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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제 월급 충당해 주십시오, 스승님. 우리 엄마한테 잔소리 듣기 싫으시면 말입니다.”
“……끄응.”
머리를 벅벅 긁은 멀린은 붕괴 일보 진적인 마법 교사 부 건물을 보곤 한숨을 쉬다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자야, 플레임의 폭발력이 저렇게 강했냐?”
“5클래스 플레임의 화력이 강하다는 건…… 어라?”
마법 교사 부 건물의 내구성은 그들이 제일 잘 알았다.
각종 마법을 도배해 놨기 때문에 이중의 성벽보다 더 견고한 게 마법 교사 부 건물이었다.
그런 건물의 반절이 날아가 버렸다.
“플레임으로 저게 가능한 겁니까? 밀폐된 공간에서 폭발했다고 하더라도 저건 6클래스의 익스플로전, 아니 그 이상의…….”
“네가 봐도 그렇지?”
마법이란 게 자연의 법칙을 비트는 학문이라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멀린은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자야, 아까 수식 기억했냐?”
“……뭘 하려고요?”
“세기의 대발명! 비록 몽블랑 그놈이 준 것이지만, 내 제자들은 내가 지킨다! 그 어떤 놈도 내 제자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해 주겠어!”
멀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고, 게르만은 불안한 미래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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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드라의 신분 상승, 그것은 아후라 왕국의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죽고 난 후에 신분이 상승한 게 아니라 살아 있는데도 신분이 상승하니 모든 수드라들이 그 모녀를 부러워했고, 아후라 왕국의 모든 브라만들은 릭샤에게 몽블랑을 초청하기 위한 초청장을 보냈다.
릭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몽블랑이 후에 릭샤의 목숨을 살려 줄 거란 것을 그들은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몽블랑은 이미 국경 마을을 떠나 버린 후였다.
샤크티는 모친인 라스쿠와 헤어진 것에 며칠간 우울해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일행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무엇이든 바지런히 하려는 그녀의 행동과 마음은 일행의 마음을 움직였고, 샤크티를 귀여운 고용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흘라니와 마르꼬네는 그게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아예 샤크티를 몽블랑의 최대 밀착 호위로서 키우기 위해 따로 불러내었다.
샤크티는 흉측하게 일그러진 아흘라니와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마르꼬네의 얼굴에 움츠려 들었다.
“마르꼬네, 어디까지 전수해야 할지 확인해.”
“알았어, 단장.”
마르꼬네는 샤크티를 바라봤다.
“벗어.”
“네? 네, 네!”
거부를 배우지 못한 샤크티는 재빨리 옷을 벗어 곱게 개었다.
타인에게, 그것도 주인에게 난생처음 선물받은 옷이었기에 샤크티는 티가 묻지 않게 옷을 들었지만, 마르꼬네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는 거친 손길에 곧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음, 이 정도면 꽤 괜찮은데? 어쌔신으로선 상급의 몸이야. 하급이라도 개조를 통해 발달시킬 수는 있지만…… 다행히도 오래토록 사제님의 곁을 지킬 수 있겠네.’
“단장, 이 정도 근골이면 약간의 개조를 통해…….”
아흘라니는 울상이 되어 옷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샤크티의 등을 보곤 얼굴을 굳혔다.
“잠깐!”
“네?”
“돌아봐라.”
샤크티는 머뭇거리다 살벌한 눈동자에 얼른 몸을 돌렸다.
그녀의 등판에는 어떤 여성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는데, 아후라 전형의 미인상인 여성은 열 개의 손에 각가지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귀가 있어야 할 부위에는 또 다른 얼굴 두 개가 옆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놀랍도록 정교한 문신에 아흘라니는 실소를 지었다.
“칼리……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칼리가 뭔데?
“로도스네를 수호하던 네 명의 전사 중 어둠의 수호자를 뜻하는 여전사다. 황혼과 새벽의 전쟁 이전, 침대에서 황제를 호위하던 수트라 중의 수트라, 카마수트라가 새기는 문신이지. 지금은 비천한 것들과 몸을 섞을 수 없다며 없어진 것 같지만 말이다.”
“휘유, 그래? 근데 단장이 그걸 어떻게 알아?”
“……로도스네의 신도는 아직도 아후라에 남아 있다. 사제님이 카우트예 님의 사제인 것처럼 말이다. 주로…… 음, 샤크티, 그건 누가 새긴 거냐?”
“어, 엄마가 새겨 주었어요. 여자들은 모두 이걸 새겨야 한다고 했어요.”
“흠, 수드라 여성의 최고 영광, 카마수트라를 기억하는 건가. 하긴 수드라 여성이 최고로 성공할 수 있는 게 카마수트라긴 했지.”
아흘라니는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몽블랑의 호위로 만들려는 샤크티의 몸에 어둠의 수호자 칼리가 있으니, 어찌 보면 해 봄 직한 생각이었다.
