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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89화 (189/201)

◈ 189화. 라스에서

1천도 되지 않은 신성 기사단에 의해 라스에 있는 모든 마병들이 말 그대로 도륙당했다.

애초에 기습이라고는 했지만, 말릭을 포함한 기사들의 경지가 규격외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해방된 라스의 주민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릭과 아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이렇게 우리가 살아남다니.”

“여신께서 도우신 거니 그렇게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자연스럽게 포교까지 하는 말릭과 기사들을 바라보던 아셀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어?”

바다를 바라보던 아셀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르안느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장되었던 배들이 다시금 바다 위로 올라왔습니다!

-분명 제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유!

‘유령선...’

어째서 수많은 배들이 바닷속에 수장되었다가 다시금 물 위로 올라왔는지 아셀은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늦었네.”

“야! 야! 아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셀을 바라보며 르안느가 소리치자 아셀은 그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야.. 이건.. 음....”

순식간에 자신의 머리색처럼 붉어지는 르안느의 얼굴.

그녀가 무언가 중얼거리는 것도 잠시.

아셀은 사출의 주머니에서 미네르바를 꺼내 들며 바다 위에 가득 새겨진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유령선.’

이 거대한 항구에 있던 수많은 배들을 유령선으로 만들고 사용할 생각이었던 게 분명한 상황.

게임에서의 일들과 똑같았다.

그때 폐허가 되어 있던 라스의 바닷속에 있던 수많은 함선들이 유령선으로 바뀌어 마족들을 대륙으로 데리고 왔었으니까.

“아셀.”

라스의 모든 주민들을 위로하고 방어선을 구축하던 말릭이 아셀에게 다가왔다.

“오고 있다고 합니까?”

“그래.”

잠시 말을 멈춘 후 말릭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라메드가 이끄는 제국군이 이곳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진군 속도로 보건대 그들은 인간이 아닌 거 같다.”

말릭의 말에 아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라시아 제국이 마족들의 근거지로 바뀌고 라메드가 어떤 모습으로 타락했으며 그가 이끌던 수많은 몬스터들의 존재를 아셀은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은 방어하기에 적합하지가 않다는 것을 아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음.. 매번 말하시던 기사단의 견고함으로도 말입니까?”

“..... 적합하지 않다고 했지 불가능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았단다.”

무언가 오기에 찬 눈빛으로 말릭이 말하자 아셀은 그저 피식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곳을 내어준다면 라스를 해방시킨 이유가 없어집니다 스승님.”

마족들이 항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 기껏 라스를 함락시켰건만, 이곳을 다시 내어준다면 아무런 소득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건 그렇지.. 하아.. 일단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라스가 방어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가.”

말릭은 손가락을 세 개 피며 입을 열었다.

“우선 기동성을 위해 우리가 정예 1천 명을 데리고 온 것. 제국군은 수십만에 달하는 대군에 모두가 마족일테니 수적으로 우리가 너무나도 불리하단다.”

“그리고 라스는 본래 항구였던 곳. 이곳은 방어에 적합한 성벽도 결계도 없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릭은 바다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마키헬에서 마왕이 이끄는 마족들이 이곳에 도착한다면. 우리는 앞뒤에서 협공을 당하는 위치에 빠질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말릭은 전멸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스승님 이곳에 여신의 검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히죽 웃어 보인 아셀을 바라보며 말릭은 처음으로 아셀을 한 대 쥐어박아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에 시달렸다.

“우선 병력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더냐?”

말릭의 물음에 아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유를 나가 있던 동안 친구들을 조금 많이 사귀었습니다.”

“네가..?”

아셀의 당연하다는 물음에 르안느가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 두 눈을 껌뻑였다.

“친구를 사귀었다고? 무슨 노예계약을 잘못 말한 거 아니야? 아니면 두드려 패서 굴복시켰다던가?”

“.....”

순간 자신이 지금 불러들인 몇몇 존재들과의 관계를 떠올렸던 아셀은 르안느의 말에 즉각 대답할 수 없었다.

“진짜로 그랬나 보네? 대박.. 와 그래서 누구를 두드려 패셨길래 그렇게 자신만만해?”

“..때린 건 아니고 아니지 이걸 때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친구끼리 싸울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만! 그래서 아셀 어떤 친구들을 불렀더냐?”

말릭을 바라보며 아셀은 손가락을 두 개 펴보았다.

“두 부족을 불렀습니다.”

“부족?”

“그게...”

이어지는 아셀의 말에 말릭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스승님 분명 고운 말에서 고운 신성력이 터지신다고?”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말릭을 바라보며 아셀은 다시 한번 히죽 웃어 보였다.

그만큼 아셀이 말한 존재들은 말릭의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다녔더냐 아셀 당장 내게 고해성사를 하거라!”

***

[미련한 놈들 평원에 진을 쳤다고?]

마병처럼 온몸이 마기로 물든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병들과 다른 것은 그의 온몸에 박혀있는 수많은 보석들과 이마 한가운데 새겨져 있는 마왕 조르게스타의 문양.

마족으로 변한 황제 라메드는 거대한 해골마 수십 마리가 동시에 이끄는 마차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거대한 채찍이 그리고 한 손에는 거인족과도 비슷하게 거대해진 거의 몸에 반만 한 메이스가 들려있는 상황.

