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96화 (9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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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것이다. 우린 그분의 그림자가 될 것이고, 그분께서 이 대륙을 온전히 빛으로 물들게 하실 때까지 지킬 것이다!”

“동감이오! 나는 그분을 위해 세상 모든 이야기를 모을 테니, 당신은 거기서 정보를 추리시오! 그리고 그분을 보호해 주시오!”

“걱정 마라!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입술을 굳게 닫은 체 고개를 끄덕인 코르모는 골목을 빠져나가 귀네슈 상단으로 달려갔고, 루카스는 허리에 매어 놓은 가죽 물통을 입에 가져갔다.

“크흐. 같은 이야기만 수천 번 하니 돌아 버리겠군. 목이 좀 따끔따끔한데 귀네슈 상단에서 모과차라도 한 잔 사 먹어야 하나?”

목을 어루만지던 루카스는 골목 벽에 백묵으로 그려 놓았던 표식을 지웠다.

“이크,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루카스는 허리에 매어 놓은 주머니에서 통신수정구를 꺼내 발동 시켰다.

잠시 후, 허공에 게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중간보고입니다. 메조르니아 전역에 씨앗이 심어졌습니다.”

-물과 햇빛은 블랑이 줄 테니, 싹이 나고 커지기를 바라면 되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루카스 경.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사제님의 잔고가 바닥입니다.”

-곧 귀네슈에서 로열티가 지불될 테지만, 그래도 신도들로 하여금 헌금을 내도록 바람을 잡으십시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카우트예 님의 뜻대로.

“모든 것은 카우트예 님의 뜻대로.”

빛이 꺼진 수정구를 수습한 루카스는 대여한 저택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루카스는 투명한데 하얀 반구형 막에 둘러싸여 있는 몽블랑을 보며 잠깐 멈칫했다.

하얀 반구형의 막은 일정 시간을 두고 사라졌다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또 수련하십니까?”

하품을 하던 몽블랑은 깜짝 놀라 루카스를 바라봤다.

“오늘은 빨리 들어오셨네요?”

루카스는 메조르니아에 도착하고 나서 거의 삼 주 동안 바삐 돌아다녔다.

“이제 볼일을 다 봐서 말입니다. 휘유, 저도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단장에게 혼자만 만났다고 원망 듣는 거 아니에요?”

“하하, 그럴 리가요. 그럼 전 피곤해서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택 안으로 쪼르르 들어가는 루카스를 보던 몽블랑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신성한 보호.”

지이잉!

‘에고, 이건 언제 중급이 되나. 그나마 축복의 잔을 얻으면서 5레벨까지 뻥튀기 된 게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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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짝짝짝짝짝!

수제비와 국수가 나눠지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후후 불어 가며 대륙 어디서도 찾아볼 수없는 요리를 맛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몽블랑은 가슴 높이까지 쌓인 돈 더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거기 루킹 씨, 발루 씨,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네, 네? 저, 저희 말입니까?”

몽블랑은 고개를 끄덕였고, 루킹과 발루는 주춤주춤 다가왔다.

“이것 좀 수레에 싣게 도와주세요. 하아, 헌금은 필요 없다는데도 이렇게 내고 있냐…… 세베루스, 루카스 씨, 도와주세요.”

거짓말 조금 보태면 네 명이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쌓여 있었기에 삽으로 퍼서 옮기는 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넓은 천으로 덮어 안 보이게 한 몽블랑은 귀네슈 상단으로 가서 모두 예치시켰다.

급격히 늘어난 잔고에 흐뭇해하던 몽블랑은 곧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것도 경전 찍고 나면 다시 바닥을 치겠지?”

“또 무료로 배부하려고?”

“그 사람들이 돈 있겠냐? 자식들 먹여 살리는 것도 바쁠 텐데?”

세베루스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몽블랑을 바라봤다.

이어지는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아. 나도 이제 슬슬 돈이 부족해지는 것 같은데, 그냥 이걸 팔아 버릴까?”

임금이야 귀네슈에서 감당한다고 하지만, 그 외에 주거 비용이라던지 숙식, 교육 등등 빈민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났다.

거기다 빈민가 매입과 병원 설립에 따른 약초 매입 등등과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카우쉬카에서 모이는 헌금과 오늘 받은 헌금 그리고 로열티가 있다고 해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건물이 모두 지어져 빈민들이 온전히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그때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사정이 급했다.

“어이, 진심이냐?”

세베루스는 골드 그리폰 훈장을 보며 고민하는 몽블랑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건 루카스와 루킹, 발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쓸모도 없는 거잖아. 내가 반역을 하겠냐, 아님 전쟁을 일으키겠냐? 쓸데라곤 금이란 것뿐이잖아. 나 지금 완전히 적자란 말이야. 당장 다음 달에 밥이나 제대로 먹을지 걱정이라고.”

“그렇다고 해도 가문 대대로 영광인 훈장을 팔아? 팔지 마! 아니, 살 사람도 없어! 그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의 값어치를 가진다 생각하냐!”

“……음, 라리우스 공작 정도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귀족이니까 이런 거 하나쯤 있으면…….”

