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93화 (193/201)

◈ 193화. 마지막 싸움 (2)

거대한 무언가가 바다 위에 가득 들어있었다.

검은색 뇌우는 미친 듯이 내려쳤으며 사방에 어둠 속에서 가끔 무언가의 모습이 드러내기 시작하자 성벽 위의 높은 경지의 무인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침음을 삼키게 만들었다.

“저게... 뭐야?”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유.유령선?”

라스에서 파괴된 거대한 유령선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 있는 수많은 마족들.

그것들 뿐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크라켄과도 같은 몬스터는 번쩍이는 검은 번개들 속에서도 자신의 기괴한 모습들을 과시하듯 보여주고 있었다.

“시작된 거 같구나.”

지평선을 바라보며 말릭은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무인들처럼 긴장해서가 아닌 저 거대한 마기들이 대륙에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 대륙의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로 온건 놈들의 실수입니다.”

“실수?”

무슨 소리냐는 듯 묻는 말릭을 바라보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쟤네한테 화가 난 녀석들이 조금 있거든요.”

어째서인지 바다를 가리키는 아셀의 모습에 모두가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거대한 거품이 부르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인어들..?”

“맙소사 인어들이 이곳에 있다니!”

“대체 무슨..!”

몇몇 눈썰미가 좋은 무인들은 바다에서 일어난 이변을 단숨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바다 위에 수많은 점들처럼 모여든 인어들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유령선들에 거대한 구멍들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포들의 원수를 갚자!]

[마족들이 이 땅에 다시금 들어오지 못하게!]

[인어들이여 앞으로!]

수많은 인어들이 그들의 보금자리인 롱메티시에서 이곳에 있었기에.

대륙의 대부분의 인어들이 모인 것은 당연한 법.

게다가 바닷속에서 육지와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그들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벨이여...]

가장 거대한 유령선.

수많은 마족들이 빽빽이 자리 잡아 움직일 공간도 없는 다른 유령선들과 다르게.

이 거대한 유령선에는 조르게스타와 마왕자 벨만이 타고 있었다.

[벌레들이 꼬이는구나.]

콰가가가가가강! 하늘에서는 거대한 검은 번개들이 다시금 쉬지 않고 바닷속의 인어들을 벌하기 위해 내려쳤다.

[많아도 너무 많아...]

한번의 번개에 수십의 인어들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도 잠시.

그보다 먼저 수천의 마족을 태우고 있던 유령선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모습에 조르게스타의 눈가가 가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가 나서서..]

[오해가 있구나 벨이여.]

마왕자 벨이 직접 나서서 인어들을 처리하려는 모습에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아들을 막아 세웠다.

[벌레는 저 인어들이 아니다. 저것들은 벌레에 축도 못 드는 녀석들이지. 멸족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불쌍한 잡것들..]

[아버지..]

[벌레들은 저런 것들을 말하는 거다.]

조르게스타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인어들의 공격에 의해 대륙의 땅도 밟아보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있는 수많은 마족들이 있었다.

[벌레들도 못한 잡것들에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저것들이 벌레들이지.]

콰가가가가가가강! 그의 심기기 불편한 것을 드러내듯 하늘에 가득한 검은 번개들이 더욱 요란스럽게 내리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왕군이 어떻게 이렇게 약해졌는지 모르겠구나. 300년 전에는 이러지 않았거늘.]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조르게스타는 옆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무엇에 겁을 먹었지?]

[아.아버지에게.]

[그래. 그게 정상이지.]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조르게스타가 씨익 웃어 보이는 것도 잠시.

그는 연달아 침몰하고 있는 유령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 아무리 벌레들이라고 하지만. 쓰일 데가 있는 벌레들.]

부우웅.별안간 조르게스타의 온몸에서 터져 나오는 무언의 마기들이 바다 위를 가득 채워나가자 하늘에서 끊이지 않고 내리던 빗소리가 잠잠해지는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뭐.뭐야!?”

“이게 대체 무슨..?!”

“저.저 미친놈! 저게 살아있는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오직 쿠이가와 용족들만이 마왕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마나들을 간섭하다니 이게 대체!”

자연에 떠돌고 있는 살아있는 마나들.

그것들에 깃든 정령들 그것을 모두 간섭하고 있는 모습. 쿠이가와 용들도 이런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지만, 조르게스타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단번에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부르르. 바다 위에 가득했던 살아있는 마나들이 조르게스타의 말에 따라 거대한 파공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 순수한 마나들과 정령들에 조르게스타가 지시하나 것은 그저 파괴하라나는 명령 하나뿐.

잠시 그 찰나의 순간 잠잠했던 주변은 일순간 폭발음과 비명소리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은 순간이었다.

콰가가강! 쾅! 콰가가가가가강!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 공기 속에 있던 마나들이 그리고 바닷속에 있던 마나들이 일순간 거대한 소음을 내며 터지기 시작한 것.

그 거대한 소음은 찰랑이던 바다에 거대한 파도들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공간을 박살 내는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한순간에 바닷속에 있던 인어들이 증발했다.

말 그대로 공간과 바닷속에 모든 마나들이 터져 나가는 여파로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사라진 것.

인어들의 시체가 가득한 그 위로 마족들의 유령선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대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저것이 마왕...”

“저걸 어떻게 이겨.”

“아...아...”

