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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39화 (3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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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레벌, 잭슨, 튠 등의 사람들의 입에서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성취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문의 경첩이 달리며, 면회소가 완전히 만들어 진 것이다.

아커만은 이 기쁜 날,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나하게 술을 돌렸고, 채석장의 모든 죄수와 노예들은 술과 함께 찾아온 소식에 서로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죄수와 노예들은 아커만과 몽블랑, 카우트예를 향해 채석장이 무너져라 만세를 외쳤다.

다음날 아침, 몽블랑은 거의 다 지어진 무대를 보며 손을 휘젓고 있었다.

“거기 오른쪽이 삐뚤어 졌어요! 조금만 위로. 네, 딱 좋아요!”

새벽부터 채석장에 오른 몽블랑은 정신이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색끈은 어딨어요! 가위는! 음성증폭기는 어디 갔어! 화가들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에이씨!”

몽블랑은 들고 있던 종이뭉치는 내팽겨 쳤다.

“정말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내가 이 짓을 왜 또 한다고 했을까!”

짜증을 내던 몽블랑은 조용해진 공간에 혀를 차곤 종이뭉치를 들어 올렸다.

“거기 올란도 간수! 가서 루체노 이등병에게 화가 잡아오라고 시키세요! 위치는 주방의 허클이 알고 있어요!”

“아, 알았어!”

“게스 아저씨는 간수장실 가서 음성증폭기하고 색끈 가위 가져오세요!”

게스도 올란도 마냥 후다닥 뛰어갔다.

“거기 말뚝 제대로 못 박아요? 쓰러지면 당신들이 책임 질 거야? 의자는 또 왜 이렇게 안 오는데! 빨리 빨리 못 움직여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요!”

히스테릭한 고함은 사람들을 움츠리게 했다.

하지만, 거듭된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던 사람들은 배가 다 꺼지기도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낸 기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봐요!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왜 안 해 보고 지례 포기하는지...”

“1시간 만에 청소를 끝낸다는 말이 사실이었냐...”

새벽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공터엔 무대가 세워졌고,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 밑에는 수백장의 천을 이어붙인 녹색 카펫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거기다 좌우로 그럴듯한 조각품들까지 세워지니 벽과 지붕만 없을 뿐이지 완벽한 귀족 저택이었다.

구슬땀을 뻘뻘 흘리는 그들은 여운에 젖어 있을 틈이 없었다.

몽블랑이 리허설을 제대로 하자고 재촉해서였다.

“놀랜드 형! 확실히 외웠어요? 순서 틀리면 끝장이에요!”

“걱정 마!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기억하는 건 누구한테도 안 져!”

“해봐요!”

무대 한켠에 마련된 단상에 선 놀랜드는 별 불만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아흘라니씨, 악기 상태는 어때요!”

“방금 조율 했습니다! 자, 첫 번째부터 시작!”

안단테의 연주자들이 무대 아래서 연주를 시작하자, 몽블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부터 몇 번이고 리허설을 했던 지라 믿는 것이었다.

“대단하군. 괜히 자신만만했던 게 아니었어.”

음악소리가 울리자 슬그머니 찾아왔던 아커만은 다 지어지다 못해 예상을 뛰어 넘는 퀼리티의 무대에 혀를 내둘렀다.

“어때요, 최소한 간수장님이 생각 한 것보다는 낫죠?”

“으, 응. 허어~”

아커만이 다시 무대를 보며 탄식을 터트리자, 몽블랑은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위문공연 무대를 세 번이나 지어 본 사람이야. 다른 새끼들은 축복 받았다고 하지만, 그걸 두시간만에 올려야 하는 군바리 입장 되어 봐. 사람 미쳐버리는 거야.’

“응? 그런데 무희들이 너무 크게 도는 거 아니야?”

귀빈이 앉을 의자들 사이와 철조망이 쳐진 곳까지, 공간 전체가 좁다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흔들거리는 가슴과 엉덩이는 눈을 흡족하게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기사들이 와 있을 텐데, 뭐가 걱정입니까? 아르민 공자는 아닐지 몰라도, 남자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게다가 무기가 될 만한 것도 없잖아요. 간수들도 이럴 때는 즐겨야죠.”

“...크흠흠. 그건 그렇지. 그럼 저건 내버려 두지.”

“붉은 색 천은 언제 옵니까?”

