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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120화 (12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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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최악의 징벌자로서 활동하며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이었다.

그런 것이 애송이란 단어에 뭉개지고 있었다.

사냥개의 가면을 쓴 거친 들개들이 더럽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살기에 물들어 가는 가운데, 베네딕트 추기경은 한 줄기의 실소를 지었다.

“애송아, 무지몽매한 애송아들아, 세상 모든 것은 숫자가 적어질수록 좋아지고 희귀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헛소리!”

“어느 단체건 더러운 일을 해 줄 존재가 필요하단다. 모든 악명을 대신 받아 줄 방패막이가 말이다. 그런 것들에게 실력의 고하는 중요치 않다.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느냐, 얼마나 끈질기게 물어뜯을 수 있느냐……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단다.”

“개소리하지 마라! 우리는 공포의 13과다!”

“거 보아라, 상처 좀 입었다고 바로 짖어 대지 않느냐. 너희의 쓰임새는 고작 그 정도일 뿐이다. 지금은 이 베네딕트를 죽이는 게 아니라 축출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고.”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지! 흐아아압!”

살아남은 십여 명의 기사들이 동시에 베네딕트 추기경을 덮쳐 갔고, 베네딕트 추기경은 허허로이 웃으며 오른발을 반보 뒤로 뺐다.

“오너라, 주인에게 버림받은 짐승들아. 아버지의 자비를 베풀어 단숨에 죽여 주도록 하마.”

콰아아아아!

그의 전신에서 신성력이 폭발하듯 솟구치며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강한 주먹이란 무기가 그들을 향해 뻗어졌다.

뻐어어어엉!

13과가 몰살당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경비들이 몰려오기 전에 자리를 피한 베네딕트 추기경은 아실리 주교를 찾았다.

“괜찮으십니까?”

거대한 신성력을 발현을 느끼고 신전 대문 앞에 있던 아실리 주교는 피투성이가 된 베네딕트 추기경을 보며 기함했다.

“애송이들에게 당할 정도로 노쇠하진 않았다. 누가 보기 전에 들어가자.”

신전 안으로 들어가 씻은 베네딕트 추기경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통신 수정구 앞에 앉았다.

빛을 발한 통신 수정구는 곧 세크메르 교황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허허허, 자네가 웬일인가?

“보내 주신 선물은 잘 받았소이다, 교황.”

-그래, 마음에 들던가? 자네의 명예와 맞바꾼 선물인데 말이야.

“아주 마음에 들었소이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화답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오.”

-허, 아직 선물이 하나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만족해하는 건가?

그게 어떤 것인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베네딕트 추기경은 봉인이 풀린 흉심을 여과 없이 보여 주었다.

“실수하신 것이오, 교황. 이 베네딕트가 이대로 골방의 늙은이가 될 줄 아시오?”

-모두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서니, 자네가 이해하게나. 아, 곧 비게 될 추기경의 자리에 레드안 폴로를 올리려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출신도 모를 들개 따위를 올리려 하다니…… 우리가 교황을 잘못 뽑았구려.”

-나를 교황위에 올린 것은 자네들이니, 후회를 해 보았자 이미 늦었다네. 그럼 동의한 것으로 알겠네.

“…….”

-앞으로 메조른에서 잘 살게나. 내 특별히 죄인으로 취급치는 않을 터이니! 허허허허허!

베네딕트 추기경은 이를 갈며 꺼진 통신 수정구를 노려봤다.

“이, 이게 무슨 말입니까?”

어느 순간부터 듣고 있었던 아실리 주교는 경악하며 베네딕트 추기경을 추궁했다.

“들은 대로다. 이제 난 더 이상 추기경이 아니게 되었단다.”

“어째서!”

“교단의 소중한 재원들을 죽였으니, 어쩔 수 있겠느냐?”

지그문트 교단에서 가장 강한 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아실리 주교는 망설임 없이 추기경들과 교황이라 말할 수 있었다.

교황도 추기경 한 명은 압도할 수 있어도 두 명과 붙으면 필패였다.

일례로 200년 전 역심을 머금고 교황 위를 찬탈하려고 했던 추기경 한 명을 잡기 위해 이백 명의 신성 기사와 일백 명의 사제가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런데 베네딕트 추기경은 피투성이가 됐을지언정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다.

그건 곧 세크메르 교황이 베네딕트 추기경의 목숨이 아니라 실각을 원한 것이란 소리였다.

아실리 주교는 이 끔찍한 함정에 머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죽이신 겁니까!”

“내가 죽이지 않았다면 다른 이에게 죽었을 것이다. 동료라 믿는 이들에게 말이다. 아무리 들개로 키워졌다지만, 그 얼마나 지독한 배신이란 말이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악이 되어 순교를 해 주는 것이 낫다.”

“……빌어먹을!”

“아실리야, 형제들을 모두 메조른으로 불러 모아라.”

“추기경 예하!”

“모든 명성과 명예가 땅으로 떨어졌다지만, 반항은 해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왕실파에 집중적으로 배치해라. 특히 카우쉬카와 영도 카쉬모프에는 정예들만 보내야 할 것이다.”

