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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70화 (7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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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본 교관은……

몽블랑은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서쪽 성벽 밖에 지어진 커다란 이층 건물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귀족이 움직이니까 빠르구나.”

“천여 명이 달라붙었으니까요. 산 일부를 가져간 것은 죄송해요. 수련을 위해서라고 해서…….”

“괜찮아. 어차피 거기까지 개발할 여력은 없었어. 그런데 울타리를 세우지 않았네?”

“도망치려면 언제든지 도망치라면서 짓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피유~ 정말 죽어나겠구먼. 그런데 그분들은 어디에 계셔?”

척척척척!

“아, 저기 오네요!”

그들의 얼굴은 분명 노인이었지만, 몸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단련되어 있었다.

웃는 낯이 서글서글한 노인은 세실리아의 앞에 서며 군례를 올렸다.

“충! 바라스 외 교관 스물다섯 명, 조교 쉰 명이 세실리아 아가씨를 뵙습니다!”

“편히 쉬세요.”

“쉬어!”

바라스 외의 사람들은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기세가 많이 날카로워지셨네요, 바라스 경.”

“한 달이면 늘어진 몸을 단련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름에 응해 주셔서 감사해요.”

“퇴역했더라도 아가씨가 부르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아, 이분께서 예거 사제시군요.”

날카로운 눈매가 자신을 응시하자 몽블랑은 자신도 모르게 발뒤꿈치를 붙였다.

“반갑습니다! 몽블랑 예거입니다!”

왠지 친숙한 행동에 의아해하던 바라스는 이내 활짝 웃었다.

“기백이 넘치시는군요. 반갑습니다. 바라스 발보아 루팅입니다.”

바라스 외 퇴역 기사나 퇴역 병사들은 몽블랑에게 호감을 표하고 있었다.

퇴물인 자신들을 다시 불러 준 것을 뒤로하더라도 여태껏 몽블랑이 해 왔던 일들은 평생토록 영지를 지키며 살아온 그들이 바라 마지않았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들 평민 출신이다 보니 호감은 더욱 컸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훈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교의 시범과 함께한 훈련 내용은 앞으로 들어올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낄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왠지 조금 미진했다.

“그런데 아침 기상 후에 바로 구보를 하시는군요.”

“잠을 깨우고 몸을 뜨겁게 달구는 데 달리기만큼 좋은 건 없지요. 그런데 구보란 단어를 아시는군요, 예거 사제?”

“예, 뭐…… 그것보다 스트레칭으로 먼저 몸을 깨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전날 밤, 뭉친 근육을 푸는 의미로서 말입니다.”

“오~ 그렇군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훈련병이 쉬는 게 말이 됩니까?”

몽블랑은 입술을 비틀었고, 바라스는 첫 만남에 가졌던 친숙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라스는 입술을 비틀었다.

“이거, 이거. 군인 아버지를 두셨던 겁니까?”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는 스승님께서 제가 어렸을 적 교단의 옛 비전이라고 많은 걸 알려 주셨습니다. 분명 스트레칭이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지옥을 경험하게 되더군요.”

“……한번 견식할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몽블랑은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자세를 잡았다.

“유격 체조 8번! 온몸 비틀기 준비! 어이!”

뒤로 누운 몽블랑은 양다리를 붙인 채 하늘을 향해 들었다.

“시작! 하나, 둘, 셋! 하나!”

그들은 굴리기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오해는 말아 주십시오. 전 태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철 기둥 같은 정신을 가진 요원이 탄생하기를 원해서 가르쳐 드린 겁니다.”

“전 이미 그 정성과 걱정에 크게 감복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세실리아는 음흉하게 웃는 바라스 외 일흔다섯 명과 몽블랑을 보며 앞으로 들어올 사람들을 향해 심심한 위로를 건넸다.

‘훈련병은 쉬는 게 아니라는 극악한 말을 잘도 하는구나…… 이게 큰오빠가 말했던 남자들의 세계인가? 그래도 강병은 만들어지겠네. 훈련소가 자리를 잡으면 자작가와 교류를 시켜야겠어.’

세실리아는 훈련소를 떠나는 몽블랑의 뒤를 바짝 쫓았다.

