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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38화 (38/185)

<-- 39 회: 2-7(3. 카우트예님의 신도들이여!) -->

“그와의 대화는 어땠어, 단장?”

마르꼬네의 나지막한 말은 적막한 방안을 울렸다.

“예상대로일까. 그는 다르더군.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앞으로 우리의 집은 여기가 되는 거야?”

“아마도... 얼굴을 가렸으니, 이번 의뢰만 끝나면 안단테의 이면에 있는 이름, 럴러바이는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  기억될 이름은 이곳 고아들의 스승이자 극단 안단테가 될 테지.”

“하아~ 좋네. 큭큭큭.”

쿠잔에게서 시작된 웃음은 곧 안단테 전체로 퍼졌다.

회한, 아쉬움, 그리고 후회의 웃음은 적막한 방안을 슬프게 흔들었다.

“아, 다음 주 내로 지하에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목욕탕이 만들어진데.”

쿠잔의 말에 여자들이 동요했다.

“뭐? 진짜야? 그런 건 귀족의 저택에나 있는 거잖아. 우왕~ 우리 사제님 돈 많네. 꼬셔볼까?”

“아서라, 경쟁자만 해도 벌써 둘이야. 한명은 몸매와 얼굴이 끝장나고, 하나는 파릇파릇한 십대. 축 늘어진 그 가슴으로 상대가 되겠니?”

“멜론만한 내 가슴이 어때서! 지금도 밖에만 나가면 남자들이 다 쳐다보거든?”

“그건 니가 다리와 가슴도 거의 드러내서 그런 거잖아. 천박하게 시리.”

“천박? 지금 그 말은 싸우자는 거지? 가슴이 아기 손바닥으로 다 가려지는 마르꼬네.”

“...그래, 싸우자, 이년아.”

끔찍한 살의가 방안을 잠식할 때, 아흘라니는 눈을 감았다.

“자라.”

“...잘자~ 모두들~”

실실 웃던 안단테들도 잠을 청했다.

잠시 후, 방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함에 빠져들었다.

*****

제 3 숙소, 달빛이 어스름히 내려앉은 창문가.

9생활관은 모두가 누워 잠든 다른 생활관과 다른 풍경을 보이고 있었다.

다섯 명 정도의 사람이 창문가에 앉아 서로를 보며 속닥이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은 샤블이었고, 다른 이들은 전 간수들 이었다.

“퇴로가 완전히 확보됐다. 족쇄를 풀어 줄 놈도 있으니, 우린 신호가 오면 실행을 하고 숲으로 도망치면 되는 거다. 그리고 새 인생을 사는 거다.”

“하지만, 숲 전체엔 함정이 빼곡하게 깔려 있습니다. 그 해부도를 아는 사람은 간수장뿐입니다.”

“아니지, 해부도는 자작성에도 있지.”

전 간수들의 얼굴에 희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방패들은 많이 모아 놨겠지?”

“물론입니다. 지옥 죄수들 중 반 수가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토마스라고 사제 놈에게 앙심을 품은 놈이 있는데, 아주 좋아라 하더군요. 이번 예배에서 울부짖던 놈들은 아예 접선도 안했습니다.”

“큭큭큭, 그놈들, 자기들이 방패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겠지. 입단속 잘해.”

전 간수들은 음흉이 웃었다.

입술을 비튼 샤블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케토를 바라봤다.

“케토, 내키지 않은 거냐?”

“아, 아닙니다. 코르체프 공자가 약속을 지킬지가 의심스러워서 그런 겁니다.”

케토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음, 그것도 맞는 말이군.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너는 20년간 이곳에서 썩을 수 있는 거냐? 아니면, 정말 소문처럼 그 사제 놈에게 붙은 거냐.”

간수들의 흉흉한 눈이 케토에게로 향했다.

케토의 입술이 비틀렸다.

“연극이었습니다, 샤블님. 그 사제 놈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랬군. 역시 내 오른팔다워. 난 너를 믿고 있었다.”

“그 기대에 충분히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제 손으로 찢어발길 것입니다.”

샤블을 바라보는 케토의 눈빛은 흉흉히 빛나기 시작했다.

핏줄이 터진 듯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에 샤블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전 간수들을 둘러보았다.

“결전일은 면회소가 완공되는 날, 기념식. 그 전까지 최대한 몸을 정상으로 돌려놔라. 알았나?”

“충.”

“간수 온다, 얼른 누워.”

그들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누웠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횃불의 빛이 생활관 전체를 훑었다가 사라졌다.

간수가 사라지자 모로 누운 케토의 입에서 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곱게 죽진 못할 거다.”

스산하게 퍼지는 음성에 전 간수들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

3. 카우트예님의 신도들이여!

대리석 장인까지 붙으니 면회소가 지어지는 속도는 상상을 불어할 정도로 빨라졌다.

점차 모습을 갖춰가는 면회소를 지켜보던 몽블랑은 내부공사가 한창인 면회소 안으로 들어갔다.

몽블랑은 칸막이 숫자를 세어가기 시작했다.

“50칸이라... 이정도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얌마, 사람이 몇 명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지. 간수장은 이것도 적다고 투덜거리더라.”

