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71화 (7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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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놀라는 세 사람을 무시하며 들어가 안젤라의 옆에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아무 일도…….”

“저더러 파르바티를 접으라고 협박하러 온 거예요.”

“안젤라!”

몽블랑은 다급히 변명하려는 잭을 막으며 말상의 40대 중년인을 보았다.

“성함이?”

“빠드득. 네놈은 누구냐.”

“블랙스컬 공중분해 시켜 버린 새끼. 그래서, 이름이?”

“……체, 체커다.”

“용건은?”

“보, 보호세를 올리러 왔다!”

“얼맙니까, 안젤라 씨?”

“3천만 페니를 더 달라고 하네요. 원래는 3백만이었고요.”

“나가라는 소리가 맞네요.”

몽블랑은 파랗게 질린 체커를 무심한 눈동자로 쳐다봤다.

“안 그래도 시장이, 변화하는 도시에 쓰레기들은 필요 없다고 치울까 생각하던데…… 너희부터 쓸어 주게 할까?”

“허어억!”

몽블랑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체커를 외면하며 잭을 보았다.

“안젤라 씨가 인맥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모두 한 번에 등을 돌려 버렸죠. 그들의 공통점은 지그문트 교단의 신도거나 그들과 연관됐다는 거예요.”

“안젤라!”

“사제님도 아셔야 하잖아요! 언제까지고 이번 사태를 숨길 수 있을 것 같나요!”

잭은 앓는 소리를 냈고, 몽블랑은 뭔가 이상한 말에 짙은 불안감을 느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번 사태라니요?”

잭은 더 이상 말리지 못했고, 안젤라는 지그문트가 벌인 짓을 낱낱이 고해 바쳤다.

멍해졌던 몽블랑은 헛웃음을 지었다.

“폭력을 썼다가 망한 놈들이 있으니까, 신도를 흔들겠다? 이 새끼들이 재밌는 방법을 썼네? 그런데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해 주었을까?”

“브, 블랑아. 지, 진정해라.”

몽블랑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응? 저는 괜찮아요. 그냥 어떻게 씹어 먹어 버려야 할지 냉정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에요. 스콜피온이라고 했지? 너희들, 지그문트 하수인이냐?”

“아, 아니다! 나는 파르바티의 장사가 잘된다고 해서…….”

“지랄. 맞는데 뭘. 기대해, 내가 쓸어 줄게. 긴 싸움이 될 것 같지? 아니야. 일주일이면 지그문트 신도들까지 모두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야. 영주가 왜 무서운지 알아? 그 지방에선 왕이기 때문이야. 백성은 왕의 한마디에 뒈지는 거고. 그럼 채석장에서 보자.”

“자, 잠깐만!”

“신성한 포박. 신성한 심판.”

뻐어엉!

“막으면 여기서 갈아 마신다. 비켜.”

몽블랑은 뛰어들어 온 두 조직원을 밀어내며 밖으로 나갔다.

그의 눈빛은 잘 벼린 칼날처럼 서늘히 빛나고 있었다.

몽블랑은 파르바티를 나오자마자 바로 세실리아를 찾았다.

“노역장 전체를 돌 테니까 관리들 좀 빌려 주라.”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해요. 지금 많이 흥분해 있어요. 술 한잔할래요?”

세실리아가 따라준 위스키를 단번에 들이마신 몽블랑은 숨을 고르고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세실리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

“추기경도 아닌 대사제 따위가 감히 카쉬모프를 건드렸다는 거군요.”

카쉬모프가 몽블랑을 비호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히 퍼져 있다.

그런데도 몽블랑을 건드렸다는 것은 카쉬모프 자작가를 우습게 여겼다는 것밖에 안 된다.

“어디까지 원하시죠?”

“카우쉬카 지그문트 모든 신도의 몰락.”

“……알았어요. 관청으로 가죠.”

‘카우트예에 사제가 많았다면…… 칫!’

카쉬모프 자작가를 위한 몽블랑의 마음 씀씀이는 세실리아를 더욱 분노케 했다.

‘카우트예가 자작령 전체로 퍼지는 날, 모두 몰아내 주지.’

그날 밤, 카우쉬카에 있는 지그문트 모든 신도들의 사업체와 집에 관리와 병사들이 들이닥쳤고, 스콜피온은 창검으로 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을 맞이해야 했다.

어젯밤 사이 일어난 피바람에 카우쉬카는 숨을 죽여야 했다.

마리는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쫓겨난 지그문트의 신도들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무섭군요.”

