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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55화 (5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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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나 같은 사제 놈 하나 재끼겠다고 이런 걸 꾸민 미친놈이라면 분명... 정말 그렇다면 그놈은 천하의 개새끼다.’

여전히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닐까 라는 게 몽블랑의 마음이었지만, 이렇게 당하고 나니 악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야, 너도 생각 있으면 우리 카우트예님이나 믿어라.”

“그건 뭔 개소리야?”

“얼른 회개하고 새 삶을 찾으라고. 돈이 궁해? 형이 평생직장 알아봐 줄까?”

“곧 팔릴 놈이 어떻게 찾아줘? 헛소리 하지 마.”

“형이 사흘 전부터 계속 말했듯이 귀네슈 상단과 아주 밀접한 끈을 가지고 있어요. 진짜 지금이라도 갚아 줄 수 있다니까? 귀네슈 상단 지부 아무 곳에나”

“이게 또 헛소리 하네. 그렇게 내가 만만해 보이냐? 대우 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진짜라고, 씨발놈아! 나중에 땅 치며 후회하지 말고 얼른 내 말대로 해! 족쇄 채우면 되잖아!”

떠어엉!

“닥쳐! 진짜 곡소리 나게 터지고 싶냐? 내가 너 같은 새끼 한 두 번 본 지 알아?”

“빌어먹을... 진짜라고...”

벅벅 머리를 긁는 몽블랑을 보며 로토는 순간 정말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털어냈다.

도망치기 위해서 별의별 수단을 다 쓰는 족속들을 만나다 보니 짙은 불신이 서린 것이었다.

“하아, 알았다. 지 복 지가 걷어찬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 다시는 그딴 말 안 할 테니까, 카우트예님은 꼭 믿어라. 진짜 회개해. 너 그러다 지옥 가. 지옥이 얼마나 무섭고 아픈지 모르지?”

“...지옥이고 자시고, 난 눈앞의 돈이 더 중하니까, 그딴 개소리 하지 마라.”

“아, 몰라! 네 맘대로 해!”

“이제부터 배회하는 숲에 접어든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주위 경계 확실히 해! 무엇이든 함부로 만지지 말고 나만 따라와라!”

수풀 냄새가 가득한 배회하는 숲을 둘러보는 몽블랑은 제일 앞에서 지도와 주위를 비교해 가며 신중히 걷는 대장을 보며 의아해 했다.

듣기만 했던 몬스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숨소리조차 죽이면서 걷는 모습이 참으로 이상했다.

“야, 왜 저렇게 신중한 거냐?”

“배회하는 숲 모르냐? 여기선 한발자국만 잘 못 내딛으면 족히 보름은 숲 안을 맴돌아야 해.”

목소리를 최대한 죽인 로토의 말에 몽블랑도 목소리를 줄였다.

“그건 뭔 판타지 같은 이야기야?”

“듣기로는 고대 마도문명의 발산지가 여기라고는 했지만, 그랬으면 어떤 터럭이라도 보였겠지. 수천, 아니 수만의 모험가와 마법사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아티팩트의 쓰레기조차 발견하지 못했어. 그 후로는 아무도 찾지 않지.”

“숲을 태워버릴 생각은 안하고?”

“이것도 한번 싸그리 태워버린 후에 다시 자란 것들이야. 벌써 2백년전이지. 하지만, 똑같아. 그나마 지금은 동료가 있으면 멀리 가도 다시 돌아 올 수 있지. 이 숲만 가로지르면 바로 룸페인이야.”

“흐음, 그래서 배회하는 숲이라는 거군. 이거 누가 숨기로 작정하면 천운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못 찾겠는데?”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 어디지?’

“그건 그래. 가끔씩 숨어드는 인간들이 있긴 하지. 주로 범죄자지. 그래도 걱정마라 몬스터도 없고, 육식동물도 없으니 길만 잘 못 들지 않으면 안전해. 대장이 머리가 나빠서 외우지 못한 것뿐이야.”

“큭큭, 그러냐?”

몽블랑은 비실 웃으며 뒤로 누웠다.

“응?”

