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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바이킹이 되었다-60화 (60/205)

▣ 060화

“흐음. 역시 전장의 꽃은 기병이지. 부대 정보창.”

빙옌의 힐데가르트

이븐 시나

신성 제국 중기병(용병) ― 10

신성 제국 경기병(용병) ― 20

신성 제국 기수(용병) ― 2

신성 제국 궁기병(용병) ― 20

# 용병들의 보수는 1.5배이며 전투력은 동급 유닛 대비 30% 감소한 상태입니다.

# 전투에서 패배 시 사기 감소치가 2배로 적용됩니다.

# 사기가 떨어지는 모든 요인이 1.5배 빠르게 작용합니다.

“나쁘지 않아.”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면 내가 꿈에서도 그리던 병력 구성이다. 고작 50명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는데 보병도 아니고 기병이다 기병.

기사급이 아닌 건 아쉽지만 잘 키운 중기병 하나 백 보병 부럽지 않다고, 이 정도 병력이면 어중이떠중이 보병 수백 갈아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보수? 어차피 내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전투력 감소? 썩어도 준치라고 기병은 기병이다. 패배야 안 하면 그만이고 사기 감소야 전투에서 승리해서 상쇄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물론 행복회로에 가까운 생각이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 내겐 버프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힐데가 있지 않던가.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내 휘하 병력들은 전부 밀라노에 두고 왔다는 점이었다.

원래 이런 대규모 전쟁은 병력들을 승급시키기 딱 좋은 기회였지만 내가 맡은 역할인 후방 교란과 급습을 수행하기에 보병은 역부족이었다.

내가 별동대 역할을 맡은 이유는 간단했는데 어차피 연합을 해봤자 대규모 훈련을 함께한 것도 아니라 연합의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니 칼리나가 이끄는 본대가 어느 정도 합을 맞추는 동안 시간을 끌면서 니스를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하이르 앗 딘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게 주목적이었다.

“라그나르. 조금 있으면 그라스에 도착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너랑 너. 그리고 너까지. 가서 정찰하고 오도록.”

내가 경기병들을 지목하며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군말 없이 군례를 올린 뒤 그라스를 향해 달려갔고 나는 행군을 정지시킨 뒤 지도를 살폈다.

“이비.”

“흐야아악!”

이비는 말 위에서 조심조심 내리다가 내 질문에 깜짝 놀랐는지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얼굴부터 떨어진 게 한눈에 봐도 아파 보였다.

“아읏… 부, 부르셨습니까?”

그녀는 아파서 그런지, 아니면 민망해서 그런지 차마 나를 쳐다보지 못한 채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그런 이비를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의 스탯을 건드릴 수만 있다면 기마술을 2개 정도는 찍어줄 텐데 그게 불가능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거기에 빠른 속도를 위주로 한 게릴라 전술을 펼쳐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안 되니 그녀의 이동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를 떼고 와도 상관없었지만, 그녀의 존재만으로 아군과 나, 힐데의 사망률은 물론이요 부상당할 확률까지 줄어드니 그녀를 떼고 온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 너 그냥 내 뒤에 타자.”

“네?”

“평상시라면 몰라도 지금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되는데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말을 타는 건 익숙지가 않아서….”

“사람이 다 잘할 순 없잖아. 그래도 틈틈이 연습은 해둬.”

게임 특성상 기본적인 스킬 숙련도는 반복 숙달로 생기기 때문에 연습을 하다 보면 기마술 1 정도는 오른다.

고작 1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스킬이 있냐 없냐는 꽤 큰 차이를 보이기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물론 말 위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활을 날리는 등의 고난이도 기술은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애초에 이비에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다.

“아, 그건 그렇고 너 날 만나기 전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주군.”

“하이르 앗 딘의 통치를 받는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어때?”

내 물음에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을 골라가며 대답했다.