“그의 무서운 점이 이것이란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백분 이용할 줄 알지. 여기서 더 무서운 건 자신보다 자신의 것이 위협당하는 것에 더 화를 낸다는 점이란다. 그런 자들이 화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신도들에게 전하여라. 쫓겨난 카우트예의 신도들을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마리는 베아트리체의 말에 의아함을 표했다.

“난 그에게 지그문트의 작태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단다. 지금은 분노에 차서 모를 테지만, 곧 깨닫게 되겠지. 나는 지그문트처럼 되고 싶지 않구나.”

“그, 그가 베아트리체 님께 죄를 묻는다는 겁니까?”

“마리야, 파트너라고 해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란다. 그가 위가 된 순간 우리는 카우트예를 따라 하기 급급해하다가 자멸할 게야. 어떻게든 평행선을 맞춰야 한다.”

“……지그문트의 반트 대사제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대처? 그것은 회생할 여지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는 이 카우쉬카에서 만든 모든 힘을 잃었어. 총단에 끌려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발악? 그것도 못하지. 그는 자신을 끔찍이 아끼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영도의 주교가 가만히 있을까요?”

“장담컨대 아실리 주교는 카쉬모프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예거 사제에게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북부의 절대자인 두 거인 중 카쉬모프 자작과 그 세 자식의 목숨을 구하고, 또 본프레레의 오른팔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 북부에서 누가 그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 왕도의 추기경이 나서지 않는 이상 어림도 없지.”

마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겨, 겨우 이 카우쉬카에서 학원을 짓는다고 먼지를 피우는 이일 뿐인데…… 북부를…….”

“우리가 비상시에 귀족에게 여벌의 목숨을 줄 수 있다면 그는 이미 그 여벌의 목숨을 한 번 주었단다. 줄 수 있는 것과 줘버린 것은 아주 큰 차이지. 그게 예거 사제에게 권력이 모이는 가장 큰 이유란다. 이제 알겠니? 내가 왜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를?”

“……네, 베아트리체 님.”

베아트리체는 미지근해진 찻물을 한 모금 마셨다.

창문 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갑자기 은회색으로 물들어 갔다.

“정체되었던 시간이 움직이리니…… 세이머스 님, 세르큐라스 님, 세페스 님께서 바빠지시겠어. 누구 한 분이랄 것도 없이 앞으로 100년간은 쉴 시간이 없으시겠지. 호호호!”

그녀의 눈은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와 있었다.

지그문트의 신도였던 관리들은 모두 잘리고,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들은 탈세 등등의 이유로 형을 선고받아야 했다.

“야, 이 바보 자식아! 이건 이렇게 기입하는 거라니까!”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아나, 왜 이런 멍청이가 관리가 된 거야! 너 정말 영도 아카데미 졸업한 거 맞아?”

관청은 급히 뽑은 젊은 관리들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그건 시장인 아커만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는 시장의 특권인 ‘언제든지 쉴 수 있다’를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몽블랑은 쿵쿵거리며 열어 달라고 간절히 소리치는 문을 힐끔 보고는 느긋이 차를 마시는 아커만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그러다 다음 번 시장이 못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미 빌라와 학교로 다다음 임기까지 확정이야. 그래서 상권은 귀네슈에서 흡수한대?”

“일단은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대신 저희 신도들이 귀네슈의 임시 직원으로 들어가서 경영에 대해 배우기로 했죠. 나중엔 합작하는 식으로 넘겨주기로 했고요. 그땐 카우트예&귀네슈가 돼야겠죠.”

“피유~ 드디어 카우트예가 돈이란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군. 그런데 루나는 조용하네?”

“파트너십을 맺었거든요.”

놀랐다가 헛웃음을 짓는 아커만을 보며 몽블랑은 씩 웃었다.

“그런데 세실이 안 보이네요?”

“아마 지금 아드리아나 부지점장과 함께 있을걸? 상권을 흡수하는 방법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이야. 나중에 쓸모가 있다나?”

“흠, 그래요?”

몽블랑은 뭔가 알 것 같았다.

“시장님, 제발요! 시장님!”

쿵쿵쿵!

“에고, 더 있다가는 미운털 박히겠네요. 일어나 볼게요.”

“아, 반트 몰록 대사제가 오늘 떠난다는 건 알아?”

“알아요. 그래서 가 볼 생각이에요.”

“……자네도 가만 보면 참 잔인한 구석이 있어.”

씩 웃어 준 몽블랑은 관청을 나와 지그문트 교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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