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조르게스타 (1)
‘시끄러워..’
귀가 멍멍 울렸고 신기 비파를 들고 있는 두 손은 벌벌 떨렸다.
옆에서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흐릿한 눈에 들어올 뿐.
아셀은 삐- 거리는 긴 이명 속에서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시끄러워.”
“아셀아! 아셀!”
“맙소사 정말로 저것을 막았단 말인가..”
경외와 걱정스러운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주먹을 쥐었다 펴본 아셀은 느껴지는 힘에 안도감을 느꼈다.
망가져 버린 귀? 그것 또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완성에 이른 무인의 경지가 인간을 초월한 육체를 주었기에.
이런 거대한 공격을 받고도 아직 싸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검은? 신기 비파.
아셀이 지닌 수많은 전설급 아이템 중 용사 가문의 무기.
그것은 이제 검이라는 형상을 띠지 못하고 있었다.
만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거대한 기운을 미친 듯이 쏟아부었기에.
손잡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망가졌으니까..
그랬기에 아무런 미련 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쓸 무기는 많았고 아직 몸은 움직일 만했다.
“커.커헉..”
입에서 죽은 피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문다이어트.
저 망할 무기를 사용하는 마왕 새끼가 순간 폭발시킨 기운은, 완성의 무인이라 해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셀아! 뒤로..! 뒤로 물러나거라!”
“형님! 형님!!”
유론과 아르센이 황급히 자신의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는 것이 들어왔다.
그것에 그저 피식 웃어 보인 아셀은 입가에 남아있는 죽은 피들을 퉤 하고 뱉으며 아문다이어트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새끼 이래야 마왕이지,”
“아셀아!!”
“말릭경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형님! 이대로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승리?”
마왕이라는 규격외의 존재가 등장했다고 하지만, 전황은 이쪽에게 너무나도 유리했다.
마왕자 벨의 죽음으로 남아있는 마계의 군단장은 지휘관 움바차 한 명.
게다가 소환되는 흑마법사들의 소환수들은 쿠이가와 에프릴에 의해 모두 막히고 있는 모습들.
이제 전장에 참가할 수 있는 말릭이 나서 마왕을 토벌하기만 해도 대륙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무서운 법이었다.
무슨짓을 벌일지 모르는 마왕을 상대로!
“계.계속 싸우시려는 겁니까 형님?”
아르센을 바라보며 아셀은 그저 묵묵히 투마리스의 가죽 갑옷을 입었다.
그와 함께 텅 비어있던 코어에는 거대한 마나들이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으며 체력 또한 평상시대로 돌아오는 모습들.
오직 몸에 가득했던 잔 상처들만이 아셀의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임마. 저건.”
말릭의 거대한 신성력의 검강과 거대한 마기로 물들어진 아문다이어트가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그것에서 나온 거대한 충격파들에 지축이 부르르 떨리는 모습들.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주저앉았으며 낮은 계급의 마족들은 그 충격만으로 그 자리에서 소멸되기 충분했다.
“저건 내 사냥감이니까.”
사출의 주머니에서 황금활 기온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허공을 가르는 수천 발의 샤인 에로우가 조르게스타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일족도 아닌 자가 저렇게 거대한 기운을?!”
“아버지 내가 알려줬어!”
그 거대한 기운들의 모습들에 다이아 울프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으며 조르게스타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하는 상황.
그의 생각으로는 아셀은 방금 전의 자신의 공격에서 빈사에 빠지거나 전투에서 이탈했어야 마땅했다.
‘귀찮은 녀석들...’
조르게스타의 인상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
앞에서 자신을 막아 세우는 말릭은 과거 7용사들과 비견되어도 뒤처지지 않을 무위를 지니고 있었으며 사방에서 점점 밀려 나가는 자신의 군사들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한심한 녀석들이고!]
죽은 마왕자 벨에 대한 짜증으로 조르게스타의 모든 감정들이 바뀌었다.
자신이 없던 300년간 어떻게 일처리를 했기에 마족들이 인간에 밀리고 자신은 7용사도 아닌 인간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흡!”
말릭의 우렁찬 함성 소리와 함께 그의 온몸에서도 수만 개의 서로 다른 신성력의 무기들이 터져 나왔다.
완전무장 발키리.
그것을 구현하기 시작한 말릭은 걸어 다니는 군단.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아무리 조르게스타라고 하지만, 뒷걸음을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자만이 과하구나.]
하늘에서는 황금빛 기운들이 소나기처럼 떨어지며 조르게스타의 진로를 어지럽혔으며 앞에서는 말릭이라는 거물이 자신을 막고 있는 모습.
인상을 찌푸린 조르게스타가 몇 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바닥에 아문다이어트를 꽂아 넣었다.
‘뭐지?’
무언가를 준비하는 동작일 게 분명했다.
마왕이 항복을 할 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랬기에 경계하고 그랬기에 더욱 거대한 믿음을 터지듯 불어넣은 말릭이 자신의 공세를 수비로 전환하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조르게스타의 모습에 황금 활 기온에 넣는 기운을 더욱 미친 듯이 쏟아부었다.
“망할 저거 막아야 해!”
수십 개의 샤인 에로우가 조르게스타의 몸에 적중했다.
