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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그들에게 인사를 해 주며 신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굳게 닫힌 신전의 대문 앞에는 쟝을 비롯해 잭, 놀랜드, 레벌 등 지인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몽블랑은 그들과 껴안으며 해우를 나눴다.
“자, 이건 열쇠다. 네가 가장 먼저 열어야 할 것 같아서 여태까지 닫아 놓고 있었다. 예배는 밖에서 했지.”
“그냥 하시지…….”
몽블랑은 눈을 흘기면서도 얼른 열쇠를 받아 들어 대문을 열었다.
달칵!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는 숨을 죽인 수천수만의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정말 오래토록 열지 않은 건지 경첩이 뻑뻑한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아…….”
내부는 겉의 모습보다 더 웅장하고 장엄하였다.
벽에 붙은 색색의 유리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다.
몽블랑은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추스르며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몽블랑이 단상으로 향하자 뒤따라오던 사람들은 긴 의자에 착석해 갔다.
총 삼 층으로 이뤄진 내부는 어느 층의 어디에서건 일 층의 단상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여덟 명씩 앉을 수 있는 의자는 3천 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기분 좋은 시끄러움에서 등을 돌린 몽블랑은 단상 뒤로 세워진 거대한 석조의 카우트예의 문양을 바라보다 아차하며 마법 주머니에서 두 개의 성물을 꺼내었다.
우우웅! 화륵!
카우트예의 문양과 성물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성화의 화로가 저절로 불을 피웠다.
“아…….”
“조, 조심!”
몽블랑은 무언가에 홀린 듯 성화의 화로를 양손으로 감싸 쥐며 들어 올렸다.
화로에서 피어오른 하얀 불은 몽블랑의 얼굴을 삼켰지만, 몽블랑은 전혀 뜨겁다 느끼지 못했다.
성화의 화로는 문양과 가까워질수록 더 크게 공명하며 불꽃의 크기를 더욱 키워 갔고, 몽블랑은 문양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성화의 화로가 문양 아래 놓인 순간 퍼어어엉 소리와 함께 하얀 불꽃이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몽블랑은 그 불기둥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천장을 뚫어 버릴 듯 맹렬히 솟아오른 하얀 불꽃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천장을 타고 점점 영역을 넓혀 가더니 곧 신전 내부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불길이 다가옴에 깜짝 놀랐던 사람들은 열기는커녕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벅찬 무언가에 자신들도 모르게 가슴께로 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몽블랑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신전 구축. 이 신전 자체에 카우트예 님의 성화의 권능이 내리는구나.”
굳이 성화의 화로 근처에 가지 않아도 신전 안에만 들어오면 성화의 화로가 품은 카우트예의 권능을 몸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새하얀 불꽃은 신전 전체를 태울 듯이 맹렬히 타오르다 곧 벽 속으로 스며들며 자취를 감추었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사람들이 숨을 죽일 때, 몽블랑은 또 한 번의 이끌림에 축복의 잔을 들었다.
웅웅웅웅웅!
문양과 가까워질수록 울어 대며 빛을 발하던 축복의 잔은 성화의 화로 옆에 놓인 순간 신전 전체를 빛의 세상으로 물들였다.
파아아아아앗!
몽블랑은 전신을 휩쓰는 거대한 신성력이 하는 말에 눈물을 주룩 흘렸다.
“카우트예 님께서 다시 일어서셨다.”
몽블랑뿐만 아니라 신전의 천장을 뚫고 솟구친 빛의 기둥을 본 모든 카우트예의 신도들 역시도 그것을 느끼곤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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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쉬카에 나타난 거대한 빛의 기둥, 그것은 영도 카쉬모프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높고 두꺼웠다.
몽블랑은 빛의 기둥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대신전으로 거듭난 것을 축하드려요, 예거 사제.”
“감사합니다, 베아트리체 대사제님.”
베아트리체는 신의 은총이 가득 서린 신전 내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천 년의 낙원의 기틀이 만들어졌구나. 적이었던 이를 배척하지 않으시니, 정말 자비가 넘치는 분이구나.’
신전 전체에 서린 신성력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따스하게 몸을 감싸며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이는 카우트예가 루나를 용서했다는 말이었다.
다른 신전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마도 위협하지 않을 것이란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아니다. 지그문트와 카만은 모르겠구나.’
유일한 사제였던 몽블랑에게 대립각을 세운 곳이라 카우트예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그나저나 이젠 이곳이 카우쉬카의 중심이 되겠구나.’
카우트예 학원이 아니라 카우트예 학원‘도시’라 할 수 있었다.
