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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33화 (3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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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커만이 샤블 만큼 욕심이 많았었더라면 몽블랑은 지금도 탈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해치는 언제마다 팔아요?”

“그건 대중이 없다. 생길 때 마다 나에게 넘기는 편이지. 말을 타고도 두 달은 족히 가야 하는 바다나 자작령 전체에 퍼져 있는 몇 개의 광산으로 보내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손해를 봐도 채석장에 넘기는 거군요.”

“그렇지. 그러면서 돈을 다 갚고 채석장을 나간 이들이 사정이 어려우면 또 돈을 빌리니 웬만하면 이곳에 팔고 있다.”

“...하긴, 다시 돈을 빌릴 만 한 조건이긴 하네요.”

지옥을 제외한 채석장의 노역은 충분히 견딜 만 했다.

탈출을 하다 걸리거나, 지옥에 가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으니 말이다.

일반 노역을 하다가 죽는 사람은 정말 극 소수였다.

그것도 몽블랑이 오면서 아예 없어져 버렸다.

채석장은 해치의 노예 판매처이면서도 고객을 만들 수 있는 텃밭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다행이로군. 네가 싫어했다면 조금 난감했을 것이다.”

몽블랑은 자신이 아무리 싫어해도 해치와의 거래를 끊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런 어두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죠. 망치 토마스는 어떻게 됐어요?”

“음, 아마 모레 재판을 받고 여기로 올라 올 것이다. 바로 지옥으로 넣어야지.”

“자리가 있어요?”

지금 지옥은 샤블을 비롯한 간수들과 금지품목을 발견당한 죄수들로 인해 빈자리가 없다고 봐야 했다.

“구역이야 늘리면 돼. 안 그래도 귀네슈 상단에서 대형 대리석을 더 원했는데, 잘 된 일이지. 이건 그렇다 치고, 면회소는 언제쯤 완공 될 것 같나. 아르민 공자께서 재촉을 하셔.”

“20일이면 완공 되니, 그때, 기념식을 하면 될 것 같아요.”

“기념식?”

“덧붙이자면, 대륙 최초의 면회소 완공 기념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높으신 분들이 오시니 무희도 부르고, 음유시인도 부르고,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면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대륙 최초라...”

아커만은 왠지 입꼬리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높으신 분들이 좋아 할까?”

“물론 그분들이야 별로 감흥이 없겠죠. 하지만, 좋아해 줄 사람들은 따로 있잖아요. 그들이 좋아하면?”

“아르민 공자도 흡족해 하겠지. 좋아, 그렇게 진행하도록 해. 경과보고는 확실히 하고.”

“그건 걱정 마세요.”

‘이왕 장수를 잡으려면 대장군을 잡아야지.’

몽블랑은 오늘 저녁엔 엘리샤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적던 해치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펜을 내려놓았다.

“흐음...”

“왜 그러십니까, 형님?”

“아까 채석장의 그놈 있잖아. 67구역의 사이비 사제 놈.”

“카우... 그 이상한 이름의 교단의 사제 말입니까?”

“그래, 그 놈. 아까 봤을 때, 살이 너무 올라있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커만 그놈과 상당히 친분이 있어 보이기도 했고 말이야.”

“지도 사제니까, 아양을 떨었겠죠.”

“흐음,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격이 없었어. 마치 나와 아커만을 보는 듯이 동등한... 설마, 풀려 난 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짓던 해치는 순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놈도 사제니까, 어쩌면 풀려났을 수도 있어. 사제놈들 입 터는 거 하나는 사기꾼 저리 가라잖아.”

진실 된 목소리와 표정에 껌뻑 속은 경험이 몇 번 있었기에 해치는 그럴 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설이 세워지자 해치는 아까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몽블랑과 다른 노예의 차이점이 떠올랐다.

“옷!”

분명 몽블랑의 옷은 채석장 죄수와 노예들의 것과는 질과 청결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허어~ 대체 그 아커만을 어떻게 구워삶았기에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풀려 난 거야?”

“사정을 알아볼까요?”

“음... 그래봐.”

알았다며 대답하던 칵트는 순간 고개를 갸웃 거렸다.

“형님, 그런데 그게 형님과 무슨 상관있습니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아. 어쩌면 뜻하지 않게 아커만 놈의 약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아, 더 비싼 값에 노예를 팔 수 있겠군요!”

“바로 그거지! 이제야 네가 머리를 굴리는 구나!”

“...음,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놔둬야지, 별 수 있어? 내가 여태까지 높은 이자를 먹이면서도 별 다른 마찰 없이 이 사업을 이어 온 비결이 뭔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확히는 당사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드셔서 그런 거죠. 작은 어루만짐은 있었지만요.”

“그래, 그게 바로 내가 높은 놈들에게 아양을 떨지 않고도 이 짓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이야. 명심해라, 주제 넘는 짓 하다가 거지신세 진 놈들은 강변 모래알처럼 많다. 일생을 걸어야 할 큰 돈벌이가 아니라면 모두 무시해. 알았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조사하러 나가겠습니다.”

“그놈이 풀려났건 말건, 돈을 벌었건 말건, 관심 주지 말고, 속사정만 파악해. 그냥 궁금해서 그런 것뿐이니까, 위험을 자초하진 말고. 알았냐?”

“예, 형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칵트와 헤이먼이 나가자 잠시 몽블랑에 대해 생각하던 해치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서류를 보았다.

“그딴 놈한테 보다는 여기 고객들이 더 중요하지. 어디보자, 어떤 분께서 고맙게도 이자를 미납했을까나?”

서류를 넘기는 해치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어렸다.

*****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몽블랑은 흔들거리는 마차 안에서 올라오려는 구토를 참느라 안간힘을 썼다.

“마차가 익숙하지 않는가 보군요.”

