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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44화 (4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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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랑 엉덩이 골은 만지지 않으면 안돼요? 우리 인간적으로 지켜 줄 건 지켜 줍시다. 차라리 벗으라면 벗겠어요.”

“그럼 그냥 벗어. 음, 그래. 말이 나왔으니 면회 오는 사람들도 검문 할 검문소도 지어야겠군. 이런 구멍이 있을 줄이야... 고맙다. 몽블랑.”

“에이, 뭘요. 그런데 난 왜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까? 안 그래도 아침부터 머리 아파 죽겠구만, 시시하게시리.”

“머리가 아파? 왜?”

몽블랑은 아드리아나와의 일을 이야기했고, 아커만은 안쓰럽다는 듯 보며 혀를 찼다.

“부지부장은 나도 어쩔 수 없다. 생각은 기특하지만, 외부음식은 아무리 너라도 반입 금지인 거 알지?”

“그래서 주방을 빌리려는 거잖아요. 더 할 이야기 남았어요? 없으면 난 가봅니다. 환자 기다려요.”

“할 이야기가 남았나?”

일그러진 코팔라와 헬미나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채석장을 둘러보고 싶군요. 가능한가요?”

“마음대로 하게. 헬미나 사제. 아, 몽블랑, 가봐.”

“예입! 수고하십쇼.”

몽블랑은 남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가 얼굴이 벌개져 가슴을 두드리며 나갔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 아커만은 둘을 바라보았다.

코팔라와 헬미나는 씁쓸히 웃으며 일어섰다.

간수장실을 나온 몽블랑은 그제야 숨을 격하게 내쉬었다.

“아오, 씨. 뜨거워 뒈지는 줄 알았네.”

“큭큭큭. 조심 좀 하지.”

“난 다 식은 줄 알았지. 그런데 둘은 왜 여기서 대기타고 있는 거야? 일 안해?”

“간수장님이 저희에게 붙여주신 분들이에요.”

헬미나의 말에 몽블랑은 간수 둘의 전신을 훑어 내렸다.

“올란도 간수 다음이 너희들이냐?”

“다음이 아니라 경쟁자야.”

“흐응, 수고해라. 형은 이만 가볼게.”

“잠깐만요. 예거 사제.”

몽블랑은 헬미나를 바라봤다.

“채석장을 같이 둘러 볼 수 있을까요?”

“...뭐, 그럽시다. 딱히 볼 건 없을 테지만, 따라오십쇼.”

몽블랑은 코팔라를 바라보았다가 무시하며 앞장서 걸었고, 이를 간 코팔라와 어색하게 웃는 헬미나는 몽블랑의 뒤를 따랐다.

몽블랑은 사랑과 나눔의 집에서 올란도를 불러 같이 이동했다.

몽블랑은 걷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신성한 힘을 걸어주었고, 코팔라와 헬미나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신성마법을 쓴 것 때문이 아니라,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 때문이었다.

헬미나는 옆의 간수를 바라보았다.

“원래 저런 가요?”

“그렇습니다, 사제님. 몽블랑은 저렇게 호의를 베풀죠.”

헬미나는 코팔라를 바라봤지만, 코팔라는 별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아니, 혼잣말 하는 내용이 오히려 신성마법을 함부로 쓰는 모습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

헬미나는 일이 어렵게 되어간다고 느꼈다.

‘이 채석장에 녹아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웃는 낯으로 격의 없이 대화를 하면서도 몽블랑에 대해 예의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그래서 가슴이 갑갑했다.

‘여기서 신도를 모을 수 있을까?’

왠지 초조해진 헬미나는 몽블랑의 행동을 하나라도 놓칠까, 뚫어져라 쳐다봤다.

몽블랑은 뒤통수가 뜨거웠지만, 무시한 체 지옥으로 향했다.

두 사제에게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선 지옥이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쫘악! 쫙!

“에헤이, 작작 좀 해요. 치료하는 나만 빡세잖아.”

“그게 말처럼 쉽냐? 이렇게 안하면 작업속도가 늦어지잖아. 그런데 뒤에 두 분은?”

“지그문트와 루나의 사제님들. 이야기들 나누십쇼. 난 치료하러 갈 테니까.”

몽블랑은 눈살을 찌푸리는 코팔라와 하얗게 질린 헬미나를 무시하며 방금 채찍을 맞고 쓰러진 죄수를 일으켜 세웠다.

“신성한 치료. 그러니까, 내가 최대한 열심히 하는 표정을 지으라고 했잖아요. 땀도 좀 뻘뻘 흘려주고, 안 흘릴 것 같으면 물 좀 뿌리고. 암튼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지.”

“쩝, 죄송합니다. 사제님.”

“됐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꽤 바뀌었네요?”

“원래 있던 사람들, 며칠간 작업 면제 입니다. 며칠간 쉬며 체력 회복하면 일반 구역으로 바뀐다더군요. 하아...”

“그래요... 아, 몇 년 차세요?”

“올해로 3년차입니다.”

“그럼 곧 일반구역으로 옮겨지겠네요. 조금만 참으세요. 큰 돌을 옮기는 건 똑같지만, 이렇게 맞지는 않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색히 웃어주며 손을 뺀 몽블랑은 다른 죄수들을 치료했다.

치료가 끝나자 몽블랑은 다음 구역으로 넘어갔다.

역시나 간수들은 죄수의 등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몽블랑이 간수들을 향해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앞서 나간 헬미나가 간수의 손을 붙잡아 채찍질을 멈춰 세우곤 죄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에 주위 모든 이들이 황당해 했다.

