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마지막 싸움 (4)
-저걸 사냥하라고?
-아니 이 타이밍에 어떻게 저런 게 나와!?
-이걸 깨라고 만든 거야 아니면 그냥 당하라고 만든 거야?!
7차례 몬스터 웨이브 그리고 얼음마녀의 습격 같은 대륙의 수많은 위기들을 넘기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마지막 남아있던 마왕자 벨을 잡기 위해 유라시에서 수만에 이르는 마족들을 모두 물리치고 났을 때였다.
-크하하.. 모든 것은 아버지를 위해.
희망의 마리우스의 장창에 심장을 찔린 마왕자 벨은 어째서인지 광기에 가득한 웃음을 터트리고 죽었었다.
모두가 이제 이 망할 게임의 엔딩이 나온다 생각했고 몇몇 유저들은 앞으로의 남은 컨텐츠를 걱정하는 것도 잠시.
하늘에 가득했던 먹구름이 사라지지 않은 것에 한 유저가 의문을 표할 때였다.
콰가가강! 하늘에서 거대한 검은색 번개가 쉴 새 없이 몰아치며 주변의 모든 유저들을 가루로 만들기 시작한 것도 잠시.
지상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수십만의 마족들에 모두가 공포에 젖었을 때였다.
[마왕이 부활했습니다.]
마왕이 부활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세상에 나타난 재앙이 학살을 시작했다.
***
북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조르게스타가 나타났다.
아문다이어트를 손에 쥐고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인들을 도륙 내기 시작한 모습들.
녀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번개는 하늘에서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그것에 맞춰 사방의 공간이 박살 나는 것만 같았다.
“저것이 마왕...”
“문헌의 기록과 일치하는구나.”
“저것을 어찌...”
앞을 막아서는 모든 것을 박살 내며 마왕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놈을 막아선 거대한 성벽들도 순식간에 박살 나며 그 위에 있던 무인들이 놈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것도 잠시.
아문다이어트는 사정없이 자신의 적을 도륙 내는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저것만 잡으면...”
저것만 잡으면 대륙의 평화가 올 것이 분명했기에.
아셀 또한 놈을 향해 미친 듯이 뇌우를 터트리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아셀님이 앞으로?!”
“마왕에게 가시는 건가?!”
거대한 뇌우는 아셀이 어디에 있는지 단숨에 눈치를 채게 만들어줬다.
[아셀 필드가 앞으로 나온다!]
[건방진 필멸자!]
[놈부터 처리해라!]
앞을 막아선 마족들.
아셀이 미친 듯이 휘두른 장창에 박살이 나거나 뒤이어 몰아친 거대한 뇌우들에 짓밟힐 뿐이었다.
그저 모두가 거대한 마나들로 아셀의 코어 안으로 들어오는 것.
코어 안으로 미친 듯이 들어오는 마나들에 아셀은 그저 씨익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경험치들.’
콰가가가강 다시 한번 검은색 뇌우가 번쩍였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박살 내는 것이 아셀의 눈에 들어왔다.
“응?”
무언가 검은 안개들이 아셀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일으키는 소음은 마치 병장기가 수만 개 한 대 얽혀서 나는 듯한 소리들이었다.
“새끼가 방해를!”
캉! 카가가가가강! 검은 안개에 있는 수만의 병장기와 아셀의 쌍창이 미친 듯이 얽히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부딪치는 소리들이 전장에 가득 울려 퍼지는 것.
마치 움직이는 군단처럼 움직이는 그 거대한 안개들이 한순간 지나가며 사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내 진격을 막아낸 인간은 300년 만에 네가 처음이다 아셀 필드.]
“미친놈 300년간 섬에서 나오지도 않았으니까 처음이지.”
마왕자 벨.
안개로 변하며 그 속에 자신이 죽인 원혼들을 이용해 공격해오는 건 녀석의 장기였다.
[...... 마왕께는 보내지 못한다.]
아셀의 반론에 할 말을 잃었는지 마왕자 벨이 다시금 안개로 변해 아셀을 뒤덮어 오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어.]
