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재단사가 강해지는 법-160화 (160/201)

◈ 160화. 파랑스 (1)

-용들이... 용들이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속삭임의 파랑스? 미친 이런 마족이 있었어?

-브.브레스다! 망할 피해!

용.

아셀은 지금 눈앞에 이성을 잃고 포효하는 로즈였던 존재를 바라보며 게임을 했을 적에 봤던 마룡들의 침공이 떠올랐다.

유저들을 옆에서 가장 많이 돕고 마족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앞에 섰던 용족들.

몇몇 존재들은 그런 거대한 존재들이 자신을 희생해 대륙을 구하고 있었기에. 마족들의 침공이 금방 끝날 하나의 이벤트라고만 생각까지 했었다.

“다.단장?”

“저게 단장이라고?”

“아...아..”

용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것은 용이 아니었다.

머리 위에 당연하다는 듯 앉아 있는 파랑스. 그것에서 뿜어지는 사악한 기운들이 이질적이게도 고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용에게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이런 타락인가..”

전의를 잃은 황금 기사단을 뒤로 하고 아셀의 곁으로 다가온 바빌리나 4세가 가장 먼저 로즈의 변화된 모습을 알아차렸다.

‘타락이라.’

용들이 타락하게 될 거라고는 그 어떤 유저들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용족들은 파랑스의 계략에 타락하고 놈의 지휘하에 대륙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것.

7차 몬스터 웨이브 마룡의 침공은 그렇게 시작되었었다.

[황제여. 이것은 타락이 아니다.]

차르륵 놈이 뒤집어 쓰고 있는 후드가 뒤로 젖히며 나타난 미남자의 얼굴.

그와 함께 놈의 등 뒤로 마기로 만들어진 검 세 자루가 나타났다.

[그저 소원을 이루어주었을 뿐.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공허함을 채워주었달까?]

비열하게 웃어 보이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며 몇몇 황금 기사단의 기사들마저 분노감을 내비치는 상황.

바빌리나 4세마저 파랑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주먹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로즈는 그렇게 죽을 무인이 아니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만?]

씽긋 웃어 보인 파랑스에게 바빌리나 4세의 권격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예니첼리로 강화된 황제의 주먹이 공간들 박살 내며 쏘아지는 것도 잠시.

용으로 변한 로즈의 입에서 놀랍게도 용들이 쏘아대는 브레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숨결?!”

“미친 숨결마저 재현한 건가?”

콰가가강! 바빌리나 4세의 권격과 숨결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거대한 소음에 지축이 부르르 떨리는 상황.

둘의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은 예니첼리로 강화된 바빌리나 4세였다.

“......”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 정도라 내가 대륙의 인간들을 너무 고평가했던 건가?]

‘확실히.’

용족들을 타락시켜 만든 마룡.

그것에 비해 지금 로즈는 파랑스가 말한 대로 미완성. 그것에 불과하는 힘만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셀 필드.]

그렇기에 아셀은 용으로 변해버린 로즈를 신경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저 비열하고 사악한 마계의 군단장 파랑스를 경계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으니까.

“그게 맞고 말이지.”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파랑스 저것은 지금도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를 속이고 있었다.

모든 인원들이 용으로 변해버린 로즈에게 시선이 쏠리고 그곳에 집중할 게 분명한 상황.

파랑스에 대한 경계심이 약해지고 미약해질 때 놈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사용해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상대할 게 분명했다.

[무엇이 맞지? 제발 알려다오 아셀.. 호기심. 그것이 내게 가하는 고통은 네놈들이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 아프니까 말이다.]

“별건 아닌데..”

씨익 웃어 보인 아셀의 손에는 어느새 퀴리가 자신에게 남긴 블러드 엠페러와 아르테스가 들려있었다.

[호오 블러드 엠페러. 퀴리의 검을 잘도 얻었구나?! 말해주거라 그것이 너를 주인으로 선택했던가? 그것이 너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말했던가?]