순간 무언가가 높은 나무 위를 스쳐 지나갔다.

벌떡 일어난 몽블랑은 위를 바라보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떤 동물의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았다.

‘흐응. 새를 본건가? 새치고는 엄청 큰 것 같던데... 뭐, 와이번도 있는데 그런 크기의 새가 없으려고. 에고고. 부디 나를 사간 귀족의 영지에 귀네슈 상단의 지부가 있어야 할 텐데... 씨부랄 놈의 해치새끼. 돌아가서 보자. 잘근잘근 씹어주마.’

*****

높고 울창한 나무 위, 삼십여명의 로브인들이 서 있었다.

그곳에 또 다른 로브인이 내려앉았다.

“목표 3. 숲 안으로 진입 완료했습니다.”

“변동사항은?”

“노예상인들이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늦었습니다.”

“그 정돈 괜찮다. 시장은?”

“완전히 숨이 끊어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해치란 놈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천박한 사채업자 따위에게 귀를 기울여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장으로 보이는 잿빛로브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로브인을 바라봤다.

“거미줄은 확실히 쳤겠지?”

“저희들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들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가자.”

로브인들이 소리 없이 건너편 나무를 뛰어 넘으며 사라졌을 때, 로브인들이 있었던 나무의 꼭대기에서 극단 안단테가 내려왔다.

“잿빛거미? 코바치 준남작이 키운다는 놈들 아니야?”

“저 새끼들. 사제님도 노리는 것 같은데, 지금 딸까?”

“아니, 놔둔다. 오히려 잘 됐군. 우린 난투 상황때 사제님만 구출하고 빠져나간다. 괜히 쓸데없이 피 볼 필요는 없다.”

단원들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거기 같은 곳이 또 있을 줄은 몰랐네. 왜 배회하는 숲이라 불리는 가 했어.”

“거기에 비하면 여기는 애들 놀이터야, 루카스.”

“하긴 독충이나 몬스터가 없으니까. 그럼 출발 하자고, 단장. 함정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제거해야지.”

“출발한다.”

*****

온 신경을 지도와 주위를 살피는데 쏟은 노예상인의 대장은 건물이 무너진 터 같은 게 나오자 한숨을 뱉어내며 긴장을 풀었다.

“드디어 숲 중앙에 왔군. 모두 짐을 풀어라. 오늘은 저기서 야영한다.”

무리는 건물터의 중앙에 짐을 풀고 노숙 준비를 하였다.

“너도 나와라.”

몽블랑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재빨리 수레를 나왔다.

철그럭! 목을 채운 족쇄에 묶인 쇠사슬이 양손을 묶은 족쇄에 부딪쳐 흔들렸다.

“끄으응! 좁은 곳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해 죽는지 알았네.”

“정말 네놈 같은 노예는 처음 보는 군.”

“두 번 팔려보쇼. 누구든 이정도 여유는 가질 거요. 그나저나...”

주위를 둘러본 몽블랑은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꼭 신전 터 같네.”

풍화되어 색이 변질 되었지만, 하얀색의 두꺼운 기둥 파편이라던지 지붕 파편 같은 것들은 꼭 그가 보았던 신전과 같았다.

“몇백년 전에 자취를 감춘 발할라 교단의 신전이라고 하더군.”

“발할라라... 그럼 우리 카우트예님보다 먼저 다구리 맞으신 분이네. 그런데 왜 이딴 곳에 지은 거지?”

“들어보니, 다섯 교단에 계속 밀리던 발할라는 마지막 보류로 여기에 자리 잡았다더군. 그런 눈 뜨지 마라. 보물사냥꾼이 이런 곳을 가만 뒀을 것 같으냐? 한 달에도 몇 번씩 애송이 보물사냥꾼들이 들어온다.”

“...좀 둘러봐도 돼요?”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여길 벗어 날 순 없을 테니까.”

얇지만 튼튼한 쇠사슬의 끝은 수레의 창살에 묶여 있었다.

“어차피 곧 풀려 날 테니, 그럴 생각 없수다.”

