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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기미, 힘들어 뒈지겠네. 밥은 시켰지? 곧 하교 시간이라 얼른 먹고 학원으로 들어가 봐야 해!”
“아, 너 초등부 마부였지? 초등부 애들은 조용하냐?”
“내 자식이었으면 꿀밤을 후려쳤을 거야! 뭔 애새끼들이 그렇게 말을 안 들어? 중등부는 좀 어때?”
“나도 내 자식이었으면 좋겠다.”
네 명은 그렇게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샤무엘과 우랄은 애써 신경을 끄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확실히 메조른에는 카우트예가 널리 퍼져 있는 것 같군.”
“들어 보니, 율리나와 포비아의 영역에까지 진출했다고 합니다. 한데, 베네딕트는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곧 합류할 형제들이라면 도모하는 데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다음이 베네딕트다. 형제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다고 하지?”
“파하란 남쪽에서 출발한 형제들은 이미 옛 마블르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쿠할란 남서부와 중서부 역시도 국경을 넘었다고 합니다.”
“한 번에 몰아쳐야 하니 자작령 전역에 퍼져 있으라고 전해라. 절대 먼저 도발을 해선 안 된다.”
“옛, 알겠습니다, 무엘 님.”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인 우랄은 사람이 들어오자 가슴에 숨긴 페니 다발을 두드렸다.
“이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찐하게 놀아 봐야지. 형제들에게도 나눠 줘라.”
“옛!”
대답을 하던 우랄은 갑자기 조용해지자 고개를 돌렸다가 식탁에 얼굴을 묻고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네 명을 경멸스럽게 바라보다 다가오는 주인에 눈을 빛냈다.
“목욕물이 모두 준비된 거냐?”
“예, 손님!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요!”
“알았다. 가시죠, 무엘 님.”
우랄과 사무엘은 지하로 내려갔고, 그걸 힐끔 보던 네 명과 주인의 얼굴은 삽시간에 차가워졌다.
여관 주인은 네 명이 앉은 테이블에 앉았다.
“숙박하러 온 노예상들의 말에 따르면 어제 성벽 밖의 오카몬 노예 경매장에서 대량의 수인족들이 나왔단다.”
“성문 형제들 말로는 영도 안으로 백여 명의 실력자들이 들어왔대.”
“내가 들어올 때 나를 보고 버러지라 칭했지.”
“뒤에 들어간 놈이 대장이다. 이름은 샤무엘. 앞에 놈의 이름은 우랄. 이단 심문관. 추적향이란 단어를 썼다.”
한 사내의 말이 끝나자 주인의 말을 이었고, 다른 사내들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들을 꺼내 놓았다.
초점조차 찾을 수 없는 중구난방의 이야기였지만, 그들은 그걸 조합하려 애쓰지 않았다.
이 정보의 조합은 자신의 상위에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었다.
주인은 그렇게 모아진 정보를 알리러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네 명의 사내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수인족이 아직도 남아 있었어?”
“산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겠지. 그런데 숨으면 누가 발견하겠냐? 아마, 그렇게 살아남았을 거야.”
“흠, 이거 엘프나 드워프도 있는 거 아니야? 흐흐, 그놈들 엄청 비싼데, 엘프는 특히 살 떨리게 예쁜 게…….”
“그렇게 예뻐? 난 안 봐서 말이야. 어떻게 한 번을 안 걸리냐?”
“하프밖에 못 봤는데 아주 죽여. 몸매나 얼굴이 그냥…….”
쿵!
포크가 테이블을 찍자 음흉한 얼굴들은 삽시간에 새파래졌다.
“옛날로 돌아가지 마라. 우린 옛날의 그 개새끼들이 아니야.”
“험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카우트예 님과 사제님의 은혜를 배신하겠냐? 걱정 마라, 난 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으니까! 자식에게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있는 게 이렇게 좋은지는 몰랐다!”
“그렇지? 내 자식새끼도 교사가 아빠 직업이 뭐니 하고 물으면 ‘중등부 언니 오빠들 등하교 시켜 주는 마부예요!’라고 하니까 반 아이들이 모두 부럽다는 눈으로 봤다더라! 그걸 재잘재잘 말하는데…… 크으~ 죽인다, 죽여!”
“부럽다는 눈?”
“마차 타잖아! 그러니까 언제든지 마차를 탈 수 있는 줄 아는 거지!”
“푸핫! 하긴, 그런 게 부러울 만하겠다! 마차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잖아?”
“야, 우리 딸내미도…….”
그들은 그렇게 평범하기에 행복한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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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른 전역에서 밀려드는 이야기는 카우트예 학원도시 내에 있는 진리안의 총단에서 걸러지고 걸러져 하나의 정보로 탄생한다.
게스는 방금 막 조합되어 올라온 정보에 낯빛을 굳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작업할까요? 흩어져서 오는 거라 지금 우리의 전력이면 쥐도 새도 모르 게 묻어 버릴 수 있는데요.”
카우트예 학원도시에 남은 사제 중 한 명이자 옛 루시아 패거리의 허클은 백전노장조차 서늘해질 정도로 살기를 뿜고 있었다.