“미친놈 왜 이렇게 쫑알쫑알 중얼거리고 지랄이야?”

말릭의 그림자를 다시 한번 불러들인 아셀은 눈앞에 나타난 패널티를 무시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직접 보면 되잖아.”

[아아 그래 듣는 것보다 보는 것. 그것이 호기심을 충족하는데 더 큰 만족감을 주지...]

[블러드 엠페러.]

[전설급]

[내구도 파괴 불가.]

[공격력 사용자의 생명력에 비례 (현재 공격력 733)]

[뱀파이어 로드 퀴리의 검입니다.]

[사용하면 할수록 체력이 떨어집니다.]

[체력이 떨어진 만큼 그 모든 것들이 공격력으로 변화됩니다.]

블러드 엠페러.

현실에서 30억 넘은 가격에 거래되었던 희대의 아이템.

아셀은 이것이 손에 들어온 순간 이미 어떻게 사용할지 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네놈들이 과연 우리 로즈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로즈를 쓰러트려?”

끝까지 속이려는 파랑스의 말을 들으며 아셀은 그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처음부터 네놈만 잡을 생각뿐이었는데 개소리는..”

캉! 순식간에 공간을 접으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아셀의 양손에 있는 아르테스와 블러드 엠페러에서 신성력과 혈향이 동시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묘한 모습에 일순간 주변에 있던 무인들마저 눈을 껌뻑이는 것도 잠시.

마치 곡예를 부리듯 용의 몸에 수많은 검상들을 입히며 아셀은 빠르게 파랑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집니다.]

[블러드 엠페러의 공격력이 2 올라갑니다.]

[신성의 갑옷이 떨어진 체력을 회복시킵니다.]

‘역시나,.’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들이 아셀이 블러드 엠페러를 잘 다루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떨어진 생명력은 성기사 특유의 자가 치유력으로 회복하면 그만인 것.

마치 보조 배터리를 달고 있는 핸드폰처럼!

[... 흠... 나에 대해 알고 있는가?]

아셀을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용의 모습에 아셀은 그저 점점 진한 혈향을 사방에 흘러내게 하고 있는 블러드 엠페러를 휘두를 뿐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붉은색 검기가 정확히 용의 목을 강타하는 것도 잠시.

황금빛의 피가 사방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셀을.. 지금은 아셀을 돕자.”

파랑스를 공격하러 올라가는 아셀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해야 할 것.

그것은 용으로 변한 로즈를 붙잡아 두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바빌리나 4세의 지휘하에 모든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레 저걸 얼려버릴 수 있어?”

“잠깐이라면...”

“지금부터 혁명의 시간이야!”

페레의 거대한 빙결 마법이 쏘아지며 용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시작했으며 그 틈에 투마리스의 샤인 에로우와 누네스의 단검 그리고 그녀가 이끌고 있는 그림자들의 공격이 쉴 새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좋은 동료를 두었구나 아셀 필드.]

몸집이 거대해졌기에. 수많은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용을 바라보며 파랑스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이것은 미완성의 마룡.

그렇기에 딱히 잃어도 손해볼게 없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아주 좋은 동료들을 두었어. 이곳까지 올라왔으니 이제 네놈의 승리인가?]

용의 거대한 머리에 드디어 올라온 아셀은 파랑스와 대치하게 되었다.

[대륙을 구하고 그림자들을 구해낸..]

“개소리 계속할래?”

[?!]

카가가가가강! 블러드 엠페러를 가볍게 휘두르자 순식간에 아셀이 서 있는 모든 공간들이 유리창이 깨지듯 깨지기 시작했다.

속삭임의 파랑스.

저 까다롭기 그지없는 마계의 군단장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그것도 세계를 속일 정도의 거대한 힘이.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던 아셀의 주변 공간에 검은 마기로 물든 기사들 수십 명이 서 있는 상황이었다.

‘알아차렸다고?!’

속삭임의 파랑스.

그 이명에 걸맞게 거짓과 기만에 능한 마계의 군단장.