“차라리 대출을 받아, 이 자식아! 말론 지부장, 어서 대출 계약서를 가져오시오! 이 바보가 사고 치기 전에!”

“예, 예!”

급히 안으로 달려간 말론 지부장은 계약서가 아니라 얼굴이 일그러진 아드리아나가 비치는 통신 수정구를 들고 나왔다.

-팔긴 뭘 팔아요! 당신, 제정신이에요? 차라리 나한테 지분을 매각해요! 얼마가 됐건 모두 사 줄 테니까!

“어? 이거 필요해? 얼마에 살래?”

-닥치지 못해요! 정말 죽고 싶어욧!

“……아, 알았어. 안 그러면 되잖아. 농담 한마디 했다고 아주 잡아먹으려고 하네.”

몽블랑은 골드 그리폰 훈장을 팔 생각은 없었다.

세베루스의 반응이 너무 재밌었기에 조금 더 해 볼까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었다.

-내가 당신을 몰라요! 분명 돈 없으면 팔 거면서!

“정말 농담이라니까 그러네. 안 믿으니 그냥 본론을 말할게. 땅의 지분 20퍼센트 매각할게. 대신 원래 너희 쪽에서 부담하던 임금 외에도 기타로 들어가는 모든 비용까지 전부 책임지는 걸로. 오케이?”

-오케이, 콜! 오호호호! 이로써 50퍼센트 확보! 나중에 금싸라기가 될 땅을 이렇게나 매입하다니! 난 정말 천재라니까!

수정구에 빛이 꺼지자 몽블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가 술을 마셨나? 텐션이 많이 높아졌는데?”

“하하하, 아마 큰공자께서 이번에 크게 손해를 본 것 때문에 기쁘셔서 마시셨을 겁니다.”

“아, 그래요?”

‘얘도 정상이 아니라니까…… 어떻게 제 오빠가 횡액을 당했는데, 기뻐하고 있냐. 쯧.’

말론은 고개를 젓는 몽블랑을 보배 보듯이 바라보았다.

‘2왕자파가 무너지며 파벌에 있던 허미트 후작가도 박살이 났지. 그 때문에 그쪽과 연계를 하였던 큰공자께서도 큰 손실을 입으셨고…… 역시 아가씨가 상단주가 되기 위해선 예거 사제님이 필요해!’

그런 말론 지부장의 속내를 모르는 몽블랑은 장난스레 원망스럽다는 듯이 세베루스를 바라봤다.

“너 때문에 금, 아니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땅을 팔았잖아. 그 땅이 나중에 얼마나 비싸지는지 알아?”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아쉽긴 했다.

1천만 페니 가지곤 50평 저택도 못 산다고 왕도였다.

그렇게 비싼 땅값이 몇 배 아니, 몇백 배 튈지 몰랐다.

“그걸 전부 합해도 그 훈장 하나만 못해! 너 그거 함부로 써 봐! 그 자리에서 절교다!”

몽블랑은 너무 격한 반응에 이쯤에서 장난을 그만두기로 하곤 골드 그리폰 훈장을 마법 주머니에 넣었다.

루카스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도 흐뭇하고 존경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루킹과 발루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빈민을 위해서 골드 그리폰 훈장을 팔아? 왜?’

‘미친 건가?’

“후후후, 당황스럽죠? 원래 사제님이 저러십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속옷까지 벗어 주시는 분이시죠. 정말 저런 분을 모시게 되어 얼마나 영광인지 모릅니다.”

그들은 루카스의 기묘하게 빛나는 눈을 보지 못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

“아, 모르셨군요. 지금 카쉬모프 자작령의 카우쉬카 북쪽에는 카우쉬카의 반절만 한 땅이 엎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평민과 빈민을 위해 그분께서 당신이 가진 모든 돈을 터신 거죠. 공사 규모는 그곳이 클지언정 이곳과 똑같은 것들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말이죠.”

루카스는 작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 그럼 정말로 평민을 위한 아카데미, 평민을 위한 병원, 평민을 위한 도서관, 그런 것들을 위해 돈을 쓴다는 말이오? 신도를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바보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신도를 위해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저희 사제님은 그렇게 도박을 하시는 분이 아닐뿐더러, 바보는 더욱더 아닙니다.”

“대, 대체 왜?”

“아래에 있는 자들을 보살펴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 그게 저분께서 이 땅에 타고나신 소명이라서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그걸 모르신 채 본능의 측은지심 때문에 움직이시는 것 같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저의 입장으로선 운명의 이끌림에 대륙 전체가 웃는 날까지 저분의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 고작 측은지심 때문에…….”

“저분은 위정자처럼 눈으로 우시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울지요. 말보다는 행동, 그게 저분의 철칙입니다.”

“아아아…….”

서서히 존경이 들어차는 그들의 눈을 보며 루카스는 속으로 활짝 웃었다.

‘헐벗고 굶주린 빈민가에 정예 기사 못지않게 단련된 신체와 오러를 가진 자들이라…… 너무 뻔하지 않나. 안 그래도 사제님을 지킬 무력이 부족했는데 잘된 일이지.’

루카스는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 누구든 마음대로 올 수 있지만,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는 게 카우트예의 무서움이지! 바로 저분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서 말이야!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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