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조르게스타 (3)
아셀을 바라보는 조르게스타는 자신의 두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로 맞는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마왕이라는 존재.
공간의 마나를 아무런 영향도 없이 간섭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모든 마에 관한 지배력이 드래곤들부터 높은 존재였기에.
조르게스타는 자신의 앞에서 거대한 기운을 풍기는 아셀을 바라보며 믿겨 하지 않았다.
[7용사..]
300년 전 자신을 소멸로 이끌었던 7용사들.
그들이 동시에 내뿜었던 그 기운들이 지금 한 사람의 몸에서 거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네녀석은 녀석들의 무구를 모두 손에 넣은 거구나.]
“잘 아네.”
한참을 아셀을 증오스럽게 바라보던 조르게스타는 아셀의 변화가 어디에서 왔는지 단숨에 눈치챘다.
그의 온몸에 있는 과거 7용사들이 남긴 무구들.
그것들이 서로 빛을 내며 아셀의 기운을 미친 듯이 증폭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저주스럽고 혐오스러운 물건들..]
“네 얼굴만 할까.”
히죽 웃어 보인 아셀이 아르테스를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수만의 마족들을 거스르며 도착한 상황임에도 한스와의 그림자는 놀랍게도 유지 시간에 여유가 있는 모습들.
그림자 망치술을 미친 듯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반나절은 유지될 만큼 남아있는 것이었다.
‘이건 아마도.’
7용사의 무구에서 주는 혜택이 분명했다.
140%의 추가적인 효과들이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 또한 늘려준 것이 분명했으니까.
[아셀 필드여. 과거의 선조들이 그랬듯. 이 몸을 토벌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문다이어트를 들고 있던 마왕이 처음으로 자세를 잡았다.
대륙의 제일 기사 말릭을 상대로도 그 어떤 자세를 잡지 않았던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말릭마저 마왕이 자신보다 아셀을 더욱 경계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어린아이였던 녀석이..’
자신의 제자에 대한 자부심에 또다시 습막을 닦아낸 말릭이 두 눈을 비비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협공하자꾸나 아셀. 내가 놈의 시선을 분산시킬 테니 그 틈에 네가 마무리를.”
“존경하는 스승님.”
“어.. 음 존경?”
아셀의 말에 두 눈을 껌뻑인 말릭을 바라보며 그는 씨익 웃어 보였다.
“저건 제 사냥감입니다. 그리고 저것들 뒤가 비어 보이지 않습니까?”
“.... 설마.”
아셀이 가리킨 방향 그곳에는 포위되기 시작한 마족들의 무방비한 등이 보였다.
말릭 보고 그곳으로 가라고 하는 것.
그것은 아셀이 혼자서 마왕과 싸우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대는 마왕이다.”
“예 그런 거 같군요.”
“죽을 수도 있나.”
“안 죽습니다.”
걱정스러워 하는 말릭을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죽는 건 가르쳐주시지 않았잖아요?”
“........”
아셀의 말에 잠시 무언가를 깨달은 말릭이 아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어 보았다.
“여신께서 가호를 주시길 그리고 무운을 빈다 아셀.”
그리고는 무언가 부끄러운지 거대한 함성을 지르며 마족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말릭.
아셀은 평상시에는 중2병스러운 이명을 부르던 스승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 대화는 끝이 났나?]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자신과 말릭의 대화를 기다려준 조르게스타를 바라보며 아셀은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부활이 뭔가 잘못 됐나? 너 같은 애가 이럴 리가 없는데?”
유저들이 무언가를 준비해 마왕을 토벌하려고 해도 그것을 준비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던 조르게스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말릭의 대화를 기다려준 것에 아셀이 놀란 눈치를 보이자 조르게스타는 그저 히죽 웃어 보였다.
[강자들을 상대로 예의는 갖출 뿐. 너는 처음으로 내게 벌레가 아닌 인간으로 인식되었다 아셀 필드.]
“영광이네.”
300년 전 7용사들도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대륙의 용사였던 빅터 마리우스 하나 술라도 받지 못한 칭찬들.
아셀은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흠..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은걸?”
캉! 아문다이어트와 아르테스의 망치 부분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기교는 필요 없었다.
애초에 대장장이 한스의 그림자는 전투에서의 기교 따위 존재하지 않은 그림자였으니까.
힘 대 힘의 싸움.
허공을 부딪치는 아셀은 아문다이어트가 그리고 그것을 쥐고 있는 조르게스타의 두 손이 박살 나기를 염원하며 망치를 휘둘렀다.
‘이럴 수가!’
자신의 손을 타고 올라오는 고통 속에 조르게스타는 속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자신이 지금 비등한 힘겨루기를 하고 다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대체. 무엇이 네게 힘을 주는 것이더냐!]
“새끼..힘은 더럽게 세네.”
아셀의 두 손은 찢어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애초에 말이 되지 않은 싸움.
한스의 그림자로 마왕 조르게스타와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미친 생각이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 품 안에 모든 망치를 던졌다.
수십 개의 망치가 허공을 날아 터져 나갔으며 몇 개의 작은 망치들이 아문다이어트의 궤적을 크게 휘게 만드는 모습들.
여기서 중심을 잃는다면 마왕이라는 이름값이 아까웠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다면 조르게스타는 그런 거대한 악명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콰가가가가가강! 그의 시선에 있는 모든 마나들이 터져 나갔다.
거리를 두기 시작한 아셀을 억지로 부여잡기 위해.
어떻게든 무언가 준비하기 전에 해치우겠다는 그의 의지가 가득한 모습들.
그 거대한 폭발과 무언가의 사이로 조르게스타는 자신이 날린 투사체의 모든 것들이 미약하지만 느려지고 약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가...’
꼭두각시들.
