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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마차에서 내린 몽블랑은 많은 사람들 때문에 부산한 지그문트 교단의 입구로 향하였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제 둘은 몽블랑을 알아보지 못한 건지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
“무슨 용무 때문에 왔느냐.”
걸어온 데다 옷도 그리 고급스럽지 않아선지 둘의 말투는 상당히 고압적이었다.
몽블랑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들을 보며 짙은 조소를 보였다.
“반트 몰록 대사제란 인간을 만나러 왔는데?”
“……뭐라?”
“아,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 카우트예 교단의 마지막 사제, 몽블랑 예거다.”
반트 몰록이란 말에 입을 다문 경비병은 카우트예란 단어가 나오자 행동도 완전히 멈추었다.
몽블랑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사제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가시는 길 배웅은 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 개 같은!”
“그만-!”
조롱하는 듯한 말투에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올리던 사제는 뒤에서 터져 나온 외침에 하얗게 질리며 멈춰 서야 했다.
허리에 검을 찬, 꽤나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40대 후반의 중년인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60대의 노인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노인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인 사제 삼십여 명이 따르고 있었다.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인은 몽블랑의 앞으로 다가와 정중히 인사를 했다.
“먼저 찾아뵈려 했었는데, 이렇게 오셨군요. 지그문트의 상급 사제 엘핀토라고 합니다. 본 교단의 실례에 깊이 사죄드립니다.”
몽블랑은 너무 정중해서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마주 고개를 숙였다.
“카우트예의 몽블랑 예거입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엘핀토-! 어찌 이단 따위에게 허리를 숙이는 것이냐! 그러고도 네놈이 아버지 지그문트 님의 자식이더냐! 네 이놈, 이단! 이것이 끝이라 생각지 마라! 내 어떻게든 네놈을……!”
반트 몰록은 자신을 차갑게 응시하는 엘핀토의 푸른 눈동자에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엘핀토는 반트 몰록에게 다가가 조용히 귓속말을 했고, 반트 몰록은 무슨 말을 들은 건지 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 전해 드릴까요?”
“아, 알겠다고 전해 드리게.”
만족스럽다는 듯 웃은 엘핀토는 몽블랑을 바라봤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몽블랑은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고맙다고 한 엘핀토는 반트 몰록과 그 일파를 창문조차 없는 마차에 타게 하였다.
“영도에 계시는 아실리 주교님께서는 이번 사태에 큰 유감을 표하시며 이것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원래는 먼저 찾아뵙고 전하려 하였으나 이렇게 오셨기에…… 부디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몽블랑은 그가 내민 가죽 가방 안의 내용물이 무언지 알 것 같았다.
“이 돈은 좋은 곳에 쓰겠다 전해 주십시오.”
“전 저분들을 총단으로 운송해야 하기에 이쯤에서 이별을 해야겠군요.”
“나중에 오시면 차라도 한잔하시죠.”
“그럼 그때를 기약하겠습니다. 출발!”
엘핀토는 정중히 몽블랑에게 인사를 하곤 창문이 있는 마차에 올랐고, 곧 마차들은 지그문트 교단의 입구를 빠져나갔다.
입구를 부산하게 만들었던 사제들도 마차를 타고 그 뒤를 따랐다.
몽블랑은 멀어지는 마차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풍경을 원한 건 아니었지만…… 쩝. 에고, 내일 예배나 준비하자.”
저택의 현관은 문과 벽을 모두 터서 운집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게끔 하였다.
반쯤 올라간 신전 벽이 완전히 형태를 이루면 1층 전체를 터서 공간을 더 넓힐 예정이었다.
5백 개가 넘는 긴 의자에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다 못해 공간 전체에 빈 공간을 찾지 못할 정도였고, 긴 의자에는 각기 여덟 개의 경전이 놓여 있었다.
놀라운 점은 반절에 조금 못 미치는 사람들이 경전을 ‘읽고’ 있다는 점이었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리 내어 읽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꼭 글자를 배우고 말겠다며 다짐하고 있었다.
몽블랑은 그런 고무적인 현상에 억지로 웃으며 정식으로 구매한 음성 증폭 아티팩트를 두드렸다.
사람들은 경전을 덮으며 모두 몽블랑을 응시했다.
몽블랑은 차마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잠시 시선을 거두어 뻥 뚫린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많이 껴서 그런지 햇볕이 강하지 않네요. 참 다행이죠?”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마치 아기 종달새처럼 맑고 청아한 대답은 몽블랑의 심장에 비수를 박아 넣었다.
일그러지는 얼굴을 겨우 참아 낸 몽블랑은 경전 배부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였고, 딱 봐도 고급스러운데 그냥 가져가란 소리에 웅성거림이 생겨났다.
“모두 여러분들께서 내신 헌금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니, 부담 갖지 마셨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경전을 보았다.
자신의 돈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왠지 다가오는 감정이 컸다.
뿌듯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으며 여러 감정들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베르토 씨, 일어나 주실래요? 그리고 카우트예인쇄소에서 일하시는 모든 형제자매님들도요.”
베르토를 비롯한 사람들이 엉거주춤 일어나자 몽블랑은 환하게 웃었다.
“이 경전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아 주신 저분들을 향해 모두 박수!”
우렁찬 박수 소리가 터지자 베르토와 인쇄소 사람들은 머쓱하게 웃으면서도 가슴을 폈다.
“카우트예 님의 모든 어린 양들께서 이 경전을 통해 많은 걸 깨닫기를 바라며 예배 시작하겠습니다. 아, 그 전에 모두 아시죠? 카우트예 님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자, 그럼 겨, 경전의 두 번째 장을 봐 주세요. 주기도문이 보이시죠?”
“네-!”
“앞으로는 이 기도문을 읽은 후 예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전이 없으시거나 아직 읽을 수 없으신 분들은 그냥 입만 뻥긋거리셔도 돼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럼 저와 함께 읽어 주세요. 모두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아 주세요. 기도를 시작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카우트예 님…….”
“하늘에 계신 우리 카우트예 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기도문을 조용히 읊는 사람들은 믿고 따르는 그분을 찬양하는 것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엄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기도문이 끝나자 슬그머니 눈을 뜬 사람들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에 옆 사람에게 너도 그러냐는 듯이 물어보았다.
몽블랑은 그런 웅성거림에 끝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몽블랑은 더 이상 죄책감을 참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가 못나서 여러분들께서 직장을 잃게 하였습니다.”
순간 멍해졌던 사람들은 곧 하얗게 질리며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사제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 못나고 나쁜 놈을 버리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몽블랑의 두 눈에서 흘러 단상에 떨어지는 눈물의 소리는 음성 증폭 아티팩트를 통해 사람들의 귀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붉어지는 눈시울에 고개를 숙였지만, 끝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네가 범죄자는 아니다! 너는 그저 범죄자인 아버지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 그 말을 해 주셨기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카우트예 님을 떳떳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제가 어찌 사제님을 버립니까! 범죄자의 자식인 저도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신 분을 어떻게 버린단 말입니까!”
“맞아요! 제가 지치고 힘들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오늘의 시련은 밝은 내일을 위한 작은 돌부리일 뿐이라고 말해 주지 않으셨다면 전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제발 고개를 들어 주세요!”
“맞아요! 맞습니다! 사제님은 잘못하신 게 없으십니다!”
몽블랑은 단상을 잡은 체 무너지듯 꿇어앉으며 울부짖었다.
너무도 고맙고 고마워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흐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