카우쉬카 내의 기존과 신진의 모든 세력이 이곳에 집결하게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대리석 판매 역시 이곳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귀네슈 카우쉬카 지부가 이곳으로 이전한다는 소리가 파다하니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가지가 만들어졌으니 사방에서 백성이 유입될 것이고, 그렇게 유입된 백성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카우트예를 믿고 따르겠지. 카쉬모프에 정말 신성 왕국이 세워졌어. 겨우 도시 하나 규모지만, 모두 카우트예의 신자로 채워졌으니, 왕국이라 부를 만하지. 이걸 모티브로 하면 본 루나도…….’
따로 땅을 배정받기 위해 권력자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도, 또 전쟁의 위험도 없었다.
작다 하여도 신성 왕국을 세울 수 있다면 루나의 권세는 더욱 커지고 넓어질 것이란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신전대회의인 세콰트로를 건의해야겠어.’
“축하드립니다, 예거 사제님.”
“아, 엘핀토 상급 사제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주교에 오르게 됐습니다. 덕분이죠.”
“오, 그럼 앞으로 콰트로 엘핀토 님이라 불러야 하나요?”
“앞으로 카우쉬카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영도 카쉬모프는요?”
“총단에서 새로운 주교가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신전 내부를 둘러보는 엘핀토도 베아트리체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몽블랑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잘 부탁드립니다.”
엘핀토는 몽블랑이 지그문트를 배척하지 않아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몽블랑은 엘핀토의 뜨거운 눈길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리다가 의외의 인물에 깜짝 놀랐다.
“멀린 부탑주?”
영도 카쉬모프에 있는 아르센 마탑의 부탑주 멀린은 몽블랑을 발견하곤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긴말 안 하겠네. 마법 학부의 학부장 자릴 내놓게. 부탑주 자리도 내려놓고 왔으니, 책임져야 할 게야!”
잠시 멍해졌던 몽블랑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게르만이 탐났습니까?”
“당연히 그것도 있지만, 탑주 놈이 언제 뒈질지 모르니 깔끔히 포기한 거야! 어차피 권력에 미련은 없었고, 부탑주 자리도 인재가 없어서 맡고 있었던 거야!”
“……아예 마탑을 나온 겁니까?”
“그렇지! 아랫것들이 서클을 파괴해야 하네, 지식을 거둬야 하네 등등 별의별 지랄들이 많았지만, 힘으로 눌러 주니 찍소리도 못하더군. 난 이제 아르센의 명예 회원일 뿐이야. 그래서 줄 거야, 말 거야!”
“……일단 하나, 마법은 1클래스까지만 가르칩니다. 그 이상은 절대 안 됩니다. 무조건 영도나 왕도, 왕실파의 마탑에 보낼 겁니다.”
“흥! 그건 걱정 마라. 나도 그 이상은 귀찮아서라도 안 해! 고대 문물과 마법 물품을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좋습니다, 멀린 학부장님. 앞으로 잘해 봅시다.”
“흥! 진작에 그럴 것이지. 그래서 게르만 그놈은 어디 있어?”
몽블랑은 대문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거기에는 멀린을 발견하곤 하얗게 질려 도망치는 게르만이 있었다.
“……거기 서지 못하냐, 이 불효막심한 제자 놈아!”
몽블랑은 노구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빠르게 달려 나가는 멀린을 보며 혀를 내둘렀고, 엘핀토와 베아트리체는 의외의 거물이 카우트예 학원도시에 똬리를 튼 것에 얼굴을 굳혔다.
“사제님.”
“응? 허클?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어?”
“네, 지망생분들 모두 사제님만 기다리고 계세요.”
“그럼 얼른 해야지. 베아트리체 대사제님, 엘핀토 주교님, 임명식을 시작해야 돼서 자리를 비워야겠습니다.”
“지켜봐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그럼…….”
몽블랑은 바삐 걸음을 옮겼고, 베아트리체와 엘핀토는 가까운 빈자리에 착석했다.
어디서든 단상이 잘 보이니 굳이 명당을 찾을 필요도 없었지만, 오늘의 임명식 때문에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이라도 얼른 자리를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카우트예의 삼십만 신도들 가운데 사제가 되기 위해 지원한 사람들은 의외로 이백 명 정도 밖에 안되었다.
거기다 그들 중 대부분이 몽블랑의 지인인 채석장의 노역수와 루시아 패거리였다.
꾸역꾸역 밀려와 복도와 계단까지 미어터지는데도 계속 밀려 들어오다 더 이상 자리가 없어 유동이 멈추자 몽블랑은 단상에 올랐다.
“오늘은 카우트예 님의 새로운 종들이 탄생하는 날입니다. 그분들은 모두 여러분의 부모고, 형제고, 자매입니다. 그들 모두 카우트예 님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하여도 그분들의 신앙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께는 우리가 모를 카우트예 님의 뜻이 있는 것일 테니, 선택을 받는다 하여도, 받지 못한다 하여도 모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