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40화 (4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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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커만 연설 끝나면 안단테 투입됩니다. 원래는 커팅식 끝나고 투입이지만, 저 인간들한테 눈도장 좀 제대로 찍으라고 앞으로 당긴 거니까 잘해야 해요. 모두 몸들 풀고 계시고... 아, 쿠잔씨. 지금은 그런 옷 입으면 안된다니까요. 배도 드러내지 마요. 여성분들 어서 긴 옷 입어요. 지금은 어디까지나 점잖아야 한다니까요! 아놔,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요. 어서요!”

안단테는 당혹스러워 하며 아흘라니를 바라봤고, 아흘라니는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귀빈들을 포위하듯이 밖으로 슬금슬금 물러나는 기사들을 본 아흘라니는 혀를 찼다.

‘잘 못 하면 실패 할 수도 있겠군.’

아흘라니는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로운 움직임에 여기저기 지시를 내리는 몽블랑을 응시했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무대 맞은편의 철조망을 바라봤다.

가슴을 흔드는 초조함에 땀이 찬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샤블은 갑자기 이상해진 공기에 의아해 하다 마른침을 삼켰다.

‘어, 어느새!’

일등병 병사들과 중급 이상의 간수 50여명이 이쪽을 보며 흉흉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철조망 너머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모든 병사와 간수들이 검 손잡이를 잡은 체 철조망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샤블은 급히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간수와 병사를 찾았다.

그들 역시 당혹해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는데, 발로텔리가 무어라 속삭이자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자리를 떠버렸다.

그들은 겨우 삼등병과 하급 간수였다.

“샤, 샤블님.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의 거사에 동조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샤블을 힐끔 거렸다.

“샤블님!”

“...예정대로 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끝이야. 준비시켜.”

“하, 하지만...”

“케토. 쪽지를 전달해라.”

“...예, 샤블님.”

족쇄에 숨겨져 있던 표시가 된 나무조각들은 받을 사람의 이름과 함께 옆으로 주위로 은밀히 전달되었다.

‘이제 곧 끝나겠군.’

잠시 후, 죄수와 노예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바꾸며 샤블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간수들이 눈을 부라렸지만, 죄수와 노예들은 더 잘 보기 위해서라며 웃어주었고, 간수와 죄수들은 혀를 차며 묵인해 주었다.

마지막인 아커만의 연설이 끝나고, 사람들은 면회소를 보며 박수와 함성을 질렀다.

“본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커팅식에 앞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방금, 전 대륙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극단의 공연을 관람하시겠습니다! 극단 안-단-테!”

경쾌한 음악이 울리고, 극단원들이 모두 올라오자 귀빈들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한 단원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하늘로 솟구칠 듯 재주를 넘자 귀빈들은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이윽고 음악이 끈적하게 바뀌며 여성단원들이 올라와 허리와 가슴을 흔들며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탄성이 터져 나왔고, 그 순간 샤블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이다! 모두 일어나!”

갑자기 죄수과 노예들이 일어서자 당혹스러워하는 간수와 병사들을 본 샤블은 입꼬리를 비틀며 손을 들었다.

놀랍게도 그의 손과 발엔 족쇄가 달려 있지 않았다.

“모두 돌겨”

샤블은 명령을 끝까지 내릴 수 없었다.

갑자기 눈을 가득 채우는 큼지막한 쇳덩어리 때문이었다.

“이게 왜...”

뻐어어억!

커다란 격타음이 울리자 일어섰던 죄수와 노예, 검을 뽑으려던 간수와 병사들이 멍하니 한 사람을 바라봤다.

그는 쇳덩어리가 달린 발목의 족쇄를 손에 쥐고 있는 케토였다.

케토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간헐적으로 떨고 있는 샤블과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전 간수들을 보며 비릿이 웃으며 손을 높이 쳐들었다.

“카우트예님의 신도들이여! 아커만님께 은혜를 입은 이들이여! 드디어 너희가 받은 은혜를 갚을 시간이 왔도다! 역도들을 모두 제압하라!”

그 순간 일어선 죄수와 노예들을 향해 아까 자리를 바꿨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모두 죽여 버려!”

“뭐, 뭐야! 씨발! 그냥 재껴!”

우아아아아아!

*****

당연하게도 면회소 완공 기념 축하회는 처참하게 박살나 버렸지만, 참여한 귀빈들은 불쾌해하지 않고, 어이없어 했다.

무대 아래서 기사들의 철벽같은 보호를 받으며 의자에 앉아 있는 귀빈들은 점차 정리 되어가는 것 같은 철조망 안을 보며 황당해 했다.

“죄수가 죄수를 제압하는 게 말이 되나? 원래 같으면 모두 벌 때 처럼 일어나 폭동을 일으켜야지 않아?”

“방금 그 소리 못 들었소? 저 아커만 간수장의 은혜를 갚는다지 않소. 대체 어떻게 죄수와 노예들을 관리 했기에 저런 인망을 얻을 수 있단 말이오?”

귀빈들의 시선이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 있는 아커만에게로 향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하던 아커만은 본능적으로 이 사태가 자신에게 아주 유리하게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르민의 말은 그 생각에 종지부를 찍어 주었다.

“만약 공포로 저들을 다스렸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마 나처럼 인과 덕으로 다스렸을 게야. 하아, 그대와 같은 충신을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니... 미안하고, 모자란 이 사람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맙네.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아커만 간수장.”

