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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제 공기 맛은 어때요?
화려하게 꾸며진 방 안, 손등에 검은 해골이 새겨진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와 코팔라, 헬미나가 서로를 노려 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래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뭐요?”
“블랙스컬의 영원한 존속이겠지.”
“난 이미 당신네 대사제의 말을 듣고 있소.”
“그 대사제가 내년에 총단으로 불려가는 건 모르고 있나 보지?”
그건 몰랐다는 듯이 제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소한 스콜피온 정도는 없애 줄 수 있다. 알고 있지? 스콜피온이 누구의 말을 듣는지.”
“당신네 대사제지. 그래서 빌어먹을 일이고... 정말 약속 한 거요?”
“안보이나? 다음 대사제는 나야. 내가 왜 이런 시궁창에 왔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텐데 말이야.”
은메달은 상급사제를 나타내는 표식이었고, 제랄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걱정마라. 난 버러지 따위에게 거짓말 안한다. 날짜는 추후에 알려주지. 아마 가석방 이후가 될 것이다.”
“가석방... 걱정 마시오. 그 개자식은 확실히 처리해 드리겠소.”
코팔라와 헬미나는 더러운 냄새를 맡았다는 듯이 코를 막으며 나갔고, 남겨진 제랄은 탁자를 후려쳤다.
“빌어먹을 가석방! 룸펠,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험악한 인상의 마른 사내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보스.”
“지금 조직 내 분위기는 어떠냐!”
룸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드미트리의 귀환을 바라는 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선동하는 놈은 드미트리의 면회를 갔다 온 코쳉입니다.”
“코쳉 이 개자식! 그놈이 2인자만 아니었더라면 예전에 죽여 버렸을 건데! 왜 드미트리를 아직까지 죽이지 못한 거냐!”
“몇 번 시도는 했지만... 그 사제 놈이 치료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저번 폭동 사건으로 죄다 휩쓸려 버렸답니다.”
“사제! 사제! 사제-! 그놈은 대체 나와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렇게 내 앞길을 막는다는 말이냐!”
탁자를 뒤집어엎고 손에 집히는 대로 던지며 분개 하던 제랄은 씩씩 거리며 시거를 물었다.
“코쳉 파벌에 있는 쫄다구들을 모아 놔라.”
“코쳉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며칠간 일어 날 수 없도록 칼 한 방 먹여놔. 생각 같아 선 죽이고 싶은데 그놈 파벌이 들고 일어날 테니 어쩔 수 없지. 그러니 이번 기회에 코쳉 놈하고 나에게 반발하는 놈들을 쓸어버린다.”
“어떻게 말입니까?”
“지그문트의 사제 놈은 내가 잘 모를 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카우트예의 그 사제는 위에서 주목하고 있는 놈이다. 이번 일이 잘된다고 해도 블랙스컬은 괴멸되는 거다. 그러니, 희생양을 만들어야지. 빌어먹을, 드미트리만 아니었다면 이딴 거지같은 일은 맡지 않았을 건데!”
“...역시 보스! 계략이 소름끼치도록 무섭습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보스!”
“일단 코쳉 놈부터 재워두고 얘들 모아. 알았냐?”
“예!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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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아침과 점심 예배를 마친 몽블랑은 바로 카우쉬카로 내려왔다.
점점 많아지는 학생들을 더 이상 감당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그렇다고 수업시간을 늘릴 수도 없으니, 몽블랑은 더 이상 지체 하지 않기로 했다.
몽블랑은 내려오자마자 바로 관청에 들렸다.
몽블랑은 체놈과 함께 보았던 중급 관리를 발견하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중급 관리 슈마는 깜짝 놀란 나머지 군인처럼 차렷을 취했다.
“여, 여기 까진 어인 일로...”
“게시판도 이용할 겸, 슈마 씨의 얼굴도 볼까 해서 왔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슈마의 얼굴은 헤벌쭉 해졌다.
“어떤 게시문을 쓰시려는 겁니까?”
몽블랑은 사정을 설명했고, 슈마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개인적인 용무인지라, 망설이게 되는 것이었다.
“언제 밥 한 끼 하셔야죠?”
“...원래는 안되는 거지만, 간수장님과 친분이 있으시기에 작은 귀퉁이 정도 배당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간수장님도 이 상황을 들으면 정말 놀랍고 기꺼워하실 거예요.”
“큼큼큼. 이쪽으로 오십시오.”
슈마는 친절히 몽블랑이 불러주는 데로 게시문을 적었다.
“흠, 외람된 말이지만, 이정도 월급이면 아무도 안하려고 할 겁니다.”
월 5만이면 분명 평민은 꿈꿀 수도 없는 높은 월급이었지만, 소위 지식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에겐 너무도 적은 돈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과 소일거리를 원하시는 나이 드신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그런 분들을 잘 알만 한 사람을 소개 시켜 주실 수 있나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하기에 슈마는 난처했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 관청에선 아카데미 졸업생이나 일정 이상의 학식을 가진 사람들을 따로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영지전 같은 유사시에 행정관으로 쓸 수 있게 말입니다.”
전쟁이 터지는 순간 15세 이상 50세 이하는 모두 징집된다고 봐야 했다.
“그래요? 혹시 볼 수 있을까요?”
몽블랑은 말하면서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원래는 보여드리면 안되지만...”