열의로 불타는 눈을 마주한 샤크티는 갑작스레 드는 불안감에 무어라 말하려던 입을 다물었다.
아흘라니는 회한으로 물드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 럴러바이가 그곳에서 첫 번째로 배운 일은 두 자루의 단검만으로 사냥을 하는 법이었다. 너의 감각을 극한으로 깨우쳐 주마. 저녁 식사 후에는 무조건 우릴 찾도록, 알았나?”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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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만이 ‘직접’ 인정한 통행증은 그 어떤 간섭도 불허하게 만들었다.
브라만이 인정하는 사람은 나라의 손님이라 할 수 있기에 몽블랑과 일행은 엄청난 편의를 받을 수 있었다.
금색 수실의 옷을 입은 몽블랑은 국경 마을에서 열흘 정도 떨어진 루훌타란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국경 마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 마을이지만, 몽블랑은 이곳에서 카우트예가, 정확히는 자신의 연설이 먹히지 않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바이샤는 수드라를 비쳐 보며 자신들의 삶에 만족했다.
크샤트리아는 브라만을 섬기는 게 최고의 영예라고 생각하였다.
수드라도 고통받는 자신의 삶에 수긍하고 감내하며 그 사이에서 행복을 찾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지금의 삶은 더 나은 다음 생을 위한 통과점일 뿐이었다.
“이거 정말 어렵겠네. 이빨도 안 박히겠어. 결국…….”
몽블랑은 계획을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이를 드러냈다가는 이 땅에 발도 못 붙이겠죠. 아후라의 복수는 대륙에서 가장 유명하잖아요.”
몽블랑은 트리샤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후라 왕국의 브라만은 자신의 백성이 타국에서 피살을 당하면 암살단을 보낼 정도로 국민을 끔찍하게 아꼈다.
그게 자신의 권위가 손상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나 그림자라도 밟지 않으려는 듯 물러나는 거지와 부랑자가 많은데도 말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땅이에요. 그나저나 증폭구는 구했나요?”
“몇 개는 눈여겨보긴 했지만, 마음에 차는 게 없네요.”
전장에선 증폭률 0.1%로도 생사가 판가름 나니, 쉽사리 증폭구를 구매할 수 없었다.
“그래도 보석의 나라이니, 곧 좋은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정 안 되면 여기서 원석을 사서 멀린이라는 분께 맡기면 되고요.”
“멀린 마법학부장 말이에요? 그분이 유명한가요?”
트리샤는 어이없다는 듯이 몽블랑을 바라봤다.
“아르센은 카쉬모프뿐만이 아니라 메조른에서도 명품이라고 소문난 곳이에요. 그리고 멀린 전 부탑주는, 탑주 볼프강의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리셨던 분이고요.”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몽블랑으로선 ‘아, 그렇게 거물이었구나.’라는 정도로만 인식하며 넘어갔다.
“그런데 루시와는 깨가 쏟아지는 것 같은데요?”
“아, 들었어요?”
몽블랑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몽블랑은 매일 저녁마다 통신 수정구로 루시아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불안하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하하,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잖아요.”
“블랑, 그래서 우린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야?”
따라나온 소냐는 목적지를 말해 주지 않은 몽블랑에 작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메이슨도 마찬가지인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목적지는 세크마루 사막이에요. 정확히는 세크마루 사막 안에 있는 쿤룬이라는 오아시스죠.”
“세크마루면 아흘라니 단장이 말했던 그 지그문트의 발원지?”
“네, 그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어디 보자, 세크마루까지 며칠이나 걸리지?”
메이슨은 마법 주머니에서 대륙 지도와 자를 꺼내 거리를 가늠하다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뭐야, 직진한다고 해도 보름은 더 가야 해? 정말 고대에는 어떻게 그렇게 재빨리 움직였지?”
“또 개소리 한다. 이름도 못 쓰는 네가 고대를 알기나 해?”
“캄블 영감이 알려 준 거거든?”
“아, 그 머릿속에 든 것만 많은 6급의 캄블 노인? 하긴 그 영감이라면 알 만하겠다. 의뢰도 꼭 고대 문명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만 받으니까. 그런데 그 영감 아직까지 살아 있었어?”
“내가 아냐? 헤어진 지 2년이나 지났는데. 그딴 영양가 없는 소리보단 이 잡스러운 살기를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나 해.”
메이슨이 뾰족한 징이 박힌 가죽 장갑을 낀 손을 쥐었다 폈다 하자 소냐도 비릿이 웃으며 허리 뒤춤으로 양손을 가져갔다.
몽블랑은 표정을 잔뜩 굳혔다.
“블랑, 브라만의 손님을 털려는 이 간 큰 것들이 누군지 알겠어?”
“모르지만, 여기선 안 돼요. 사람이 많아요.”
“알았어! 달려!”
소냐가 치고 나가자 몽블랑과 일행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몽블랑은 자신의 몸에다 신성한 바람을 걸었다.
“드, 들켰다! 쫓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