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지원군들
마병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과장이 아닌 것이 실제로 마기로 강화되었던 마병들이 모두 공중으로 날아가거나 거대한 공성추에라도 부딪친 듯 박살 나고 있는 상황.
자신의 군대의 뒤편에서 일어난 이 비이상적인 모습들에 라메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짐승들이... 저 짐승들이 어떻게 이곳에 있단 말인가!!]
절규와도 같은 말이 평원에 울려 퍼졌다.
갑자기 후방에 나타난 수인족들.
일반적인 수인족들이 아니었다. 털은 모두 다이아몬드와 같이 빛이 났으며 짐승으로 변한 그들의 손톱은 마병들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박살 냈으니까.
“아셀이 누가냐!! 누구길래 내 딸을!!”
“아버지 집중!”
선두에서 투마리스가 미친 듯이 활을 쏘아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다이아 울프들의 수장인 메차쿤은 어째서인지 아셀의 이름을 외치며 마병들을 박살 내고 있는 모습들.
전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다이어 울프족 수인들이 대륙에 등장하게 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아셀의 지인들이 올 거라고 했지만...”
“바바리안에 다이아 울프들이라고?”
마병들을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고 있던 신성 기사단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낯선 지원군들의 모습에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어떤 존재가 저 둘이 지원군으로 그것도 자신들을 돕기 위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 아셀!! 이 몸의 강해진 모습을 보아라!!”
“어..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아무리 부군께 잘 보이고 싶다고 해도 이건 위험합니다!”
바바리안을 이끌고 있는 카이나가 순식간에 마병들 사이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녀가 온몸으로 발산하는 유형화된 투기가 마병들을 말 그대로 박살 내기 시작하자 전선에 커다란 구멍이 나는 것은 당연한 법.
그 구멍 속으로 바바리안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 그대 아셀이라. 아셀 이 스승도 모르는 사이에 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카이나 같은 강자의 등장에 말릭이 감탄하는 것과 다르게 그녀의 입에서 쉬지 않고 나오는 그대 아셀이라는 말과 부군이라는 말에 오히려 말릭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제자가 자신도 못 이룬 기사들의 꿈 로맨스를 완벽하게 이루었다고 보였기 때문에.
“.......”
모두의 시선이 아셀에게 가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미친 듯이 삼지창 포세이돈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라메드.’
지금 아셀의 두 눈에는 라메드가 들고 있는 메이스만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기 징벌.. 저게 현실에서 40억 하던 무기였지 아마?”
마기.
마왕 조르게스타가 직접 사용했던 수백의 무구중 하나.
수백 개나 되어 희소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려 마왕이 사용했던 무구들답게 모두가 사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무기들 중 하나였다.
심지어 징벌은 특수한 방법으로밖에 구하지 못했기에.
게임역사상을 통틀어 라메드를 처음으로 레이드 했던 유저 한 명만이 저 사기적인 무구를 가질 수 있었다.
“첫 사냥에서 오직 막타를 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무구.”
희소성은 물론 사기적인 성능까지.
메이스 징벌은 그만 얻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무구 중 하나였다.
[이 버러지만도 못한 짐승 새끼들이!!]
뒤에서 달려온 수십의 다이어 울프들이 황제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것도 잠시.
라메드가 징벌을 휘두르자 달려오던 수십의 다이어 울프들이 순식간에 허공에서 거대한 마기에 맞아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형제들이!”
“저 망할 마족 새끼가!”
“형제들을 복수를 갚자!”
다이아 울프들이 형제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더더욱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도 잠시.
황제가 유령마를 채찍질 하며 다이아 울프들을 향해 달려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콰가가가가강! 거대한 소음과 함께 고속으로 진동하던 소용돌이가 황제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놈은 마기로 이루어졌다. 아셀 놈의 공격들 하나하나가 네게 치명상이 될 수 있어!]
머릿속에서 말콤의 목소리가 라메드에 대한 경고를 해주는 것도 잠시.
자신을 멈춰 세운 아셀을 바라보며 라메드가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을 쏘아 보였다.
[감히.. 짐의 발걸음을 네놈 따위가 돌리는 것이더냐!!]
광기로 가득 찬 괴성이 평원에 가득 채워나갔으며 징벌을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는 놈의 메이스에 의해 마병은 물론 달려오던 바바리안들까지 말 그대로 박살이 나는 모습들.
그런 모습들을 차분히 바라보며 아셀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라메드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40억이 알아서 달려와 주는구나.”
삼지창과 메이스가 드디어 격돌했다.
마기와 신기의 격돌.
그것에서 나온 거대한 파동이 사방으로 퍼지며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중심을 잡을 수도 없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고!?’
자신을 가볍게 막아선 아셀의 모습에 라메드는 속으로 경악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인간이 아무리 인간들 사이에서 강자로 칭송받고 있다지만 인간은 인간.
자신은 마왕의 힘으로 강화되었고 마왕의 무기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라메드의 상식에서는 자신을 너무나도 가볍게 막아내고 있는 아셀이 도저히 믿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웃기지 말아라.]
경악이 광기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라메드의 입장에서는 아셀의 존재가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비웃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캉! 캉! 캉! 미친 듯이 휘두른 메이스 징벌을 아셀은 말콤의 조언과 자신의 경험으로 삼지창을 휘두르며 가볍게 막아냈다.
[왼쪽에서 오는 것은 속임수다. 놈이 그저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놈의 메이스에는 속임 동작이 많다 아셀!]
“알아.”
말콤의 말처럼 마구잡이식으로 휘두르는 것 같은 라메드의 메이스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마구잡이식으로 휘두르는 모습에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는 그런 것들이.
“잘 보이는데 뭐.”
