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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제-2화 (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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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포박처럼 목과 양팔이 구속되어 카우쉬카의 거리를 가로지른 몽블랑은 헛웃음을 흘렸다.

‘시발, 다른 세상이냐?’

메조른 왕국, 북부의 카쉬모프 자작령, 제 2 도시 카우쉬카.

한번 지나친 마을이었기에 그가 모를리 없건만, 그곳과 이곳은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중앙광장을 가로질렀는데도 유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영주가 토벌대를 꾸려도, 마왕군이 쳐들어와도, A급 던전이 나타난다고 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처럼 중앙광장을 점령한 상인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이곳이 (주) 일루전의 라르세리아 대륙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정말 죽어버린 거네.”

“그래, 앞으로 죽여 달라고 말 할 거다.”

샌치 해지는 기분을 박살내는 눈치 없는 해치를 노려본 몽블랑은 도주를 생각하다가 관두었다.

목을 묶은 줄과 손목을 묶은 줄을 한 사람이 잡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번에 두 명을 제압하지 않고는 도망칠 수 없는데, 마치 1레벨로 돌아가 버린 듯한 몸뚱이는 그것을 절대 가능케 하지 못했다.

그렇게 개처럼 끌려 도착한 곳은 흙먼지 냄새가 풀풀 나고, 시꺼먼 상체를 드러낸 사내들이 동태 썩은 눈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등에는 큼지막한 하얀 돌이 매달려 있었다.

해치는 갈매기 콧수염의 장년 간수장에게서 웃으며 주머니를 넘겨받고 있었다.

“저놈이 저렇게 보여도, 꽤나 쓸 만할 겁니다. 나중에 저한테 크게 한턱내신다는 데 전 재산을 걸 수 있습니다.”

“푸하하핫! 해치씨, 입담은 날이 가도 죽질 않는 군요?”

“제 직업이 입으로 먹고 살지 않습니까. 그럼 가보겠습니다.”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요.”

방실방실 웃는 해치는 수고하라는 듯 몽블랑의 어깨를 두드리곤 왔던 길로 돌아갔다.

방금까지 웃던 간수장의 눈은 얼음장이 되어 비쩍 마른 몽블랑의 전신을 훑었다.

“더도 말고 딱 1년만 버텨라. 따라와.”

간수장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몽블랑은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간수장은 몽블랑을 체놈이라는 간수에게 넘겼고, 체놈은 다시 몽블랑을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어이! 놀랜드!”

“예! 체놈 간수님!”

헐레벌떡 뛰어온 청년은 누가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앞으로 함께 할 놈이다. 네놈이 잘 하니까 먼저 주는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농땡이를 피거나, 명령에 불복종 할 시... 알지?”

체놈은 허리춤의 채찍을 두드리며 몽블랑을 보았다.

“옙! 알겠습니다! 저 때문에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좋아. 자세가 됐군. 지켜 볼 거야.”

몽블랑의 수갑을 풀어준 체놈은 30미터 가량 걸어가 그늘 진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광활한 채석장에는 그런 천막이 곳곳에 있었고, 그 주위를 일개미 같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따라와. 멍하니 있다가는 치도곤 당해. 아, 나는 놀랜드 말튼이야. 너와 같은 처지지. 몇 살이야?”

“23살, 몽블랑 예거입니다. 얼마짜립니까?”

“내가 형이네. 나는 50만. 너는 얼마짜리야?”

“1백만짜립니다.”

“저런, 한 5년 빡세게 고생하겠구나. 아, 도착했다. 이걸 어깨에 메고, 저기 저놈들이 올려 주는 것을 적재소에 놓으면 되. 처음이니까 내가 알려 줄게. 형님들, 신입이에요! 인사는 저녁에 해요!”

“알았다! 어이, 신입. 처음이니까 제일 작은 놈으로 올려 줄게. 누가 뭐라거든 신입이라고 하면 돼.”

새까만 얼굴에 누런 이가 인상적인 순박한 인상의 마른 사내는 등을 돌린 몽블랑의 지게에 큼직한 돌을 올려놓았다.

“커흑?”

몽블랑은 이를 악물며 억지로 무릎을 폈다.

“괜찮네. 한 달 안에 적응하는 게 좋을 거야. 따라와.”

*****

절로 나는 곡소리를 이를 악물며 참아 내었다.

단 두 번의 왕복이었는데,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입에선 단 내가 나다못해 바싹 말라버렸다.

“천천히 와. 오늘은 처음이니까 체놈도 이해해 줄 거야.”