[해방을 해방을!!]
[살려줘!!! 살려달란 말이야!]
[넌 어째서 살아있는 거야!!!]
안개 속에서 녀석에게 죽었던 원혼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아셀을 덮쳐왔다.
무기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마법이 어떨 때는 아셀을 덮쳐왔으며 심지어 신성력으로 무장했던 무언가가 아셀을 향해 내려쳤기 때문에.
[네가 상대해야 할 것은 300년 전의 용사들.]
캉! 캉! 캉! 무기들은 박살 내듯 두 개의 창을 휘둘러 막아냈으며 거대한 마법들은 무시하며 온몸으로 받아냈다.
신성력은 수백의 뇌우들이 막아내며 흩어진 뇌우들과 기운들은 사방에 날뛰며 지형을 변형시키기까지 하는 상황.
안개 속에서 벨 왕자의 소름 돋는 중얼거림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대륙의 최정성기의 시대의 병사들을 너 혼자 감당할 수 있을까?]
안개 속에서 벨을 찾아내 놈을 향해 다가가면 어느새 놈은 다른 곳에 이동해있는 모습들.
거대한 군단을 상대하며 아셀의 몸에는 놈들이 남긴 잔상처만 가득할 뿐이었다.
“저것이 마왕자 벨인가...”
“걸어 다니는 군단장 벨.”
“아셀을 도와야 한다!”
“그러다가 끌려들어 가면 발목이 잡혀!”
말릭을 포함한 이름 높은 무인들은 쉽사리 아셀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들 또한 눈앞에 나타난 이름있는 마족들을 상대했어야 했기 때문에.
심지어 대륙 제일의 기사 말릭은 조르게스타가 직접 소환한 마족 수백을 홀로 막는 것을 모자라 녀석이 쏘아대는 검은 번개들까지 홀로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절망하고 절규하고 소리쳐라 아셀 필드. 네놈 같은 무인의 절규는 우리에게...]
또 한 번 거대한 안개들이 아셀을 향해 몰아쳤다.
피할 곳?
그런 것은 아셀의 머릿속에 들어있지도 않았고 애초에 사방에서 덥처오는 저것을 피할 방법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힘이 되어 네놈을 죽여줄 테니까!!]
벨의 광기가 현실화 되듯 놈의 안개 속에 있는 원혼들의 무기에 새겨진 거대한 마기들이 점점 진해졌다.
전장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마기와 광기가 놈의 기술에 거대한 힘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 분명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자 벨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어째서지?’
미친 듯이 창을 휘두르고 사방에 뇌우를 발산하며 말 그대로 원혼을 박살 내고 있는 아셀의 모습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7용사 중 한 명도 자신의 안개에 갇혀 동요라는 감정이 피었었기 때문에.
그리고 7용사 중 몇몇은 자신의 기술에 그 동요심이 절규로 바뀌었고 결국에는 중상에 이르는 거대한 부상을 입었었다.
‘어째서 아무런 동요도.. 심지어 놈은.’
웃고 있었다.
미친 듯이 두 개의 창을 휘두르는 라이언 마리우스의 기술을 사용하며 아셀 필드 놈은 웃고 있었다.
“오.. 이것들도 마나가 들어오네 그것도 9성급?”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중얼거림.
게다가 수천의 자신의 원혼을 박살 내던 아셀의 모습 속에서 마왕자 벨은 드디어 이상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천의 원혼들을 박살 낸 것?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7용사들 또한 단독으로 자신이 만들어둔 원혼 수천 수만쯤은 박살 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마왕자 벨이 놀란 것은 아셀의 기운이 미친 듯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지치지도 않았다고...? 대체 무슨?!]
“야야 갑자기 왜 멈춰? 아직 나올 거 많잖아.”
마왕자 벨이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이 있는 것과 동시에.
아셀은 마왕자 벨의 기술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원혼들은 마족들보다 마나를 많이 준다.’