말콤의 우려와 다르게 아셀의 두 눈에는 저것들이 모두 잘 보였다.
아니 보였다기 잘 알고 있었다.
라메드.
게임을 플레이하며 녀석을 수도 없이 레이드했던 경험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째서... 어째서 짐의 공격에 맞지 않는 것이더냐!!]
절규가 평원에 울려 퍼졌다.
마기 징벌이 허공을 지날 때마다 황제의 절규에 화답하듯 공간 자체를 박살 냈으며 부서진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이명소리에 몇몇 무인들은 귀를 잡고 자리에 주저앉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으아아아아아아!”
“믿음으로 마기를 몰아내라!”
“귀를 막고 약한 녀석들은 뒤로 물러나!”
마기 징벌의 고유능력.
메이스가 지나간 자리에 공간을 박살 내며 그곳에 있는 원혼들의 절규를 실체화시키는 것.
적군에게 주는 생각 이상의 혼란은 다수의 적과 싸울 때 빛을 보는 능력이었다.
[생물의 소리를 들어라 아셀. 용왕신기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소리를 듣는 것.]
[장송곡이 당신을 침범하려고 합니다.]
[혼란, 패배, 절규... 수백 개의 상태 이상이 당신을 옭아매려고 합니다.]
[용왕신기에 의해 당신의 감각이 보호됩니다.]
[죽은자들의 비명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니. 아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역시나.’
라메르를 상대로 아셀은 말콤의 그림자를 선택한 것이 최적의 수임을 다시 한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생명의 모든 소리와 감각을 극대화로 느끼게 해주는 용왕신기라면 마기 징벌의 능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상쇄가 아니라 부숴버렸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
라메르가 까다로운 것은 저 징벌로 인해 상대방에게 주는 수많은 디버프들.
모든 유저들이 저것을 상대할 때는 성직자들도 모두 풀지 못하는 수백 가지의 디버프들 때문에 평상시의 40% 정도 약해지고 싸워야 했었다.
그랬기에 까다로웠던 몬스터.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디버프가 없어진 라메르는 그리 까다로운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짐의 원혼들과 함께 비명을 질러라 아셀 필드!!]
아셀이 약해졌다 생각한 라메르의 메이스가 내려쳐졌다.
그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아셀이 바닥에 터져 나갔을 거라 생각한 라메르가 잔혹하게 웃어 보이려는 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메이스를 타고 올라오는 저항의 충격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네가.. 네가 어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7용사들이 재림한다고 해도 마기 징벌이 들려주는 장송곡 앞에서 약해질 것이 분명하건만.
자신을 그저 먹잇감으로만 보고 있는 저 인간의 눈에서는 그 어떤 혼탁함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어찌..어찌!! 멀쩡한 것이더냐!]
“아셀은 멀쩡합니다 단장!”
“역시 저 아이의 믿음은 원혼의 소리도 이겨내는구나!”
말릭과 신성 기사단들은 라메르가 미친 듯이 내려치는 메이스를 모두 막아내며 심지어 놈의 온몸에 삼지창 포세이돈으로 구멍을 내기 시작한 아셀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짐이 이 힘을 얻기 위해 어떤 것을 희생했는데!!]
“새끼 아까부터 엄청 시끄럽네.”
[아셀 원혼의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니 저 새끼가 아까부터 돼지 새끼처럼 꽥꽥거리잖아.”
[그래도 놈의 원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안 된다 아셀.]
표정을 찡그리며 서둘러 이 싸움을 끝을 내려고 하는 아셀을 바라보며 라메르는 눈앞의 존재를 지워내듯 미친 듯이 메이스를 휘둘렀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짐이 이렇게 허망하게 당할 수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짐이.. 과인이 이 힘을 얻기 위해 어떤 것을 바쳤는데!!]
“맞아 원래는 이렇게 쉽게 안 죽지.”
라메르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자신이 이 인과를 초월하는 힘을 얻기 위해 아들을 딸을 모든 가족을 넘어 제국을 희생시켰건만, 거대한 힘은 눈앞의 성인도 되지 않은 안간을 압도는커녕 압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기에 억울했다.
라메르는 진심으로 억울했기에.
녀석은 쉬지 않고 자신의 온몸에 점점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며 부서지는 와중에도 울부짖으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원래는 어려웠지 네놈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놈이 마왕에게 가져다 바친 제국의 영토로 들어가기 위한 희생.
그리고 놈의 권자에 도달해 놈을 레이드에 성공하기 위해 들어간 희생들.
본래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 있었던 수많은 희생들.
그런 것 하나 없이 아셀은 놈의 첫 출격에 놈의 레이드를 성공할 것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아.안 돼..]
놈의 유령마들이 형체를 잃어버리고 먼저 박살 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가루로 되어버린 녀석들을 바라보며 라메르가 절규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수백 개의 소용돌이와 삼지창 포세이돈이 놈의 머리를 단숨에 꿰뚫었다.
[마..마왕이여. 어째서..]
라메르의 비명소리가 허망하게 평원에 울려 퍼지자 주변에 있던 마병들이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긴 건가?”
“저 아이가 아셀? 투마리스 네가 말한 인간 아셀이 저 아이더냐?”
“어때 아버지 잘생겼지?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잘생겼어!”
“... 어렸을 때는 이 아비가 가장 잘생겼다고 하지 않았더냐...”
코어 안에 거대한 마나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던 아셀은 평원에 놓여있는 마기 징벌을 바라보여 씨익 웃어 보였다.
“이게 내 손에.”
마기 징벌을 들어 올린 아셀이 한스의 그림자로 능력을 확인하려던 순간.
그 거대한 메이스가 갑자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