다.

“권력자들의 목숨 줄이 개입했다라…… 음, 그럼 지그문트 때문이겠군. 제국을 좀먹는 벌레들 따위가 쓸데없는 짓을 벌이고 있군. 안 그래도 남부에 돈 패밀리란 조직이 생겨나서 신경 쓰이는데…… 쯧.”

“돈 패밀리?”

레트루팅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고, 블랙맘바는 다시금 사납게 웃었다.

“닥치라고 했지. 원래 네놈이 발견했어야 하는 놈들이잖아. 정말 무능하네.”

“크윽!”

콜드비터는 혀를 차며 블랙맘바의 정신을 돌리기로 했다.

레트루팅이 악한 마음을 먹고 황제에게 올라가는 정보를 조작해 버리면 골치 아파는지는 것은 자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단정을 하지 마라, 블랙맘바. 그렇게 많은 군사를 일으키기엔 미약한 명분이다.”

“흥. 상황상 그것 말고는 답이 없지 않아? 쿤룬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하맛드가 젊어졌다는 거겠지. 아후라는 메조른과 우방국이 된 거야. 버러지 지그문트 놈들이 아니었다면 그 황금 알 낳는 거위인 몽블랑 예거를 본국에 끌어들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됐다면…….”

“본 제국이 대륙 일통을 위해 움직였겠지. 그런데 의외로군. 제2국은 작업에 들어가지 않은 건가? 요인 포섭은 너희 담당일 텐데?”

“작업을 칠 틈이 없어. 돈, 명예, 미인, 모두를 가지고 있거든. 그렇다고 납치했다가 곤란해지지. 하지만 끈은 이어져 있어.”

“어떻게?”

“5급감시대상 트리샤. 지금은 승급해서 1급.”

“죽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살아 있더라고. 그것도 특급감시대상 몽블랑 예거 옆에 말이야.”

“……쓸모없는 패가 될 거다.”

“알아, 구석으로 몰아세울 생각은 없어. 그녀는 어디까지나 끈일 뿐이니까. 일단 이것보단 더 중요한 게 있잖아?”

“음…….”

“메조른에서 칙사를 보냈어. 카우트예 학원도시에서 올라온 어떤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저 머저리 새끼가 일을 망쳐 버려서 그게 무언지를 몰라.”

“……방금 전엔 잘도 날 속였군.”

아후라가 알타이른을 향해 군사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 설계도에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력 차가 있음에도 결단을 강행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 말이다.

“연기하네, 내가 콜드비터를 모를 것 같아? 너도 몽블랑 예거란 이름 외에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잖아. 내가 말하기를 기다린 거지.”

“음, 그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셈하자의 결정을 빠르게 앞당겼겠군.”

말을 돌리는 콜드비터의 모습에 블랙맘바는 피식 웃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반경 50미터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야. 타격 지점에서 버섯 모양의 구름이 일어났다고 보고가 들어왔지. 그 이후엔 연락 두절이야.”

“서드아인가?”

“아니, 진리안이란 카우트예 교단의 정보단체. 내 새끼들을 죽인 건 카쉬모프 정보국인 거미둥지와 럴러바이로 추정. 저 머저리 새끼가 설레발을 쳐서 통신이 새어 나갔고, 그 결과 카우트예 학원도시는 물론 카쉬모프 자작령에도 정보 요원 침투 불가야. 원래 있던 애들도 생사가 불분명해.”

콜드비터의 차가운 눈이 레트루팅에게로 향했고, 그는 목을 움츠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 칙사 때도 쓸데없이 요원을 붙였다가 들켜 버렸지. 제1정보국이 왜 이렇게 허접해졌는지 몰라.”

그 모두 국장인 레트루팅이 모자라서였다.

그럼에도 그가 제1정보국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황족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서열 3위의 황족이었다.

황제는 레트루팅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레트루팅은 그걸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1정보국장 자리에서 해임되지 않는 이유는 그가 가끔씩 제대로 일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콜드비터와 블랙맘바가 전해 주는 정보라도 말이다.

콜드비터와 블랙맘바에겐 정보국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레트루팅 같은, 바보 같은 꼭두각시가 있어 줄 필요가 있었다.

“음, 무슨 무기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2급 전시체제라 생각하고 움직여야겠군.”

“1급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다.”

그렇게 대답한 콜드비터는 레트루팅을 바라봤고, 그건 블랙맘바도 마찬가지였다.

“아, 알았다. 내가 보고하지.”

레트루팅이 다급히 나가자 콜드비터와 블랙맘바는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타르메 공작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폐하의 은혜를 저버리고 버러지들에게 붙은 그 배신자 말이야? 괜찮아, 움직여주면 오히려 이쪽에서 고맙지.”

“그럼 폐하께서…….”

“그만, 우리는 그분의 의중을 추측하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음. 실수했군. 2정보국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씩 웃은 블랙맘바는 몸을 일으켜 국장실을 빠져나갔고, 콜드비터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차가 가득 있는 찻잔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일단은 카만부터 조사해 봐야겠군. 너무 조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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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대적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이 고쳐지고 있었기에 몽블랑은 하는 수 없이 마법 마차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다음 마을에 도착할 때쯤이면 텔레포트 마법진의 수리가 모두 끝난다고 하였다.