심지어 메이스에서는 붉은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노리는군.]

황제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황제가 부탁해서 만들어진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더 이상 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존재하는 거은 그저 싸울 수 있는 약간의 이성과 인간 시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하게 강해진 육체뿐.

제국이 자랑하는 병단은 최정예 마병들로 구성된 마병단이 되었으며 제국의 자랑이던 기사들은 그런 마병들 중에서 장교급으로 변한 상황이었다.

‘마병 하나당 7성급이다.’

마병 한 마리가 7성급 심지어 조르게스타의 인장을 새겨 받은 황제 본인은 10성급.

게다가 마왕에게 직접 받은 이 철퇴를 사용한다면 완성의 무인이라고 해도 머리를 박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황제의 몸 안에서 샘솟았다.

[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지만...]

유령마를 채찍질하는 황제의 손이 더욱더 빨라졌다.

[거대한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의 마기로 뒤덮인 거대한 투구에 어느새 눈웃음이 새겨졌다.

대륙 제일의 기사를 죽이고 얻을 명성. 그것들을 모두 얻을 생각에 즐거워졌기 때문에.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는 내가 되야 한다.]

유라시아의 수십만 마병들이 진군하며 모든 것을 박살 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옵니다.”

새하얀 성기사들이 한 줌으로 보였다.

그것들을 둘러싸기 시작한 끝이 보이지 않는 마병들.

그들이 이곳에 다가오자 거대한 마기들을 하늘을 검게 물들인 상황.

오직 신성 기사단이 서 있는 자리만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맑은 하늘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신이시여...”

“후우... 우리의 견고함을 보여주자.”

“징벌의 철퇴가 활약할 때다.”

“드디어 정의의 방패가....”

기사단들의 두 눈에는 두려움보다 희열이 가득 차 있었다.

수만의 마병들을 상대로 1천의 기사가 후퇴하지 않고 덤비는 것.

마치 소설속의 주인공들과 같은 이들이었기 때문에.

‘역시 다르다.’

게임을 했을 적 신성 기사단의 타락으로 수많은 유저들을 살해하고 수많은 왕국들을 무너트렸던 것을 떠올린 아셀은 그저 피식 웃어 보였다.

“가르시아 주교님이 이걸 내주었단다.”

“성배..?!”

말릭의 손에는 헤스티야의 성배가 들려있었다.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지가 낮은 마족들을 가루로 만드는 희대의 사기적인 아이템.

타락한 말릭을 토벌하는데 사용되었던 아이템이 지금은 말릭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이었다.

양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마병과 대화가 통하지 않았으며 1천을 상대로 대화를 걸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쿵! 쿵! 쿵! 수만의 마족들이 포위하듯 신성 기사단을 향해 달려드는 것도 잠시.

헤스티야의 성배가 부르르 떨기 시작하며 진한 신성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키야야야아아아아아아아!]

“힘이..”

“이럴 수가 이것이 성배의 가호인가!”

달려들던 마병들이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는 것과 다르게 성기사들의 온몸에는 활력이 샘솟는 것도 잠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마병들과 기사단들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믿음으로 막아내라!”

“우리의 견고함을 드러낼 때다!”

성배의 효과로 놀랍게도 1천의 기사들이 마병들을 미친 듯이 도륙 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강! 그중 말릭과 아셀이 있는 쪽에서는 오히려 마병들을 뒤로 물리는 모습까지 보이는 상황.

삼지창 포세이돈을 휘두르며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아셀은 씨익 웃으며 마병들을 미친 듯이 박살 내기 시작했다.

‘경험치들.’

알아서 찾아와주는 녀석들이 고맙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순식간에 수백이 넘는 마병들을 박살 내는 아셀의 모습에 신성 기사단들은 두 눈을 반짝였다.

“또 강해진 거 같은데 아셀은?”

“이거..믿기지 않는구만.”

“이제는 단장하고 겨눌 수 있을 정도 아니야?”

아셀이 사방에서 날뛰기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라메드는 한 손을 들어 올려보았다.

‘대단하다 들었으나 저 정도일 줄이야.’

생각 이상으로 강한 모습에 라메드가 경계심을 품었지만, 그뿐이었다.

애초에 그저 평범한 마병들 수만으로는 신성 기사단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사들을 내보내라.]

거친 소음과 함께 해골마나 거대한 몬스터에 올라타 있는 마병들이 순식간에 평원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본래가 제국의 기사들.

그들이 마병이 되어 마족기사로 변한 모습들.

순식간에 달려오는 기사들의 질주에 신성 기사단의 기사들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질 때였다.

쾅! 단 하나의 소음이 평원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러나 소음은 단 하나일 뿐. 미친 듯이 달려오던 마족기사들은 마치 수천 개의 투기에 맞아 미친 듯이 달려들던 질주가 처음으로 멈추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건 아셀의 기술 아니었어..?”

레이피어를 휘두르고 있던 르안느가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평원의 너머로 검은색 머리의 바바리안 여자 한 명이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대 아셀! 그대의 부름에 이 몸이 대륙에 나타났다!”

카이나.

그녀가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바바리안들이라고.. 저런 더러운 것들을!]

카이나의 등 뒤에 있는 수많은 바바리안들을 바라보며 황제가 눈살을 찌푸리는 것도 잠시.

갑작스럽게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저것들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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