손을 흔들어준 몽블랑은 철그럭 소리를 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편 같은 것도 들어보고 넝쿨도 걷어보며 신전터를 둘러보던 몽블랑은 곧 흥미를 잃고 수레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뭐라도 있을까 했지만, 말라비틀어진 똥 무더기만 실컷 보았다.

“에고고. 이제 얼마나 남았냐?”

“이틀만 더 가면 룸페인이다.”

최소 3일 후면 풀려 날 수 있기에 몽블랑은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불렀다.

‘나 같은 사제가 비싸게 팔려 봐야 5천만이지. 대출을 한도까지 받고 모은 거 탈탈 털면 서로 만족하면서 해어질 수 있어.’

“잠깐, 그럼 엘프나 수인족은 얼마에 팔린다는 거냐?”

“걔네들? 싸. 한 1천만이면 사지. 순혈이라면 모르지만, 지금 잡히는 건 죄다 혼혈이지.”

“응? 왜?”

“한 오백년 전? 그때, 신들의 전쟁 때문에 멸족했다고 하더라. 혼혈들도 예쁘긴 한데, 설화처럼 일국의 왕이 반해서 전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야. 그냥 일반적인 미녀들 보다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젊음을 유지하는 것 빼곤 볼 거 없어.”

“흐음, 그렇구나.”

따각! 따각!

“응?”

몽블랑은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눈을 끔뻑였다.

어디서 많이 본 깃발이 마차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예상인들을 보고 다가 온 기사 역시 안면이 있는 기사였다.

“...예거 사제?”

“여~ 며칠만입니다, 조르딕 경?”

“...잘 됐군요. 안 그래도 이곳에서 큰 공자님의 일을 보고 룸페인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제 사정을 어떻게 아시고?”

“아커만 간수장이 수정구를 통해 둘째 공자께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작령 안과 밖의 모든 노예시장에 사람들을 급파하여 사제님이 팔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 뒀습니다. 그간 고초가 많으셨습니다. 곧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표가 누구냐.”

“저, 접니다요. 기사 나으리.”

“이분을 얼마에 샀더냐.”

“...3천만 페니는 주셔야 합니다요.”

조르딕의 눈이 싸늘히 가라앉으며 검이 반쯤 뽑혀 나왔다.

“난 1천 3백만에 팔렸습니다. 조르딕 경.”

“...이걸 가지고 가라. 가까운 귀네슈 상단 지부에 가면 1천 3백만 페니를 내어 줄 것이다.”

조르딕이 노예상인의 발치 앞에 던진 것은 포효하는 사자가 그려진 황금매달이었다.

“그, 그런!”

노예상인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1천 7백만 페니에 울상을 지었고, 몽블랑은 비웃으며 혀를 찼다.

“그러게 내가 귀네슈 상단으로 가자고 했을 때 갔으면 3천만 페니 다 받았잖아요. 사람이 말이야, 사람 말을 들어야지. 얼른 풀어주기나 하쇼.”

노예상인은 분노에 주먹을 부르르 떨었지만, 살벌하게 노려보는 조르딕의 눈빛에 어쩔 수 없이 몽블랑의 목과 손에 채운 족쇄를 풀어 줄 수밖에 없었다.

“3백만 번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고, 고맙다.”

“흐미~ 개운해라.”

몽블랑은 목과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후련해 했고, 노예상인은 계약서를 내놓고 쫒겨 나야 했다.

그제야 마차에서 내린 세실리아와 흑발의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성이 같이 내렸다.

조르딕은 세실리아에게 계약서를 넘겼고, 몽블랑은 그녀의 눈에 서린 장난기에 설마 하며 얼굴을 굳혔다.

“돈은 바로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해야 하는 게 아닐 텐데요?”

“맞아. 나도 보지 못한 내 동생의 알몸을 봤다며? 어떻디? 아, 난 세베루스 카쉬모프야. 올해 23살이지. 그래서 어땠어?”

몽블랑은 억울했다.

“아니 그때는 아무 말도 안하셔 놓고는... 그리고 제 것도 보셨지 않... 아니요.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여자 몸이랑 남자 몸은 무게가 틀리죠. 암요.”

“흐응~ 그렇게 비니까 용서해 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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