“음… 기존의 주민들 중 하이르 앗 딘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전부 노예로 팔려가고 근처의 도적들이 하이르 앗 딘에게 수익금의 일부를 바치는 조건으로 마을을 차지했습니다.

“민간인이 아니라 그냥 도적놈들 집단이었네.”

“그렇게 모인 도적들은 하이르 앗 딘의 비호를 등에 업고 주변 마을을 약탈하거나 상단을 습격하는 등의 악행을 저지르고 다녀서 악명이 높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가 이비의 장점인데 히든 특성으로 여행자를 가지고 있기에 각국에 대한 여러 가지 소식들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정보라는 걸 감안해야 하지만 말이다.

“하긴, 원래 썩은 음식에는 파리 떼가 꼬이는 법이지.”

“잘됐군요. 거리낌 없이 다 죽일 수 있어서.”

무심한 듯 얘기하는 것치고는 꽤 무서운 말이었지만 힐데의 말대로 죽이는 데 걸리적거리지 않는다는 건 꽤 중요한 문제였다.

실제로 죄 없는 민간인을 죽이게 되면 악명이 퍼지고 명예가 깎이지만 이처럼 하이르 앗 딘과 같은 악인에게 빌붙은 이들은 죽여도 별다른 페널티가 붙지 않는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사이 정찰을 보냈던 경기병들이 돌아왔고 그들은 정찰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은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물론 좋은 징조다. 괜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거나 중무장한 이들이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듣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오랜만에 약탈 특성이 빛을 발할 때가 왔군.”

나는 상태창을 띄운 뒤 두 번째 칸에 있는 특성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 특성이야말로 바이킹의 정체성 같은 게 아닐까?

[바이킹식 외교 : 바이킹의 외교는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네 것도 내 것, 내 것도 내 것 – 약탈과 관련된 행동 시 전리품 30% 추가 획득]

철저히 약탈에 초점을 맞춰서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학살하며 무자비하게 약탈한다면 엄청난 양의 물자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공격할 겁니까?”

“더 뜸을 들일 이유가 있나? 이비. 올라와.”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비는 낑낑대며 내가 타고 있는 말 위로 올라왔다. 나는 그녀가 내 허리를 감싸 안는 걸 확인하자마자 곧장 병력들을 몰아 그라스로 향했다.

오늘, 장담하건대 그라스라는 마을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은 내 차지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이비의 푸근함은 부가수입으로 치기로 했다.

* * *

[니스. 하이르 앗 딘의 본거지]

“후우, 현재 상황이 어떤가?”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벌써 그라스, 프헤쥬스가 털렸고 칸은 공격당하고 있다는 보고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수하는 굳이 마지막까지 보고하지 않았지만, 굳이 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빌어먹을.”

나지막한 한숨을 내 쉰 하이르 앗 딘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몇 번의 토벌 시도가 있긴 했지만 그래봤자 그 규모가 몇백에 불과했다.

거기에 영주들은 해안가 주변의 항구나 강을 거슬러 올라 가하는 보복성 공격을 두려워했기에 ‘병력을 일으켜서 하이르 앗 딘을 공격했다!!!’라는 식의 보여주기식 토벌이 전부였다.

그 때문에 이 정도로 대규모 연합이 조직되어 오는 건 처음이었고 하이르 앗 딘을 비롯한 해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적의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베네치아 놈들은? 용군단인지 도마뱀군단인지 하는 놈들이 이곳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지가 6개월인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계속 전령을 보내 재촉하고 있습니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눈치가 빠른 이라면 이미 팽당했다는 걸 알아챌 테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입에 담을 순 없었다.

“적은 어쩌고 있나?”

“라그나르 로드브로크라는 인물이 기병대를 이끌고 저희의 후방을 들쑤시고 있습니다. 또한, 그에 맞춰서 각 영주의 기병대들이 물자지원이나 전령을 잘라먹고 있으며 칼리나 변경백이 이끄는 본대는 보병을 이끌고 이곳 니스로 진군 중입니다.”

