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마수왕 (5)
콰가가가가가강! 거대한 백색의 불꽃에서 나오는 수많은 불꽃들이 서로 연쇄하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어...어?!”
미처 피하지 못한 수인들은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어 아셀의 코어 속으로 마나가 되어 들어오는 상황.
심지어 하늘로 도망쳤던 마수왕의 오른팔 미르는 자신의 몸에 붙은 새하얀 불꽃들에 의해 비명으로 지르며 대수림으로 추락까지 했다.
‘이 새끼 봐라.’
쉬지 않고 폭발하기 시작한 백색의 태양들 속에서 아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점점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마수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마법 속에서 살아남은 건가?”
“대체 무슨 짓을...?!”
나타난 마수왕의 모습은 거대한 입을 그저 형상화한 그것이 아니었다.
머리에는 거대한 방패와도 같은 외피가 달려있었으며 팔과 다리는 공룡의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
심지어 그 거대한 방패들는 6개의 눈이 달려있어 제각각 사방을 바라보며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크어어어어....]
백색의 불꽃이 점점 놈의 몸을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쿠이가의 장기인 백색의 태양이 놈의 몸 주변 자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네르바로 빠르게 확인해본 아셀은 놈의 미친 듯한 화속성 저항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진화인가.”
마수왕의 능력.
그것은 자신이 포식한 생명체의 신체를 구현하는 것.
단순히 구현이 아닌 자신의 배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경지까지 올라선 것.
저 기괴한 공룡의 모습 또한 아셀의 마법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습이 분명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백색의 태양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자 자신을 막아서는 것이 없어진 마수왕이 표효를 내질렀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오는 거대한 마기들이 남아있던 대수림의 거대한 나무들을 박살 내기 시작하는 것.
단순히 화속성 저항 능력만이 오른 것이 아닌 기운 자체가 강해졌음을 아셀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쾅! 쾅! 놈이 달려올 때마다 사방에 거대한 파공음이 들렸으며 6개의 눈동자는 아셀이 도망치지 못하게 붙들 듯 수많은 환각마법을 걸어오는 상황.
‘공중으로?’
하늘로 올라서 수천 개의 마법으로 폭격할까 고민하던 아셀은 피식 웃으며 요정목 지팡이 미네르바를 녀석에게 겨누었다.
“짐승 따위를 상대로.”
수많은 광선들이 미네르바에서 쏘아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10성급의 마법들.
그것들이 거대한 마수왕의 온몸을 강타하자 녀석의 몸 안에서 살점이 튀어나오고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는 것.
화속성 마법을 제외하고는 다른 마법에 별다른 저항능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게 분명했다.
“도망 다닐 수는 없지.”
만들어지는 마법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쿠이가의 그림자 재단의 유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법.
마수왕의 한쪽 다리를 완전히 박살 내는 순간 아셀은 쿠이가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말도 안 돼 주군을 저지했다고?”
“하지만 아셀 필드도...”
살아남은 수인들이 아셀의 모습에 경악을 토해내는 것도 잠시.
몇몇 수인들은 숨을 헐떡이는 아셀을 바라보며 아셀 또한 체력이 다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대로 마수왕님이 일어나시면 우리의 승리...어.?”
쾅! 승리를 자신했던 수인이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전에.
어느새 황금활 기온을 꺼내든 아셀이 샤인 에로우 수백 발을 동시에 쏘아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거대한 마법들을 사용하고.”
“멀쩡하게 다시 일어나는 거지?”
쏘아진 수백 발의 화살들.
신기에 가까운 연사로 동시에 쏘아진 그것이 마수왕의 상처 입은 다리에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대수림 전역의 지축을 부르르 떨리게 만들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마수왕님!”
“망할 저 상태의 마수왕님도!”
“기다려.”
온몸에 화상을 입고 기어가듯 수인들에게 다가온 미르가 당장에라도 나서려는 수인족들을 제지했다.
“주군께서는 아직 한 번의 변환만을 하셨을 뿐이다.”
콰가가가가강! 놈이 또다시 변환을 하기 전에 작은 흔적들조차 내지 않을 생각으로 아셀은 쉬지 않고 활들을 쏘아대고 있을 때였다.
‘검기?!’
수백 발의 샤인 에로우를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검기가 막아내기 전까지는!
[크아.....]
“가지가지 하네 진짜.”
데스 나이트? 아니 듀라한?
썩은 고기도 마다하지 않았는지 나타난 녀석은 마기로 진하게 물든 검을 들고 있었으며 해골로 만들어진 머리가 세 개 달린 말을 타고 있는 모습.
녀석을 향해 샤인 에로우를 미친 듯이 쏘아내던 아셀은 화려한 검술로 샤인 에로우의 반 이상을 막아내는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크아아아아아아!]
놈이 외치는 괴성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기로 물든 검에서 미친 듯이 검기가 아셀을 향해 쏘아졌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투마리스의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놈의 온몸에 샤인 에로우를 박아 넣은 아셀의 머리 위에 어느새 바빌리나 4세의 터번이 씌워져 있었다.
“화살이 통하지 않는다면.”
부우우우우웅. 순간 아셀의 손의 주변에 공간들이 검은색 기운으로 만들어진 목주들에 의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바빌리나 4세 황제?”
“하지만. 황제의 것보다 더....”
몇몇 바빌리나 4세의 기술을 알고 있는 무인들은 아셀이 지금 펼치고 있는 기술이 바빌리나 4세의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하지.’
그 중얼걸임들 속에서 아셀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내가 더 경지가 높으니까.’
같은 기술을 사용해도 사용하는 사람의 경지에 따라 위력은 천자만별인 법.
