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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62화 (6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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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쉬카의 높은 성벽이 점점 커져 갈수록 몽블랑의 심장도 세차게 두근거려 갔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송이의 눈은 마치 귀환을 축하하는 하늘의 선물인 양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돌아온 건가?”

시간으로 치면 두 달도 안 되었지만, 20년은 된 듯이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정말 과목에 예배를 추가시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건가요?”

“당연히 도움이 되지. 믿을 사람은 믿는 거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어도 돼. 신을 믿는 마음을 강제할 수는 없어.”

“역시 오빠는 생각이 다르네요. 정말 신기해요.”

몽블랑은 어깨를 으쓱이며 밖을 바라봤다.

“에휴, 이제 내년 봄부터는 엄청 바빠지겠네.”

“겨우 아카데미 하나를 지으면서 바쁘다고 하는 거예요?”

“초등, 중등, 고등까지 총 세 개다. 물론 한 부지에 있다는 게 다를 뿐이지. 우리 교단에 나 말고 사제가 또 있냐?”

세실리아는 너무도 치명적인 단점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확실히 미래의 동량으로 키워 줄 테니까 걱정 마라.”

“왠지 관청 같은 공립 기관에 졸업생들을 취직시켜 달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정답. 섭섭지 않게 넣어 줄게. 아카데미가 유명해지는 데는 졸업 후 취직 확률 100%가 최고잖아.”

순간 벙했던 세실리아는 이내 배를 잡고 웃었다.

“어떻게 영주의 딸에게 대놓고 뇌물을 준다는 말을 해요? 뭐, 좋아요. 그들이 정말 인재라면 오히려 환영이죠.”

“그러니까, 제대로 된 졸업생들 좀 보내 봐. 능력보단 인성이 된 애들로 말이야.”

“그런데 정말 기사나 마법학부는 안 하실 건가요?”

“심도 있게 가르칠 사람이 없다. 너희가 사람을 보내 주면 말이 많아지기도 할 테지만, 내가 미션스쿨을 세우려는 의미가 퇴색되기도 해. 그냥 기존 아카데미 졸업생들만 알선해 줘.”

“정말 고집불통이라니까…… 오빠가 말하려는 게 뭔지 깨달았으니까, 더 이상 권유하지 않을게요. 단, 정말로 제대로 된 인재를 키워야 해요?”

“땡큐! 걱정 마, 내가 확실히 키워 줄 테니까!”

‘미래의 신도들인데, 엇나가게 놔둘 수 있겠니?’

환하게 웃는 몽블랑을 보며 세실리아는 살포시 웃었다.

‘신의 아바타가 키워 주는 미래의 동량이라…… 너무 욕심나잖아. 내년에 결혼식 올리면 바로 연계를 추진해야겠어.’

황금사자 깃발을 달아서인지 성문은 검문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몽블랑은 눈 쌓인 거리를 쭉쭉 나아가는 마차에 혀를 내둘렀다.

“여태껏 느낀 거지만, 확실히 돈은 있고 봐야 해.”

내부 장식과 인테리어를 제외하고서도 대당 5백만 페니를 호가하는 마법 마차는 여태껏 몽블랑에게 멀미의 멀 자도 느끼지 못하게 해 주었다.

“선물로 드린다고 해도 뭐라고 하시네요?”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잘 쓸게.”

“쿡, 이건 거부하지 않으시네요?”

“솔직히 멀미만 아니었으면 완강히 거부했을 테지만…….”

왠지 앞으로 마차 탈 일이 많아 질 것 같았기에 몽블랑은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역시 신기해요. 아, 도착했네요.”

마차가 멈춰 서고 문이 열리자 반사적으로 내리던 몽블랑은 관청 앞에 오와 열을 맞추어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순간 굳어 버렸다.

“카우쉬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실리아 아가씨!”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에 순간 귀를 막았던 몽블랑은 그들 사이에서 달려 나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루시아?”

“사제니임-!”