그가 만든 환상과 거짓은 그 어떤 무인들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심지어 그림자들의 수장 갈란조차 짐작만 했었을 뿐이었으니까.

“이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7용사와 갈란조차 속이고 대륙의 모든 존재들을 기만하는 파랑스의 기술을 아셀이 간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알아차린 것은 아셀은 파랑스가 싸우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룡들의 습격에서 익면조 위에서 수많은 유저들을 환상을 끌어들여 죽여 버린 녀석의 모습을 아셀은 정확히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다면 쉽게 당하지 않는다.’

수십의 마기로 물들어있는 기사들.

아셀이 놈들의 날카로운 검격들을 파훼하며 씨익 미소 지었다.

‘놈이 환상을 만들 때는 무조건 [말]을 해야 하니까.’

마룡의 습격 속에서 유저들은 결국에 파랑스를 레이드하는 데 성공했었다.

수많은 전투들 속에서 놈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냈었기 때문에.

그중 하나가 바로 놈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놈의 이명 속삭임처럼 말을 걸어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네놈이 기술을 알아차렸다고 해도 지금 네가 싸우는 존재들은 모두 과거 황금 기사단의 단장들이다.]

점점 놈들의 모습이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검만 들고 있던 녀석들의 무기가 다양해지기 시작하는 것도 잠시.

아셀은 과거 안배에서 봤던 최초의 드래곤 나이트 코미어의 얼굴까지 확인하는 것도 잠시.

놈들이 발산하는 거대한 기운들은 모두가 완성에 가까운 무인을 목도하는 것만 같았다.

[로즈 그 불량품은 역대 황금 기사단의 단장 중에서 최약체. 그랬기에 기사단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대륙의 최강자리에서 쫓겨난 녀석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부웅 하고 거대하게 일어난 혈풍이 순식간에 마기로 물든 기사들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나기 시작하는 것도 잠시.

자신이 만들었던 환상들이 거침없이 깨져나가는 모습에 파랑스의 두 눈이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로즈가 약한 게 아니야.”

역대 황금 기사단의 단장들이라고 말했던 마기로 만들어진 기사들.

그것들이 있었던 흔적조차 사라졌다.

애초에 그러한 존재들 자체가 거짓이었기 때문에.

“내 스승 말릭이 대단한 거다.”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처음 환상을 간파한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해도 기사들을 알아차린 것은 불가능한 법.

환상 속에 환상을 숨겨둔 것이었기에.

절대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하하.. 과연 그렇게 알아차린다고 해도 내가 만들어낸 파도가...]

카가가가가강 이번에도 파랑스가 일으킨 거대한 마기의 파도가 아셀의 검에 의해 박살 났다.

애초에 놈의 환상이 환상임을 인지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놈! 이 파랑스님의 뇌격을 맞이해라!]

[... 믿기지 않는군 네놈의 승리다... 자 내 목을 가져가라!]

[이것도 속지 않았는가! 과연 용사다! 그렇다면 이 검이 네놈을 심판하리라!]

계속되는 환상들 그때마다 검을 휘둘러 그 모든 것을 박살 내기 시작한 아셀의 입가에 어느새 진한 미소가 일어났다.

“이제 그만하고 본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어때?”

[?!]

본 모습이라는 말에 파랑스의 눈에 경악이 새겨지는 것도 잠시.

그들이 서 있고 있던 드래곤이 거대한 광음을 내뿜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좋았어! 놈이 쓰러진다!”

“서둘러 마무리 짓자!”

“그림자들의 억울함을 풀자 형제들이여!”

밑에서 바빌리나 4세가 이끌고 있는 인원들이 드래곤으로 변한 로즈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내는 데 성공한 것.

그것을 바라보던 파랑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등 뒤에 떠 있던 세 자루의 검 중 하나를 들어 올렸다.

[검을 쓰게 한 것은 네가 처음이다.]

순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운들이 파랑스의 온몸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0