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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30화 (3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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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습니까, 믿습니다.’로 시작해 희망이란 명제를 가지고 예배를 시작하여 이번에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끝낸 몽블랑은 바로 채석장을 나와 레벌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83구역으로 향했다.

망치 토마스가 걸리긴 했지만, 바로 움직이지 않을 거란 것이 몽블랑의 생각이었다.

‘체놈과 아커만 때문에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야. 아마 나와 아커만과의 관계를 확실히 알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겠지. 생각이 있는 놈이면 결코 무대뽀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야. 만약 나 혼자만 드러난 상황이었으면 이야기는 틀려졌을 테지만 말이야.’

“저, 정말 우리만 외식을 해도 될 까요?”

가족들은 모두 채석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신들만 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에 허클은 꽤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갈 때 빨리 상하지 않는 것들을 싸갈 거니까.”

“...그럼 됐어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클과 아이들의 얼굴엔 흥분이 서렸다.

83구역에 도착한 몽블랑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식당 ‘고라고’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앗, 당신은?”

문이 열리자 반갑게 맞이하던 소년은 몽블랑을 보고 크게 놀랐고, 그건 몽블랑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41구역에서”

“쉿! 쉿!”

입술에 검지를 댄 소년은 주방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했다.

“흐음... 알았다. 일단 자리나 좀 안내해 봐.”

“...네. 이쪽으로 오세요.”

소년은 몽블랑과 아이들을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능숙하게 테이블을 붙인 소년, 마르코는 불안한 눈빛을 지었다.

“왜 그랬는지 만 말하면 입 다물게.”

“...엄마가 주는 용돈이 너무 적어서요. 그래서 취객들 때문에 위험하다고 나오지 말라는 저녁에 아는 형 따라서...”

“뭐야, 그럼 거기서 자란 것도 아니었잖아? 너 그러다 정말 큰일 나, 임마. 그런 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아, 안 그래도 이젠 가지 않기로 했어요. 형님이 주신 돈이 좀 크다보니 원하는 걸 샀거든요. 헤헤헤.”

“너 한번만 더 거기서 그 짓 하는 거 걸리면 바로 이를 거다.”

마르코는 크게 낙담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파는 거는 술 빼고 모두 가져와.”

“네에에? 아, 알았어요.”

몽블랑의 큰 손을 겪어 본 경험이 있는 마르코는 여타 말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곧 주방에서 덩치가 꽤나 후덕한 여인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손님. 저는 고라고의 주인인 르벌이라고 해요. 정말 저희 가게에 파는 모든 메뉴를 주문하신 게 맞나요?”

“...르벌? 혹시 레벌이란 이름을 아십니까?”

“제 오빤데요? 헉! 오빠가 또 사고 쳤나요? 혹시 손님을 때린 거예요? 이 인간, 언제 채석장에서 나온 거시여? 이건 오빠가 아니라 완전 웬수여! 이 씨부랄 놈! 이번엔 아주 끝장을”

“아뇨, 아뇨! 저는 어쩌다보니 채석장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인데, 레벌 형님께서 자기는 잘 지내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전해달라고 해서요. 동생 분 식당을 하도 자랑하시기에 소식도 전할 겸 이렇게 식사도 하러 왔습니다.”

“...썩을 오빠 같으니. 그래도 동생이라고 걱정은 되나 보네. 아, 전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주실래요? 대신 요리 몇 개 값은 빼드릴게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 못 먹는 거는 포장해 갈 테니까, 양은 생각하지 마시고요.”

“어머, 정말 큰 손님이 오셨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금방 해서 드릴게요. 마르코! 가게 문 걸어 잠그고 너도 주방으로 들어와!”

“응~ 엄마!”

“그나저나 이 인간은 또 어디로 튄 거여? 또 친구들하고 주사위 굴리러 간 거여? 들어오기만 해잉, 아주 그냥!”

폭풍이 지나간 자리엔 얼빠진 10명만이 있었다.

“...이 구역은 누가 배달 올래.”

허클의 말에 소년들의 눈빛이 전투적으로 변했다.

“난 샘슨을 추천해. 누나들 목욕하는 거 훔쳐 볼 때, 훼방 놔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야. 맞다가 죽을 뻔해서도 아니야.”

“나도 찬성. 내가 기상시간보다 일찍 깨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니야. 샘슨은 누구보다 잘할 거야.”

“그럼 샘슨으로 확정이다. 이의 없지?”

