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마수왕 (3)
“저.저게 뭐야!”
“으아아아아아아! 살려줘!”
“지원은?! 지원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 말해주게 말릭이 곧 있으면 올 거라고!”
크리넥.
대수림 근처에 위치한 소왕국.
그곳의 가장 거대한 요새라고 해봤자 대수림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 비교해서 조금 높은 정도의 성벽을 가지고 있는 왕국.
아무런 분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평화롭고 작은 왕국은 마경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곳을 바뀌었다.
“크아아아 못 참겠다 로빈 엄호해!”
“안 돼! 밑으로 내려갔다가는 죽어!”
“하지만.... 하지만 저것들이!”
대수림 안에 있던 마수왕이 갑자기 남하한 것.
놈이 이끌고 있던 수인들과 수많은 마족들이 한순간에 들이닥치자 대수림 주변에 펼쳐져 있던 크고 작은 마을들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크하하하 이것들 춤추는 거 봐.”
“하라는 대로 하냐 이것들아?!”
수인족들.
애초에 잔인함을 가지고 태어난 녀석들은 성벽 위에 인간들을 보라는 듯 그들이 사로잡은 인간들을 희롱하거나 학살하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었다.
“성벽 뒤에 있는 돼지들도 기다리라고 곧 있으면 이 녀석들 옆에서 춤추게 만들어줄 테니까.”
“저런 씹어먹어 줄일 녀석들!”
신성 기사단 중 한 명이 분에 참지 못하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자 주변의 기사들이 겨우 달려들어 막아낼 수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가인경!”
“저기 내려가면 죽습니다요!”
“아니 것보다 우리가 먼저 죽습니다! 우리를 봐서라도 참아주십시오!”
작은 소왕국이었기에.
이름있는 무인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강한 무인이라고 말해봐야 7성급의 왕실 기사 한 명뿐.
그런 왕실 기사마저 첫 교전에서 저 수많은 수인들의 입안에 씹혀서 사라진 상황이었다.
“르안느...”
계속되는 교전속.
성벽 위에는 인간의 피와 마족들의 피가 함께 섞여 주르륵 흘러내리는 상황.
그러나 아무리 잘 막고 있다고 생각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곳에 있는 모든 무인들은 마수왕의 부하들이 자신들을 희롱하기 위해 일부러 성을 함락시키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한다면 이 작은 요새의 성벽 쯤 한 번에 박살 냈을 게 분명했으니까.
“너는 살아라.”
“그게 무슨 소리야? 선배 미쳤어?”
“너는 아직 젊어. 그리고 단장님이 아끼는...”
“그런 미친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마족들보다 선배의 목에 구멍을 내주겠어!”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르안느가 소리치자 신성 기사단의 기사들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르안느 일이 잘못되면 너라도 살아라..”
“맞아 우리는 살 만큼 살았다고.”
“뭐가 살 만큼 살아 아직 40도 되지 않은 주제에!”
“30대면 오래 살았지.”
“이...미친 새끼들아!”
결국 참지 못하고 르안느가 욕설을 내뱉는 것도 잠시.
일순간 거대한 기운이 전장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저게 뭐야?!”
“용?!”
“용이 나타났다고?”
전장에 검은색 비늘을 가진 거대한 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용이라고 저게...?”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한 용.
일반적인 용이 아니었다.
용과 수인의 혼혈이자 마수왕의 부관인 미르가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으니까.
쿠아아아아아! 미르가 울부짖는 소리에 크리넥의 요새의 약한 성벽을 부르르 떨렸으며 대다수의 무인들이 전의를 잃고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절망적인 모습에 미르가 만족스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성벽을 향해 숨결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막아!”
“우리의 견고함으로 저것을 막는 거다!”
공포심이 몸 안에 들어오기 전에 신성 기사단과 르안느가 성벽을 완전히 지워버릴 것 같은 미르의 숨결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쾅! 미르의 숨결은 갑자기 허공에서 나온 거대한 방패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성기사들... 언제나 껄끄러운 분들.]
개개인의 무력보다는 단체전에서 성기사 빛을 보는 것은 당연한 법.
그랬기에 그들이 일으킨 거대한 신성력의 방패는 미르와의 거대한 격차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숨결을 막아낼 수 있었다.
“좀더.. 좀더 믿음을 불러일으켜라!”
그럼에도 애초에 존재하는 거대한 기운의 격차를 모두 막아낼 수는 없는 법. 숨결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신성 기사단들의 표정은 점점 새하얗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력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푸흐흐.. 말릭은 없다 보군... 이.이건?!]
다시 한번 숨결에 거대한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미르가 기운을 운용하려는 것도 잠시.
대수림에서 수만 개의 화살들이 일제히 쏘아지는 놀라운 모습이 나타났다.
“?!”
“화살..?”
“어.. 어.. 우리 군이 또 있던가?”
“이쪽으로 온다! 망할 피해!”
순식간에 쏘아지기 시작한 수만 개의 화살들.
그것들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화살들이 아니었다.
강한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는 화살들이 지상에 있던 수인족들을 순식간에 벌집으로 만드는 것도 잠시.
숨결에 기운을 몰아넣고 있던 미르는 거대한 몸집 때문에 집중적으로 화살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캬아아아아아악!]
놈이 쓰러질 때까지 쉬지 않고 쏘아지기 시작한 화살들.
그것들이 미르의 온몸에 박혀 들어가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미르를 바라보며 신성 기사단들은 두 눈을 껌뻑일 수밖에 없었다.
“이.이게 대체?”
“도대체 누가?”
“저기.. 저기를 보십시오!”
“?!”
누군가 가리킨 방향에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다.
대수림 정중앙에 있는 거대한 나무.