허클은 어느새 헌앙한 장부가 되어 있었다.
그의 곁에는 레벌의 동생인 르벌의 아들, 마르코도 있었다.
마르코 역시도 진리안의 단원이었다.
탁월한 눈치와 빼어난 머리 그리고 날쌘 몸을 지닌 둘은 후에 진리안의 단장이 될 재목들이었다.
“아니, 놔둔다. 이 기회에 마화포의 성능을 시험한다.”
“전쟁의 위험성은요? 아후라는 사제님 덕분에 안전하다지만, 파하란, 쿠할란, 알타이른은 분명 욕심을 낼 겁니다.”
“그러니 몰살시켜야지. 이번엔 온다는 십만의 백전노장들로 카쉬모프 전역에 그물을 쳐라.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촘촘한 그물을!”
“네!”
마르코가 달려 나가자 허클은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사제님에겐 알리지 않을 겁니까? 마화포에 대한 것도 숨기고 있잖습니까.”
“블랑이는 지금 바쁘다. 원하는 걸 얻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번에 학원도시가 자치령이 된 것 때문인 것 같아. 돌아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테니까 이 기회에 다 찾아서 자치령을 가진 교단으로서의 구색을 맞추려는 거겠지.”
“결국 들키게 될 겁니다.”
“그놈들이 쳐들어왔을 때 보고 하면 돼. 그럼 블랑이는 돌아오는 대신 어떤 일을 해낼 거다.”
“어떤 일을 말입니까?”
“그건 블랑이만 알겠지. 다만, 지그문트에게 큰 타격이 될 일이 될 거야. 문제는 그 이후다.”
“무슨 문제 말입니까?”
“알타이른 제국이 끼어드는 일이지!”
문이 거침없이 열리며 기사 정복을 입은 세베루스가 들어왔다.
게스는 벌떡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대공자.”
“이브아 세베루스 외 붉은사자기사단 백 명 전원 도착이네.”
“이, 이브아! 그럼?”
“홍염의 기사의 유지를 모두 수습한 덕분이네. 붉은사자기사단은 나와 아버지 그리고 사자기사단장인 엠브시오 경과 함께 조련한 이들이니 충분히 제 몫을 할 거네.”
세베루스는 고작 25세의 나이에 이브아, 즉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이는 역사에 남을 엄청난 위업이었다.
“갑자기 든든해지는군요. 그런데, 대공자. 정말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지그문트 때문이라면 40%, 마화포가 60%. 합이 100%네. 알타이른 황실의 숙원을 잊지 말게.”
알타이른 제국 황실의 숙원은 대륙 일통이었다.
“전쟁의 역사를 새로 쓸 무기까지 나왔으니, 그들은 그 핑계로 전쟁을 일으킬 거네.”
“음. 괜찮겠습니까? 동부엔 쿠할란이있습니다.”
“이번에 아후라로 떠난 칙사는 황제 셈하자에게 남동부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시켜 달라 말할 거네.”
몽블랑과 셈하자의 목욕탕 대화는 시간이 흘러, 가르티안까지 통신 수정구로 참석하며 아후라 왕국에 마화포를 판매하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거기다 마화포의 포신에 관한 기술 교류까지 이어지기로 하였고, 가르티안의 칙명을 받은 비밀 칙사가 도착하면 영원한 우호동맹 협정 조약을 맺기로 하였다.
“그것만으로도 쿠할란은 쉽게 움직일 수 없네. 여기에 루타니아까지 움직일 수만 있다면…….”
“쿠할란은 아예 꼼짝도 못하겠군요.”
“그렇지.”
포비아의 총 교단이 있는 쿠할란은 해적들의 나라, 해적왕국이라 불리는 씨 스왈로우와 계속 전쟁을 해 온지라 조선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었다.
씨 스왈로우는 카리브디스라 불리는 대륙의 남해에 있는 카리브디스 군도 안의 수천 개가 넘는 섬에 숨어 있다.
그런 쿠할란이 해군을 이끌고 바다에서 상륙을 한다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수도 있지만, 메조른의 남부의 해군도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카리브디스 군도가 메조른의 바다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할란 못지않게 조선 기술과 항해술이 발달한 나라가 바로 루타니아였다.
삼면이 바다에다 나라의 면적도 가장 좁아서 쿠할란의 해안가를 쉬이 농락할 수 없는 해적의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루타니아의 대함대가 쿠할란의 북동부만 압박할 수 있다면, 쿠할란은 전쟁을 생각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루타니아는 뒤로하더라도 명령이 떨어지면 죽음도 불사하고 달려드는 아후라 군대의 끈질김과 잔인함, 무식함은 황혼과 새벽의 전쟁 이후 몇 번 일어났던 전쟁에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알타이른 제국은 달랐다.
그들은 메조른, 아후라와 한꺼번에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었다.
“음, 이거 잘못하면…….”