수하의 보고에 하이르 앗 딘은 머리가 아파 오는 걸 느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오면 이쪽에서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다.

적의 기병을 상대로 육지에서 싸우는 건 정신 나간 짓이니 평지에서 싸우는 선택지는 제외하고 결국 이곳에서 죽을힘을 다해 버티거나 아니면 해상에서 싸움을 거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적이 머리 위에 달린 게 장식이 아니라면 해상에서 싸워줄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버틴다는 선택지도 모순인 게 이곳에서 끝까지 버틴다고 작정하고 오는 적의 정예병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미 적들이 대규모로 몰려오고 주변의 마을들이 불타고 약탈당한다는 소식에 휘하 해적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여기에 지원군까지 없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도망치거나 항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목을 자르겠다고 덤벼들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결국 바다에서 농성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프로방스를 비롯해 해안 지방을 지속적으로 습격하며 적을 괴롭힐 수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본거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거진 2천에 육박하는 인원을 데리고 바다 위에서 제대로 된 보급기지도 없이 떠도는 건 미친 짓이다. 챙길 거 다 챙겨서 이곳을 떠날 수도 있지만 그래서야 자신의 권위가 짓밟힐 것이다.

그러니 떠날 때는 떠나더라도 적에게 한 방 먹이든가, 아니면 시간을 끌어 적과 화의를 하든가 그도 아니면 베네치아를 끌어들여야 한다.

“그 라그나르라는 놈이 제노바를 끌어들이는 조건이 총독 아들놈의 구출이라지?”

“베네치아에서 전해준 정보는 그렇습니다.”

“제노바는 어쩌고 있나?”

“포로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베네치아는 총독의 아들을 계속 붙잡고 버티고 있으면 자신들이 지원을 온다고 했지만, 자신의 팔다리가 다 잘린 다음에 구원이 온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렇게 된 거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전부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포로로 잡고 있는 총독의 아들놈을 이용하기로 하지.”

“따로 방안이 있으십니까?”

“적당한 후방… 안티베 정도면 좋겠군. 그곳에 처박아 놓은 뒤 정예병들을 매복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병력을 끌고 칼리나의 본대와 싸우러 가는 것처럼 위장하는 거지.”

“일부러 빈틈을 보여 안티베를 급습하게 만드는 겁니까?”

“맞아. 그놈이 칼리나의 기둥서방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듣기로 꽤 아끼는 수하라고 하니 사로잡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테고 그럼 베네치아도 끌어들일 수 있겠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베네치아와 맺은 비밀 조약의 증거들을 수집해서 가지고 있었다. 물론 베네치아 측에선 모든 증거를 안 남기려 했지만, 오랫동안 교류하다 보면 빈틈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결정적이진 않아도 이번에 한해서는 베네치아를 협박해 끌어들이거나 아니면 모든 원인을 베네치아에게 떠넘기는 게 가능할 것이다.

그 뒤는? 아프리카 북부 연안이든 북해든 발트해든 어디로든 떠나서 다시 자리를 잡으면 그만이다.

물론 도망칠 때 도망치더라도 이곳에서 거하게 한탕 하고 적당한 승전과 보상으로 권위와 위엄을 세워야 수하들이 자신을 따를 것이다.

이대로 패배해서 쫓겨나듯 도망쳐봤자 반란이 일어나거나 자다가 자신의 목이 잘리는 미래밖에 없다.

“알아들었으면 가서 소문을 퍼뜨려라. 대신 우리가 퍼트리지 않은 것처럼 아주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하지만 적의 귀에는 들어가게 퍼뜨려야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겠지?”

“물론입니다.”

방을 나서는 수하를 보며 하이르 앗 딘은 생전 믿지도 않던 신에게 처음으로 기도했다. 부디, 자신이 던진 낚싯대에 월척이 걸리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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