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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돌아가는 길에 아커만과 만나서 루나에 대한 제재를 풀어 달란 말을 맺게 된 관계를 설명하였고, 아커만은 조금 못마땅해했지만 순순히 들어주었다.
거의 마을을 하나 짓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공사는 역시 인부가 많이 동원되어서 그런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진척을 보였다.
몽블랑은 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직접 무거운 것들을 나르며 건설 일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 게르만을 빤히 바라봤다.
“기초마법학부의 교사나 시킬까?”
열여덟 살의 나이에 3서클을 만든 천재적인 두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게르만에게 소속된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좋아할 거다. 말로는 미련을 버렸다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 눈에 빤히 보이거든. 교사 시키려거든 월급 좀 넉넉히 줘. 저놈 때문에 처제 집 가세가 많이 기울었어. 그런데 마법학부는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아뇨, 마법의 기초는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려고 했어요. 어떤 아이가 마법사가 될지 모르니까요. 다만 심도 있게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었을 뿐이죠. 제가 세우려는 학원의 본질을 흐리게 되니까요. 검술과 실전, 야생에서의 생존 법 같은 것도 가르칠 거예요.”
라르세리아 대륙에서 가장 인기 높은 직종은 사제를 제하면 마법사, 기사, 용병 순이다.
“기초를 탄탄히 다지겠다는 거구나.”
쟝은 과연이라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기초만 가르치고 끝낼 거야?”
“아뇨. 어느 분야건 재능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죠. 마법사에 재능이 있다면 마법사 스승과 만나게 해 주고, 기사라면 기사 스승을 만나게 해 줘야죠. 그에 따른 금전적 지원 역시도요. 그들이 이 카우트예학원의 졸업생이란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요.”
“햐아~ 역시 배운 사람은 앞을 내다보는 게 다르네.”
자신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쟝을 보며 살포시 웃은 몽블랑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일을 하고 있는 잭을 발견하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다가갔다.
잭은 앞으로 자신이 일할 공간에 자신의 손때를 묻히고 싶다며 이렇게 자진해서 인부로 나선 것이었다.
“형님, 지금 바빠요?”
“아니, 그렇게 바쁘진 않다.”
“잘됐네요. 레벌 형님은 어디 계세요? 같이 갈 곳이 있거든요.”
“갈 곳?”
“체육 교사는 뒤로하더라도 카우트예학원 경비에 대한 부분은 정식적으로 인가받아야죠. 그래야 무력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 잡음이 흘러나오지 않죠.”
“그런가? 알았다. 레벌을 데리고 오마.”
잭은 몽블랑이 말리기도 전에 어딘가로 향했다가 곧 레벌을 데리고 왔다.
가볍게 씻은 그들은 몽블랑과 함께 마차를 타고 카우쉬카의 관청으로 향했다.
역시라 할지, 몽블랑은 아커만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세실은요?”
“건설 현장을 보러 간다고 나가셨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그놈들은 잭과 레벌이잖아?”
몽블랑은 자신이 둘을 데려온 이유를 설명했고, 아커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무리한 부탁이란 거 알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무력적인 부분에서 제거가 아니라 제압까지만 인정해 달라는 거죠. 그러면서 카우쉬카 경비들과 정기적으로 교류를 나누게 하는 거예요.”
“교류?”
“이분들은 뒷골목의 더러운 수법과 생각들을 알고 계세요. 그게 병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거예요.”
“흐음, 그래도 인정하기엔 부족한 명분이야. 이런 선례가 생기면 너도 나도 하려고 달려들 거야. 특히나 암흑가 놈들이…… 이거 골치가 아프군.”
아커만도 무조건 몽블랑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떠올리면 그럴 수가 없었다.
몽블랑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역시 그러네요. 그럼 이건 어때요? 이분들이 경호만 전담하는 단체를 만드는 거예요.”
“경호만 전담으로 한다? 마치 용병 같은?”
“그런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거기에 퇴역한 병사를 복지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거죠.”
“……뭐? 누굴 받아들여? 자세히 이야기해 봐.”
“병사는 폭력이란 부분에 노출되어 있어요. 또한 그들은 일반인보다 강해서 행패를 부리면 막을 수 없죠. 그렇죠?”
