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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88화 (188/201)

◈ 188화. 부활

마왕의 부활과 곧있으면 다가올 침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아셀의 깊은 고민은 눈 녹을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에게 계시를 받았다고 하려고 했는데...”

“너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아셀의 중얼걸임을 들은 르안느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아셀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마키헬에서 대륙에 선전 포고를 하다니!”

“차라리 우리가 쳐들어갑시다!”

“맞습니다. 지금 그 작은 섬에 마족이라고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말릭을 포함한 신성 기사단과 여명 수도원의 고위급 성직자들이 있는 회의실.

그들은 마키헬이 보내온 선전포고를 보며 역정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동안 인간들에게 자비를 베풀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한바. 이에 마왕님의 이름을 대륙인들에게 주었던 자비를 거두겠다.

‘확실히 다르다.’

아셀이 기억하고 있던 마왕의 부활과 마족들의 대대적인 침공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수많은 몬스터 웨이브와 여러 사건들.

믿었던 npc들의 배신과 수많은 왕국들 그리고 두 개의 제국 중 한 곳의 배신까지.

이 모든 것들을 막아내고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 속에 나타난 마왕에 의해 멸망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마왕이라는 이름이 걸리는군.”

말릭의 말에 모두가 말을 멈추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륙 제일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마키헬의 공문에서도 마왕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적은 전혀 없었다.”

“그거야 이번에는 놈들이 선전포고를 한다고.”

“마왕의 이름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야.”

말릭의 말이 맞았다.

마족들에게서 이름의 격이라는 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쩌면...”

잠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던 말릭이었지만, 주변에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불길함을 내비쳐 벌써 기사들을 불안에 빠트릴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대륙 공의회를 또 한 번 소집해야겠구나.”

자신이 교황이 된 이후로 벌써 이런 거대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 십수 년은 더 늙어 보이는 안티오크 교황이 입을 열었다.

“아니지. 어쩌면 벌써 공의회 소집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긴 한숨과 함께 안티오크 교황이 법관을 머리에 쓰는 것도 잠시.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기사가 다급하게 뛰어들어 왔다.

“크.큰일났습니다! 유라시아 제국이 마족들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입니다!!”

““?!””

‘역시나. 그 새끼가 그럴 줄 알았지.’

마왕이 부활하고 대륙에서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유라시아 제국이었다.

처음부터 마왕의 부활 소식과 함께 제국을 들어 바쳤으며 그 안에 살고 있던 수많은 백성들을 마족들의 노예와 제물로 바쳤던 미친 황제 라메드의 헛짓거리 때문에!

“그게 무슨..아직 적의 실체도 침공도 없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릭이 분개하며 탁자를 박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메드 황제는 명예도 없는 것인가?! 어떻게 항복이라니!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무언가 있는 겐가!?”

“그게 아닙니다. 단장님. 저도 왜 갑자기 항복을 했는지..”

“제국이 항복을 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혼란스러워 하는 기사들을 바라보던 아셀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섰다.

“지금 라메드 그 개새끼가 항복을 했든 뭘했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 아셀 아무리 그래도 교황님 앞에서 개새끼는 조금.”

분개하고 있던 말릭마저 아셀의 거친 말투에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아셀의 저 거친 말투는 고칠 수 없었다는 죄책감을 가지며!

“유라시아가 항복을 했다면 마족들이 대륙으로 들어 올 관문을 내어준다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관문?!”

“그러고 보니 유라시아에 있는 바다는..”

“마키헬과 가깝지 않은가!”

아셀이 대륙의 지도에 있는 유라시아 제국에 손을 짚으며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때도 그랬어.’

유라시아 제국의 항복과 아무런 견제도 없이 마키헬에서 넘어오던 수많은 마족들.

모든 유저들이 가장 안타까워 했던 것이 바로 유라시아 제국의 항복을 막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 항복을 막았더라면 아니 최소한 유라시아 제국의 항구 도시들을 미리 유저들이 점령했더라면.

분명 마키헬에서 넘어올 수많은 마족들을 지연시킬 수가 있었을 테니까.

“당장 유라시아로 달려가야 합니다!”

“맞습니다! 서둘러 그곳을 우리가 차지해야 합니다.”

기사들이 소리치고 성직자들이 고민하는 것도 잠시.

교황 안티오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옳은 생각이다. 마족들의 손에서 우리가 유라시아를 구한다. 허면...”

안티오크 교황은 아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로 진군해야 좋을지 말해주겠느냐. 빛의 기사?”

‘x발.’

교황이 직접 군의 진군로를 물어보는 영광스러운 순간.

심지어 말릭의 두 눈에는 또다시 눈물이 맺혔으며 신성 기사단들 또한 감격에 차 있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속에 있던 말을 내뱉을 뻔한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냈다.

“.... 라.라스 대륙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 라스를 우선 점령해야 합니다.”

“아셀 저 아이도 긴장할 때가 다 있나 봅니다. 단장님.”

“흐흡... 그렇구나.”

“단장님 우십니까?”

“빛이 너무 밝아서 눈에 피로감이 있을 뿐이다.”

“하기야 그림으로 그려 남겨도 될 모습들이지요.”

빛의 기사라는 이명 부르를 떤 것을 신성 기사단들은 아셀이 긴장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아셀은 유라시아로 가는 길에 그들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빛의 기사라고 중얼거린 마빈 4대. 하늘의 전사라고 감격한 쿠린 13대. 마가로프는 그냥 마음에 안 드니까 10대.’