어린 소녀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들을 보며 의아해 했고, 몽블랑은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곧 하나 둘 씩 나오는 음식에 몽블랑과 아이들의 정신이 팔려 있을 무렵, 그들을 지켜보는 은밀한 시선은 골목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뻐드렁니가 인상적인 청년은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을 능숙히 걸어가다 어느 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술병이 든 나무 박스들이 가득한 창고를 가로 질러 하나의 방 앞에 선 청년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 청년은 비릿한 피 냄새와 똥오줌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방 한구석에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이들을 힐끔 보고는 허리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형님.”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토마스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읊어봐.”

“형님의 말씀과 다르게 감시자나 호위는 따라 붙지 않았습니다, 형님.”

“...빌어먹을, 그럼 내 예상대로 체놈 그 놈의 지분이 많나보군.”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아무리 카우쉬카 동부를 주름잡는 스콜피온의 행동대장이라고 해도, 관리를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저 놈들은 누굽니까? 감히 형님 돈을 때 먹은 놈들입니까?”

“채석장에서 일하다 쫒겨 난 고아 놈들이다. 조금 만져 줬더니 좋은 정보를 술술 불더군. 저택만 차지하면 저놈들이나 계집년들을 모두 팔아버려야지.”

“어떤 정보를 말하시는 겁니까?”

“그 사제 놈과 체놈의 관계. 더욱이 그 사제 놈이 간수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고도 하더군.”

“그, 그럼 큰일 아닙니까!”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그 사제 놈이 간수장실에서 곡소리 나도록 맞았다는 걸 보면...”

“간수장은 그 사제 놈을 대단히 생각지 않는 거군요.”

토마스는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돈에 팔려간 놈이 이렇게 단 시간에 나올 수 있는 겁니까?”

“아, 그건 그놈의 아가리가 꿀이라더라. 영주의 자제들이 예배를 듣고는 크게 감명해서 돈을 내 준 것 같아. 그때, 몰락한 부 간수장의 비리가 적힌 장부가 발견 되서 뒤집어 졌다곤 하지만...”

생채기나 겨우 치료하던 사제가 그런 대단한 일에 연루 되었다곤 볼 수 없었다.

“그럼 저택을 구입한 돈도, 결국엔 영주의 자제들이 준 거 겠군요. 부족한 돈은 체놈이 채워 넣었고요.”

“그래야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사제가 고아들의 숙소 겸 신전으로 쓴다고 하니 집값이 올라갈 거란 걸 예상 한 거야. 눈치 빠른 놈 같으니...”

“그럼 답은 바로 나왔군요!”

“4배는 줘야 순순히 물러나겠지. 씨부랄, 속 쓰리네. 얘들이나 모아.”

“바로 잡아 올까요?”

“아니, 도시 내에서 작업치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보스의 귀에 들어가면 너나 나나 끝장이란 말이야. 오늘 저녁에 빠져나가서 친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체놈을 만나면 되는 거야.”

“...그런데 형님, 정말 체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까요? 그래도 간수 아닙니까.”

채석장 간수의 실력이야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날고 긴다 하는 이들도 채석장에만 가면 순한 양이 되어야 했으니,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킁! 거기서 백날 소리쳐 봤자 채석장 까지 들릴 것 같아? 도망칠 틈만 안주면 돼. 병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체놈도 그 사제 놈을 그냥 대리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 약점 때문에 4배인 거지. 이걸 몰랐으면 10배를 줬어야 했을지 몰라. 아무튼 넌 양도 서류나 잘 챙겨 놔.”

“그건 걱정 마십시오! 형님!”

허리를 푹 숙였던 청년은 곧 음흉하게 웃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그 안에 있을 고아 계집년들은 어떻게 합니까?”

“...얼굴 반반한 것들만 건드리지 마라. 상품성이 떨어지면 안 되잖아. 처녀야 비싸게 팔려.”

“전 형님께서 골라주시는 것만 먹겠습니다! 형님!”

“새끼, 아부는... 가서 일 봐. 아, 나가는 길에 얘들보고 이 쓰레기들 좀 치우라고 하고.”

“예! 형님!”

청년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소파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토마스는 이내 코를 찌르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빌어먹을, 앞으론 작업장을 따로 구해야겠어.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나갈 순 없잖아.”

토마스는 작업장으론 어디가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며 방을 나갔고, 피투성이가 된 소년들은 그제야 끙끙 거리며 신음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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