슈마의 나이는 올해 45세로, 아커만과 같은 나이였다.
나이 45세가 되서도 중급관리에 머문다는 것은, 영원히 중급관리라는 것 밖에 안되었다.
이 소린 곧 연줄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는 몽블랑이 이것을 빚으로 여기고 차기 시장으로 거론되는 아커만에게 잘 말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아니, 몽블랑 그 자체도 자작가의 둘째 공자인 아르민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차라리 몽블랑이 자신의 연줄이 되어주었으면 했다.
‘겨우 51세에 최고급 관리가 된다면... 흐흐흐.’
그런 음흉한 생각을 가진 슈마는 잠시 어디로 갔다 온 다는 말을 하며 사라져서는 곧 두꺼운 양피지를 가져왔다.
“이게 카우쉬카 내에 있는 지식인의 주소입니다.”
‘뭐가 이렇게 적어?’
명색이 자작령의 제 2 도시인데, 지식인의 숫자가 겨우 1천명도 안되었다.
더군다나 양피지에는 그들의 주소뿐만 아니라 최고 학식까지 적혀 있었는데, 중급 산술과 중급 언어까지만 배운 사람이 태반이었다.
몽블랑이 원하는 수준이 딱 그 정도였지만, 숫자가 너무도 적었다.
몽블랑은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아주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해서 골랐다.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에 시간되시죠?”
“어, 언제든 연락만 주십시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관청을 나온 몽블랑은 아직 청명하기 그지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흠, 시간도 남겠다, 한번 찾아가 볼까?”
몽블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 게시문은 게시문이고, 발로 뛰는 건 또 다르지. 혹시 알아? 그 사람들을 통해서 여기에 없는 사람을 발견 할 수 있을지?”
몽블랑의 입가는 기대로 인해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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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블랑은 멍하니 짙은 노을이 진 하늘을 보며 허탈히 웃었다.
“우와,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하네.”
고작 30여명 정도 만났지만, 모두가 급료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미소 짓던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몽블랑을 내 쫒아 버렸다.
어떤 이는 쌍욕을 쏟아 내며, 물까지 뿌리려 했다.
“뭐, 이딴 인간들이 다 있지? 이차방정식도 풀지 못하는 것들이 학식에 대한 모독? 에라이, 뽕이다! 니들은 무릎 꿇고 빌어도 안 시켜 줘! 사람이 말이야 공부 전에 인성부터 배워야지!”
혀를 차던 몽블랑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식이라면 결국 올 겨울이나, 내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나?”
내년에는 영도 카쉬모프에서 아카데미를 졸업하거나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내려오니 몽블랑은 그들을 잡기로 했다.
“쯧, 그때까지 죽어나겠네. 11월엔 무조건 방학을 해야겠어. 안 그러면 내가 죽어.”
성문이 닫히기 전에 북문을 빠져 나가려 걸음을 옮기던 몽블랑은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에 입술을 비틀며 다가갔다.
몽블랑은 어느 건물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마르코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갈겼다.
“악! 누구야!”
“너 내가 이런 위험한 곳엔 기웃거리지 말랬지?”
마르코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유흥가 중에서도 그리 급수가 높지 않는 곳이었다.
“...헤헤헤, 사제님~”
몽블랑은 말없이 마르코의 귀를 잡아 비틀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네 엄마한테 가자.”
“헉! 어, 엄마한테만은! 아! 저 돈 벌려고 여기 온 거 아니에요! 정말 이상한 광경을 봐서 그런 거예요!”
“수작부리지 마, 이 꼬맹아.”
“아이참, 진짜라니까요? 저기 보세요!”
몽블랑은 귀를 잡은 체로 마르코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어라? 뭐야, 저 이상한 시츄에이션은?”
“그렇죠? 사제님이 봐도 이상하죠?”
익숙한 남녀가 유흥가에서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 유흥가가 남자, 아니면 술집 여자들만 있는 곳이란 것이었다.
게다가 유흥가 주위는 더럽고 위험한 뒷골목이었고, 결정적으로 그곳의 어느 길이던 두 교단과 이어지지 않았다.
“야, 저 안에 여관도 있냐?”
“아뇨? 죄다 아가씨 끼고 노는 술집이죠. 그건 사제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쟤들이 왜 저기서 나와?”
“그러게요?”
“...흠. 야, 저 안에 뭐가 있냐?”
“온통 술집뿐이죠. 다른 거라면, 사제님이 갔던 파르바티는 데져트가 다스리는 곳이고, 저기는 블랙스컬이랄까요?”
“블랙스컬? 흐으음. 뭐지?”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몽블랑은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쟤들 요새 너무 조용하던데...’
그간 코팔라와 헬미나는 자신들이 채석장에 들어온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요 예배 때, 예전만큼의 죄수와 노예들이 다시 카우트예로 돌아오기 전까지 코팔라와 헬미나는 구역을 돌며 치료를 하고, 예배 때는 아낌없이 빵과 주스를 퍼주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마치 채석장엔 미련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고, 음식의 질도 예전보다 떨어졌다.
‘분명 자진해서 온 것은 아닌 것 같았었는데 말이야...’
그렇다 하여도 상부의 명령으로 온 것이기에 어떻게든 결과를 내놔야 했을 텐데도, 그들은 너무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