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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35화 (3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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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오목한 그릇을 든 사람들은 공터에 끼리끼리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역시 예배 후에는 국수 아니면 수제비지. 어허~ 좋다.”

“이거 맛있어요, 블랑. 이름이 국수에요?”

“수제비야. 적은 밀가루와 감자로 배불리 먹으려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지. 여기엔 쌀가루가 많이 들어갔지만...”

빵이 주식이라서 그런지 밀가루는 입자크기, 생산지로 분류하여 판매하고 있었지만, 쌀은 그냥 마구잡이로 섞어 팔고 있었다.

탈곡 기술이 모자란 것인지 완전한 백미는 없었다.

그래선지 쌀은 생산량이 적은데도 밀가루보다 쌌고, 감자나 호박 같은 야채들은 그 반절 값도 안 되었다.

“확실히 한 끼 식사로 쓰일 재료의 반절로 이렇게 배불리 먹네요. 게다가 이를 튕기면서 달라붙는 식감이 재밌어요.”

“...저 사제님.”

“아, 예. 르벌씨.”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걸 저희 가게에서 팔아도 될까요?”

몽블랑은 조심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되질 않았지만, 그러라며 대답했다.

어차피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거리낌 없었다.

“저, 정말인가요? 저, 정말 팔아도 되는 건가요?”

“네, 그러시라니까요. 아, 왜 꼬집고 그래?”

“잠깐, 나 좀 봐요. 블랑.”

몽블랑은 의아해 하며 엘리샤를 따라갔다.

“블랑, 정말로 이것의 레시피를 대가 없이 주려는 건가요?”

“그런데? 왜, 문제 있어?”

“당연하죠! 이건 카우쉬카에 없는 요리라고요! 이걸 팔면”

“오케이, 거기까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몽블랑은 지켜보라고 말하고는 내심 낙담을 하고 있는 르벌에게 다가갔다.

“혹시 멸치에 대해 아시나요? 다시마는요?”

“...네. 가끔 바다에 사는 친척이 술안주나 하라며 말려서 보내오죠. 소금을 친 것 같이 짭짤해서 인기 만점인 걸요? 하지만 다시마는... 뭔지 모르겠네요.”

“그럼 이런 크기의 말린 멸치, 무, 꽃게를 넣어서 육수를 따로 끓이세요. 그럼 더 맛있을 거예요.”

그러며 몽블랑은 레시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르벌은 멍해 있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외우기 위해 노력했다.

“레, 레시피 값은 얼마나...”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이걸 파실 때, 이 카우트예의 사제가 만들었다고 해주세요. 수요일 예배에 참석하시면 공짜로 드실 수 있다는 말도 덧붙여 주시고요.”

“네에? 저, 정말 그걸로 충분 한 건가요?”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셔도 되요. 물론, 그 전에 손님을 사로잡을 르벌씨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야겠지만 요. 아, 다른 분들도 마음껏 파세요.”

...와아아아아! 예거 사제님 만세! 카우트예님 만세!

내심 발 빠른 르벌을 부러워하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몽블랑은 그것을 보며 흡족해 했다.

‘원래 공짜 국수, 수제비 먹으러 왔다가 신도 되는 거야.’

수제비를 허겁지겁 먹어치운 사람들은 몽블랑에게 깊게 허리를 숙이며 저택을 빠져나갔다.

얼른 가서 만들어 볼 생각을 하니, 몸이 달은 것이었다.

몽블랑은 그 뒤에 대고 갓난아기도 데려와도 좋으니, 다음 예배 때는 가족들과 다 같이 오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은 고맙다고 외쳤다.

몽블랑은 뒷정리를 하는 허클과 아이들을 보다 삐져있는 엘리샤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 내렸다.

“카우트예님이 이르시길, 네가 가진 걸 베풀어라, 그것을 아깝다 여기지 말라. 라고 하셨어. 이런 거 가지고 잇속 챙기면 천벌 받아, 엘리샤.”

“...대체 블랑의 정체는 뭔가요?”

침대 위에선 짓궂은 조련사, 대화를 할 땐 바람둥이, 혼낼 땐 남자 중 남자, 오늘은 이야기 속 성자였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존재에요. 당신이란 사람은 말이에요.”

“하핫! 그게 내 매력 아니겠어?”

“맞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죠.”

엘리샤는 제 입술을 핥으며 눈웃음을 쳤다.

“오늘 약속 있지 않았죠?”

“...그 약속 조금 미뤄야겠다.”

몽블랑은 대문을 넘어서는 극단 안단테를 바라봤다.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백 가면을 쓴 아흘라니가 앞으로 나섰다.