그 때문에 몽블랑은 루타니아와 쿠할란에 보낸 진리안의 기사들을 철수 시켰다.

그들 때문에 행적이 들통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보 교란의 목적으로 그런 식의 작전을 짠 몽블랑은 지금의 진리안의 기사들도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마을에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몽블랑은 사라지기로 생각한 것이다.

모두가 잠들어 버린 밤, 황도에 거대한 빛기둥을 세운 몽블랑은 이른 새벽, 길을 재촉하며 황도 마흠마디를 나섰다.

몽블랑은 가벼운 걸음으로 마법 마차를 뒤따르는 샤크티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성문을 나서자마자 샤크티는 수련을 위해 마법 마차에서 뛰어내려 마르꼬네와 검을 나누며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표홀하고 경쾌한 움직임은 마르꼬네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경험의 미숙에 의해 공세를 잡지 못할 뿐, 이미 한 명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아흘라니는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은지, 가면을 벗은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왜 그래요, 단장?”

“품고 있는 기운 때문에 럴러바이의 모든 것을 수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품고 있는 기운요?”

“가만히 있을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광풍이 일어날 것만 같이 패도적입니다. 절대 암살자는 될 수 없습니다. 쯧, 어둠의 수호자의 이면에 있는 파괴신이 괜한 말이 아니었군요.”

아흘라니는 상당히 아쉬워하며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샤크티를 더 빨리 완성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시간을 엄청 벌겠네.”

“시간만 번다고 생각해요, 블랑?”

“아뇨.”

루타니아의 왕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에, 자신은 일을 다 보고 쿠할란으로 넘어간 후일 것이다.

루나는 동맹이고 포비아는 중립이라 하지만, 두 왕실은 어쩔지 모르기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줄인 것이라고 봐야 했다.

몽블랑은 멀어지는 성벽을 보며 갑자기 몸을 떨었다.

“으후, 빨리 떠나길 망정이지.”

몽블랑의 푸념 어린 말에 일행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이유는 마흠마디와 황궁에 기거하는 브라만들 때문이었다.

셈하자에게 잘 보이기 위하는 마음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몽블랑을 변치 않을 아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브라만들은 손녀나 딸 들로 하여금 몽블랑의 밤 시중을 들게 한 것이다.

비록 샤크티라는 넘지 못할 벽이 있어 불발에 그쳤지만, 브라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트리파이온의 책정식 날, 메조른 왕궁에서의 연회에서 귀족 영애들이 썼던 방법보다 더 과감한 방법을 써 가며 육탄공세를 하였고, 몽블랑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리 도망치듯 마흠마디를 떠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오늘 내일 안으로 떠나려 했지만……. 어휴.’

비단 이 일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몽블랑은 릭샤를 떠나고 나서부터 마을의 최고 귀족들의 접대를 마다하지 않고 즐겼었다.

그런데 이렇게 코를 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정중히 거절하다가 도가 넘어서려 하면 끝내 도망쳤다.

안고 품는 순간 코가 꿰일 테고, 그렇게 되면 루시아에겐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며칠 전 이후로 만날 나가 보았지만, 수드라들을 마흠마디 안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보면 아마도…….’

“블랑은 참 신기해요. 어쩔 땐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데, 어쩔 땐 겁쟁이처럼 소심해요.”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루시아를 위해서라는 걸 일행은 알고 있었다.

몽블랑은 생각을 접고 트리샤를 바라봤다.

“즐기는 것과 사랑하는 건 다른 거죠.”

“정략혼이 싫은 건가요? 도움이 될 텐데도요?”

트리샤는 왠지 심각한 어조로 물어 오고 있었고, 그에 몽블랑은 의아해했지만, 일단 자세를 바로잡았다.

“솔직히 여태까지 정략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저 거북스러운 것뿐이었죠. 하지만 그게 내 여자를 울릴 일이라면 하지 않을 겁니다.”

“해야 할 때가 올 텐데도요?”

“전부가 아니면 전무여야 하죠. 그리고 만약 정략혼을 거부해 적으로 돌아선다면 그건 언제든 적이 된다는 것이 아닐까요? 불안한 신뢰 따윈 이쪽에서 거절입니다.”

셈하자도 그것을 알기에 권유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은 몽블랑도, 셈하자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권력자들이 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몽블랑에게 정략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는 것도 둘은 알고 있었다.

아쉬운 건 이쪽이 아니라 권력자들이었고, 그래서 메조른 왕실의 연회에서도 중매보다는 우연을 가장한 육탄 공격을 한 것이었다.

트리샤 역시도 다년간의 교육을 통해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안심했다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 것이다.

‘원래부터 호감이 있었지만, 샤크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모습이 내 마음에 크게 파고든 거지.’

일개 종이 위험하다고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샤크티가 몽블랑의 울타리 안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칼리가 황궁 밖으로 뛰쳐나갔을 때 다칠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칼리에게 먹혀 가는 샤크티를 구하기 위해서, 고작 그거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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