“오늘은 뭐 하실 거예요?”

“잭 형님들과 술이나 한잔해야지. 이제 며칠 후면 남자로 다시, 아니 정예 요원으로 태어나는 관문에 들어가야 하잖아.”

몽블랑은 아련한 눈으로 황혼에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세실리아는 그 눈에 서린 장난기에 어이없어했다.

세실리아가 마차를 타고 떠나자 몽블랑도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했다.

몽블랑은 잭과 레벌, 그 동생들과 지인들까지 모두 데리고 파르바티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오늘 전세를 내겠다고 말해 놓았기에 파르바티 안에는 손님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몽블랑표 접대라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 모두는 곧 떠들썩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왠지 쪼까 껄쩍지근하구마잉.”

“좋은 술 마시면서 그게 무슨 소리예요?”

“솔직하게 불어야. 너 우리한테 뭐 잘못한 거 있냐?”

“전혀요. 공사도 어느 정도 진척됐겠다, 수고하신다는 의미로 이렇게 모이는 자리를 만든 거죠.”

“그러고 보니 채석장 동기들끼리 이렇게 마신 적은 처음인 것 같지 않아요?”

놀랜드의 말에 모두들 생각해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디…… 뭔가 있는 것 같은디…… 에이, 모르겄다. 아가, 술 한 잔 꽉꽉 담아서 따라 봐야.”

“네~ 오빠~.”

몽블랑은 남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에휴, 엘리샤 없다고 자작하는 거예요? 이리 줘 봐요. 제가 따라 드릴게요.”

“아, 바네샤 씨.”

몽블랑은 씁쓸히 웃으며 술이 따라진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사제님은 결혼 안 해요? 그 나이면 결혼할 때도 됐잖아요.”

“일단은 자리가 어느 정도 잡히면 생각해 보려고요.”

“여자는 있고요?”

“뭐, 그때 생기지 않겠어요?”

순간 바네샤의 눈이 번뜩였다.

“으이그, 그러다 금방 서른 돼요. 좋은 여자 나타나면 놓치지 말고 꼭 잡아야죠.”

“그 말은 바네샤 씨를 잡으라는 말?”

“어머~ 전 이미 남자친구가 있답니다. 아주 건실한 사업가죠. 지금은 비록 사장이 아니지만요. 어때요, 생각 있으면 제가 자리 한번 마련해 볼까요? 제가 가끔씩 가는 악기점의 딸인데…….”

“하하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자리를 피하듯 나온 몽블랑은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뱉었다.

비단 바네샤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가능이라는 교리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맞선 자리가 들어오고 있었고, 그 때문에 상당히 난처했다.

몽블랑은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잭 형님은 어디에 계시지? 안젤라 씨와 있나?”

몽블랑은 좋은 분위기 방해나 해 볼까 하고 언젠가 같이 차를 마셨던 안젤라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늘 아무도 없는 거 아니었나?”

몽블랑은 집무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덩치 두 명, 정확히 그들의 손등에 새겨진 전갈 문신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아, 여기가 스콜피온 구역이라고 했지?’

그들은 몽블랑이 다가오자 문 앞을 가로막았다.

“잭 형님 안에 계시지? 잠깐 보고 싶은데 말이야.”

“지금 우리 형님과 대화 중이다. 나중에 보도록.”

그러면서 그들은 손등을 보여 주었다.

‘조직원 때 아는 사람인가? 그런데 뭔가 기분이 쎄한데…….’

위협하듯이 말하는 게 왠지 좋은 의도로 온 것 같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이, 막으면 재미없을 거다. 나, 몽블랑 예거다. 누구 때문에 블랙스컬이 날아갔는지는 들어 봤지?”

두 조직원은 당황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시장한테 말해서 한번 털어 볼까? 너희들 몸이 나한테 조금이라도 닿는 순간, 쓸어버린다.”

몽블랑은 그대로 밀고 들어갔고, 두 조직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대로 부딪쳤다.

“어라? 나 방금 맞은 거냐?”

“헉!”

둘이 황급히 물러나자 몽블랑은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몽블랑은 일그러진 잭의 얼굴을 보곤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게 뭔가 이상타 싶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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