“공연 전에 무대를 보고 싶어서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오게 됐습니다. 무대의 크기와 위치를 알아야, 정확한 동선을 짤 수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래요?”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몽블랑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올라가시죠.”

“아! 그래도 되는 겁니까? 채석장엔 외부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 계속 채석장을 위해서 일해 주실 분들인데, 이 정도는 편의랄 것도 없죠. 따라 오십시오. 엘리샤, 잠깐만 애들하고 있어 줄래?”

입술을 삐죽 내민 엘리샤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몽블랑은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고마워 생긋 웃어주었다.

“하하하, 그럼 가시죠.”

안단테 극단원들을 끌고 채석장으로 향한 몽블랑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루체노 이등병을 향해 손을 들어 주었다.

“뭐야, 오늘 안 오는 거 아니었어?”

“면회소 완공 축하회에 대해 들었지? 그때, 공연해 줄 극단이야. 무대 위치와 크기를 봐야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그래? 흐음...”

루체노 이등병은 극단원들을 훑어보다가 맨 얼굴을 드러낸 무희들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몰라도, 저 사람들은 검사를 해야 해.”

음흉하게 일그러지는 루체노 이등병의 눈은 분명 딴 생각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몽블랑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해야 했다.

“적당히 해. 서점 베시에게 확 불어버리는 수가 있어.”

몽블랑은 그러며 ‘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눈빛으로 입구에 선 병사들을 둘러봤다.

병사들은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몽블랑은 극단원과의 거리를 재고는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앞으로 계속 일할 극단이야. 한 달에 한 번 씩 온다고. 음흉하게 더듬거리다 끝 낼 거야? 명심해,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여자가 따르는 거야.”

루체노 이등병은 듬직한 병사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본 채석장은 외부인진입불가인 구역이라, 관계자가 아니면 무조건 몸수색을 해야 합니다. 이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한분씩 앞으로 오십시오!”

듬직한 병사로 돌아간 그들은 절도 있는 모습으로 극단원들의 몸을 수색했다.

병사들은 철두철미하게 무기를 숨길만한 곳을 모두 꼼꼼히 검사했고, 무기가 될 모든 것을 압수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흘라니도 가면을 벗어야 해서 병사들을 놀래 켰지만, 곧 극단원들은 문제없이 통과 될 수 있었다.

몽블랑은 그들을 데리고 아커만을 찾았다.

아커만은 극단원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을 데리고 면회소가 지어지는 곳으로 향했다.

*****

아흘라니를 비롯한 극단원들은 아커만과 몽블랑에게 인사를 하고는 채석장을 내려갔다.

아커만은 그들의 등을 보며 갈매기 수염의 끝을 매만졌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단련이 잘 된 몸들이야. 여자들도 몸이 탄탄 한 게,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겠어. 위험한 재주를 넘기 위해 몸을 단련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저 정도의 몸들이라니... 믿을 만하군.”

안단테 극단은 아커만의 앞에서 연극의 한 장면을 보여줘야 했다.

“음악도 경쾌하니 좋더라고요.”

“단장이란 자의 얼굴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공연 할 때, 가면을 벗을 것도 아니니 충분히 넘어 갈 수 있겠어.”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저도 가볼게요. 약속이 있어서요.”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내일 보자고. 난 아까 생각 난 것 좀 지시해야 하니까 멀리 못 나가.”

“네, 그럼 내일 봐요.”

루체노 이등병과 병사들에게 손 인사를 하며 저택에 도착한 몽블랑은 달려드는 엘리샤를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한편, 길을 따라 내려가는 안단테 극단원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단장, 아까 그 예배 들었지?”

“우리 모두 같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옛날에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해줬으면...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단테 극단원의 공통점은 범죄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오물통보다 더러운 뒷골목을 구르며 세상의 멸시를 받다가 이 길로 들어 선 것이었다.

금발의 조금 작은 가슴을 가진 미녀 마르꼬네의 말에 다른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마르꼬네.”

“그냥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뿐이야. 단장, 난 이번 일을 끝으로 은퇴 할 거야. 원래는 더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하기 싫어지네.”

나른한 고양이처럼 웃은 마르꼬네는 다른 여자 단원인 쿠잔을 바라봤다.

“쿠잔, 탬버린 칠래? 난 캐스터네츠 칠게.”

“미녀 트윈스? 좋지. 카우쉬카의 남자들을 휘어잡는 거야!”

“나도 낄래. 빠질 사람들은 빠져.”

안단테 극단원들은 저마다 같이 하자고 소리쳤다.

그들은 슬그머니 단장 아흘라니를 바라봤다.

“...네놈들이 나 없이 계약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얏호! 안단테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그들은 서로 어깨동무하고 낄낄 웃으며 길을 따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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