“그렇지. 그래서 제대 후에 사고를 쳐서 노역장으로 끌려가는 놈들이 종종 있지. 아니면 암흑가로 흘러가든가.”
특히나 영지전이나 몬스터 토벌 같은 전쟁을 겪은 병사는 그 강도가 더했다.
그들은 영웅임과 동시에 골칫거리였다.
“만약 그들이 그 폭력성을 공식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요? 다시 무언가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면? 피를 토하도록 강한 훈련을 시켜 정신을 재정비시킨다면요? 영지에서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주지시킬 수만 있다면요!”
아커만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매일 고강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기에 언제든 위기상황에 전력으로 쓸 수도 있고, 또 저를 따라 할 사업체에다 스파이도 심을 수 있죠. 비리를 저지르나, 저지르지 않나!”
“……밖에 누구 없나! 가서 세실리아 아가씨를 모시고 오너라! 당장!”
카우쉬카에 있는 지그문트 교단의 대사제 반트 몰록은 처참한 보고서에 이를 갈았다.
“월마다 1천만씩 손해를 보자고 이 짓거리를 한 줄 알아!”
“하, 하지만 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작가에서 그렇게 못을 박았기에…… 하, 하지만 10, 10년 후부터는 이득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목을 움츠린 로웬 상급 사제는 반트 대사제의 콧김이 조금 줄어들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 우리도 루나처럼…… 히익! 다, 다물겠습니다!”
“신성한 아버지 지그문트 님의 땅을 비천하고 더러운 것들의 발로 더럽힐 수 없다! 미친년들, 그딴 버러지들을 들이다니! 미치지 않고서는 그딴 짓을 벌일 수 없지!”
“지금이라도 매입을 중지하고 아카데미의 규모를 줄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실리 주교님께서 우려를 나타내고 계십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상급 사제에 오른 엘핀토였다.
반트 몰록 대사제는 그를 보며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이 카우쉬카의 결정권자는 나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연간 1억 2천만의 손해를 감수하시겠다는 말입니까?”
“아버지 지그문트의 어린양이 다닐 곳에 더러운 버러지들이 기웃거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지!”
“카우트예처럼 평민도 들이지 않을 겁니까? 듣기로 카우트예학원에 등록할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더군요.”
“흥! 비천한 것들은 저들끼리 놀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카우트예의 독주를 막지도 못하고, 돈도 엄청난 손실을 입을 예정이고…… 위로 향할 생각을 접으신 겁니까? 알로호모라 추기경께서 상당히 실망하시겠군요.”
쿠웅!
반트 몰록 대사제는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닥쳐라, 놈! 막지 못한 게 아니라 두고 보고 있을 뿐이다! 그딴 놈은 곧 지리멸렬할 것이야!”
“호오~ 방도가 있는가 보군요. 그런데 설마 폭력을 쓰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건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그에게 폭력을 써서 망한 곳이 어디 한두 곳입니까? 그의 뒤에 영주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흥! 걱정 마라! 다른 방도가 있으니!”
너무 자신만만한 반트 몰록 대사제의 모습에 엘핀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시니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오겠군요. 아실리 주교님께서 기다림에 지치기 전에 빨리 하시길 빌겠습니다.”
“꺼져라!”
엘핀토는 얄밉게 웃으며 방을 빠져나갔고, 의자에 앉은 반트 몰록 대사제는 씩씩거렸다.
분을 겨우 삭인 반트 몰록 대사제는 로웬을 바라봤다.
“로웬, 신도들을 움직여라. 카우트예 놈들을 모두 내쫓아 버리라고 해. 평민들로 일어선 교단 따위, 그 평민들이 등을 돌리면 되는 것이지!”
“예에? 그, 그러다 크,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기껏해야 몇만의 실업자가 나오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놈에겐 타격이 되겠지. 어서 움직여!”
“하, 하지만 자작가에서…… 아, 알겠습니다!”
로웬이 뛰쳐나가자 반트 몰록 대사제는 입술을 비틀었다.
“직접 피해 준 것도 아닌데 제 놈이 어쩌겠어!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