그것들에 의해 살점째로 터진 마왕의 육체들.
지금 저 상태의 조르게스타는 무방비하단 것을 알고 있는 아셀이었기에 성공시킨 공격들이었다.
“어..어?”
“뭐야?”
“발밑이?!”
부르르 무언가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아문다이어트를 꽂아 넣은 그곳에서부터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 대지는 거대한 마기들을 미친 듯이 뿌려대기 시작한 모습들.
마치 화산이 터진 듯 그렇게 나온 모습들에 무인들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하게 치솟은 마기들에서부터 무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 아니 수만에 이르는 마족들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지상에 있는 무인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
갑자기 증원된 수만의 마족들에 의해 승기를 잡고 있던 군이 패닉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법이었다.
[크하하하하 설마. 이 몸이 마족들을 더 소환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가?]
죽은 요정들.
요정을 닮아 만들어진 저 마족들을 유저들은 그렇게 불렀다.
메뚜기 떼처럼 몰아치는 녀석들에 의해 아무리 경지가 높은 무인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난도질 당해 살해 당하는 모습들 도처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놈!!!”
마왕의 가장 근처에 있던 말릭이 그 모습들에 노성을 터트리며 달려드는 것도 잠시.
거대한 죽은 요정들의 떼는 놀랍게도 말릭의 발걸음을 막아서는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단장께서..!”
“말릭 경이 근처에도 가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대륙 제일의 기사가 앞으로 나아가도 못하고 있었다.
마왕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족들만 미친 듯이 베어내고 있는 모습들.
모두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그런 모습들이 전장에 보여지기 시작했다.
“마탑주! 우리가 앞으로 나서야 하오!”
“드래곤이시여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법. 그림자들은 벌써 앞으로 나가고 있지 않소.”
이제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조르게스타를 베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결단을 내린 몇몇 이름있는 무인들은 무리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상황.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법이었다.
“탑주님 우리는 괜찮습니다.”
“퍼거슨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어서 가십시오 탑주님! 요즘 마탑이 밀리는 눈치인데 자존심 세워주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워메이지들과 층장들은 머뭇거리는 쿠이가의 등을 떠밀었다.
자신들 때문에 마왕에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 모두 살아있게 이건 탑주로서 명령이야.”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며 쿠이가는 지금 자신의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 함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마탑의 드래곤의 위에 올라타는 것도 잠시.
전장에 있던 수많은 드래곤들이 비상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 아 저것들을 마룡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말이지.]
아셀의 눈에도 수많은 드래곤들이 마족들을 뚫고 마왕에게 날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게임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
마왕을 대적했을 때는 대륙에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마룡의 침공에서 미처 토벌하지 못한 마룡들이 아니면 없었기 때문에.
용들이 나서기 시작하자 낮아졌던 사기가 다시금 올라갔다.
전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그들의 등장은 무인들로 하여금 희망이라는 것을 품게 만드는 모습들이었기 때문에.
[마왕을 토벌하라!!!]
드래곤 로드이자 골드 드래곤인 비시이어스의 말과 함께.
수천의 용들이 숨결을 오로지 마왕을 향해서만 쏘아대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강! 숨결에 맞은 죽은 요정들의 시체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그와 함께 마왕이 날린 참격과 지상에서 쏘아낸 거대한 마기들에 드래곤들 또한 중상을 입고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상성이 맞지 않은 싸움.
고귀함으로 무장한 용들에게 마기는 치명적이었기에.
지상에서 쏘아진 수많은 마기들은 순식간에 용들의 숫자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용들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용들과 거대한 숨결들의 기운들에.
조금은 올랐던 사기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드래곤들이여. 한낱 벌레들을 위해 그대들이 목숨을 버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용들의 죽음과 점점 절규로 가득 차는 전장의 모습 속에서 조르게스타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가 원했던 혼란과 절규 절망이 이곳에 모두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고귀함의 상징인 용들의 죽음은 그로 하여금 더욱더 기쁘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물러서지 말아라 동족들이여.. 이곳에서 물러난다면 지옥뿐이 우리를 기다리지 않으니까!]
동족들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리며 비시어스가 하는 말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다가가야겠어.’
샤인 에로우를 미친 듯이 쏘아댔지만, 모두 죽은 요정들이 몸을 던져 막아냈기 때문에.
아셀은 조르게스타를 잡기 위해 직접 부딪쳐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셀 필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아셀은 쿠훌 마리우스가 지친 기색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챘다.
“쿠훌님 여긴 어째서?”
“남은 7용사 가문을 대표해서 이곳에 왔네.”
7용사 가문을 대표해서 이곳에 왔다는 쿠훌의 말에 아셀은 두 눈을 껌벅였다.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 격식을 따지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처음. 그러나 그것은 전장을 역주행하며 이곳에 달려왔을 쿠훌의 노력을 생각하면 생각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무슨..”
“이것을.”
쿠훌이 건네주는 물품들을 바라보는 아셀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쿠훌의 손에 들려있었기 때문에.
“대체 이것을 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보다 자네에게 주는 것이 좋다고 결론 냈었거든,”
잠시 말을 멈춘 후 쿠훌은 조르게스타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저것을 선조들의 이름으로 해치워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