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사제-23화 (23/185)

<-- 24 회: 1-23 -->

*****

꿀꺽 꿀꺽

창문 밖에서 쏟아지는 햇빛을 보며 시원한 물을 마시는 몽블랑의 눈은 초점이 풀려 있었다.

“하이고, 술이 깨질 않네. 하긴, 많이 마시기는 했지? 그나저나 어디 가서 기는 죽지 않겠네.”

몽블랑은 방금 제가 일어난 침대를 바라보았다.

열락의 흔적과 냄새가 가득 있는 침대 위에는 새 하얀 둔부와 매끈히 뻗은 다리를 드러낸 체 잠을 자고 있는 엘리샤가 있었다.

둔부의 갈라진 틈 사이로 한 번 더 갈라진 틈을 보자 몽블랑은 다시 한 번 아랫도리가 불끈 해지는 걸 느꼈다.

“끙, 얘가 우물은 우물인가보네. 몇 번을 했는데도 서냐? 정말 한 달 밖에 안 된 거 맞아? 파르바티에 들어온 게 한 달인 거 아니야?”

몽블랑은 침대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오늘 할 일을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약속이지.”

입맛을 다신 몽블랑은 기지개를 펴며 방을 빠져나갔다.

입구로 나온 몽블랑은 마차와 마차 문 옆에 서 있는 마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몽블랑님이십니까?”

“...채석장 까지 데려다 주세요.”

채석장으로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길도 울퉁불퉁 했지만, 그 때문에 사정없이 흔들리는 마차 때문이었다.

마차 안의 내부는 상당히 고급스러웠지만, 몽블랑은 다시는 마차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차가 멈춰 서자 편지를 품속에 넣고 내린 몽블랑은 입구에서 멍한 눈빛을 짓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들어줬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 출소한 놈을 하루 안 되어 보니 기분이 묘하네.”

“앞으로 매주 볼 텐데, 익숙해지십시오.”

“끙, 술 냄새. 밤새 찐하게 놀았나 보네. 예배는 가능 하겠어?”

“지금 혀 꼬였습니까? 기분만 들떴을 뿐이에요.”

“...금지품목 가져 온 것은 없지?”

“뒤져 보실래요?”

몽블랑은 팔과 다리를 활짝 벌렸고, 병사는 피식 웃으며 바리게이트를 치웠다.

“예배 늦겠다. 어서 들어가.”

“예입. 수고 하십쇼.”

몽블랑은 휘적휘적 걸어 제 1 숙소 옆의 예배당으로 향했다.

“나참, 겨우 하루 지났다고 느낌이 달라지냐?”

채석장을 보는데, 마치 관람하러 온 구경꾼 같았다.

몽블랑은 예배당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형님들! 여러분의 귀염둥이 블랑이가 왔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봤던 게스와 놀랜드 외 사람들은 코를 확 찌르는 술 냄새와 초점이 살짝 풀린 몽블랑의 눈동자에 눈살을 찌푸렸다.

“너 아직 술 안 깼지?”

“해 뜰 때까지 마셨는데 깼겠습니까?”

“아주 살판났네. 아오! 부러워라!”

분해하는 놀랜드를 보며 낄낄 거린 몽블랑은 품에서 편지를 꺼내어 잭에게 넘겨줬다.

“안젤라씨가 전해달라는 겁니다.”

“그럼 어제 간 곳이?”

“술값은 제대로 지불 했어요. 그런데 형님한테는 참 아까운 분이시던데요?”

히죽 웃어준 몽블랑은 예배 준비 하러 간다며 단상 뒤의 칸막이로 향했고, 몽블랑의 등을 보는 잭은 씁쓸히 웃었다.

“그래, 나에겐 아까운 여자지.”

“쓰불, 그래도 넌 편지를 보내는 여자라도 있제. 나는 그것도 없어야. 흐미, 부러워 뒈져 블겄네.”

레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잭을 보며 짓궂게 웃고 있었다.

“니가 욕만 고친다면 소개 시켜줄 의향도 있다.”

“형님으로 모시마.”

“잭 형님은 원래부터 이 놀랜드에게 형님 이셨습니다! 형님!”

잭은 달라붙는 사람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털고 웃어버렸다.