“아, 지금쯤 거의 도착했을 거야. 그런데 천까지 깔아야겠어?”

“할 땐 제대로 해야 욕 안 먹는 거예요. 어차피 돈도 많이 남았으면서 그러지 마세요.”

“크흠흠. 달라고 하지 마. 책 살 거야.”

“...10만 페니씩, 콜?”

“...콜.”

히죽 웃은 몽블랑은 기지개를 폈다.

“그래서 귀빈들은 언제 오신데요?”

“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 그럼 난 먼저 나가있도록 하지.  발로텔리 부 간수장! 이제 죄수와 노예들을 끌고 와라!”

“충!”

체놈과 차기 간수장 자리를 다투었던 다섯 명의 상급간수들 중 아커만의 수족이라 살아남았던 발로텔리는 절도 있게 군례를 취하였다.

잠시 후, 마지막 동선 점검이 끝낸 안단테가 무대 뒤로 돌아갔을 때, 우르르 소리가 들리며 죄수와 노예들이 몰려 왔다.

그들뿐만 아니라 간수, 병사 채석장 내의 모든 군인들이 몰려왔다.

죄수와 노예들은 족히 수백미터는 될 듯이 길게 쳐진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간수와 병사들은 그 밖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섰다.

몽블랑은 옆에 선 발로텔리의 옆구리를 찔렀고, 발로텔리는 음성증폭기를 들었다.

“방금 무희들 봤지?”

휘파람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지금부터 떠들거나, 허튼짓을 하거나, 앞으로 오실 귀빈들을 위협할 땐, 저들의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될 거다. 또한, 앞으로 2주마다 나오는 간식도 금지 될 것이며, 면회소는 폐쇄 시킬 거다.”

분위기가 싸늘히 식어 들었다.

“저 면회소는 이 채석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용 할 뿐이지, 무조건 운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본 자작령에는 이 채석장 같은 노역장은 많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묵직하게 울리는 대답 소리에 발로텔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음성증폭기를 몽블랑에게 넘겼다.

“축하회가 끝나고 귀빈들이 모두 가면 뒤풀이 공연이 있습니다. 그땐 이딴 철조망도 없이 제대로 미쳐버리게 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우리 그 정돈 할 수 있잖아요. 안 그래요?”

...우아아아아아아!

몽블랑 최고다! 아커만 간수장 최고다!

“본 공연에서도 무희들이 나오면 환호성 정돈 질러도 됩니다. 떠들썩해야 행사 하는 맛이 나죠. 단, 무조건 앉아서만 놀기! 누가 일어섰다? 그럼 뒤풀이는 없습니다. 오케이?”

오케이---!

“좋습니다! 앞으로 딱 3시간만 참읍시다! 모두 쉿!”

수천의 남자들이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자 웃음이 터질 것 같은 몽블랑은 겨우 참아 내며 음성증폭 아티팩트를 껐다.

“...허어~ 정말 사람 다루는 거 하난 최고구만. 사제가 아니었으면, 전설적인 사기꾼이 됐겠어.”

“에헤이, 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려고 그래요? 체놈 면회소장을 밀어줬다고 험담하는 거예요?”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지? 하지만, 괜찮아. 늦어도 15년 후엔 내가 간수장이니까.”

몽블랑 덕분에 라이벌이 확 줄다 못해 겨우 38세의 나이에 부 간수장이 돼서 그런지 발로텔리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발로텔리와 시시덕거리던 몽블랑은 따각 따각 마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왔다. 모두 모른 척! 더럽게 째려보고 욕을 해도 모른 척! 어서 앞 뒤 옆으로 전해요. 어서, 어서.”

웅성거림이 퍼져가는 순간, 첫 번째로 도착한 마차에서 귀빈이 내렸다.

*****

점심때가 됐을 때야 도착한 아르민은 푹신한 붉은 천의 감촉에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분배한 예산을 다 써버린 건가?”

면회소부터 시작해 철조망, 무대까지, 모두 돈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아까워, 오빠?”

“아니, 오히려 내 체면을 세워줘서 고맙군. 수고했다. 간수장.”

“벼, 별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커만은 행사가 끝나면 몽블랑에게 뽀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르민은 철조망 너머의 엎드려 있는 죄수와 노예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깨끗한 옷을 입고 머리까지 깔끔히 정돈 되어 아커만이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아르민이 의자가 있는 무대 아래에 도착하자 먼저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아르민은 모두 앉으라고 말 한 뒤, 몽블랑에게 다가갔다.