“동부와 서부 간의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겠지. 다른 곳은 몰라도 역대로 패도를 걷는 황제만을 배출한 알타이른이라면 언제가 되었든 블랑과 마화포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거네. 문제는 아후라 왕국이네. 그들이 알타이른과의 전쟁에 움직여 줄지가 문제야.”
우방국이 된 이상 아후라는 움직여 주긴 할 것이다.
그러나 마화포라는 엄청나게 먹음직스러운 먹이는 셈하자로 하여금 허튼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마화포의 진짜 기술은 포신이 아니라 포탄이었으니 말이다.
“음…….”
게스는 가슴이 답답해져 한숨을 내뱉었다.
‘채석장에서 하루하루 돌을 깰 때가 그립구먼.’
세베루스도 한숨을 내뱉었다.
‘결국 블랑이가 무언가를 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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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하루하루 대접을 받으며 호사를 누리고 있었지만, 마냥 노는 것은 아니었다.
신체 단련을 하고, 아흘라니나 메이슨과 대련을 하며 실전감각을 키워 갔다.
쓸모없는 신성한 축복도 열심히 썼다.
신성한 축복 역시 사람에게 써야지만 발동이 되었지만, 아후라 황궁 안에는 신성한 축복을 받아 줄 사람이 차고 넘쳤다.
그 결과 엄청나게 친절하고 고마운 셈하자의 손님으로 불리며 신성한 축복의 대지라는 범위형으로 발전하였지만, 효과는 전혀 변하질 않았다.
“쩝, 기껏 머리가 맑아지는 것뿐이냐.”
“한눈 파시다간 다치십니다.”
“신성한 족쇄.”
촤르르르!
신성한 포박의 진화형인 신성한 족쇄가 옆으로 비켜서는 아흘라니를 따라가 묶었다.
아흘라니는 크게 흔들리는 내장에 이를 악물었다.
“……역시 그 신성 마법은 사기군요.”
“이건 이제 시작이죠. 웃챠, 느림의 대지.”
훌쩍 물러난 몽블랑이 성자의 지팡이로 바닥을 찍자 아흘라니의 넘어들며 칼을 내려쳐 오던 메이슨의 신형이 한없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깃털이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느린 그 속도에 몽블랑은 지팡이를 쥔 오른손을 뻗었다.
“절대의 심판.”
메이슨의 머리 위로 거대한 해머가 생성되자 아흘라니는 채찍을 날려 메이슨의 허릴 휘감아 뒤로 잡아 당겼다.
쩌엉!
둘은 10미터 가까이 물러났지만, 온몸을 덮치는 파동에 땅에 고랑을 내며 밀려나야 했다.
“반경은 10미터. 일단 적중되면 총 20미터를 물러나게 됩니다.”
“카악! 퉤!”
헤롱거리던 메이슨은 피가 섞인 침을 뱉어 냈다.
“물론, 내부도 흔들죠. 신성한 치료. 신성한 치료.”
“어이, 단장, 이젠 마스터가 아니면 몇 명이 몰려와도 블랑에게 죽일 수 없겠는데?”
공격을 막아 내는 것과 물리치는 것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애초에 몽블랑은 공격에 관하여 그리 재능이 없었으니 상관은 없었다.
위기 상황 시 자신들이 달려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됐다.
몽블랑은 그런 능력을 이젠 지니게 되었다.
“블랑아, 솔직히 네 신성 마법은 사기야. 딜레이가 아주 없는 거냐?”
“딜레이는 있죠. 다만 조합이 좋은 거예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단장, 오러를 일으켜서 공격해 봐요.”
“차앗!”
빛살이 되어 쇄도하는 아흘라니를 보며 몽블랑은 다시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느림의 대지.”
움찔!
순간 느려져 허우적거리던 아흘라니는 몸을 흔들었고, 그러자 몽블랑을 향해 나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2미터 앞에서는 다시 빛살이 되어 몽블랑의 목에 오러가 솟은 검을 드리웠고, 여기까지는 채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몽블랑은 거둬지는 단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만약 마스터가 최고로 뿜어내는 오러라면 방금 흔드는 몸짓에 느림의 대지가 깨졌을 거예요. 지금의 신성한 보호는 오러 블레이드를 단 한 번만 막아 낼 수 있고요.”
“이 격이면 죽는다는 거로군요.”
“맞아요. 입을 열기도 전에 목부터 달아날 거예요.”
“더 단련해야겠군요. 이곳을 나간 순간부터 그들의 반격이 시작될 테니 말입니다.”
“날 죽기 직전까지 몰아세워 주세요. 난 짐이 되지 않을 겁니다.”
상황이 꼬이다 보면 일행과 떨어질 수도 있었다.
실력자들이 나서 몽블랑과 자신들을 갈라놓아 몽블랑을 인질로 잡으면 승패는 바로 갈리게 될 것이다.
몽블랑은 그런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영혼까지 전투를 각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진리안! 모두 사제님을 공격하라!”
“차앗! 하아압!”
아흘라니가 뒤로 물러나자 진리안의 기사들이 달려들었고, 몽블랑은 바닥을 강하게 찍었다.
“느림의 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