말할 힘도 없어서 고개만 힘없이 까딱인 몽블랑은 느긋이 걷는 것 같은데도 죽죽 멀리 가는 놀랜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보다 더 말라 보이는데 힘이 넘치...’

“하, 이런 바보.”

몽블랑은 오른 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신성한 힘.”

오른 손에 서린 하얀 빛이 가슴 속에 스며들자 천근만근 무겁던 지게가 수수깡으로 만든 것 마냥 가벼워졌다.

그 순간 미간을 좁힌 몽블랑은 가슴을 만져 보았다.

“무언가 빠져나간 기분이... 착각인가?”

고개를 갸웃 거리던 몽블랑은 한결 나아진 표정으로 지게를 고쳐 메곤 구역으로 향했다.

몽블랑은 이후 몇 번 왕복하며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유지시간은 대략 15분, 횟수는 8~10번인가?”

빠져 나간 것은 심장부분에 뭉친 좁쌀 크기의 신성력 덩어리였다.

몽블랑은 지게 끈이 둘러진 어깨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어깨 부위의 옷은 지게끈을 따라 희미하게 혈선이 있었다.

“생체기 정도의 치료라... 초급 1레벨이네.”

몽블랑은 이것으로 이곳이 다른 세상임을 완전히 확신 할 수 있었다.

(주)일루전의 라르세리아 대륙에선 베이고 찢어지고 깨지는 상처는 있을지라도, 이렇게 쓸리는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상처는 없었다.

만약 그런 것 까지 구현했다면, 검이나 갑옷 같은 것이 플레이를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스킬은 왜 써지는 거지?”

몽블랑은 목에 걸린 나무 목걸이를 보았다.

익숙한 문양의 엠블럼 뒤에는 ‘카우트예’와‘세스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름이 똑같다니, 이 무슨 우연인지... 뭐, 일단은 좋은 게 좋은 거지.”

최소한의 밥벌이 수단이 있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여긴 채석장이었고, 사제임에도 팔아버린 것을 보면 사제가 그리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씨뽕할, 그래도 파티에선 귀족사제라고 불리는데...’

“여어~ 막내. 꽤 하는데? 아까는 죽을 것 같더니 지금은 좀 익숙해졌나봐? 완전히 막노동 체질 아니야?”

사람 속도 모르고 쫑알거리는 놀랜드를 보니,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욕구가 활화산처럼 솟아올랐다.

“몸이 적응 하나 봐요.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에요.”

“그거 부러운 말이네. 얼른 가자. 곧 쉬는 시간이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스킬이 보조를 해주었다고 해도, 힘든 건 매 한가지였다.

그래도 씻으니 나아진 것인지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며 숙소에 들어온 몽블랑은 너무도 익숙한 내부의 모습에 순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어쩐지 숙소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서부터 익숙하더라 싶었다.

“뭐해, 우리 자리는 저기야.”

숙소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오늘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다.

왁자지껄하니 떠드는 40여명의 사람들은 몽블랑을 힐끗 보고는 신경을 끄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쓸 공간은 앞으로 여기 창가 밑이야. 우리가 연차와 힘에 밀려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이런 곳에서 자는 거야.”

몽블랑은 놀랜드가 가리킨 우락부락하고 얼굴이 험상궂은 사람들을 보다가 당겨지는 소매에 시선을 돌렸다.

“계속 보다간 찍혀. 튠 형님. 구해 왔어요?”

튠은 몽블랑에게 처음 돌을 얹어 주었던 장년인이었다.

“오냐, 내가 누구냐. 막내야, 일단 상의 좀 벗어봐라. 어깨가 많이 쓸렸을 거다.”

튠이라 불린 사내의 손엔 풀을 짓이긴 듯한 덩어리를 본 몽블랑은 상의를 벗었고, 놀랜드와 4명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 보기보다 가죽이 두껍나 보네.”

몽블랑의 어깨에는 붉은 선이 희미하게만 있었다.

“그래도 속이 문드러졌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바르자.”

차가운 느낌이 닿자 몽블랑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놀랜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럭저럭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 천을 붕대마냥 단단히 감았다.

“우리 조를 소개해 줄게. 일단 우리 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튠 형님. 카우쉬카에선 유명한 소매치기시지.”

몽블랑은 순박해 보이는 튠이 범죄자란 것에 깜짝 놀랐다.

조에는 튠 외에도 3명이 더 범죄자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우쉬카를 주름잡는 암흑가조직의 보스인 해치의 여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 준 죄로 팔려 오게 된 여자들의 영원한 오빠, 놀랜드 말튼이 바로 나란 말이지. 이 조의 조장이 나야. 그만큼 내가 능력이 있다는 거지.”

“...해치? 사채업자 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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