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126화 (12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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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란 왕국의 북동부와 메조른 왕국의 북서부를 가르는 우랄 산맥, 로브를 눌러 쓴 백여 명의 사람들이 빠르게 산을 넘고 있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한 로브인은 어떤 기척을 느끼고는 머리 위로 주먹을 들어 올렸고, 로브인들은 재빨리 무기를 뽑아 들며 주위를 경계했다.

새도 겁에 질려 입을 닫아 버린 고요한 공간, 더 많은 것을 느끼기 위해 로브의 후드를 내린 선두의 금발 사내는 순간 눈을 뜨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다! 숫자는 셋!”

십여 명의 로브인들이 뛰쳐 나가자 금발의 사내가 가리켰던 나무 위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뛰어내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놓치면 안 된다! 우리의 이동이 밝혀져선 안 돼!”

그의 외침에 백여 명의 로브인들도 세 개의 그림자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참을 쫓아 달리던 그들은 갑자기 주위를 뒤덮는 살기에 흠칫하며 멈춰 섰다.

백여 명의 대장인 샤뮤엘은 검을 뽑아 든 채 경계하다 맞은편 나무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거한을 보곤 눈을 부릅떴다.

얼굴과 배는 인간이나, 턱이나 드러난 팔과 다리가 털로 덮여 있었다.

“수인족!”

샤무엘의 기함에 나섰던 금빛 눈의 거한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인간, 그냥 지나쳐 가라. 그러면 죽이진 않겠다.”

온몸을 엄습하는 살기에 이를 악문 샤무엘은 눈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 위나 나무 사이로 삼십여 명의 수인족들이 조잡한 활을 겨누고 있었다.

“큭큭큭. 이거 예상외의 소득을 올리겠군. 모두 쳐라! 수인족 습성상 여기에 있는 저놈들이 싸울 수 있는 놈들의 전부다! 성전을 벌이기 전 질퍽한 연회를 벌일 것이다!”

“우아아아아아아!”

“개 같은 인간들! 전사들이여, 공격하라! 크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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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이잉!

오아시스 도시 쿤룬 동쪽의 작은 돌산의 정상, 몽블랑은 쿤룬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인가?’

몽블랑의 흥미 없는 반응과는 달리 하맛드과 사람들은 너무도 놀라 눈을 끔뻑이며 쿤룬을 바라보고 있었다.

“테, 텔레포트 마법진! 신체가 소실된 사람은 없는 것이오! 알 쿨,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다. 어디 아픈 데는 없다. 신체가 소실된 전사는 없나?”

“모두 무사합니다, 알 쿨!”

모하메드는 마법진 위에 널브러져 있는 금은보화와 책장에 꽂힌 책을 살피다 경악했다.

겹쳐진 금화라든지, 소실된 책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황혼과 새벽의 전쟁 이전의 마도 문명인가! 대발견이다! 이보다 더 한 발견은 없을 것이다! 이로써 유통은…… 헙!”

모하메드는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그 말은 이미 몽블랑의 귓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하맛드, 공동 연구를 제안합니다!”

“오오오! 이 모두 성자의 것이거늘 또 이 나를 배려해 주는 것이오? 역시 그대는 성자이오!”

온전한 텔레포트 마법진이 가져올 부와 명예는 쿤룬과 아후라 왕국을 지금보다 더 부강하게 해 줄 터였다.

모하메드는 너무도 아쉬워했지만, 이내 수긍하며 얼른 카우트예에서 사람이 오기만을 바랐다.

몽블랑은 혹여 하맛드의 마음이 변하랴 재빨리 멀린과 연결된 통신 수정구를 켰다.

무어라 말하려던 멀린은 온전한 텔레포트 마법진이란 소리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분했다.

당장이라도 달려올 듯한 모습을 보이던 멀린은 크게 아쉬워하며 몽블랑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풀렸다.

마화포의 개발, 몽블랑은 경악했다.

영상수정구로 틀어 주는 그 엄청난 광경에 몽블랑은 넋을 놓았다.