놀랜드는 아커만의 생각과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하긴 나중을 생각하면 이정도도 적은 건가? 어때요, 잘 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다른 분에게 맡기고요.”

“걱정마라. 내가 입 턴 것만 15년이야.”

몽블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다른 사람들이 너한테 고맙다고 하더라.”

“뭐가요?”

“수요일 예배.”

“...그게 들렸어요?”

“우리가 듣고 퍼트렸제! 흐하하하하하!”

사람들은 따뜻한 눈으로 몽블랑을 바라봤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말들에 그들은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랬었던 거구나.”

만나는 사람마다 눈물을 그런 거리며 허리를 숙이니 몽블랑은 당황하다 못해 무섭기 까지 하였었다.

허탈해 하던 몽블랑은 등에서 퍼지는 짝 소리에 비명을 질렀다.

“이러니 내가 동생을 좋아하는 거여! 어떻게 지가 한말을 그렇게 까먹어 버리냐잉! 너를 만난 건 내 생에 최고의 축복이여!”

“앗! 그거 내가 말하려고 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이겼어야! 이제 이 형님의 심정을 쫌 알겄냐? 떠벌아?”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몽블랑도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쉴 만큼 쉬었다는 듯 곧 작업에 들어갔다.

몽블랑은 안을 둘러보며 그들에게 신성한 힘과 신성한 바람을 걸어주다가 외부에서 공사하는 이들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응? 체놈 간수, 아니 면회소장?”

여기까지 뛰어 왔던 건지 체놈의 숨은 조금 거칠었다.

“몽블랑, 지금 시간 남지?”

“...그렇죠?”

“그럼 얼른 간수장실로 뛰어가라. 널 찾는 손님이 오셨다.”

“절 찾는 손님이요? 누구지?”

몽블랑은 의아해 하면서 간수장실로 향했다.

뒤에서 체놈의 재촉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며 평소처럼 걸은 몽블랑은 간수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허락소리가 들려오자 문을 열고 들어간 몽블랑은 소파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을 보곤 의아해 했다.

더욱이 자신을 발견하곤 얼굴이 일그러지니 몽블랑은 어이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귀네슈 상단에서 온 아드리아나라고 합니다.”

“...아, 네. 카우트예의 사제 몽블랑 예거입니다.”

“귀하 덕분에 본 상단이 재미난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감사차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말뜻과는 달리 어투는 날카로운 칼이 숨겨져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여자가, 아무리 빼어난 미녀라곤 하지만 초면에 적의를 드러내니 몽블랑의 기분도 썩 좋지 못해졌다.

“그렇습니까? 그럼 잘 받았습니다. 간수장님, 나가도 됩니까?”

“어, 그게...”

“듣던 것과 달리 성격이 급하시군요.”

몽블랑은 대체 왜 이러나 싶어 짜증이 나다가 이내 떠오르는 게 있어서 어이가 없어졌다.

“아, 설마 부 간수장 루트가 되었던 것 때문에 온 겁니까? 자작님께 한 소리라도 들은 겁니까?”

정곡이었다는 듯 웃던 낯이 굳어졌다.

“정말 고작 그거 때문입니까?”

아드리아나는 입을 열지 않았고, 몽블랑은 입을 헤 벌렸다.

“간수장님, 귀네슈 상단은 자작가 전속에다 자작령 최고 상단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어, 그랬지?”

“그럼 귀네슈 상단주의 속이 좁은 겁니까, 아님 저 여자가 철이 없는 겁니까?”

어떤 식으로든 욕이었기에 아커만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지금 본 상단을 욕하는 건가요?”

방긋방긋 웃고 있지만, 화가 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이봐요, 아가씨. 상단 직원 관리 못한 건 당신들이에요. 왜 엄한 사람에게 와서 화를 냅니까? 내가 아무리 만만해도 이러면 안되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말이야.”

정론이었기에 반박하지 못하고 씩씩 거리던 그녀는 돌연 활짝 웃었다.

“제가 참지 못했다는 걸 인정하죠. 전 그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자작가가 주목하는 당신이란 존재에 대해 말입니다.”

“아, 그러세요. 어떻게, 견적은 뽑히셨습니까?”

“충분히. 그럼 모레 축하회 때 뵙도록 하죠.”

아드리아나는 몽블랑에게 목 인사를 하며 나갔고, 몽블랑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저거 뭡니까?”

“귀네슈 상단주의 손녀인데 상단주의 명으로 카우쉬카의 부 지점장을 맡고 있지. 겪었다 시피 성격은 지랄 맞아.”

인사도 하지 않고 나가서 인지 아커만의 얼굴은 좋지 못했다.

“그래도 일은 잘해.”

“아놔, 해코지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까지 막나가는 여자는 아니니까 걱정 마. 여태껏 순탄하게 잘 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긋나버렸으니 참다 참다 성질 이기지 못해서 화풀이하러 온 걸 거야.”

“에휴,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 참느라 수고했어. 행사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지?”

“번듯한 사회자까지 구해놨으니까 걱정 마세요.”

간수장실을 빠져 나온 몽블랑은 아드리아나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가 나에게 태클 걸 수 있는 게 있겠어?”

아드리아나를 머릿속에서 지운 몽블랑은 사랑과 나눔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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