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62화 (162/201)

◈ 162화. 파랑스 (3)

속삭임의 파랑스.

대륙의 뒤에서 수많은 분란을 일으켰으며 그림자들을 탄압하게 만들고 수많은 드래곤을 타락시켜 마룡의 침공을 일으킨 장본인.

아셀은 놈의 온몸에서 흘러내리는 피와 점점 느려지는 검격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이번에는...’

이제 놈의 숨통을 끊는다면. 바빌리나 4세, 한스 등 유능한 그림자들이 미래에 살아남는 것뿐만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용들의 타락을 막아낼 수 있었다.

[크허어억... 그.그만..]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 파랑스가 황금 기사단의 요새 곳곳을 박살 냈다.

[그만.. 아셀 필드 네게 충성을 바치겠다. 그러니 그..그만.!]

“충성?”

[속삭임의 파랑스가 당신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받아드릴시 파랑스가 당신에게 종속됩니다.]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신이 우려를 표합니다.]

[속지마라 아셀.. 저건 위험하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말콤의 말이 아니라도 아셀은 놈을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네게 충성한다면 그래.. 대륙에 숨어있는 마족들 위치를 모두 알려주겠다. 그렇다면 분명 아셀 필드 너는 7용사를 뛰어넘는 위대한 용사가 될 거다!]

“호오... 7용사를 뛰어넘는다고?”

‘됐다!’

공명심.

그이 얼마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지 파랑스는 잘 알고 있었다.

초대 황금 기사단의 단장 코미어를 자극해 갈란을 공격하게 하고 골드 드래곤을 떠나게 만들었던 자신의 계책 또한 코미어의 공명심을 자극하는 데서 나온 방법이었으니까.

[분명..너는 7용사를 뛰어넘고 위대한.. 커헉.. 어째서..]

유혹해 오는 파랑스의 말을 무시하며 아셀은 그저 삼지창 포세이돈을 계속해서 놈의 몸을 향해 찔러댔다.

[어째서냐! 이건 분명 좋은 기회일 게 분명한데!]

“필요 없어.”

[뭐.뭐라고?]

필요없다는 아셀의 말에 파랑스의 눈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그동안 아셀의 행적을 보아 하면 그 어떤 인간들보다 욕심이 많을 거라 생각했건만, 어떻게 자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할 수 있는지 파랑스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말이야.”

삼지창 포세이돈에서 거대한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파랑스의 몸 주변에 거대한 파도들이 수십 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것보다 그냥 편안하게 사는 게 목표거든.”

[뭐....?!]

무슨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파랑스가 두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그의 온몸에 휘몰아치기 시작한 파도들이 고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며 놈의 몸을 순식간에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좀 더..’

100%에 달성한 말콤과의 동기화.

그것이 마계의 군단장의 온몸을 박살 낼 정도로 거대한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일.

점점 박살 나기 시작한 파랑스의 몸과 함께 어느 순간부터 무인들을 압박하던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라졌다..?”

“이긴건가?!”

“저 마계 군단장을 아셀이 이겼다고?!”

기술이 사라지고 파도 속에서 온몸이 박살 나고 있던 파랑스의 몸이 거의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밖에 남지 않은 것.

모두가 승리를 생각하며 환호성과 경외심 가득한 눈으로 아셀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는 혀를 차며 지상으로 추락한 파랑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대단하다 아셀.. 마계 군단장을 2마리라 잡아내다니! 이건 그 어떤 인어왕들도 하지 못한 일이다!]

“잠깐 조용히 좀 해봐.”

‘이 새끼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누가 보아도 마계의 군단장 파랑스가 죽은 것 같은 모습.

그러나 아셀은 놈이 죽음을 위장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황급히 투마리스의 그림자를 불러들이며 녀석의 기척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하... 이 새끼 진짜 재미있는 새끼네.”

“어...어째서 제게 활시위를?!”

근처에 있던 황금 기사단의 기사 한 명에게 황금활 기온을 겨누며 아셀은 씨익 웃어 보였다.

“어째서기는 이 새끼야.”

쾅! 거대한 소음을 내며 쏘아진 샤인 에로우를 바라보며 황금 기사단의 단원들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자신들을 아셀이 공격할지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네가 파랑스니까 그렇지 임마.”

“!?”

아셀의 말과 함께 샤인 에로우에 맞은 기사의 몸이 잠시 부르르 떨기 시작하며 입에서 도저히 믿기 힘들겠다는 듯한 파랑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대체 어떻게?!]

“맙소사.. 그 짧은 시간에 몸을 바꾼 것인가?”

“놈이 살아남았다면..”

“큰일날 뻔했다.”

“그런데 아셀은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파랑스의 은신을 알아차린 아셀을 바라보며 파랑스를 포함한 모두가 경악을 하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그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로 죽어가는 파랑스를 바라보았다.

“안 나왔었거든.”

[뭐라고?]

“니가 죽었다고 화면에 안 나왔다고 이 새끼야.”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파랑스가 진짜로 죽었다면 아셀의 눈앞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코어 안으로 거대한 마나가 들어왔어야 할 게 분명했다.

‘상성이 좋았어.’

파랑스의 능력과 아셀의 능력은 상성이 좋지 않았기에.

아셀은 퀴리를 잡아낸 것보다 파랑스를 손쉽게 잡아낸 것이었다.

[아... 마왕님..]