그때, 갑자기 아흘라니가 가지고 있던 통신 수정구가 울더니 세베루스를 토해 냈다.

-반응을 보니 마화포에 대해 들었나 보군. 어떻게 할 거냐. 모두 너의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뭘 어떻게 해?”

-설계도를 오픈 할 거냐, 안 할 거냐?

몽블랑은 세베루스와 마찬가지로 초조한 얼굴의 멀린을 바라보았다.

“어쩌실래요? 학부장님이 개발하신 거잖아요.”

-난 오픈했으면 좋겠네. 비록 내가 발명하긴 했으나, 우리가 품기엔 너무 큰 물건이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요?”

-거의 대소동이하네. 판매를 하자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

몽블랑은 잠시간 눈을 감았다가 떴다.

“멀린 학부장님, 설계도를 오픈합니다. 기술 교류를 시작하도록 하세요. 단, 생산은 카우트예, 왕실, 라리우스, 카쉬모프, 본프레레, 알렉소에서만…….”

애초에 혼자 삼키기가 너무 큰 물건이었다.

그럴 바에는 빚을 지어 두는 게 좋았다.

-괘, 괜찮겠냐?

“겨우 이 정도에 놀라면 안 되지.”

몽블랑은 쿤룬의 아래서 발견한 것들을 말해 주었고, 세베루스는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수습한 세베루스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알았다. 그렇게 전하도록 하마. 어쩌면 독립 자치령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해 놔라.

“응? 독립 자치령?”

-수고해라.

그런 건 생각지 못했던 몽블랑은 멍하니 꺼진 통신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흐하핫! 대륙 최초의 신성왕국이구려! 축하하오, 성자!”

하맛드는 잘됐다며 몽블랑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던 하맛드는 곧 심각한 표정으로 몽블랑을 바라봤다.

“그 마화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소, 성자.”

사상 최악의 병기의 파괴력을 떠올린 하맛드의 양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 이게 진짜 돈질이다

카우트예 학원도시에서 날아온 소식은 메조른 왕실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마화포와 무엇 하나 소실되지 않을 텔레포트 마법진의 발견에 메조르니아에 있던 믿을 만한 귀족들이 비밀리에 소집되고, 왕실파 거두 귀족들도 통신 수정구를 켜고서 가르티안을 기다렸다.

곧 가르티안이 도착했고, 비밀회의는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미 한 번 이상씩 본 영상이지만, 또 봐도 경이롭기만 한 마화포의 파괴력에 혀를 내둘렀고, 몽블랑의 결정에 크게 기뻐했다.

-또한 지금 이곳에는…….

몽블랑은 텔레포트 마법진에 대한 것을 설명하였고, 가르티안과 귀족들은 마화포 때만큼 놀랐다.

이미 알고 있는 카쉬모프 자작만 제외하고 말이다.

“저, 정말 천 명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단 말인가?”

-예, 전하. 모하메드 마법사의 말에 따르면, 구동하는 마나석의 출력 문제만 해결되면 천 명이건 오천 명이건,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좌표와 마나 유동성, 무게, 부피 등등의 문제가 있어 거리엔 구애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오오오! 정말 큰일을 해 주었네. 자네는 본국의 홍복이야!”

거리는 큰 문제가 안 되었다.

무언가 소실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할 뿐이었다.

“곧 왕실 전속 마법사를 보내도록 할 터이니, 하맛드 알 쿨에게 말을 잘해 주게나!”

-예, 전하.

몽블랑을 나타내던 통신 수정구의 빛이 꺼지자 가르티안은 흥분된 얼굴로 회의장에 있는 여덟 명의 귀족들을 바라봤다.

그 안에는 카쉬모프 자작, 본프레레 백작, 라리우스 공작, 알폰소 백작도 끼어 있었다.

“이번에도 성자가 본국을 위해 큰일을 해 주었소. 이번엔 대체 무엇을 내주어야 할지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오.”

마화포와 텔레포트, 두 가지만 해도 메조른 왕국은 몽블랑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립자치령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시기상조지요. 아직 블랑에겐 지그문트와 카만이 있으니 말입니다.”