“하하. 몇 번 타다보면 익숙해지지 않겠습니까?”

‘오늘 이후론 다시 탈 일이 없을 테지만!’

몽블랑은 그렇게 다짐하며 눈앞의 중년인을 바라봤다.

몽블랑은 채석장이 끝나자마자 음유시인들을 전속으로 고용하고 있는 파르바티로 갔다.

파르바티의 음유시인들을 빌리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채석장과 전속으로 계약을 맺을 무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다행이도 그 파르바티의 음유시인들이 알려준 사람이 바로 눈앞의 중년인이었다.

“그런데 음유시인도 길드를 형성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거창하게 길드랄 것 까지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중개를 할 뿐입니다. 원래 음유시인이라는 족속들은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이고, 나쁘게 말하면 거지보다 조금 나은 비렁뱅이들이죠. 선배로서 후배들이 배 곪는 것은 보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알선해 주다 보니...”

멋쩍다는 듯 뒷머리를 긁는 갈매기 수염의 중년 신사 록슨은 카우쉬카 음유시인의 대부 격인 사람이었다.

대단한 음유시인이라고 해도 카우쉬카 내에서 매장시키려고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권력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 이유는 모두 그의 탁월한 고객관리 때문이었다.

자체 오디션을 통해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누구에게도 소개시켜 주지 않았고, 그렇게 소개시켜준 음유시인이 말없이 결근 한다면 바로 다른 음유시인을 수배하면서, 무단결근한 자에겐 절대 일감을 주지 않았다.

그런 철두철미한 성격이 카우쉬카 내에서 ‘록슨이 소개시켜주는 음유시인은 믿을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음, 그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달에 한 번만 채석장에서 공연하며, 한 사람당 받는 돈은 7백 페니. 맞습니까?”

“그리고 최소 5명 이상의 무희가 있어야 하고, 연극과 노래가 가능한 배우도 있어야 합니다.”

“으으음. 까다롭군요.”

몽블랑의 조건에 부합되는 극단은 많았지만, 록슨이 까다롭다 말하는 이유는 바로 한 달에 한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아마, 10번만 됐어도 서로 하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일단 이번에 갈 곳의 단장과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록슨은 교섭이 성립되지 않는다에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음유시인들을 소개시켜 주는 것은 파르바티의 마담 안젤라 때문이었다.

그녀의 파워가 쎈 것도 있지만, 자신이 처음 이 사업을 시작 했을 때, 첫 번째 고객이 되어 준 것이 바로 안젤라였던 지라 그 은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착 했군요.”

멈춰선 마차에서 내린 록슨은 작은 공터에 새워진 허름한 천막의 입구에 섰다.

“체플린 단장! 안에 있나! 나 록슨일세!”

우당탕 요란스런 소리가 울린 후 자다가 깬 건지 봉두난발인 중년인이 헐레벌떡 뛰어 나왔다.

“여,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 선배?”

“중개업자가 극단에 무슨 볼 일이 있어 왔겠어. 용돈벌이 해 볼 생각 없나 하고 물어보려 왔지.”

“용돈벌이요? 흠, 어디 한 번 들어보죠.”

록슨의 설명을 듣는 체플린 단장의 얼굴은 점점 회의적으로 변해갔다.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둘의 얼굴을 보는 몽블랑은 입맛이 썼다.

‘쩝, 역시 쉬운 일 하나 없네.’

“죄송합니다, 선배. 만약 일반적인 일감이었으면 오케이 했을 테지만, 채석장은 조금...”

귀족과 연관 된 곳은 잘 하면 본전, 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다 한 달에 한번만 해야 하는 공연이니, 단원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체플린 단장으로선 하기가 꺼림칙했고, 록슨은 그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알겠네. 에휴, 자네가 마지막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결국 놈팽이들을 만나봐야 하려나...”

“...아! 이틀 전에 소규모 극단 하나가 카우쉬카에 들어 온 것을 아십니까?”

“뭐야, 그랬어?”

셈을 할 수 없는 숫자의 음유시인이 대륙을 떠도는 지라 그들이 카우쉬카에 정착해서 접선 할 때까진 록슨도 모른다고 봐야 했다.

“뭐하던 놈들이래?”

“유랑극단이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안단테입니다.”

“안단테?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데... 규모는 어때?”

“무희 다섯에, 광대 하나, 배우 넷, 연주 셋의 정말 작은 극단입니다. 여차하면 무희도 배우가 된다니 아홉이라고 볼 수 있군요.”

록슨은 황급히 몽블랑을 보았다.

“솔직히 그들이 아니면, 놈팽이들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가보시겠습니까?”

“놈팽이요?”

“아, 저희들 사이의 은언데, 많게는 넷이서 연주와 춤을 추며 근근이 돈을 버는 놈들을 말합니다. 몇 팀이 모여 극단을 이루면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나태하고 게으르다 하여 놈팽이죠.”

“그거 재밌는 말이네요. 일단은 조건은 맞으니 가보도록 하죠.”

두 시간 넘게 마차 때문에 고생해서 그런지 몽블랑은 부디 그들이 승낙했으면 싶었다.

몽블랑과 록슨은 체플린 단장이 알려준 북문 근처로 향했다.

쿵작 쿵작 딴~ 따다다~

“일단 근면성실 한 것은 합격이군요.”

이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하니,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인간성은 믿을 수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몽블랑과 록슨은 불빛이 희미하게 세어 나오는 작은 천막으로 향했다.

가림천을 젖히고 들어간 몽블랑은 모이는 시선에 순간 당혹해 했다가 곧 신색을 바로 하였다.

“계약을 맺고 싶어서 왔는데, 단장은 어디 계십니까?”

“내가 단장인 아흘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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