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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던 저녁이 저물고, 아침이 되자 몽블랑은 어제 생각하다 잠들어 바람에 다 하지 못했던 앞으로의 처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였다.
아커만과 체놈은 사실 확인만 하고는 자신을 돌려보냈기 때문에 명확한 답이 나오질 않았다.
다만 그들의 충격 받은 표정을 보면, 사제라는 직업이 정말 큰 위세를 가진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찰과 군인이 종교인을 보고 그렇게 놀랄 이유는 없지. 설사 이곳이 판타지세상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야.’
“몽블랑, 따라와라. 간수장님께 간다.”
아커만은 제 1 간수 숙소에 있었다.
아커만은 두꺼운 시거를 뻑뻑 펴대며 분위기를 잡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몽블랑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몽블랑은 그걸 내색하지 않고,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였다.
“...일단, 너는 오늘부터 정식 일꾼들 쪽으로 간다. 할 일은 말 하지 않아도 알겠지?”
“다친 사람을 치료하라는 거군요.”
“숙소도 원하는 그쪽으로 옮겨주겠다.”
“아니요. 저는 있던 숙소에서 자겠습니다. 그들과 정이 들어서 말입니다.”
“...흐음, 알았다. 필요한 것이 있나?”
아커만은 대수롭지 않게 물었지만, 몽블랑은 기회가 왔음을 알아차렸다.
“책을 구할 까 합니다. 다른 생활관은 모르지만 저희 5 생활관은 모두 갱생의 의지가 있는 봐, 사.제.로서 돕고 싶습니다.”
“...책은 어떻게 구할 생각이지? 인부들을 이용할 생각인가?”
“아니요, 살펴보니 부모 없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더군요. 그들을 통해 헌책이나 필사를 할까 합니다. 새책은 가격이 너무 비싸더군요.”
“글과 지식을 가르친다라... 좋아. 그 정돈 용인해 주지. 더 원하게 있으면 지금 말해라.”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몽블랑은 원했던 중개업에 대해 말하였다.
아커만은 끝까지 듣지 않고 탁자를 내려쳤다.
“이 새끼가, 오냐오냐 해줬더니!”
“보르텡이란 노인이 중개업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는 엄청난 고리를 붙여 물품을 판매합니다. 그 말은 곧 없는 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소립니다. 분명 불만을 품은 자가 나올 것이고, 그 중에는 아커만님의 라이벌이 보낸 첩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흠칫! 아커만이 놀라자 몽블랑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관할의 일을 다 모른다는 것도 흠이 될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자세히 말 해봐.”
‘됐다!’
몽블랑은 채석장이 군대식으로 운용되고, 간식으로 사람들을 길들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돈에 목말라 있다면 죄수와 노예들을 더 극악하게 다뤄야 했다.
죄수들과 노예가 안쓰러웠다면 더 많은 편의를 봐줘야 했다.
몽블랑은 혹시 출세에 관심 있는 것인가 하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어젯밤 아커만의 반응을 보고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커만에게 채석장이란 그의 인생을 빛내 줄 커리어였다.
애초에 비싼 대리석 채석장에 발령 난 것부터가 그에게 배경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얼마든지 찌를 구멍은 있습니다. 보르텡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은 큰 실수였습니다. 그가 어떤 물건을 들여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루트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로군.”
“제가 쓰려는 루트는 얼마든지 아커만님이 관리감독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물품검사를 아커만님께 맡기겠습니다. 또한, 수익의 20%도 진상하겠습니다. 이는 아커만님의 커리어에 보탬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몽블랑은 아커만이 자신을 중개업자로 인정했을 때, 돌아갈 이득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어 주었다.
그것은 아커만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면서도, 아커만이 그토록 바랐던 일이기도 했다.
“죄수들을 갱생시킨 맘씨 좋은 간수장, 죄수의 인권을 생각해주는 깨어난 머리의 간수장, 상과 벌이 정말 명확한 군인다운 간수장이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놈들 따위, 말을 들을 때까지 때리면 되는 거다. 반란? 다 죽이면 되.”
“공포로 만들어진 리더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더 큰 공포를 만났을 때, 부하들은 리더의 심장을 찌르게 됩니다. 인덕으로 다스려야 완전한 자기 사람이 되는 법입니다.”
“흐으음.”
“일단 한번 운용해 보시고, 맘에 차지 않으시면 그때 그만두시면 됩니다. 그리고...”
몽블랑은 입술을 비틀었다.
“언제든 자를 수 있는 꼬리가 두 개나 있습니다. 저, 그리고 보르텡.”
“...크하핫! 맹랑한 놈이로군. 좋아, 얼마든지 날 뛰어봐. 단, 내 눈은 언제나 너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허튼 짓 하면 제 목을 치셔도 됩니다.”
