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화. 조르게스타 (4)
그림자 재단사.
타인의 옷을 만들며 그 능력을 가져 오는 사기적인 직업.
제작사에서 의도를 했는지. 아니면 생각지 못한 능력인 것인지.
이 직업의 사기는 또 하나 존재했다.
[어째서.. 어째서 멀쩡한 것이더냐!]
조르게스타의 두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자신을 압박하던 거대한 정령들의 파도.
그것을 사용했을 아셀은 분명 지치거나 적어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여야 했으니까.
그것이 인간을 설계한 신의 섭리이며 존재하는 생명이라면 그래야 했으니까.
숨을 헐떡이지 않아도 적어도 거대한 마나를 사용한 흔적은 남아야 했다.
[말도 안 돼..]
마왕은 처음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놀라움을 표했다.
믿기지 못하는 마왕의 눈동자.
처음으로 보는 조르게스타의 표정.
그것들이 모두 아셀로 하여금 즐거움을 가지게 만들어주었다.
“조금 사기야 이게.”
페이크 월드에서 처음으로 한 직업에 대한 너프가 수 차례 들어갔던 직업.
그림자 재단사는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바뀌며 체력을 온전히 회복한다.
그와 동시에 코어 안에는 새로운 그림자의 마나가 생성되었기에.
그동안 아셀은 쉬지 않고 그 어떤 상대와도 소모전을 치를 수 있던 것이었다.
[조금 사기라고?! 그것이 조금 사기라고 말할 정도란 말인가!!! 그 옛날 갈란도 그저 등대지기 같은 하찮은 능력에 불과했거늘!]
조르게스타는 자신과 대적했던 그림자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중 가장 까다로운 존재가 그림자들의 수장 갈란.
녀석의 능력은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여주고 길을 알려주었기에.
자신과 마족들이 만든 환상과 거짓 속에서 인간들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 개인의 무력 또한 까다롭기 그지없었으니까.
[하하하하 보이느냐 아셀아?! 내가 주는 가호가 마왕을 당황하게 분명하다!]
거대한 빌딩과도 검강이 미친 듯이 조르게스타의 아문다이어트를 두드렸다.
[계속해서 몰아쳐라 아셀이여! 그대에게 가호를 주는 승리의 신 아로이아스가 힘을 보태고 잇으니까!]
‘음소거 버튼은 왜 구현이 안 된 거지?’
[네 녀석! 지금 불경한 상상을 했구나!]
머릿속에서 아로이아스의 말이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아셀의 검에도 거대한 신성력이 부르르 떨리며 조르게스타를 압박하는 모습들.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조르게스타의 몸에는 아셀이 낸 수많은 검상들 외에도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무기가 박혀있었다.
완전 무장 발키리.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심지어 말릭보다 더 거대한 기운을 운용할 수 있었기에.
마왕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몸에 공격을 성공시킨 모습들.
[크아아아아아아아!!!]
조르게스타가 괴성을 내지르며 아셀을 향해 달려들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직감했기에 나오는 발악과도 같은 몸부림.
생존을 위한 마왕의 몸부림이 아셀을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네가 당한 게 참 많지.”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네놈 같은 녀석이 세상에...]
마왕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타당한 억울함이었다.
마족의 상식으로 힘이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법.
그랬기에 상식선에서 행동했으며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이 대륙을 침공하는 것은 정당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목숨 몇이 사라지는 것?
애초에 마왕의 입장에서 인간의 존재는 벌레와도 같은 것들이었기에.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들.
그렇기 조르게스타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어째서 자신을 막아서는 대적자라는 존재는 3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나타나게 된 것인지 하는 억울함이!
[내게 당한 것이 많아도 했더냐 아셀 필드?! 네놈이 마족들에게 그리고 내 부활을 망친 것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지 알고서 하는 말이더냐!?]
“극찬 고맙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얻은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그것도 다름 아닌 그 어떤 유저들도 npc들도 클리어하지 못한 조르게스타에게서 받았다는 것이!
조르게스타.
마왕. 살아있는 재앙.
아셀이 놈에게 당한 것을 말하자면 하루가 넘었다.
기껏 게임을 모두 클리어하나 싶었던 순간 부활해 주변의 유저들을 죽음으로 몰았을 때 아셀 또한 그 자리에서 죽음을 경험했었으니까.
‘그때 아이템 다 잃어버렸었는데..’
페이크 월드에서 유저의 죽음.
그것은 거대한 패널티로 작용하는 것은 그 어떤 rpg에서와도 같은 상황.
아셀은 그때 자신의 장비를 모두 잃어버렸다.
“이건 내 장비들에 대한 원한이다.”
[네놈의 장비라는 것이 무슨!]
무슨 말이냐는 듯 급격하게 눈이 흔들리는 조르게스타의 어깨에 거대한 아셀의 신성력의 검강이 내려쳤다.
그와 함께 아문다이어트를 들고 있던 녀석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것도 잠시.
아셀은 씨익 웃으며 그곳에 자리 잡고 있던 크고 작은 십자가들에 일제 폭발하도록 의지를 불어넣었다.
콰가가가가가강! 조르게스타의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말릭의 장기 검로가 지나간 자리에 일어난 거대한 신성력의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
고통의 몸부림을 치는 조르게스타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아셀이 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며 아르테스를 휘둘렀다.
[크허어억!]
몸부림을 치는 와중에도 거대한 폭발이 자신의 몸에서부터 일어나는 와중에도.
조르게스타는 반격을 시도했다.
아문다이어트가 아셀을 향해 쏘아졌으며 그의 사방에 있는 마나들이 마왕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 상태에서 반격을 시도했단 말인가!”
허공에서 마법으로 아셀을 지원하고 있던 쿠이가는 조르게스타의 광기에도 가까운 모습에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도저히 믿지 못하겠군....]