눈발을 헤치며 달려온 루시아는 그대로 몽블랑에게 뛰어들었고, 몽블랑은 기겁하며 그녀를 안아야 했다.

“다행이에요. 정말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울음기가 가득한 목소리에 몽블랑은 살포시 웃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다녀왔다.”

“네, 네…… 잘 다녀오셨어요.”

세실리아와 아커만은 순순히 몽블랑을 보내 주다 못해 등까지 떠밀었다.

몽블랑과 백구를 안은 루시아를 태운 마법 마차와 극단 안단테를 태운 마법 마차는 북문을 향해 나아갔다.

“하, 벌써 겨울이네. 시간 참 빠르다.”

“그러게요. 사제님을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처음 간수들의 음식을 일부러 많이 만들어 남은 것을 몰래 먹어 치운 자신들의 비리를 찔렀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러다 월급 외의 소득을 벌게 되었고, 채석장 내에서 당하였던 억울하고 분한 일이 사라지게 되었다.

몽블랑이 채석장을 나온 부터는 사람답게, 아니 카우쉬카의 여느 평민들도 누리지 못할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몽블랑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예정된 참혹한 미래 때문에 흘러가지 말라 했던 시간은, 지금은 다른 의미로 가지 말라고 매일 빌게 할 정도였다.

‘그 모두가…….’

루시아는 멍하니 마차 밖을 응시하는 몽블랑을 바라봤다.

“저…… 사제님. 이젠 제 마음 받아 달라고 떼쓰지 않을 게요.”

몽블랑은 깜짝 놀라 루시아를 바라봤다.

얼굴은 붉어져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는 그녀가 진심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 그래, 너도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던 루시아는 곧 환하게 웃었다.

“네!”

‘늪처럼 다가갈 거야. 눈치챘을 땐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말이야.’

루시아는 이런 조언을 해 준 매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몽블랑은 짧게 입맛을 다셨다.

마음을 접는다는 게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다.

‘에고, 내 임은 어디에 계시나.’

마법 마차는 그사이 북문을 넘어 채석장으로 향하는 길을 올라탔다.

마차가 서자 내리던 몽블랑은 눈을 가득 채운 광경에 순간 굳어 버렸다.

두꺼운 옷을 입고 얼굴이 발개진 채 옹기종기 모닥불 앞에 모여 손을 호호 불고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때문이었다.

몇 사람이 몽블랑을 발견하고 놀라서 입을 다물자, 곧 앞 공터 전체로 침묵이 퍼져 갔다.

“사제님이 오셨다-! 사제님, 어서 오십시오!”

“와아아아아! 카우트예 님 만세!”

“사제님,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영도에서 애인은 만들어 오셨어요?”

“와하하하하하하!”

몽블랑은 가슴을 가득 채우다 못해 눈물이 되어 넘치는 감격에 이를 악물며 허리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사제님-!”

신도들과 또 지인들과 함께 광란의 해우를 보내고 늦게 일어난 몽블랑은 상의할 일이 있다는 아커만의 말을 떠올리곤 관청으로 향했다.

아커만, 세실리아는 카우쉬카 성내 지도를 가운데에 펼쳐 놓고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해우는 즐거웠나?”

“왔어요, 오빠?”

몽블랑은 조금 욱신거리는 머리에 뒷목을 꾹꾹 누르며 빈자리에 앉았다.

“신도들이 한 잔씩 권하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이걸 봐 주게. 여기 이 열 개의 동그라미가 앞으로 아카데미가 들어설 후보지이네. 접근성을 따지다 보니 이렇게 중앙 쪽에 몰리게 됐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퇴거에 불응한다는 거죠? 그리고 보상금도 만만치 않고요.”

“보상금을 지불해 버리면 내년엔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 할지 몰라. 그렇다고 적게 주고 내쫓으면 말이 많아지지.”

“그럼 빈민가를 밀어 버리면 되잖아요.”