카쉬모프 자작의 말에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몽블랑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카우트예 학원도시를 독립자치령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지만, 그리되면 카우트예 학원도시의 위험시 군사 동원부터 시작해 많은 일들을 그들이 원하는 만큼 해 줄 수가 없었다.

독립자치령이란 말은 곧 타국이란 소리와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전하 가장 좋은 선물은 아무래도 기존의 관도를 새로이, 크고 넓게 닦는 게 아닐까 합니다. 본국에 산재한 카우트예의 신도들이 언제든지 쉽게 카우트예 도시를 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흠. 전쟁 시 타국의 병력 이동을 제한하고자 비비 꼬아 놨던 관도를 새로이 닦자라…….”

텔레포트 마법진이 메조른 전역에 깔려 활성화되는 순간 거리의 문제는 사라지게 될 터였다.

전체를 옮길 순 없다고 하더라도 기사 같은 정예만 따로 보낼 수만 있다면 아주 큰 변수가 될 터였다.

하나, 대군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관도를 새로이 닦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 보상으로는 부족했다.

그걸 짐작하지 못할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일정의 상여금을 내리고, 각 영지, 정확히는 마을 단위에 카우트예의 신전을 무상건립해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전하?”

재상 암브로시아의 말에 가르티안과 귀족들은 그래도 부족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더 해 줄 것이 없는지라 상당히 아쉬워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가르티안은 대회의실 문을 지키는 펠리컨을 보곤 순간 떠오르는 게 있어 미소를 지었다.

“음, 카쉬모프 자작, 혹시 경호요원양성훈련소의 규모를 키울 수 있겠소? 한 십만 명 정도가 한꺼번에 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오.”

“혜안이십니다, 전하! 바로 착수하겠습니다!”

“전하, 다른 곳에도 카쉬모프 경호요원양성훈련소 같은 곳을 왕립으로 하여 본국 전역에 딱 다섯 곳만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국경 근처에 말입니다!”

“그 다섯 곳의 최고 점수 졸업자는 훈련 교관으로 만들면 좋지 않겠소? 이를테면 경호요원 및 훈련교관양성훈련소로 하는 것이오!”

라리우스 공작의 말과 그걸 뒷받침하는 본프레레 백작의 말에 가르티안과 귀족들은 무릎을 치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감 없이 풀어 놓기 시작했다.

대규모 경호요원 및 훈련교관 양성훈련소는 빠르게 뼈대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암브로시아 재상!”

“적고 있습니다, 전하!”

몽블랑을 도와주는 길이 결국 국방을 강화하는 길이 되자 그들은 침까지 튀겨 가며 열변을 토해 냈다.

이런 모습이 나라와 가문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진정한 귀족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몽블랑에게 줄 선물을 위해 쥐가 나도록 머리를 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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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는 텔레포트 마법진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와 현 세대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아티팩트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브라만이나 가질 수 있는 보물들이 널려 있음에 모하메드는 황홀해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림의 떡이었으니, 모하메드는 눈물을 흘리며 아까워해야했다.

트리샤는 비싼 돈을 주고 산 정령석이 아깝기는 했지만, 양 손목과 가슴, 허리에 찬 엄청난 출력의 증폭구에 행복해했고, 그건 각자 맞는 아티팩트를 고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샤크티도 약간은 허름한 두 자루의 단검에 크게 기뻐했다.

일행뿐만 아니라 호위를 위해 남은 이십여 명의 진리안의 기사들은 각자 하나씩 돌아온 고대 아티팩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절대적으로 함구하기로 했다.

몽블랑은 이 모든 보물을 양보한 하맛드에게 대가 아닌 대가로 부활을 시켜 주었고, 하맛드는 젊었을 적처럼 힘이 넘치는 온몸에 흡족해하며 자신은 영원히 메조른과 카우트예 교단에 우호적일 것이며 전폭적인 지지를 할 것이라 천명하였다.

이렇게 모든 정리가 끝나자 몽블랑은 아후라 왕국의 왕 셈하자 핫산 알 쿨 라하자를 만나기 위해 왕도 마흠마디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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