수많은 용들이 죽어 나갔다.
영생을 영유하는 고귀함의 존재들이 바로 저 마왕이라는 존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의 몸에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상성.
마왕의 기운과 용들의 기운은 상극이라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단 한 명의 인간이 용들도 하지 못한 일을 너무나도 가볍게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의 7용사들도 7명이서 겨우 마왕을 이겼거늘...]
비시어스는 침음을 삼키며 아셀의 검이 점점 마왕의 몸에 거대한 상처들을 내고 있는 것에 성공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처들에서 터져 나가는 거대한 폭발음들.
신성력의 폭발은 계속되었기에.
마왕의 몸은 처음의 그 고귀함은 사라지고 온몸에 검은 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대단하구나 아셀 필드.]
자신들을 깨운 것. 그리고 그림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용들의 타락을 막아선 것을 넘어 이제는 마왕을 압도하는 모습에.
비시어스를 포함한 모든 용들은 아셀을 바라보며 경외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가 물러나마. 네놈에게 대륙의 절반을 쥐여주마!]
오른팔은 너덜거리고 두 발에조차 거대한 상처들이 나 있기 때문에.
발이 멈춘 조르게스타는 아셀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왼손으로 겨우 자신의 몸의 일부분을 방어하는 모습이 애처로운 모습뿐.
언제 한쪽 눈이 검에 스쳤는지 조르게스타는 시야조차 방해당하는 기분이었다.
[네가 원하는 왕국 지역 모두 양보할 테니! 나와 손을 잡자 아셀 필드!!]
“이건 새로운 패턴?”
[그래 영생을 보장해주마! 이 몸과의 계약으로는 영생을 누릴 수 있을 게 크아아아아아아!]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조르게스타의 모습에 한심함을 느낀 아셀이 놈의 가슴에 아르테스를 꽂아 넣었다.
마치 성검처럼. 환하게 빛이 나는 아르테스가 놈의 가슴에 박히기 시작하자 가슴에서부터 조르게스타의 몸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성장형 무기 아르테스.
사용자의 성자에 따라가 성장하는 이 사기적인 무기는 완성의 두 배에 가까운 기운을 품고 있는 아셀의 의지에 부합해 미친 듯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르게스타의 가슴을 두부를 잘라내듯 파고들 수 있던 것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자신의 가슴에 박힌 아르테스를 바라보며 조르게스타는 진심으로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불가능해.. 어찌 인간에게 다시 한번.]
그럼에도 살기 위해 아문다이어트를 휘둘렀다.
그것을 가볍게 피한 아셀의 두 손에 쥐어진 것은 메이스 징벌.
본래 마왕의 무기였던 그것에서 마기가 아닌 거대한 신성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대단해.”
“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 생각했던가.”
전장을 가득히 아셀의 신성력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휘둘러진 메이스가 조르게스타의 왼쪽 무릎을 박살 내며 녀석의 중심을 흐트러지게 만들었으며 다시금 휘둘러진 메이스가 조르게스타의 왼쪽 어깨를 박살 냈다.
[마왕님!!!]
[안 돼!!!]
[멈춰라 아셀 필드!]
마치 실이 끊긴 인형처럼 허공에서 비틀거리는 조르게스타의 모습에 모든 마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달려들려고 했지만 모두 다른 무인들에게 막히는 상황.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를 채기도 전에 조르게스타는 꼴사납게 무릎을 꿇으며 아셀을 올려다보았다.
[대체.. 대체. 무...슨]
말이 제대로 새어 나오지 않은 것 같은 녀석의 모습.
그것을 가슴에는 아르테스가 꽂혀있고 녀석의 사지 중 멀쩡한 곳은 없었다.
온몸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피와 터져 나간 살점들은 다른 존재였으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들.
입을 뻐금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조르게스타를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무심하게 징벌을 내려쳤다.
[잘했다 아셀! 마왕의 저주 따위 듣는 것이 아니다!]
마왕의 머리 위로 메이스 징벌이 거대한 신성력을 내며 내려쳤다.
전장의 모두가 그것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악이자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존재를 압도하며 끝끝내 해치우는 아셀을 모습을.
“정말로.. 해치운 건가?”
“이럴 수가.”
“아셀이 해내다니!”
쾅! 쾅! 단 한 번에 죽지 않았다.
머리를 내려치는 데 마왕은 죽지 않은 것이었다.
아직 놈을 죽이고 얻어야 할 거대한 마나.
그리고 놈을 상대로 주어진 퀘스트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새끼 왜 이렇게 안죽어?”
형체를 잃어버린 조르게스타의 얼굴.
녀석의 몸에서 완전한 모습은 마검 아문다이어트뿐.
그것마저 움직임을 멈춘 마왕의 손에 그저 들려있을 뿐이었다.
수 차례 내려친 아셀의 징벌. 다시 한번 내려치려던 아셀은 자신의 코어 안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마나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드디어 조르게스타의 숨통이 끊어진 것.
하늘에 가득했던 먹구름이 점점 걷히기 시작했으며 사방에서 내려치던 검은 번개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르게스타 그 거대한 마왕이자 게임에서는 절대로 레이드하지 못했던 녀석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이..이겼어?”
“망할 마왕이 죽었다고!”
“하하하 아셀이 해냈어!”
축 쓰러진 마왕을 바라보며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눈앞에 있는 메시지를 보며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어라..?”
퀘스트의 보상으로 경지가 한 단계 더 상승하는 것은 물론 물음표로 가려져 있던 보상의 등장.
아셀은 그것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진심으로 비빌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냐?”
도저히 믿기 힘든 메시지.
아셀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바라보며 조르게스타를 죽였다는 기쁨도 잊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