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라이언 마리우스 (1)
“이런 게 있었다고는 들었는데...”
사방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인가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억지로 몸 안에 남아있는 공포를 떨치기 위한 모습들.
그들이 모두 저 멀리서 사악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마족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봐 정신차려!”
“가만히 있으면 마족들에게 죽기 전에 아군에 발에 밟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던전 메이커 저것을 레이드에 성공하기 직전.
갑자기 거대한 어둠이 닥치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유저를 어둠 속에서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도 잠시.
던전 메이커가 어둠과 긴 시간 동안 사라졌던 것.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이 던전 메이커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끌려간 유저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었다.
-퀘스트가 나타났었다.
갑자기 원인 모를 전장에 끌려가고 퀘스트가 발생했다고 한 것.
레벨이 낮았던 유저이며 당시에 끌려가 정신이 없던 와중에 별다른 것을 해보지 못하고 그 유저는 죽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해프닝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었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던전 메이커를 찾아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던전 메이커가 만든 과거의 환상 속에서 던전 메이커를 찾아 죽이시오.]
[보상: 환상에서 얻은 모든 것들.]
이것은 환상이지만, 실재였다.
만약 이곳에서 죽는다면 아셀 또한 죽음을 맞이하고 던전 메이커 또한 죽는 상황.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정신을 차린 아셀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선두에 라이언 마리우스가 나간다!”
“가라 빛의 창!”
“와아아아아아아!”
‘라이언 마리우스?’
마리우스가의 시조.
7용사 중 한 명의 이름이 나타난 것에서 아셀은 이곳이 어느 전장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콰가가가강! 거대한 파공음이 들리며 아셀이 보고 있던 전방에 회색빛 검강이 미친 듯이 마족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저게 7용사?’
말릭과 비견되는 모습이었다.
저런 존재가 7명이나 된다면 마왕이 죽은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
아셀 또한 뒤에서 묵묵히 아르테스를 휘두르고 있었지만, 던전 메이커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잊을 만큼 라이언 마리우스의 무위에 매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라이언이구나!”
“쌍창을 저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가지고 싶다.’
저 미친 듯한 창술이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다.
던전 메이커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점점 지워져버린 상황.
마족들을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베어내고 갑자기 생긴 시간에 아셀은 라이언 마리우스가 입고 있던 망토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니 자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가..?!”
아셀의 무위에 주위의 병사가 놀라워 하며 소리친 것을 무시하며 아셀은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라이언 마리우스가 입고 있는 망토를 빠르게 완성시켰다.
[빛의 창 라이언 마리우스의 망토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자 재단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공간을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신급 창술, 창술에 특화된 신체와 코어, 불굴의 의지, 신급 쌍창술. 재능이 구현됩니다.]
[원단의 효과로 동기화가 10% 증가합니다.]
[마구엘의 수선 세트의 효과로 동기화가 20%에서 시작합니다.]
[동기화 20%]
[유지 시간 3시간.]
‘?!’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아셀은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이런 사기적인 재능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황.
심지어 말릭의 재능을 넘어선 것이었기에.
아셀의 놀라움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퀘스트 꼭 클리어해야 할 이유가 생겼네.’
그림자 재단은 이곳에서 얻은 것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했지만, 아셀은 퀘스트의 클리어 보상을 보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시간이 얼마나 흐를지 알 수 없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다른 두 마계의 군단장들. 그것들을 상대로 말릭과 쿠이가가 질 거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으니까.
사출의 주머니에서 장창 [바바리안들과 춤]을 꺼내든 아셀은 라이언 마리우스가 그런 것처럼 창을 마족들을 향해 내찔러보았다.
마치 번개가 치듯. 회색빛의 기운들이 아셀의 장창에 어린 것과 동시에. 마족들의 머리를 마치 수박을 터트리는 것처럼 터트리기 시작한 장창.
아직 동기화는 낮아 라이언 마리우스처럼 창질 한 번에 마족 수백 마리를 소멸시키지는 못해도 아셀의 10성급에 해당하는 거대한 기운은 그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라.라이언?!”
“아니. 라이언님 같은 사람이 또 있다고??!”
“그런데 머리가 회색이 아닌데?”
주변의 무인들이 놀라워하며 손가락질을 하고 마족들이 회색빛 기운에 두려움을 느끼며 주춤하는 것과는 다르게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동기화가 올랐습니다.]
....안배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마구엘의 수선 세트를 얻은 이후로.
동기화가 올라가는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지는 상황.
그와 함께 창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아셀의 장창에는 거대한 회색빛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런 식으로.’
말릭이 검을 다룰 때도 그랬지만, 초인적인 인간들의 무구술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었다.
라이언 마리우스의 창법들은 마치 무녀가 춤을 추듯 손바닥 위에서 저절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특별한 창법들.
보통 사람들이라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갈 모습들이었지만, 아셀의 본래의 재능 날카로운 눈썰미에는 저것들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콰가가가강 전장의 열기가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아셀의 창에서 나오는 회색빛의 번개 또한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라이언 마리우스의 징벌과도 같은 창법처럼 아셀 또한 마족들을 징벌하듯 장창을 휘두르는 상황.