*****

오늘도 예배당은 안은 물론 밖까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그래도 한번 한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술이 깨지 않은 것 때문인지 몽블랑은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몽블랑은 음성증폭 아티팩트를 두드려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사람들이 입을 다물며 침묵이 찾아 올 때 몽블랑은 한주 동안 생각하고 어젯밤 덧붙이고 정리한 말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예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저번 예배 때, 신은 여러분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했습니다. 그러며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고도 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대답을 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여러분은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계시지 않을까? 사제들의 신성력을 보면 그렇잖아.”

누군가의 대답에 몽블랑의 낯빛은 흐려졌다.

“정말 그 신성력을 신이 주신 걸 까요?”

사람들은 당혹스런 눈으로 몽블랑을 보았다.

몽블랑은 예배당 안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체놈을 바라봤다.

“체놈 간수님도 신성력이 신이 준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순간 체놈의 눈에 원망이 스쳐지나갔지만, 너무 많은 눈이 몰린 탓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해야 했다.

“그, 그렇지 않을까? 신이 없다면, 사람을 치료하고, 부정한 것을 물리는 신성력이 존재 할 수가 없는 거잖아. 신성력은 오러나 마나와 달리 기적이야. 기적은 달리 말하면...”

“일어 날 수 없는 초월적인 현상이죠. 맞습니다. 그걸 비추어 보면 신이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몽블랑이 악을 지르자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왜 신께선 사제들에게만 신성력을 준 걸까요! 세상엔 소위 신도라 부르는 이들이 넘쳐나는데요! 신도와 사제의 차이는 대체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

“...마, 맞아! 신성력만 뺀다면 사제와 신도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신을 믿는 건 똑같잖아.”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

웅성거림은 곧 귀를 따갑게 할 소란으로 번져갔다.

몽블랑은 단상을 세게 내려쳐서 침묵을 강요 시켰다.

“바로 신께서 그들에게 소명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이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을 떠올려 보십시오.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의아해 하다가 이어진 몽블랑의 말에 탄성을 터트렸다.

“종. 그들은 스스로를 신의 종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그 사제들이 여러분을 어떻게 부릅니까.”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양이란 단어가 나왔다.

“그렇습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목장을 운영하는 이에게 중요한 것은 양입니까, 아니면 종입니까!”

대답할 가치도 없었지만, 대답할 것을 종용하는 눈빛에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 했다.

“양...”

“더 크게 말해보십시오!”

“양!”

그들은 몽블랑의 재촉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예배당이 떠나가라 양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재촉에 외치는 그들은 왜인지 볼이 상기되고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마치 마음 속 울분을 모두 토해내는 듯 종국에 그들은 절규 하듯이 외쳤다.

“맞습니다! 당신들은 양입니다! 신이라는 목장주에게 가장 중요한 양이란 말입니다! 신은 결코 여러분을 버린 게 아닙니다! 후에 더 중히 쓰기 위해 시련이란 망치질로 당신들을 제련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몽블랑은 그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단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길에는 언제나 끝이 있듯이! 우리가 언제까지고 이렇게 불행할 거라 보십니까? 아닙니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대가가 따릅니다! 이 시련의 대가는 여러분의 행복! 자, 외치십시오! 난 행복 할 수 있다!”

“난 행복할 수 있다!”

몽블랑은 다시 한 번 외쳤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듯 크게 외쳤다.

“나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나도 행복할 수 있어!”

“으아아아아아!”

그들은 끓는 물이 올라오는 것 같은 가슴을 쥐어뜯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행복은 언제나 자신들 곁에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들은 머릿속까지 타버릴 정도로 안도와 희망을 느꼈다.

“여러분! 이제 신을 믿으십니까!”

“믿습니다!”

“카우트예님이 계신다는 것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어요! 믿는다고요! 어헝헝헝헝!”

예배당은, 아니 채석장은 어느덧 울음바다가 되었다.

몽블랑은 그들의 격정이 진정되어 갈 때,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본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것에 잠시 당황했던 사람들은 곧 자세를 바로하며 몽블랑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여러분, 실패한 자가 패배한 게 아니라 포기한 자가 패배한 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실패는 성공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