곧 정신을 차린 몽블랑은 그녀에게로 다가가 팔을 잡아챘다.

‘이 미친년이!’

“뭐 하는 겁니까.”

“당신처럼 치료를 하고 있어요. 안돼나요?”

죄수, 간수들과 격의 없는 모습에 더욱 초조해지고, 답답해지던 그녀는 몽블랑이 방해를 하자 날카롭게 반문했고, 몽블랑은 어이없어했다.

“지금 장난 하는 겁니까?”

“당신만 치료하라는 법 있나요? 나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면 안되나요? 왜요, 신도를 뺏길 것 같아 불안한가요?”

몽블랑은 목까지 치민 욕지거리를 억지로 눌러야 했다.

“당신이 이들을 치료하건, 신도를 뺏건 난 상관없습니다. 문제는 방금 당신이 이 채석장의 룰을 무시하고 어겼다는 겁니다.”

“뭐라고요?”

“채석장에서 가장 권위를 가져야 할 간수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밀쳐냈지 않습니까. 당신이 귀족입니까?”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 간수들의 표정을 본 헬미나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러니 사제 새끼들이라고 하지.’

“후. 말론 간수님. 이 사제님이 뭘 몰라서 그런 거니까 표정 풀어요. 앞으로 부대끼며 살 거잖아요. 에헤이, 표정 풀라니까. 나중에 술 한 잔, 응?”

“쯧, 20분간 휴식!”

말론외의 간수들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간수천막으로 향했고, 몽블랑은 일이 더럽게 꼬였다며 혀를 찼다.

“당신의 행동에 이들이 더 고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저들이 화풀이 할 대상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저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당신 안말렸어!’

몽블랑은 이쪽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지옥 죄수들을 가리켰다.

헬미나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생각이 없어도 작작 없으십시오.”

“나, 난...”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우리가 저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거냐!”

“그럼 간수들 깔아뭉개서 죄수와 노예들의 기를 살릴 겁니까? 그러다 말을 안 들으면?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그러다 저들이 죽으면! 당신이 책임 질 거야?”

코팔라는 입을 다물곤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암튼 싸지르면 끝이지. 뒤처리는 왜 생각 안하는지 몰라. 니미럴, 돈 엄청 깨지겠네. 에이, 비키십쇼.”

몽블랑은 분을 삼키는 둘을 지나쳐 지옥 죄수들에게 갔다.

결국 원하는 대로 됐지만, 과정이 좋지 못해서 몽블랑은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다 풀어 놓고 갈 테니까, 인상 펴요. 응?”

“그러신다면야... 어이, 모두들 줄서! 다음 구역 기다리잖아!”

지옥죄수들은 재빨리 줄을 서서 등을 보였고, 몽블랑은 신성한 치료를 시작했다.

“어이구, 날이 갈수록 신성마법이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오늘처럼 맞았으면 세 번 정도 치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한 번 내지는 두 번에 완치되고 있었다.

“그렇게 써대는데 지가 안 늘고 베기겠어요? 다음!”

지옥 죄수들을 모두 치료한 몽블랑은 간수 천막으로 가서 이리저리 구슬리다가 간수들이 웃는 것을 보고는 다음 구역으로 향했다.

코팔라와 헬미나는 입을 다물고서 몽블랑의 뒤만 졸졸 쫒았다.

그들이 몽블랑을 따라 사랑과 나눔의 집 앞에 도착한 것은 4시 무렵이었다.

몽블랑은 수고했다는 말을 하곤 안으로 들어갔고, 남겨진 코팔라와 헬미나는 가만히 문 앞에 서 있었다.

“..간도 쓸개도 없는 놈. 어찌 사제라는 작자가 그렇게 아양을 떨 수 있다는 말인가. 안 그렇소, 헬미나 사제.”

“그러게요. 사제 망신은 다 시키고 있군요.”

단 한 번도 오늘 같은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헬미나의 눈빛은 표독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헬미나가 동조를 해서 그런지, 코팔라의 표정은 조금 풀어졌다.

“난 내려 갈 텐데, 같이 가시겠소? 이런 천박하고 더러운 곳엔 더 이상 있기 싫소.”

“그 천박하고 더러운 곳이 앞으로 저희가 신도를 확보해야 하는 곳이에요. 당신도 그런 명령을 받았을 텐데요, 코팔라 사제?”

“그래서 짜증나는 거요. 인부를 대거 고용해서 한시라도 빨리 아버지의 집을 지어야겠소. 헬미나 사제는 어디다 짓겠소?”

“제 2 숙소와 간수장실 사이로 하죠.”

코팔라는 인상을 구겼다.

“끙, 그럼 난 제 2 숙소로 하겠소.”

제 3 숙소는 악질 범죄자가 많은 곳이라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보셨죠? 그는 이 채석장에 동화되어 있어요. 신도를 확보하기 어려울 거예요.”

“흥! 그딴 미천한 것들은 먹을 것이면 다 넘어오는 법이요.”

“아까 간수장은 외부음식 반입 불가라고 했어요.”

“아무리 간수장이라고 해도 대륙 5대 교단 중 두 곳을 무시 할 수 있을 거라 보시오?”

“그럼 그도 가져 오게 될 거예요.”

“제 놈이 돈을 써봐야 얼마나 쓸 수 있을 것 같소?”

“...겹치지 않게 하죠. 내일은 새벽에 올라와야 할 것 같네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자리를 떠났을 때,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몽블랑이 나왔다.

몽블랑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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