무언가 아쉬움 가득한 말만 남기고 파랑스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가 파랑스가 완전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림자들의 해방...’

주변을 둘러보니 흐느끼는 그림자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와 함께 무언가 충격을 받은 듯 서 있는 유론과 필드가의 기사들.

아셀은 그들의 머릿속에 가득 새겨진 암시들이 풀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이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림자.... 그래..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기사들과 다르게 황금 기사단의 표정은 그저 조금 일그러진 정도였다.

‘하기야. 놈들은.’

암시가 들어서지 않았다.

저 적폐 새끼들은 그림자들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상황.

그렇기에 충격을 받은 다른 사람들처럼 멍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걱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로즈가 죽었기에. 녀석의 제자 라무스에게 의지하는 모습들.

애초에 녀석을 이전처럼 남겨둘 생각이 없던 아셀이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것도 잠시.

그는 퀘스트의 두 번째 보상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

알 수 없는 물음표 네 개.

이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아셀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잠시.

그가 게임을 플레이했을 적에도 이런 적은 없었기에 그의 머릿속에 혼란이 가득해지는 상황이었다.

“어.... 잠시만 저게 뭐야?”

투마리스의 목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본 아셀은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들고 있던 삼지창 포세이돈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미친....”

이 망할 세상에 끌려들어오고 지금처럼 경악에 찬 적도 별로 없던 상황.

그 만큼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한 녀석은 아셀의 상식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였다.

“아... 드래곤이시여.”

황금빛 드래곤.

오래전 황금 기사단의 요새를 떠나 드래곤 벨리로 사라졌던 골드 드래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x 저거 설마 환상 아니겠지?’

***

완성에 가까운 무인이 작정하고 빠르게 움직이면 대륙을 횡단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법.

그럼에도 워프 게이트보다는 느리지만, 말릭이 일부러 달려가는 이유는 아셀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황금 기사단의 요새 드래곤 벨리에 도착했을 때쯤.

말릭은 마치 무언가 뿌연 안개가 사라지듯 자신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들에 쉬지 않고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신이시여...”

그림자들.

오래전부터 인류의 배신자로 알려진 그 사악한 존재들.

말릭은 그것들에 대한 오해와 억울함들이 느껴지는 것보다 자신의 제자가 아무런 죄가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도 부족하구나.’

여신에 대한 믿음처럼 그동안 자신이 본 아셀에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유지했어야 했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은 말릭은 황급히 황금 기사단을 향해 다시금 달려갔다.

“아셀을 도와야 해.”

그림자들에 대한 억울함이 풀린 것과 동시에.

말릭은 제자에 대한 걱정이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한 줌밖에 되지 않은 병력을 이끌고 황금 기사단의 요새를 공격했기 때문에.

‘아셀 이 스승님이 간다!’

어쩌면 자신의 제자가 이것을 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말릭의 머릿속에 샘솟았다.

그 영특한 아이는 자신이 황금 기사단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모종의 방법으로 그림자들에 대한 억울함을 푼다면.

자신을 잡으러 올 스승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릭이 머릿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것도 잠시.

황금 기사단의 요새를 발견한 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마지막으로 욕을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가슴속에 불꽃이 피어올라 수도원을 탈출하고 대륙을 방황했던 시절.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말릭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잠시.

그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욕을 할만한 상황이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우선 무언가 거대한 마법에 맞은 듯 황금 기사단의 요새가 반파되어 있었다.

그 어떤 공성추에도 버틸 것 같던 거대한 정문은 종잇장이 구겨지듯 박살 나 있었으며 단장실이 있는 대전은 거대한 무언가가 난동을 부린 듯 무너져 내린 상황.

그러나 이런 믿기지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말릭은 반파된 대전에 내려앉은 골드 드래곤을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드래곤이라니.. 이게 어찌.”

300년.

마왕과의 전투 이후 극심한 피해를 입고 은거에 들어갔던 드래곤들.

몇몇 학자들은 은거가 아닌 멸종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300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드래곤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골드 드래곤.

마족과의 싸움이 본격화되고 수많은 용들이 깨어나 유저들의 편에 서서 놈들과 싸우던 시절.

아셀은 멀리서 골드 드래곤의 모습을 몇 번이고 본 적이 있었다.

‘이게 보상인가.’

마족들의 본격적인 침공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는 상황.

적어도 2년 후에나 깨어날 용들이 빨리 깨어난 것.

아셀은 그것이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라는 사실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림자들이여..]

지상에 내려온 골드 드래곤을 바라보며 황금 기사단은 존경의 의미와 감동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엎드렸지만, 골드 드래곤은 녀석들에 그 어떤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대들에게 미안하구나. 자식들이 죄를 지었으면 부모가 응당 값아야 하는 법인데....]

‘어째서 드래곤이 지금 나타날 수 있었을까?’

마족들의 본격적인 침공에 깨어나야 할 골드 드래곤이 벌써 깨어난 것.

아셀은 놈이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놀라운 모습보다 이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그 어떤 말로도 그대들의 억울함을 해소시켜 줄 수는 없겠지..]

“어라?”

골드 드래곤을 바라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눈을 껌벅이는 것과 다르게.

아셀은 드래곤이 자연스럽게 로즈의 시체에 있는 무언가를 회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두 눈을 껌뻑였다.

“지금 뭐 하냐?”

[그러나 내가 이제부터 그대들을... 응? 자네 지금 뭐라고?]

“그걸 네가 왜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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