***

대륙의 가장 거대한 항구도시 라스.

타락한 인어들에 의해 반파가 되어버렸지만, 쉴 새 없이 상인들이 오가고 모험가들이 들락거려 활기가 차있던 도시는 더 이상 없었다.

[이쪽으로 가라.]

“이봐 갑자기 왜 그러나!!”

[저항하면 죽을 뿐.]

갑작스러운 유라시아 제국 황제의 항복선언과 제국의 영토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마기로 만들어진 갑주를 입고 있는 마병들.

심지어 마병들 모두가 방금 전까지 자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웃이었다는 사실에 제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아... 신께서는 우리를 버리신 건가...’

라스에서만 3만에 이르는 마병들이 나타난 상황이었다.

녀석들은 나타나자마자 항구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도시의 중앙으로 몰아넣었으며 항구에 가득 차 있던 모든 함선들을 어째서인지 바닷속에 수장시키고 있었다.

“아까 내가 분명 보았네.”

“무엇을 말인가?”

“내 함선 푸른 비둘기가 바닷속에서 다시 올라오는 걸 말일세!”

“망할.. 이보게 죽기 전에 왜 그런가. 미쳐도 미친 게 분명하구만.”

“아니 글쎄 내가 직접 이 두 눈으로 봤다니까 푸른 비둘기가 다시 올라왔는데 글쎄 그것이 마키헬 방향으로 저절로 움직이는 걸 말일세!”

[크크큭.. 많이도 모았구나. 잘했다. 벌레들아.]

“흐.흑마법사!”

“설마.. 이 자식들이?!”

도시의 중앙에서 떨고 있던 라스의 주민들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쓰고 나타난 흑마법사 100명을 발견하고는 표정이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죽는 것보다 더한 것.

그것은 바로 흑마법사들에게 제물로 바쳐져 영혼째로 마족에게 먹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아.. 안 돼!!!”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주세요!”

“바다로 뛰어들면 살 수 있어 다들 달려!”

순식간에 패닉에 빠진 주민들이 사방으로 달려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마병들에 의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갈 뿐이었다.

[절망의 외침들.. 아..좋구나. 지난 설움이 드디어 풀리는 것 같도다...]

주민들의 비명소리에 즐거운 듯 웃고 있던 흑마법사가 해골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

[크흐흐흐 그분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모두......?!]

지팡이를 들어 올리려던 흑마법사의 두 눈이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온몸을 마치 바늘로 꿰뚫는 것 같은 따끔거림.

오랜 세월 신성력을 피해서 도망 다녔던 흑마법사였기에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신성력?! 도대체 누가!]

[키에에에에에에에!]

[키에!키에에에에!]

감정을 잃은 마병들마저 동요할 정도로 거대한 신성력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도 잠시.

기감을 집중하고 있던 흑마법사는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자신의 소환물들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내 새들이!]

새와도 같은 키메라.

라스의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것들 모두가 마치 거대한 창에 꿰뚫린 듯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나 있는 상태로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아나.. 새끼 뭐 이리 많이도 만들었어?”

그리고 자신의 새와 함께 푸른 머리의 한 남자가 흑마법사의 눈앞에 나타났다.

[너는?!]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것 보다.

아셀의 손에 들려있는 아르테스가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 아셀 필드가 어째서 이곳에.]

자신의 몸의 반이 잘려 나갔음에도 흑마법사는 믿기지 않는 듯 한 눈으로 무심한 듯 아르테스를 휘두르고 있는 아셀을 바라보았다.

“아 맞다! 벌써 죽이면 안 되는데... 야 너 재생할 수 있지?”

[커..커헉...]

아무리 비이상적인 마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미친 듯이 휘두른 아셀의 검에 의해 형체도 알 수 없게 변한 흑마법사가 재생할 수는 없는 법.

아셀은 그 모습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검을 다시 한번 내질러 놈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뭐좀 더 소환시키고 마나 좀 채우려고 했건만..’

하늘을 가득 체우고 있던 저 수많은 소환물들.

일반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아셀의 입장에서는 그저 마나덩어리에 불과했다.

“아셀 필드가!”

“와아아아아아 용사가 이곳에 왔다!”

“살았어 하하 살았다고!”

아셀이 누가 먼저 사냥할까 봐 마병들을 미친 듯이 베어내기 시작하자 혼란에 빠져있던 라스의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야아 이 미련한 새끼야! 너 혼자 가면 어쩌자는 거야!”

한참을 마병들을 미친 듯이 베어내며 코어 안에 들어오는 마나들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아셀은 거대한 소음과 함께 라스의 정문을 박살 내며 들어온 신성 기사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흐음.. 얘들아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고운 말에서 정직한 신성력이 나오는...”

“스승님 그래도 이 새끼가 혼자서 위험하게.. 아니 걱정하는 건 아니고!”

“...사춘기더냐 르안느.”

‘예전이라면 내 말에.. 아니지 아이들이 내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구나.’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말릭도 잠시.

그는 라스의 사방에서 있는 마병들과 흑마법사들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악이 대륙에 판치게 내버려 두다니. 여신의 검으로서 내가 진실로 신실하지 못한 증거구나.”

“우와.. 스승님 여신의 검이라니..푸.푸하하하하하.”

“....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그 과오를 뒤집어쓰겠다.”

마치 부끄러움을 떨쳐내려는 듯 말릭이 거대한 신성력을 뿜어대며 마병들을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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