압도적인 무위 앞에 경지가 약하고 의지가 나약한 무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오직 아셀만이 무언가 이상한 듯 턱을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느냐 아셀?”

“아. 스승님 다른 게 아니라...”

압도적인 위용. 그리고 마족의 왕이라는 직책답게 보여주는 마에 대한 놀라운 통제력.

그러나 아셀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이었다.

“생각보다 조금 약한 거 같아서요.”

“야.약해!?”

“잠깐만.. 지금 아셀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마왕이 약하다고 말하는 거 같은데?”

아셀의 말에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경악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일순간 보여준 압도적인 무위에도 아셀의 평가는 약하다라는 짤막한 감상뿐이었니까.

‘놈의 부활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

압도적 무위와 위용.

그런 건 마왕에게 당연한 이야기였다.

게임의 마지막 보스이며 관문인 존재가 저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약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더냐.. 네눈에는 저것이..”

아셀의 아버지 유론의 목소리가 짧게 떨렸다.

바다 위에 가득한 참혹한 모습들에 잠시 치를 떨었기 때문에.

“약하다고 정의할 수 있는 것들이더냐?”

“아! 말을 잘못해드렸군요.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생각한 것보다 약한데 이런 말이었습니다.”

아셀이 기억하는 마왕의 강함보다는 약했다.

놈이 부활했을 때 주변에 있던 영웅적인 NPC들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터져 버렸으며 수만의 유저들은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죽어버렸던 것.

그때의 녀석과 비교해 지금의 조르게스타는 약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해냈어.’

아셀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지랄 맞은 게임 속에 빨려들어와 미래의 평온함을 위해 마족들이 벌였던 수많은 사건들 박살 낸 결과가 바로 저것이었다.

‘내가 해낸 거야.’

망캐속에 들어와 마왕의 부활에 문제를 일으킨 것.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보다 10년은 빠르게 부활한 마왕의 봉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고.

그결과 조르게스타는 본래의 부활보다 약해진 것이었다.

“해볼 만하다.”

남아있던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졌다.

어느새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이 말콤의 토가를 걸치며 그의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무엇이 해볼 만하다는 건가?”

“마왕 레이드.”

“뭐?”

“저거 잡아볼 만합니다.”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을 바라보며 주변의 무인들은 진심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유론. 자네가 저 아이게 자신감을 가르쳤나?”

“나는 말릭 자네인 줄 알았는데?”

“그럼 원래 가지고 태어난 거 아니겠는가?”

쿠이가의 말에 유론은 잠시 어린 시절의 아셀을 떠올렸다.

무에 대한 재능이 없어 다른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아들의 어린 시절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성벽 위에서 어느새 상륙하기 시작한 마족들을 향해 미친 듯이 삼지창을 내지르는 아셀의 모습에 유론은 허탈한 미소를 지어냈다.

“스스로 터득한 것이겠지요.”

***

[놈들이 아름다운 바다를 더럽히고 후손들을 살해했다.]

콰가가가아! 머릿속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말콤의 목소리에서 거대한 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오 함께 아셀이 일으키기는 거대한 기운들이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

말콤의 감정의 변화가 용왕신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저들을 살아서 보낼 수는 없다 아셀이여.]

‘맞아.’

거대한 소용돌이 수십 개가 이제 막 상륙한 마족 무리를 강타했다.

[크아아아아아!]

[뒤로 물러나!!]

[물러날 곳이 없는데 어디로 물러나라는 거야!]

그와 함께 말 그대로 도륙 나기 시작하는 마족들.

아셀은 코어 안으로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거대한 마나들에 씨익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용사 무구 효과 덕분에 들어오는 마나가 40% 이상 추가적으로 들어온 결과들.

아셀의 삼지창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족들의 잔해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셀이 저렇게 싸우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맨 처음 정신을 차린 것은 쿠이가였다.

아셀에 대한 경쟁심이 그의 정신을 일깨워준 것.

순식간에 어두운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백색의 태양들이 마족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벽 위를 넘어라!]

[앞으로 앞으로!]

남아있는 마계의 군단장은 움바차와 마왕자 벨뿐.

아셀은 상륙과 동시에 진형을 갖춰 라스를 공격하기 시작한 움바차가 눈에 들어왔다.

“마왕은..”

마법과 신성력 그리고 검기가 마족들이 쏘아내는 수많은 마기들에 막혀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음을 내는 것도 잠시.

아셀은 이 소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조르게스타의 모습부터 찾아 나섰다.

조르게스타의 위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대륙의 해안가에 상륙하지 않은 단 한 척의 거대한 함선.

그것에서 피어오른 거대한 마기가 조르게스타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건방진 새끼.”

[동의한다.]

말콤의 동의에 힘입어 아셀은 코어가 거대한 소음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어?!”

“뭐야 파도가?!”

“미친 저게 창술이라고?”

삼지창 포세이돈을 빙글빙글 돌리는 것과 도시에 바다 위에 나타나기 시작한 거대한 해일들.

그것이 조르게스타가 타고 있는 함선을 덮치려고 하자 지휘를 맡고 있던 군단장 움바차마저 두 눈을 크게 떳다.

[마.마왕님!]

콰가가가가가강! 유령선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것 같은 아셀의 해일이 조르게스타는 물론 그 근처에 있는 마족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