게임을 했을 적에도 그랬다.
놈의 안개에 끌려간 유저들 대다수가 패닉에 빠져 단번에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놈의 안개 속에 있는 원혼들은 평상시에 몬스터들보다 경험치를 많이 주는 것.
게다가 용사로서 지금 마족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아셀의 입장에서는 마치 경험치 이벤트라도 참가한 것처럼 즐기면서 놈의 원혼들을 박살 낼 수 있던 것이었다.
[나올 것이 많아?]
“진혼기사들 그리고 고대 흑마법사들 같은 레어한 녀석들도 있잖아. 다 알고 왔으니까 빨리 소환해라.”
[네놈이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비장의 수가 아셀의 입에서 나오자 마왕자 벨은 안개 속에서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300년 전 용사들을 상대로도 끝끝내 보이지 않았던 마지막 수단.
그것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마왕자 벨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네놈에게 가호를 주고 있던 신이 말해준 것이더냐?! 아니지 그것들은 알지 못해.. 대체.]
“던전메이커는 한 번에 알아차리던데.”
뇌우가 치고 원혼들이 박살 났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원혼들을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박살 낸 아셀은 씨익 웃어 보이며 던전 메이커가 숨어있는 곳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놈이 어떻게 내가 이곳이 있는 것을?!’
“생각보다 고리타분하구나, 너?”
[이게 대체...]
마왕자 벨이 어디에 있을지?
아셀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 사기적으로 보이는 기술의 가장 큰 약점은 마왕자 벨의 위치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사실.
놈을 잡기 위해 수많은 유저들이 희생했으며 공략법을 수없이도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 알게 된 것들이었으니까.
[어떻게..]
콰가가가가강! 마왕자 벨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뇌우가 내려쳐지자 놈은 꼴사납게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놈의 안개가 균열을 일으키며 박살 난 상황.
밖에서 안의 상황을 보게 된 무인들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안개 속에서 벨을 압도하고 있다고?”
“어떻게 된 거지?”
[마왕자님이.. 죽음의 안개에서 밀리신다고!]
[이건 말도 안 된다! 놈이 무슨 속임수를 쓰는 거야!]
[...흐음.]
마왕 조르게스타마저 꼴사납게 뒹굴며 뇌우를 겨우 피해내고 있는 자신을 아들을 바라보며 눈을 조금은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빨리 소환하라니까. 경험치 먹고 렙업 좀 하게?”
[크아아아 네놈 웃기지 말아라!]
벨의 검이 움직이자 그곳을 따라 진한 안개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셀의 말에 격분하던 녀석이었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결국 자신의 마지막 패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모습들.
안개를 박살 내고 달려드는 기사단을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라이언 마리우스의 그림자는 안개 속에서 그리고 성벽 위에서 미친 듯이 사용했기 때문. 사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아셀의 머리 위에 어느새 바빌리나 4세의 터번이 씌워졌다.
‘바빌리나 4세의 군단처럼.’
카가강! 무언가 박살이 나는 소리. 그리고 아셀의 등 뒤로 누네스를 포함한 로렌시의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엘프가 내 앞에 있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그리고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와 마성의 목소리.
신기 쥬크를 연주하는 케락스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건.. 내 예니첼리?”
마족들을 박살 내고 있던 바빌리나 4세는 아셀의 모습에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모든 버프들이 집중되는 자신의 예니체리와는 달랐다.
아셀의 등 뒤에서 있는 그림자들은 누네스를 포함해 모두 단검을 사정없이 던지며 눈앞의 적들을 박살 내고 있는 상황.
심지어 바드 케락스가 쉬지 않고 불러주는 노래들의 버프는 황제에게 집중되는 모든 버프들보다 위에 있는 것들이었다.
“화산 같구나. 아셀..”
자신의 기술을 좀더 높게 운용한 아셀의 모습에 바빌리나 4세가 헛웃음을 지어내는 것도 잠시.
아셀의 주먹이 내지른 곳에 마왕자 벨이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모습이 전장의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크..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