그것은 너무나도 신비롭고 고고한 기운을 풍기고 있어 보는 인간으로 하여금 저절로 경배하게 만드는 것.
심지어 갑작스럽게 나타났지만,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착각을 주게 만들었다.
“세계수.....”
200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계수에 수인들과 마족들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는 것도 잠시.
대수림에서 점점 완벽하게 무장을 하고 있는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야 이것들 많기도 해라.”
숲에서 아셀이 머리를 쓸어넘기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셀?”
“어라?! 아셀의 주변에 어째서 풀들이 움직이는 거 같지?”
아셀이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주변의 풀들이 마치 아셀을 반기듯 저절로 움직이는 상황.
심지어 꽃봉우리의 꽃까지 아셀이 나타나자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맙소사 아셀 필드.. 당신 뭐죠?”
본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던 미르가 인간형으로 돌아오며 믿기지 않는 눈으로 아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어떻게 인간이 세계수의 기운을?!”
“이거?”
순간 아셀이 휘두른 창에서 일어난 거대한 뇌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회색빛의 뇌기 안에는 놀랍게도 세계수 고유의 초록빛의 기운이 들어있었으니까.
“먹고 얻었어.”
“뭐라고요?!”
-너.. 너...!?
세계수의 안에서.
아셀은 히시미르가 준 과실을 먹고 무려 세계수가 200년간 모은 기운을 코어 안에 흡수하는 것도 잠시.
그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아셀은 경악하며 하시미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과실을 섭취했습니다.]
[코어의 마나가 한계까지 차올랐습니다.]
[다음 경지로 넘어갑니다.]
[세계수의 일부분을 완전히 흡수했습니다.]
[모든 자연의 존재가 그대를 앞에서 활기를 되찾습니다.]
-아셀님 어째서 그런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 겁니까?
하미에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셀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지 못하는 것.
만약 아셀이 지금처럼 걸어 다닐 때마다 풀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그의 스승 말릭이나 신성기사단의 기사들이 본다면 듣기 싫은 이명을 또 하나 지어낼 수도 있었으니까.
“맙소사... 꽃이 저렇게 피다니.”
“꽃의 기사..?”
바로 지금처럼!
아셀은 우선 수인족들을 모두 족친 다음 꽃의 기사라고 중얼거린 신성 기사단의 로빈을 족치기로 결정했다.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했다고?! 역시...역시 세계수는 엘프를 버린 거다!”
“하미에르! 어떻게 그런 모습이!”
“도대체 밖에서는 어떤 일이 있던 겁니까!?”
하미에르가 다크 엘프로 변한 모습에 주변의 엘프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 밖의 엘프들을 버리고....”
“말도 안 돼 엘프가 마기라니!”
“자연의 섭리를 깨부수지 마시오. 하미에르 경!”
하미에르의 몸에서 거대한 마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세계수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와중에 우리느.. 우리는.. 쿠엑.”
“.....”
“새끼 말이 많네.”
거대한 마기를 일으키며 엘프들에게 분노한 하미에르가 달려들려고 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이동한 아셀의 두 개의 창이 하미에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어느새..! 게다가 이 창술은?!’
아셀의 움직임을 놓친 미르의 두 눈동자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자신이 인간의 움직임을 놓치는 일이 또 한 번 일어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심지어 하미에르의 가슴을 꿰뚫은 저 저주받을 창술은 라이언 마리우스의 창술이 분명했다.
“라이언. 마리우스?”
“잘 아네.”
순식간에 거대한 뇌우 수백 마리가 아셀의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번개들의 소리에 수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것도 잠시.
미르는 입술을 깨물며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한 수백 마리의 뇌우들을 바라보았다.
“저건이..저것이 또다시 대륙에!”
쾅! 미르가 감상에 젖어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아셀의 장창이 미르를 향해 정확히 쏘아졌다.
“크흡! 당신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을..!”
“아 그냥 먹어서 얻었다니까!”
세계수의 과실을 섭취하고 코어는 이미 다음 경지로 넘어갔기에.
아셀은 현재 완성에 다다른 10성급 무인과 똑같은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던전 메이커가 보여준 환상 속에서의 라이언 마리우스와 비슷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것.
순식간에 사방에서 덮쳐오는 아셀의 두 개의 창에 미르의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 고귀한 몸에!!”
“새끼가 나도 고귀한 몸이야.”
아셀이 미르를 압도하는 것처럼 숲에서 튀어나오는 수만의 엘프들이 수인족들을 말 그대로 도륙 내는 상황.
애초에 생각지도 못한 화살비들에 전의를 상실한 수인족들이었기에.
그들이 하이엘프 1000명과 3만의 엘프들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망가지 마라!”
“마수왕께서 보고 계신다!”
전의를 상실한 와중에서도 엘프들을 상대로 놀라운 무위를 보여주는 수인족들.
아셀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익히 알고 있는 몬스터들의 등장에 씨익 미소를 지어냈다.
“일단 너를 죽이고 저걸 잡으러 가야겠다.”
“네놈.. 후회할 거다 네놈이 싸움을 걸고 있는 건 마계에서 가장 강한 생물인 마수왕이시니까!”
“알아.임마.”
콰가가가강! 용의 비닐로 강화된 미리의 시체를 쉴새없이 두드리고 꿰뚫은 아셀은 점점 쓰러지기 시작한 미르를 바라보며 마무리를 지으려던 것도 잠시.
갑자기 전장의 중심에 거대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저.저건?!”
“지렁이??!”
순식간에 전장중심의 바닥에서 거대한 지렁이가 튀어 올랐다.
그것은 나오는 순간부터 수인이고 엘프건 입안에 먹어 치우는 것도 잠시.
미르를 포함한 모든 수인들은 그 지렁이의 등장에 환호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마수왕님!”
“주군께서 나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