“……그, 그 말씀은?”

“아무래도 카우트예의 낙원으로 향하는 그의 배에 잠시 올라타야 할 것 같구나. 서둘러라, 교황이 손을 쓰기 전에!”

“……알겠습니다, 추기경 예하!”

달려 나가는 아실리 주교에게서 시선을 거둔 베네딕트 추기경은 통신 수정구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앞으로의 일이 당신 뜻대로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해 싶소이다. 당신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너무 무시했소,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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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라훌타 마을의 외곽에 일행들이 머물 만한 큰 저택을 무기한으로 빌렸다.

진리안의 기사들을 기다리려는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되자 메이슨과 소냐는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며 기약 없이 자리를 비웠고, 아흘라니와 마르꼬네는 샤크티에게 보다 강도를 높인 훈련을 시켰다.

트리샤는 증폭구를 사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통신 수정구에서 나온 잭은 차가운 분노를 내뿜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이렇게 화가 나는 건 처음이다.

경호요원양성훈련소에서 나날이 실력이 좋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매일 토가 나오는 훈련을 악과 깡으로 견뎌 냈다.

모두 몽블랑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몽블랑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데, 갈 수가 없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실력의 문제였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너에게 구원받은 모든 이의 심정도 나와 같을 것이다! 그 기사들이 미치도록 부럽다, 블랑아!

“형님…….”

몽블랑은 분함의 눈물을 흘리는 잭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러니! 팔이 비틀어 뜯어져도, 설사 내 눈이 뽑혀도! 이 한목숨 살아 있는 한 우리의 도시를 지켜 낼 것이다! 우릴 믿느냐, 블랑아!

“……예, 믿습니다. 형님과 형님들이 계시는 한 그 누구도 우리의 도시를 넘볼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믿고 안심하겠습니다.”

-으드득! 고맙다!

몽블랑과 더 얼굴을 마주하면 이 분노를 참지 못할 것 같았기에 잭은 거칠게 일어섰다.

그가 자리를 비켜서자 루시아가 의자에 앉았다.

“루시…….”

-……무사히 돌아 올 거라 믿어요.

“……그래, 그 바람 어떻게든 이뤄 줄게. 내가 학원도시로 돌아가면 늙어 죽는 순간에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남을 데이트를 하자.”

몽블랑은 이를 악물며 그렇게 다짐했다.

-네!

루시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통신 수정구에서 비켜섰다.

연락수정구의 빛이 꺼지자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루시아를 바라보던 잭은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문을 열고 나가자 레벌이 살기등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떤 호로 잡놈의 새끼들이라고 그러냐?”

“모른다. 정체를 숨겼다는군.”

레벌은 입술을 비틀었다.

“그렇다믄 발품 좀 쪼까 더 팔아야 쓰겄구마잉.”

“……네놈, 뭘 하려는 거냐.”

“조직생활 했던 새끼가 할 일이 뭐가 있겄냐. 한 가지밖에 없제. 블랑이한티는 말하지 마야. 뭐, 나까지 신경 쓸 틈이 있을랑가는 모르겄다만…….”

“……하지 마라, 그거. 블랑이와의 약속을 저버리겠다는 거냐.”

“이대로 있다가는 속에서 난 천불 때문에 타 죽을 것 같아야. 그랑께 닌 여기서 마누라나 잘 지키고 있어야. 곧 조카도 태어나잖여.”

“이 개자식아!”

잭은 레벌의 얼굴을 후려쳤다.

비틀거린 레벌은 이를 드러내며 잭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허벌나게 부럽다고 해도 친구를 때려야 쓰겄냐, 후러벨 놈아. 니놈이 할 일도 막중하당께. 블랑이의 결실을 지켜야 하는 거여. 니 목숨을 바쳐서 지켜야 한단 말이여. 저기 성벽 넘어서 한 놈이라도 들어와 우리 형제 자매들 피 한 방울이라도 몸땡이 밖으로 내뱉게 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란 말이여! 알긋냐!”

“……빌어먹을! 개 같은! 우라질!”

“킬킬킬. 놀랜드 놈도 데려갈랑께, 잘 둘러대라잉. 그람, 고 새끼들 무너지면 그때 보드라고.”

신전을 나온 레벌은 자신을 보자 급히 허리를 숙이는 옛 동생들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똘똘하고 독한 놈들로 삼백 명 정도만 모아라잉. 알타이른과 유페니언으로 갈랑께, 준비 단단히 하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그들이 달려 나가자 레벌은 하늘을 보며 시거를 물었다.

그의 눈은 두 개 교단의 심벌을 투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이여, 블랑이가 뒈지라 하믄 그 자리에서 혀 빼물고 죽을 수 있는 새끼들이여. 받은 은혜가 하도 커서 이 하찮은 목숨 하나로 퉁 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미친놈들이란 말이여. 니들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야. 아래에 있는 새끼들 무시한 대가가 어떤 건지 알게 해 줄랑께 쫌만 기다려 보드라고!”

레벌의 두 눈이 뜨거운 겁화를 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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