아르민의 말투가 변하자 아커만은 찢어지려는 입을 억지로 진정시켜야 했다.

“크흠. 이게 어디 저 만의 일이겠습니까. 저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모두 저, 카우트예 교단의 마지막 사제인 몽블랑 예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식탁에 포크 하나 올렸을 뿐입니다.”

아커만이 입을 열자 집중했던 사람들은 그 겸손에 감탄해 하면서도 몽블랑을 바라봤다.

갑자기 시선이 쏠리자 당황했던 몽블랑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 카우트예님의 뜻인 것인 것이지요. 아커만 간수장님께서 카우트예님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귀빈들은 탄성을 터트리며 아커만과 몽블랑을 번갈아 보았고, 아르민은 너무도 흡족해 했다.

“그런데 샤블 전 부 간수장을 제압했던 자는 케토라는 간수 아니었나? 분명 샤블 전 부 간수장의...”

몽블랑은 황급히 앞으로 나섰다.

“분명 예전엔 불미스런 일에 엮이긴 하였습니다만, 아커만님의 은혜와 카우트예님의 은혜에 깊이 회개하시며 노역수들의 위험한 생각을 고발하시겠다고 스스로 희생의 길을 걸으신 분이십니다. 케토씨 외에도 많은 분들이 그런 일을 자처하셨지요.”

‘마음 같아선 나도 저기서 같이 싸우고 싶은데, 기사와 병사들이... 후우우.’

몽블랑은 간수와 병사들과 합세하여 싸우고 있는 죄수와 노예들을 가리켰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곤 진실이냐는 듯 아커만을 바라봤다.

“그, 그렇습니다. 처음에 그 말을 하였을 때, 얼마나 놀랍고, 또 걱정되었는지 모릅니다.”

“...이 아르민 드 카쉬모프 진정으로 아커만 간수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네. 자네 같은 이가 있어서 이 땅이 오늘도 평화로울 수 있나 보구만. 그리고 예거 사제님! 감사합니다! 제 땅의 백성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니 이 사람으로선 너무도 부끄럽고, 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며 몽블랑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니,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느새 아르민의 앞에 서 있던 몽블랑은 재빨리 허리를 숙이려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에 멈칫하고는, 그의 머리 위에 카우트예의 문양을 그렸다.

“카우트예님의 은총이 아르민 공자와 이 땅에 함께 하기를 빌겠습니다. 신성한 축복.”

사람들은 아르민의 전신에 퍼져가는 하얀 빛과 몽블랑의 입가에 떠오른 자애로운 미소에 숨을 죽여야 했다.

‘이 정도면 다 넘어왔다고 봐야겠지?’

*****

이번 폭동에 가담한 죄수와 노예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끌려가야 했다.

발뺌을 하려는 이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발에 하는 수 없이 끌려가야했다.

몽블랑은 피투성이가 되어 죄수와 노예들을 치료하다가 해맑은 웃음을 짓는 케토를 보자 심정이 복잡해 졌다.

그러다 그 옆에 있는 피투성이의 드미트리를 보자 머리가 아파왔다.

“무모하셨습니다.”

“무모한 건 샤블이었지. 탈출은 절대 불가능 했다.”

“어째서요?”

케토는 도주로에 대해 설명했다.

추격대는 뒤로 할 지라도, 코르체프라면 입막음을 하려고 도주로의 끝에 실력자들을 배치 해 놨을 것이다.

샤블을 통해 들은 코르체프는 결코 미련한 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케토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함정배치도?”

“크, 크흠. 샤블이 부 간수장이었던 시절, 아커만 간수장실에 들렸다가 베꼈다고 하더군.”

“아, 그래요? 쯧, 관리 좀 잘하지...”

몽블랑은 드미트리를 바라보았다.

“죽기 전에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무기징역수로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 일로 바뀌겠지.”

맑게 빛나는 눈을 보자 몽블랑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몰라. 케토씨, 그리고 아저씨들. 한 번 만 더 이런 일이 벌이면 저 정말 화낼 겁니다. 사람은 몸이 재산인거 몰라요?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갑작스런 질책에 멍해 있던 사람들은 곧 짓궂게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몽블랑은 가슴을 치다가 다시 한 번 주지시킨 다음에야 다른 죄수에게로 향했다.

몽블랑이 상당히 멀어지자 케토는 드미트리를 보았다.

“드미트리, 네가 가담한 건 정말 의외였어.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없었잖아?”

“내가 뿌린 씨니 내가 거둬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결국 움직이기로 한 거로군. 하, 곧 카우쉬카에 피바람이 불겠군.”

“너는 괜찮은 건가?”

“한 몇 년 채석장에 짱박혀 있으면, 그도 잊어먹겠지. 아, 부탁하나 하지. 만약 나가면 신분패 하나만 만들어줘. 제대로 된 과거가 있는 놈으로. 보답은 확실히 할게. 아니면 더 빨리 나갈 수 있도록 밀어 준다던지?”

“음... 알았다.”

아 진짜! 대가리 깨지면 끝장인거 몰라요? 지금 죽어버리면

케토와 드미트리는 한 죄수를 향해 화를 내는 몽블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참 좋은 사람이야. 저런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좋아 질 텐데...”

“...저런 이가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나도 사제를 미워하지”

“응?”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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