“사제님 덕에 없는 예산을 빼느라 얼마나 진을 뺐는지 아십니까?”

윙크를 하는 모습에 몽블랑은 피식 웃었다.

“그거까진 제가 알 필요가 없지요?”

“뭐라고요? 하핫, 농담도 할 줄 아시는 군요.”

몽블랑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귀빈들이 술렁였다.

“하하하. 자, 앉으시지요. 제일 귀빈께서 앉지 못하신다면 식이 진행 되질 않습니다. 세실리아 아가씨께서도 부디.”

아르민과 세실리아가 앉자 몽블랑은 연미복을 입고서 기름으로 머리를 뒤로 넘긴 체 무대 위의 단상에 서 있는 놀랜드를 바라봤다.

놀랜드는 음성증폭 아티팩트를 켰다.

“흠흠. 그럼 대륙 최초로 지어진 면회소 완공 축하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객석에 앉으신 귀빈분들께서는 모두 일어나 무대 중앙을 보아 주십시오.”

사람들은 덮어져 있던 베일이 벗겨지며 드러난 한 개의 봉대에는 카쉬모프 자작가의 상징인 들판을 향해 포효하는 사자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아르민이 온다는 소리에 참석하긴 했지만,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행사임에 귀빈들은 마음을 달리하며 황급히 옷매무새를 고쳤다.

“5백년간 이 땅을 수호해오시고, 들판을 향해 포효하는 사자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순가선열 및 호가영령들을 위하여 묵념을 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

축하회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아르민의 옆에 붙어 무대를 보며 웃고 있는 아커만과 달리 원활한 진행을 위해 뒤로 빠져 진두지휘하던 몽블랑은 몇 차례 후면 나올 극단에 철조망 너머를 보았다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눈을 가늘게 뜬 몽블랑은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옆에 선 발로텔리 부 간수장의 옆구리를 찔렀다.

“응? 왜?”

몽블랑은 말없이 무대 맞은편의 철조망을 가리켰다.

“어디서 많이 본 낯짝들이지 않아요?”

죄수와 노예들 때문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샤블과 전 간수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옥 죄수들이 왜 저렇게 가까이 있지?”

지옥 죄수들은 그 성격상 줄의 맨 뒤에 있어야 했는데, 중앙에서도 조금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았지만, 몽블랑을 조금 꺼림칙했다.

“부 간수장, 저 기사들 좀 움직일 수 있어요?”

몽블랑은 아르민과 다른 고위귀빈들이 데려온 기사들을 가리켰다.

“아니면 병사들이라도 집중 배치 시켜줘요.”

“...꼭 그래야 할까? 족쇄 찬 놈들이 저걸 넘을 수 있겠어?”

철조망의 높이는 보통 성인의 가슴까지 오도록 세워져 있었고, 말뚝은 30cm이상 박혀 있었다.

“혹시 라는 게 있잖아요. 축하회를 망치는 것 보다는 일단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망친다라는 말에 발로텔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아, 알았어. 일등병 이상의 병사들로 집중 배치 시켜 놓을게. 기사들은 간수장에게 말해 볼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여유롭게 움직여요. 그리고 병사들 배치시키면 죄수와 노예들 쪽을 보라고 하고요. 귀빈들 가고 즐겨도 늦지 않잖아요. 제일 앞의 명당자리에 배치시켜 준다고 해요. 제일 앞자리면 손도 잡을 수 있어요. 어쩌면 배나...”

“나는 그중에서도 제일인 자리야!”

발로텔리는 가까이 있는 일등병에게 손짓을 하며 느긋이 움직였다.

몽블랑은 무대 중앙의 단상에 오른 어떤 귀빈의 연설에 멍해 있는 놀랜드를 불렀다.

“형님, 주의를 끌 수 있겠어요? 물론 저 배운 사람들이 불쾌해 하지 않는 선에서요.”

“...뭔지 모르지만, 그렇게 할게.”

이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한 몽블랑은 연설을 바라보다 크게 하품을 했다.

‘암튼 쓸데없는 말 지껄이는 건 거기나 여기나 똑같구만. 왜 저러나 몰라.’

몽블랑은 행사의 순서가 적힌 종이를 넘기며 한번 더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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