완성에 가까워진 아셀의 기술이 바빌리나 4세의 것보다 월등히 강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크어..크아아아아아아!]
아셀을 사냥하기 위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던 마수왕도 잠시.
갑자기 사방의 공간들이 박살 나는 것과 동시에 맨 처음 녀석이 타고 있던 해골마가 무언가에 갈리듯 순식간에 공간째로 박살 나기 시작했다.
“이.이럴 수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던 미르마저 해골마를 넘어서 마수왕의 몸을 박살 내기 시작한 아셀의 기술에 경악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너는 무슨 버프 같은 거 안주냐?”
아셀의 그림자 속에 있던 누네스가 어느새 아셀의 등 뒤에 깨어진 공간 속에 들어가 있었다.
마치 바빌리나 4세가 자신의 500명의 예니첼리들을 데리고 다니던 그 모습처럼.
“그런 게 있을 리가...”
그저 아셀의 강화된 기운에 힘입어 단검을 마수왕의 몸에 던질 뿐인 누네스를 바라보며 아셀은 잠시 케락스를 데리고 다닐까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기운이 강해진 상황에서 바빌리나 4세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그의 예니첼리를 구현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아..크아아아아!]
“새끼 체력은...”
그동안 잡아왔던 몬스터들 그리고 마계의 군단장들.
그것들 모두가 마수왕처럼 저렇게 체력이 좋지 못했다.
공간이 사방에서 박살 나며 놈의 몸을 박살 내고 있는 와중에서도 재생하고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환하며 어떻게든 나오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기 때문에.
“저러 계속 버텨낸다고?”
“도대체 마수왕은...”
성벽 위의 무인들과 엘프들마저 마수왕의 저 미친 듯한 재생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던 것도 잠시.
아셀은 자신이 만들어낸 바빌리나 4세의 목주가 점점 무언가에 밀려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야 끝나겠군.’
마수왕.
놈을 레이드 했을 적에도 수만의 유저들이 쉬지 않고 공격하면 할수록 결국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환하며 끝까지 맞서싸웠던 것.
그렇기에 아셀은 놈의 변환하는 모습들 대다수를 이미 본경험이 있었기에 적당한 그림자를 불러들여 맞선 것이었다.
“마지막 변환.”
쾅! 거대한 소음과 함께 마수왕의 온몸에 마기가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다.
“주...주군?”
“저 모습은 대체.”
“저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잖아..!”
수인족들은 물론 부관인 미르마저 지금 나타나는 마수왕의 모습을 처음 보는 눈치였다.
“당연하지.”
오직 아셀만이 갑자기 거대한 용과도 같은 모습으로 바뀌며 세계수와도 비슷하게 커진 마수왕을 알고 있는 상황.
그것도 그럴 것이 저 흉측하고 거대하게 변한 모습으로 대륙의 모든 이들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짓거리를 벌여주었기 때문에.
“저걸로 세계수를 집어삼켰었으니까.”
저 거대한 모습으로 세계수를 집어삼켰으며 저 거대한 모습으로 유저들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가 결국 토벌되었기에.
아셀은 마수왕의 저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슬슬 마무리다.’
더 이상 바빌리나 4세의 기술로는 저 거대한 몸을 완벽하게 박살 낼 수가 없었기에.
어느새 새로운 그림자를 불러들이기 시작한 아셀이었다.
***
[오오... 마왕자님! 그건?!]
마키헬.
살아남은 마족들의 근거지.
그곳에 있는 마왕자 벨이 가져오기 시작한 거대한 석관들이 육체만 부활한 마왕의 발아래에 놓이기 시작했다.
[봉인당한 동포들.]
[예..?! 그런 게 마키헬에 있었습니까?]
마왕자 벨의 말에 마족의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대륙에 나가 있는 마족들과 군단장급 마족들의 임무.
그것에는 봉인 당하고 잠들어있는 동포들를 마키헬로 데려오거나 부활시키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있고 말고.]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는 그동안 그 고생을...]
마왕의 발아래에 놓인 동포들의 석관은 무려 수천 개.
게다가 한눈에 보아도 군단장급 마족은 무려 수백이나 되었다.
‘이 정도라면 대륙에서 가져오지 않고 이곳에서 모두 부활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7용사가 살아있었으면 모를까.
그때보다 약해졌던 인간들이 이 거대한 군세를 감당해낼 수었을 리가 없었다.
[죽음의꽃 칼리파.. 마수 악귀. 마창왕 르르갈...]
[모두 전설적인 군단장님들이군요. 저도 책에서 봤었습니다.]
[미안하다 모두들...]
무엇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마족이 묻기도 전에 석관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마왕자님 지금 무슨 짓을?!!?]
단숨에 마왕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석관에 봉인 당한 마족들을 모두 제물로 바치고 있는 것.
수천의 마족과 수백의 군단장급 마족들이 모두 제물로 바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이 방법뿐이다.]
대수림에서 벌어지는 전투들.
마왕자 벨은 마수왕이 세계수를 먹어 삼키는 것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음을 판단했다.
세계수를 집어 삼키고 그것을 바라보는 대륙인들의 절망과 엘프들의 깊은 상실감을 흡수하려고 했던 계획들.
그것들이 실패했고 더 이상 대륙에 남아있는 군단장급의 마족은 없었기에.
최후의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서...석관들이!]
깨지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봉인 당해 있던 마족들은 모든 정기와 마기가 빠져나가 마왕의 육신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
그와 함께 마키헬 전역이 점점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십시오.]
콰가가강! 하늘이 무너지듯 갑자기 검은 번개가 사방으로 내려치기 시작했으며 마족들조차 제대로 서 있기 힘든 마기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 조르게스타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