슬슬 장창으로 동기화가 오르지 않아 짧은 단창과 함께 쌍창을 휘두르려고 하던 아셀은 무언가 달라지기 시작한 주변의 풍경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마치 연기가 사라지듯 주변의 풍경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제 와서 아셀을 방해하기 위한 던전 메이커의 공작인가 싶어 어이가 없어지려고 하는 것도 잠시.
아셀은 연기가 사라지고 나타난 풍경에 두 눈을 꿈뻑일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마리우스다!”
“와아아아 빛의 창이 우리와 함께한다!”
‘돌아왔다?’
아셀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그 풍경.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에 아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리셋되는 것.
아셀은 던전 메이커의 이 기술이 얼마나 자신에게 교활하고 유리한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무리 아셀이 기억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죽였던 모든 존재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것.
때문에 이 많은 마족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심지어 그것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리셋이 되는 이곳에서 던전 메이커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본래라면 그렇겠지만...’
본래라면 아셀은 이 극악의 난이도 퀘스트에 또 한 번 욕설을 내뱉으며 뒤통수가 당겨왔겠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라이언 마리우스.
그녀가 쉬지 않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
[저 자식 도대체 뭐하는 거지?!]
수십만의 인간과 마족들의 과거 전장의 기억 속에서.
던전 메이커는 어느 한 존재의 몸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팬텀 리바이스.
던전 메이커의 궁극의 기술이자. 절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부하는 자신의 기술.
그것을 만들어낸다면 던전 메이커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의 어느 존재에 랜덤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와 동시에 마치 연극을 관람하는 것처럼 직접 개입은 하지 못하고 그 존재 안에서 기술 안에 빠진 존재가 패닉에 빠지는 것을 관람하는 것.
그 어떤 기술보다 절대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던전 메이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른 존재에 또다시 랜덤으로 들어가지만 이 기술에 빠진 존재는 쉬지 않고 저 수십만의 마족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 저주스러운 창술을...?!]
라이언 마리우스.
던전 메이커는 인간을 초월했던 그 7명의 용사들 중 저 쌍창을 다루는 인간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아셀이 지금 라이언 마리우스의 창술을 점점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에 경악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놈은 시간 낭비를 할 뿐이다.]
이곳은 환상이었다.
던전 메이커가 만든 이 이공간은 모든 것이 환상인 것.
이 안에서 얻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기에.
전설적인 무구를 주운다고 해도 아셀이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져갈 것도 있으면 안 되지.]
아셀은 여기서 죽는다.
던전 메이커는 자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고 해도 한계란 것은 있는 법.
수십만의 대군을 상대로 자신을 찾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는 공간에서.
언젠가는 미쳐버릴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그럴까..’
문득 얼굴의 희열이 떠오른 아셀을 바라보며 던전 메이커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 눈앞에 7용사의 재림과도 같은 인간은 이곳에서 자신을 찾아낼 것 같은 믿기지도 않은 불안감이.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다시금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것도 잠시.
던전 메이커는 어느새 아셀의 손에 작은 단창 같은 것이 들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절대로 그럴 리 없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떨쳐내듯 던전 메이커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아... 이거 조금 아쉽네.”
어느새 아셀의 머릿속에는 퀘스트가 사라졌다.
라이언 마리우스.
저 인간을 초월한 경지의 창술을 자신의 것으로 실시간으로 만드는 것에 매료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녀석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벌써 50%.
안배를 다녀오면서 빠르게 늘어날 수 있게된 동기화는 벌써 50%에 도달한 상황.
그에 맞춰 아셀은 두 개의 창을 마치 수족처럼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7용사들도 저렇다면....’
또 다른 7용사들.
아셀은 이야기와 음유시인들의 노래 속에서 모두가 서로 비슷했다고 전해진 용사들의 그림자를 모두 얻는다면.
마왕이 부활해도 무섭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연기가 걷히고 아셀을 바라보며 경악에 차고 있던 무인들이 사라졌다.
다시금 벌써 다섯 번은 봤던 이 전장이 처음부터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
아셀은 이번만 다시 전장에서 마리우스의 창술을 따라 하고 쉬기로 결정했다.
던전 메이커의 던전 속에서부터 쉬지 않고 그림자를 사용했었기에.
이제 그의 그림자 재단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쉴지도 정했고.’
이미 전장의 안전지대와 평상시에도 9성급의 기운.
아무리 겁쟁이와 몸치라는 특성이 있다고 하지만, 두 가지 요소들로 인해 아셀은 분명 몇 시간은 몸을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을 자신하고 있을 때였다.
“이곳에 마족이 있다!”
처음으로 라이언 마리우스의 대사가 바뀐 것에 아셀이 쌍창을 들며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라이언 마리우스의 시선이 자신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감히 이 라이언님의 창술을 베꼈더냐 이 사악한 마족놈!!”
거대한 회색빛 뇌우가 아셀을 향해 내려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