“체놈, 저 새끼 수갑 채워서 정식인부들 있는 데에 갔다 놔. 편의는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만 봐줘.”
“아니요! 저는 원래 하던 일을 하겠습니다! 다친 사람이 나 올 때만 불러 주십시오!”
“헛소리! 그러다 네놈이 사고로 죽으면 어쩌라는 거지?”
“이 채석장에서 권위는 간수장님과 간수님들에게만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는 모두 평등해야 합니다.”
“음, 그렇긴 하지만...”
“편의를 봐주시려거든, 아주 가끔씩, 이를테면 한 달에 한번 시원한 맥주나 한잔씩 돌려주십시오. 물론, 벌을 받지 않은 죄수들에게만 말입니다.”
“...크하하하핫! 내 인망을 올리면서, 네놈 인망도 함께 올리겠다? 정말 맹랑한 놈이로군. 하지만, 하루 내내 작업을 시킬 순 없다. 넌 하루의 반은 무조건 정식인부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렇다면 오전에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체놈, 데려다 줘라. 그리고 그 김에 맥주를 주문해 놔. 나도 오늘은 맥주가 땡기는 군.”
“충!”
몽블랑이 나가자 아커만은 턱을 쓰다듬었다.
“저를 숙이면서도 받아먹을 것은 다 받아먹다니... 무조건 엮어야 할 필요가 생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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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은 속으로 기뻐 날뛰고 있었다.
히죽거리며 웃는 몽블랑을 보는 체놈의 눈은 복잡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간덩이 큰 놈.”
“전 말입니다, 은혜는 갚는 놈입니다. 체놈 간수님께서 잘 봐주시지 않았다면, 전 며칠 안에 간수장실의 문을 두드렸을 겁니다.”
흠칫!
“나라서 밝혔다고?”
“채석장을 갱생시킨 사제를 발굴한 간수장. 아마, 그 뒤로 체놈 님의 이름이 따라 붙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네, 네가 무슨 재주로?”
“아마도 간수장님은 제가 원하는 건 거의 들어 주실 겁니다.”
“그, 그렇겠지.”
몽블랑이 제시한 미끼는 그만큼 크고 달콤했다.
“그 중간다리를 체놈님이 한다면?”
“...나도 이름이 거론 되겠군.”
“배달꾼을 한다면 껌뻑 죽을 겁니다. 그러면서 중간유통비도...”
“...영악한 놈. 얼른 걷기나 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넘어 온 체놈에 몽블랑은 헤벌쭉 웃으며 작업장으로 향했다.
“형! 아저씨들! 저 왔습니다!”
몽블랑이 불려가며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놀랜드와 조원들은 경악한 눈으로 멈춰 섰다.
“우왓! 블랑아!”
놀랜드는 지게를 벗어 던지며 달려와 몽블랑을 안았다.
“어이구,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한 줄 알겠네요. 이런 건 나중에 형 가족에게나 하세요.”
“시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몽블랑은 체놈을 힐끔 바라봤고, 지게를 벗어 던지 놀랜드 때문에 씩씩 거리던 체놈은 헛기침을 하곤 입을 열었다.
“간수장님께서 원래는 숙소를 옮겨 크게 쓰려고 했지만, 저놈이 목숨 걸고 반대해서 오후엔 이쪽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놈 다치지 않게 잘해!”
체놈은 콧방귀를 뀌곤 왔던 길로 돌아갔고, 몽블랑은 놀란 눈이 된 조원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능력 있다고 룰 무시 하면서 대우 받는 거 불공평하잖아요. 하물며, 모시는 신외에는 모두 평등해야 하는 사제가 그럴 순 없죠.”
“블랑아... 흑, 넌 정말 왜 이렇게 착한 거냐.”
“아, 그리고 완전히 마무리 지었어요. 앞으로 필요 한 게 있으시면 저에게 말하면 되요.”
“뭐? 정말? 가, 간수들이 그걸 허락했단 말이야?”
몽블랑이 돌아온 것 보다 그들은 더 크게 놀라고 있었다.
“간수들이 검수 할 테니, 도가 지나친 것만 아니면 다 될 거예요. 그것도 원가보다 조금만 비싼 값으로요.”
“저, 정말이냐? 간수들이 미친 거야?”
“오늘 차가운 맥주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 미쳤다고 생각하겠네요?”
“...우아아아앗! 씨발, 만세다!”
“만세! 블랑이 만세! 카우트예님 만세!”
‘잉? 여기서 카우트예님이 왜 나와?’
몽블랑은 모두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지만, 너무 좋아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씨발 간수들도 만세다! 체놈도 만세!”
일을 하지 않기에 일어나려 했던 체놈은 그 소리를 듣곤 슬그머니 앉았고, 몽블랑은 쿡쿡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