“거리에 부랑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자, 잠깐. 방금 자네 입에서 빈민가를 밀어 버리란 말이 나온 건가?”

아커만은 왠지 배신당한 얼굴이 되었고, 그건 세실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몽블랑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커만과 세실리아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갔다.

몽블랑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손을 저었다.

“일단 화내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 봐요. 이 문제는 결국 빈민에게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내어 주면 되는 겁니다. 간수장, 아니 시장님, 아카데미가 세워지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까요?”

“……몇 개 안 되지 않나? 청소부나 경비를 고용한다고 해도 결국 삼백 개가 채 안 될 거야.”

“만약 순환 마차 시스템을 이용한 셔틀 마차를 만든다면요? 카우쉬카 전역에 퍼져 있는 학생들을 마차로 등하교시켜 준다면?”

아커만과 세실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마부, 마차 제작, 관리, 말 관리 등등 수천 개의 일자리가 시스템 하나로 생겨나 버렸다.

“주, 주거 공간은 어떻게 할 건가?”

“이 관청, 몇 층으로 이뤄졌습니까? 대저택은요?”

“3층이지…… 잠깐, 그 말은 설마?”

“이 정도 방의 크기면 12인 가족이 좁지만 충분히 살 수 있겠죠? 또한 아카데미가 신설되면 그 근처에 학용품, 서점, 의류, 분식, 급식 등등 많은 것이 들어서야 합니다. 빈민들에게 그걸 먼저 선점하게 해 주면 됩니다. 이 정도면 반년에 1인당 1만 페니씩 받아도 충분히 운영될 것 같지 않습니까? 또 영립이니 자작가에서도 지원이 오겠죠.”

아커만과 세실리아는 경악스럽다 못해 허탈해질 지경이었다.

“허…… 내가 여태껏 고민했던 것은 뭐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아! 빌려 주면 되는 거군요!”

“맞아. 빌려 주고 천천히 갚아 나가라고 하면 돼. 그들이 빈민인 건 결국 소득이 없어서야. 하지만 일자리가 엄청나게 창출되었지. 또한 아카데미와 주거 공간 공사에도 일꾼이 필요해, 그것도 많이. 빨리 결과물을 내야 하니까.”

“그렇죠. 하지만…….”

“이 주거 공간 때문에 카우쉬카에도 새로운 건설 붐이 일어 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정말 전율스러울 정도의 머리네요. 빈틈이 없어요.”

“거부 가문인 카쉬모프 자작가 그리고 제2도시인 카우쉬카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세실리아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충분히 가능해.’

“대여는 아마 월세와 전세로 나눠서 하면 될 거야.”

몽블랑은 월세와 전세의 개념에 대해 설명했고, 전세라는 신개념 대여 방법에 세실리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카쉬모프의 부를 한 단계 높여 줄 절호의 기회다!’

“대체 그 작은 머릿속엔 무엇이 그렇게 많이 들어 있는 거죠?”

“해부해 보고 싶다고 하면 때린다.”

“칫!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빈민가 세 곳을 밀어 버려야겠네요? 일자리를 최대한 늘리려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게 훨씬 이득일 거야. 그리고 나머지 빈민가는 돈에 미친 다른 인간들이 알아서 밀어 줄걸? 물론 그땐…….”

몽블랑은 아커만을 바라봤고, 아커만은 활짝 웃었다.

“걱정 마. 내가 수작 부리는 것들은 아작 내 버릴 테니까.”

“그럼 이야기는 끝? 웃챠, 전 이만 가 봅니다.”

“응? 어디가나? 점심 같이해야지.”

“씹어 먹어 버려야 할 인간이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튀기 전에 잡아야죠. 그래서 그런데…….”

“세금 담당 관리와 병사들을 붙여 주지. 탈탈 털어 버려.”

“역시 우린 쿵짝이 잘 맞는다니까요. 그럼 수고하십쇼.”

돌아선 몽블랑의 얼굴엔 서리가 내려앉았다.

‘제대로 털어 주마, 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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