켈린의 꼭두각시가 마왕의 투사체들을 느리게 만들었으며 그것들을 오릭스의 꼭두각시가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둘러 막아내는 모습들.
숨기는 수가 더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조르게스타는 자신의 주변의 공기들이 그리고 마나들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이 몸이 악을 정벌하기 위해 대륙에 나타났다!!!]
차원문을 뚫고 거대한 왕관을 쓰고 있는 펭귄이 나타났다.
팽 카이저. 정령왕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수백의 정령들.
에프릴과의 동기화가 100%에 도달했으며 완성에 도달한 그리고 그것들에 2배를 넘는 기운을 운용하는 아셀이 보여준 놀라운 소환술들.
하늘에서 정령들을 이용해 마족들을 쓸어버리고 있던 에프릴마저 전장에 등장한 거대한 펭 카이저의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떴다.
“하하.. 친구들 대륙 제일의 정령사의 칭호는 내려놓아야 할 거 같네.”
아셀의 기운을 미친 듯이 흡수하며 마왕의 모든 공격들을 얼려버리기 시작한 팽 카이저의 모습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정령사의 기운이 비례해 인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에.
정령의 모습은 점점 더 거대해지는 것은 당연한 법.
[파트너!! 대단하구나 이 몸이 이 정도의 인과를 무시하며 기운을 낼 수 있다니 말이다!!]
[더러운 정령들이!]
아문다이어트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있던 수십의 중급 정령들이 소멸했다.
그 모습에 분노한 펭 카이저 미친 듯이 기운을 쏘아내기 시작한 것도 잠시.
수에서 밀리기 시작한 조르게스타의 손발이 처음으로 꼬이기 시작함을 아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의의 철퇴를 맞아라 악이여!! 파트너. 이 대사 정말 해보고 싶었다..]
“.....”
팽 카이저의 말에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셀은 코어가 부르르 떨리며 과부하가 일어날 때까지 쉬지 않고 마력을 운용했다.
그와 함께 에프릴이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정령계에 있는 모든 정령들에게 때로는 투정을 때로는 부탁을 하거나 때때로는 협박까지 하는 모습들.
[이거 놀랍군.]
[한 인간이 저런 식으로 정령들을..]
[에프릴 자존심 상하겠지만, 네 말이 어느 정도 맞다.]
에프릴의 곁에 있던 다른 정령왕들도 놀라며 아셀을 바라보았다.
그가 만나본 정령들 그리고 정령계에서 그의 의지에 부합하던 수많은 정령들이 차원문을 뚫고 미친 듯이 조르게스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마치 파도처럼 조르게스타의 온몸을 두르기 시작하는 정령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해하지 말아라!!!]
하급 정령을 시작으로 무려 상급정령들까지 대거 소환되며 조르게스타의 온몸을 두르기 시작한 모습들.
아문다이어트의 검로가 이어진 길에는 잠깐의 정령들의 소멸이 일어났지만, 그것들을 다시금 새로운 정령이 소환되며 채워나가는 놀라운 모습들까지.
[커.커헉!]
처음으로 조르게스타의 몸에 충격을 주는 데 성공한 정령들이 더욱 분발하며 조르게스타의 온몸에 기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마왕님!!]
[회군! 모두 마왕님을 지켜라!]
[멈춰라 아셀 필드!!]
마왕이 처음으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에 모든 마족들이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마왕의 죽음은 마족들의 멸망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기고만장하지 말아라.]
입가에 고인 피를 뱉으며 조르게스타가 사방의 마나들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하늘의 검은 번개들이 사방으로 내려치기 시작했으며 검은 십자가들이 지상에 내려꽂힐 때마다 부활한 마족들이 조르게스타의 앞을 막아서기 시작한 모습들.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검은 십자가들이 수많은 마족들을 부활시키는 모습들에 처음으로 정령의 무리들이 막히기 시작했다.
[비켜라!!! 팽 카이저님이 나서신다!!]
‘확실히 왕급 정령과 조금 더 계약할 걸 그랬나?’
팽 카이저 혼자서 수백의 마족들을 일순간에 무로 되돌리며 앞으로 쿵쿵거리며 나아가는 모습들.
아셀이 계약한 정령왕은 오직 팽 카이저뿐이었다.
에프릴의 재능 그리고 완성을 넘어선 기운으로도 정령계에 숨어있을 다른 정령왕들에게까지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한 법.
지금 계약을 하지 않은 상급 정령을 대거 소환한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적인 일과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아셀이 예상한 것은 중급 정령들이었기 때문에.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이 조르게스타님을!!]
몸에 가득한 상처들.
마족들을 대거 부활시키며 나타난 체력적인 저하.
살아있는 용들과 쿠이가의 마법들이 허공에서 떨어지며 방어에 급급하게 된 마왕의 모습까지.
아셀은 씨익 웃으며 조르게스타가 광분하며 아문다이어트를 휘두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에프릴은 여기까지.”
무리하며 코어에 있는 마나를 쥐어짰던 상황.
이제 남은 마나도 얼마 없거니와 더 이상의 소모전을 펼치기도 어려웠다.
에프릴의 그림자를 거두자 순식간에 전장에 가득했던 정령들이 사라지는 모습에 조르게스타가 히죽 웃어 보였다.
[그래.. 네놈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저 인간.]
기운이 다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한계를 뛰어넘어봤지만, 그래도 마왕인 자신과는 다르게 한계가 있는 인간의 모습.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조르게스타가 쿠이가의 거대한 마법을 갈라내는 것도 잠시.
그의 등골에 무언가 서늘한 감각이 돋아났다.
‘뭐지?’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빌딩만 한 신성력의 검강이 내려쳐졌다.
말릭의 그림자를 불러들인 아셀이 어느새 거대한 신성력을 피워내며 아르테스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놀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